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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기록원의 역전1화

9회말 기록원의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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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점수판 밖의 아웃

독립구단 블루웨일즈의 경기 기록석은 1루 더그아웃 뒤쪽에 붙어 있었다. 한도윤은 스코어북과 태블릿을 펼쳐 첫 타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복 위에 제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뒤 세 경기 연속 패배한 팀은 오늘도 원정 구장 관중석이 비어 있었다.

“한도윤 분석 담당입니다. 공식 기록 수정은 심판 확인 뒤에만 반영합니다.”

감독 서준표는 도윤에게 짧게 인사하고 라인업 카드를 건넸다. 주전 포수 윤하람은 6번 타자, 외야수 장재민은 1번 중견수였다. 도윤은 경기 전에 선수 이름과 수비 위치를 시스템에 입력했다. 양 팀 라인업이 확정된 뒤에는 임의로 순서를 바꿀 수 없었다.

첫 이닝은 상대팀이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며 시작했다. 타자는 번트를 댔고, 3루수는 공을 잡아 1루에 던졌다. 주자는 2루에 들어갔다. 도윤은 희생 번트로 기록했다. 준표가 더그아웃에서 수비 시프트를 지시할 때 도윤은 다음 타자의 타구 방향을 예상해 위치를 기록지에 표시했다. 타구는 예상과 달리 유격수 쪽으로 굴렀다. 하람은 낮게 빠지는 공을 막아 주자를 3루에서 멈추게 했다.

“지금 플레이는 포수 실책 없죠?” 준표가 물었다.

“공이 하람 포수에게서 튀지 않았고, 주자가 진루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기록에는 폭투나 포일이 없습니다.”

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람의 타격 성적은 최근 열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도윤은 상대 타자의 번트 시도와 주자 진루를 기록했다. 경기 기록은 하람의 수비를 숫자로 충분히 보여 주지 못했다. 그는 포구 안정과 주자 억제는 자체 영상 분석으로 따로 정리하기로 했다.

3회 초 블루웨일즈는 1사 1루에서 병살타를 쳤다. 2루수는 땅볼을 잡아 2루에 던지고, 유격수는 1루에 송구했다. 기록석 화면에는 4-6-3 병살로 표시됐다. 도윤은 1루 주자의 스타트가 늦었고,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갔다는 점을 남겼다. 준표는 덕아웃에서 선수에게 주루 판단을 짧게 지시했다.

재민은 경기 뒤 주루가 빨랐다고 주장할 선수였다. 그는 팀 내에서 가장 빠른 주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윤이 본 지난 경기 영상에서는 타구 확인 전에 스타트를 끊어 두 번 아웃됐다. 단순히 빠르다고 출루가 득점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5회 말 상대 팀이 한 점을 냈다. 2사 2루에서 타자가 좌익수 앞에 안타를 쳤고,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다. 블루웨일즈 포수 하람은 송구를 받았지만 주자를 막지 못했다. 주자는 3루 코치의 손짓을 보고 출발했다. 도윤은 타점과 안타를 기록했다. 준표가 포수 탓을 하기 전에, 도윤은 송구가 홈 플레이트 뒤쪽으로 빗나간 이유를 영상으로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경기는 1대0으로 흘렀다. 블루웨일즈는 7회 초 1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하람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기록석 옆에 앉은 운영팀 직원이 하람의 타율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도윤은 타격 기록과 포수 수비 기록을 같은 칸에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이 득점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수의 모든 기여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8회 말 상대 팀은 주자 1루에서 히트 앤드 런을 시도했다. 타자는 공을 치지 못했고, 주자는 2루로 달렸다. 하람은 공을 잡아 2루에 송구했다. 유격수는 주자를 태그했고,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도윤은 도루 실패로 기록했다. 준표는 더그아웃에서 하람에게 엄지를 들었다. 하람은 헬멧을 벗고 무릎을 한 번 주물렀다. 도윤은 그 모습을 기록하지 않았다. 통증 여부는 경기 기록이 아니라 선수와 의료 담당자가 확인해야 했다.

8회 말 공수 교대 때 하람은 투수에게 낮은 공을 계속 요구했다. 투수는 직구가 빠지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자, 변화구를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뺏자고 했다. 하람은 타자가 몸쪽 공을 노리는 자세라고 했고, 투수는 지난 타석에서 바깥쪽 변화구에 헛스윙했다고 주장했다. 준표는 두 선수의 말을 듣고 포수 사인을 따르되, 첫 공이 벗어나면 다음 공을 다시 협의하라고 했다.

도윤은 투수 교체 뒤 첫 타석의 투구 위치와 타자 반응을 기록했다. 하람은 바깥쪽 변화구를 요구했고, 타자는 지켜봤다. 다음 공은 낮게 들어가 헛스윙을 얻었다. 하람이 읽은 방향이 맞았지만, 한 타석만으로 리드가 항상 옳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준표는 이닝이 끝난 뒤 두 선수에게 어떤 정보가 판단에 도움이 됐는지 물었다. 투수는 타자 몸쪽 자세를, 하람은 지난 타석의 스윙 궤적을 근거로 들었다. 도윤은 그 대화를 별도 분석 메모에 담았다.
9회 초 블루웨일즈는 마지막 공격에 들어섰다. 두 명이 연속 아웃된 뒤 재민이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그는 1루에서 리드를 크게 잡았지만,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자 간신히 귀루했다. 준표는 도윤에게 재민의 주루 기록을 요청했다. 도윤은 최근 다섯 차례 출루에서 도루 시도 두 번, 견제 회피 한 번, 추가 진루 실패 한 번이라고 답했다. 표본이 작아 경향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준표는 대주자를 준비시키지 않았다. 재민은 2루에 진루하지 못했고, 다음 타자의 외야 뜬공으로 경기가 끝났다. 최종 점수는 1대0. 블루웨일즈는 네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장비를 정리했다. 도윤은 공식 기록을 저장하고, 심판이 확인한 점수와 타격·수비 순서를 다시 대조했다.

재민은 더그아웃을 나오며 도윤에게 주루 기록을 왜 들여다보느냐고 물었다. 최근 다섯 번 중 두 번 실패했다는 표만 보면 자기가 뛰면 안 되는 선수처럼 보일 수 있었다. 도윤은 다섯 번이라는 표본으로 재민의 주루 능력을 평가하지 않았고, 경기 상황과 투수 견제 습관을 함께 봐야 한다고 답했다. 재민은 기록원은 타석에 서지 않으니 뛰는 순간의 압박을 모른다고 쏘아붙였다.

“맞아요. 그래서 내 분석을 확정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숫자로 선수 자리까지 정하지 마요.”

준표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재민은 물을 마시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도윤은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고 숫자를 더 모으기보다, 재민이 다음 주루 연습에 동의할지 물어보기로 했다. 선수는 분석의 대상이면서 자기 플레이를 설명할 권리가 있었다.
경기 종료 뒤 준표는 포수 송구 장면을 함께 보자고 했다. 하람은 타격 실패 때문에 먼저 사과하려 했지만, 준표는 송구 장면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하람의 송구가 홈 플레이트 뒤로 벗어난 이유가 나왔다. 투수가 낮은 공을 던져 하람이 무릎을 꿇고 포구했고, 일어나면서 몸이 1루 쪽으로 기울었다. 송구는 주자가 출발한 뒤 늦게 나왔다. 기술과 투구 선택, 주자 움직임이 함께 작용한 장면이었다.

“내가 한 번에 던졌어도 세이프였을 수 있어요.” 하람이 말했다.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네가 늦게 일어났다는 건 보인다.” 준표가 답했다.

하람은 무릎 보호대를 풀며 최근 블로킹 뒤에 통증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증을 말하면 포수 기용이 줄어들 것 같아 숨겼다. 준표는 지금 말한 내용을 트레이너에게 전달하고 다음 경기 출장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람은 일단 상태를 확인받겠다고 했다. 도윤은 그 장면을 성적표가 아니라 내부 수비 메모에 따로 적었다.

경기 자료를 정리하던 도윤은 5회 말 실점 기록이 잘못 입력된 것을 발견했다. 타자의 타점은 맞았지만, 2루 주자의 득점 상황에 야수 선택이 포함돼 있었다. 공식 기록 초안에는 적시타로만 적혀 있었다. 도윤은 스코어북과 영상, 심판 기록지를 비교했다. 주자는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기록 변경은 심판 기록 담당자 확인을 거쳐야 했다.

준표는 기록 수정 요청을 받아들였다. 도윤은 오류를 발견했다고 바로 기록을 고치지 않고, 해당 이닝의 영상 시각과 심판 기록 번호를 제출했다. 리그 기록 담당자는 다음날까지 검토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팀의 공식 점수는 변하지 않지만, 타점과 야수 선택 기록은 달라질 수 있었다.

준표는 경기 후 분석을 듣고 싶어 했다. 도윤은 낮은 득점이 하람의 타율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팀은 1사 1, 2루에서 번트와 강공을 섞어 왔고, 두 주자가 타구 판단 전에 출발해 아웃된 적이 있었다. 하람은 도루를 막고 상대 투수를 읽는 데 강점이 있었다. 표본은 세 경기뿐이라 확정할 수 없지만, 오늘 영상과 지난 기록을 더해 구체적으로 보자고 했다.

“숫자로 라인업을 바꾸라는 겁니까?” 준표가 물었다.

“아니요. 기록을 보고 가설을 하나 세우는 겁니다. 하람 포수의 수비 기여를 보고,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쓸지 감독님이 판단해 주세요.”

준표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도윤은 분석이 감독의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록이 완전하지 않은 순간도 많았고, 선수의 몸 상태와 상대 투수의 구종은 현장 확인이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도윤은 자신의 가방에서 오래된 글러브를 꺼냈다. 프로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한 뒤 글러브를 쓰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손바닥 가죽은 굳었고 끈은 풀려 있었다. 그는 독립리그 선수 등록 요건을 검색해 둔 메모를 지갑에서 꺼냈다. 아직 감독에게 말하지 못했다. 기록석에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는 선수로서의 실패가 끝나지 않았고, 다시 들어가면 같은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날 스코어북에는 블루웨일즈의 네 번째 패배가 남았다. 하람의 수비 기록과 재민의 주루 판단, 그리고 타점 오류 수정 요청도 기록됐다. 도윤은 공식 점수판 밖에 있던 장면들을 정리했지만, 그 기록만으로 팀의 다음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었다. 준표는 내일 훈련에서 도윤이 직접 타구 방향 데이터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도윤은 수락하면서 자기 선수 등록 메모를 가방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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