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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기록원의 역전2화

9회말 기록원의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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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스코어북에 없는 타석

한도윤은 훈련장 외야 펜스 옆에서 타구를 기록했다. 블루웨일즈 타자들은 티 배팅과 프리 배팅을 번갈아 했다. 감독 서준표는 선수별 발사 속도와 타구 각도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도윤은 태블릿에 수치를 입력했지만, 장비 센서가 없는 타석은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다. 그 경우 타구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고, 자체 관찰 메모로 따로 남겼다.

외야수 장재민은 타구가 뜨면 빠르게 출발했지만, 공이 좌우로 휘면 첫 두 걸음이 늦었다. 지난 경기에서 출루 뒤 추가 진루를 놓친 것도 출발 타이밍과 관련 있어 보였다. 도윤은 같은 타구를 세 번 반복하게 한 뒤, 재민에게 타구를 놓는 순간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물었다. 재민은 공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시작할 때는 봐요. 그런데 타구가 뜨면 먼저 뛰고, 낙하지점은 나중에 확인해요.”

“그러면 첫 두 걸음이 빨라지는 대신 방향이 늦을 수 있겠네요.”

재민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기록원이 공을 줍고 숫자를 보는 것과 외야 수비는 다르다고 말했다. 도윤은 분석이 틀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영상에서 보이는 건 첫 발이 왼쪽으로 나간 뒤 수정되는 장면이 반복된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다. 재민은 다음 타구에서도 같은 상황이 나오면 직접 느껴 보겠다고 했다.

준표는 재민을 좌익수로 옮겨 짧은 플라이를 잡게 했다. 재민은 타구를 놓친 뒤 첫 발을 잘못 디뎠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공은 오른쪽으로 날아갔고, 그는 처음부터 낙하지점을 보고 움직였다. 공은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졌다. 재민은 분석이 맞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공을 잡기 전에 몸이 어디로 향했는지 다시 확인했다.

“다음 번엔 내가 느끼는 것도 같이 적어요. 숫자만 적지 말고.”

도윤은 동의했다. 기록은 선수의 경험을 덮어서는 안 됐다.

포수 윤하람은 블로킹 연습에 들어가기 전 무릎 상태를 트레이너에게 알렸다. 통증은 3이었다. 그는 이번 주에는 포수 출전 시간을 줄이고, 수비 지표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연습 영상도 함께 보자고 했다. 준표는 타격 훈련에 하람을 포함시키되, 포수 무릎에 부담이 되는 반복 쪼그려 앉기는 줄이겠다고 했다.

도윤은 하람의 지난 경기 영상을 프레임별로 살펴봤다. 낮은 공을 잡은 뒤 일어나는 시간, 주자 출발에 대한 반응, 송구가 베이스에 도달한 시점을 기록했다. 하람은 숫자를 보고 자신이 느낀 것과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도윤은 태그 시점을 늦게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포수가 공을 받은 뒤 주자가 이미 2루 가까이 와 있었다. 영상 화질이 흐려 타이밍을 잘못 읽은 것이다.

“이건 네가 틀렸다고 적지 마. 공이 언제 글러브에 들어갔는지 안 보이잖아.” 하람이 말했다.

“그럼 해당 프레임은 분석에서 빼겠습니다. 원본 영상과 신뢰 구간을 표시할게요.”

준표는 분석이 불완전할 때도 그대로 보고하라고 했다. 도윤은 하람의 수비 장점만 찾으려다 영상의 한계를 과소평가할 수 있었다. 팀을 돕는 일이 선수 편을 들기 위해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람은 도윤의 수비 메모를 읽고 타격 기회도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포수로 쉬는 동안 지명타자로 나갈 수 있느냐고 준표에게 물었다. 준표는 출전 명단과 상대 투수에 따라 가능하지만, 무릎 통증이 심해지면 경기를 쉬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람은 자신이 무릎을 숨기면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더 오래 뛰기 위해 상태를 알리는 편이 낫다고 했다.

“기록에는 내 수비만 남고, 타석은 안 남을까 봐 싫어요.”

도윤은 공식 스코어북에 타석을 그대로 기록하고, 부상 정보는 별도 접근 권한이 있는 자료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하람은 자신을 수비 지표로만 소개하지 말라고 했다. 도윤은 그 말에 동의하며, 분석에서 타격과 수비를 각각 보여 주되 한쪽으로 선수를 요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후에는 내야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묶은 시뮬레이션이 진행됐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타자가 땅볼을 치면, 유격수와 2루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반복했다. 재민은 1루 주자 역할을 맡았다.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자 그는 리드를 크게 잡았다. 준표가 투구 동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타트를 끊었다. 유격수는 2루 베이스로 들어왔고, 타구가 나오지 않자 재민은 귀루하려다 태그아웃됐다.

“발이 빠른 건 알겠는데, 너무 빨리 움직이면 투수가 바로 봐.” 준표가 말했다.

“지난번엔 한 박자 기다리다 견제에 걸렸어요.” 재민은 불만을 드러냈다.

도윤은 영상에 투수의 어깨 움직임과 재민의 첫 발 시점을 표시했다. 투수는 1루를 한 번 보고, 세트 자세에서 왼발을 풀었다. 재민은 그때 움직였지만, 투수는 견제구를 던졌다. 재민은 빠르게 돌아왔지만 1루수 태그가 먼저 닿았다. 타구 방향과 관계없는 주루 상황이었다.

도윤은 투수의 견제 패턴을 세 번 반복해 봤다. 첫 두 번은 1루를 보고 투구했고, 세 번째는 어깨를 돌린 뒤 견제했다. 재민에게는 투수의 어깨만 보지 말고 발의 방향과 글러브 위치도 함께 읽으라고 했다. 재민은 그 분석을 실제로 시험해 보겠다고 했다. 다음 상황에서 그는 투수의 발이 1루 쪽으로 열리자 귀루를 준비했고, 견제구가 왔을 때 베이스에 손을 먼저 댔다.

세 번째 주루 시도에서 재민은 투수의 글러브 높이를 읽고 출발을 늦췄다. 견제는 오지 않았지만 타구가 오른쪽으로 굴러가자 그는 2루까지 무리하게 달리지 않고 1루에 남았다. 준표는 타구를 확인한 뒤 멈춘 판단이 좋았다고 했다. 재민은 빠른 발을 쓰지 않았는데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도윤은 아웃을 피하고 다음 주자를 살린 선택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준표는 재민의 주루 연습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재민은 기록원이 설명한 것만으로 달라진 게 아니라, 두 번째 시도에서 자신이 투수의 발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윤은 그 말을 분석 메모에 적었다. 기록은 가설을 찾았고, 선수의 몸이 그것을 시험했다.

훈련이 끝난 뒤 도윤은 준표에게 선수 등록 자격을 물었다. 그는 독립리그 선수 등록을 알아보았고, 연령과 출전 경력 조건은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등록 마감과 테스트 절차를 확인해야 했다. 준표는 기록 업무를 맡은 사람이 선수 등록까지 원하면 역할이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도윤은 공식 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기록 담당을 다른 직원에게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준표는 말로는 쉽지만 팀에는 기록원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나는 출전하고 싶다고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테스트를 받아도 되는지 묻는 거예요.”

“그럼 일단 등록 요강을 확인해. 네가 어떤 상태인지, 방망이를 얼마나 휘두를 수 있는지도 보여 줘야겠지.”

도윤은 글러브를 꺼내지 않았다. 준표는 이번 주에 타격 테스트를 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팀의 연습 상대가 부족했고, 선수 등록이 가능하다고 출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도윤은 자기 기록과 팀 업무를 동시에 책임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날 저녁 도윤은 이전 구단에서 받은 테스트 결과를 다시 펼쳤다. 타격 성공률과 수비 범위, 송구 기록이 숫자로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수치가 2년 전의 것이고, 지금 몸 상태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프로 탈락 통지서는 버리지 못한 채 상자에 넣어 두었다. 독립구단에 들어오면 다른 기준으로 자신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먼저 훈련 성적을 보여 줘야 했다.

다음날 오전 그는 타격 케이지에 들어가 배팅 티를 세웠다. 손목을 풀고 배트를 쥐었다. 준표는 오늘은 기록 업무만 하라고 했다. 도윤이 정식으로 출전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는 선수 훈련 계획을 감독이 승인해야 했다. 도윤은 티 배팅을 시작하지 않고 배트를 내려놓았다. 자기가 원하는 걸 말했지만, 그 말만으로 사선에 설 수는 없었다.

도윤은 대신 팀의 최근 타구 영상을 정리했다. 재민의 첫 발이 늦는 상황과 하람의 포구 후 송구 움직임을 각각 분류했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장면은 회색으로 표시했다. 준표는 표본이 적어도 다음 훈련에서 확인할 질문은 생겼다고 했다. 그는 도윤에게 다음 주 연습경기에서 현장 분석을 맡기고, 이후 별도의 타격 평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람은 포수 훈련량을 조정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트레이너에게 상태를 확인받은 뒤, 경기 출전 시간을 나눌 계획이었다. 그녀는 무릎 통증을 숨기지 않기로 했고, 대신 타격 훈련에서 더 많은 기회를 달라고 했다. 준표는 수비와 공격을 모두 고려하되, 부상 사실을 이유로 타격 기회를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

재민은 다음 경기의 주루 역할을 연습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빠른 발이 언제 이점이 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했다. 도윤은 영상 분석만으로 재민의 능력을 판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세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지만 팀의 기록은 계속 쌓였다.

도윤은 저녁에 선수 등록 요강을 인쇄했다. 독립리그 선수 등록에는 건강 확인과 팀의 승인이 필요했고, 구단은 출전 비용과 장비를 부담해야 했다. 감독이 허락하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어려웠다. 도윤은 요강을 준표 책상에 두고, 테스트를 정식으로 요청하는 메일을 썼다. 기록원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해 달라고 적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그는 타격 테스트 일정표를 만들지 않았다. 아직 허락을 받지 못했고, 몸 상태 평가도 필요했다. 대신 연습경기 데이터와 영상 분석을 먼저 끝냈다. 도윤은 기록석에서 경기를 읽는 일과 타석에 서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주의 테스트는 그 차이를 확인할 기회가 될 수도, 다시 탈락을 마주할 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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