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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11화

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

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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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부서진 불상의 눈

오전 6시 18분.

태오는 지하 차도 서비스 계단의 반대편 출구로 올라왔다.

출구는 동부 보세구역 외곽의 폐 유선 선로와 이어져 있었다. 녹슨 케이블이 벽면을 타고 올라갔고 바닥에는 새벽비가 고인 채였다. 멀리서 경찰 무전이 끊겼다 이어졌다. 검은 세단의 엔진음도 한 번씩 골목 안쪽을 긁었다.

태오는 코트 안쪽을 눌렀다.

진짜 사파이어 반지와 외장 암호화 칩이 셔츠 안쪽 주머니에 붙어 있었다. 가짜 반지는 회수조가 쫓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붉은 봉인재가 진짜보다 정직한 미끼였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벽면 표지판에는 오래전에 지워진 노선 번호가 남아 있었다. 검은 페인트가 여러 겹 칠해졌지만 가장자리가 들뜬 곳마다 숫자의 일부가 보였다.

B-17.

태오는 표지판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손끝에 묻은 페인트 가루만 바지 안쪽 천에 문질렀다. 표면층은 수성 페인트였고 그 아래에는 납 성분이 많은 공업용 도료가 있었다. 공공 시설 표지에 쓰는 재료가 아니었다. 물건을 오래 숨겨야 하는 장소에서 쓰는 칠이었다.

그는 골목 끝에 세워진 폐기물 운반차를 발견했다.

차량 옆면에는 시립 수장고의 로고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뒷문 자물쇠는 부서진 상태였고 적재함 안에는 깨진 액자와 청동 손잡이 몇 개가 쌓여 있었다.

청동 손잡이 하나를 집어 들자 안쪽의 나사 머리가 보였다. 나사는 오래된 물건에 맞지 않게 새것이었다. 손잡이 표면에는 검은 그을음이 아니라 연마제가 묻어 있었다.

“가짜 복원품을 버리는 차가 아니군.”

태오는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수장고의 관리자는 물건이 진짜인지보다 누가 진짜라고 말해 줄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B-17로 들어가려면 신분증보다 감정 결과가 빠르다.

그는 폐기물 운반차의 조수석 문을 열었다. 운전석 아래에서 낡은 작업복과 접힌 출입증을 꺼냈다. 출입증 사진은 지워져 있었지만 관리 구역 번호는 남아 있었다.

동부 시립 수장고 / 하역동 B / 17

태오는 작업복을 걸치고 출입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진짜 이름은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출입증 뒷면의 바코드를 살폈다. 바코드의 잉크는 최근에 덧찍혔고 번호 앞 세 자리는 오래된 시설 코드였다.

그가 하역동으로 향하자 철문 앞의 남자가 팔을 뻗었다.

“오늘 반입 명단은 끝났어.”

남자의 손에는 깨진 청동 장식판이 들려 있었다. 장식판 가장자리에는 푸른 녹이 끼어 있었지만 표면에 남은 손자국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그건 반입품이 아닙니다.”

태오가 말했다.

“뭐?”

“도난품을 감추려고 녹을 입힌 복제품입니다. 진짜라면 안쪽 절단면에도 같은 산화층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겉면에만 묻어 있습니다.”

남자가 장식판을 뒤집었다. 뒤쪽의 절단면은 깨끗했다.

“그걸 지금 알아볼 수 있다고?”

“못 알아보는 사람만 여기서 물건을 받습니다.”

태오는 장식판을 돌려주었다.

“안으로 가져가세요. 오늘 경매품 중 절반이 같은 방식으로 칠해져 있을 겁니다.”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태오의 작업복을 훑더니 철문을 열었다.

하역동 안쪽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화물용 승강기가 있었다. 승강기 앞 벽에는 오래된 관리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B-17

문이 열리자 습한 지하 냄새와 보존액 냄새가 동시에 올라왔다.

태오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바깥 도로에서 타이어가 급하게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일 수도 있었다. 회수조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늦었다.

승강기는 이미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 경매장은 옛 시립 수장고의 1층을 뜯어내고 만든 공간이었다. 벽면에는 방수포가 걸려 있었고 그 뒤로 작은 전시실이 이어졌다. 전시실 중앙의 조명 아래에는 도자기와 불상과 금속 장식품이 순서대로 놓여 있었다.

가격표는 없었다.

대신 각 물건 옆에 작은 금속판이 세워져 있었다. 번호와 출처와 시작가가 아닌 다음 이동 시각이 적혀 있었다.

태오는 첫 번째 금속판을 지나쳤다. 두 번째 금속판의 압인을 확인했다. 한빛 문화재환수재단 문서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배열이었다.

C-03

김 의원의 트러스트 식별자가 화면에 떠올랐을 때 보았던 코드였다. 태오는 시선을 거두었다. 아직 코드를 아는 사람처럼 보이면 안 됐다.

세 번째 전시대 앞에서 한 여자가 관리자의 말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 확인서에는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여자는 스물다섯 살 안팎으로 보였다. 검은 작업복 소매에는 투명한 보존액 얼룩이 남아 있었다. 손톱 안쪽에는 붉은 안료가 끼어 있었고 왼손 검지에는 얇은 면장갑이 걸쳐져 있었다.

관리자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윤서린 씨. 서명 하나가 뭐 그렇게 어렵습니까?”

“출처가 맞지 않습니다.”

“전쟁 지역에서 회수된 불상이라는 기록이 있어요.”

“기록과 물건이 맞지 않습니다.”

관리자가 손가락으로 전시대 위의 불상을 두드렸다.

작은 청동 불상이었다. 오른손은 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들어 올리고 있었고 왼쪽 눈동자에는 푸른 유리가 박혀 있었다. 금동 피막은 일부 벗겨졌지만 얼굴 주변의 선은 정교했다. 겉으로만 보면 전쟁을 견딘 오래된 성상처럼 보였다.

“이 물건 때문에 벌써 두 명이 돈을 걸었어. 당신이 서명하면 오늘 안에 나갑니다.”

“그 서명은 출처 확인서가 아니라 제가 불상을 훼손했다는 책임서가 됩니다.”

윤서린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오른손이 작업복 주머니 안에서 꽉 쥐어져 있었다.

관리자가 태오를 보았다.

“새로 온 감정사인가?”

“폐기품 감정 때문에 불렀습니다.”

“그럼 이 불상도 봐 주시죠. 윤 씨가 쓸데없이 시간을 끌고 있어서.”

태오는 전시대 앞에 섰다.

불상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흙은 옷주름 안쪽이 아니라 받침대 아래에만 모여 있었다. 운송 중 묻은 흙이 아니었다. 누군가 출토품처럼 보이게 하려고 손으로 눌러 바른 흔적이었다.

그는 불상의 얼굴을 가까이 보았다.

푸른 유리 눈동자 주변에 아주 얇은 선이 보였다. 금동 피막을 따라 난 균열이 아니었다. 최근에 분리했다 다시 끼운 접합선이었다.

“전쟁 지역 반출품이 맞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확인서가 있다고 했잖아.”

“확인서는 물건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물건이 확인서를 보증해야죠.”

관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윤서린이 태오를 바라보았다.

“오른쪽 눈동자는 교체된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왼쪽만 최근에 분리됐습니다. 보존액이 눈 안쪽까지 흘러들어 갔고 납땜 흔적이 받침대와 맞지 않습니다.”

태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불상의 목 부분을 살폈다. 윤서린은 표면만 본 것이 아니었다. 손상 위치와 수리 순서를 연결하고 있었다.

“눈동자 유리의 굴절률도 다릅니다.”

태오가 덧붙였다.

“원래 유리는 청동 안료가 섞인 유리입니다. 이건 현대 유리에 산화막을 입혔습니다. 바깥쪽에서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겁니다.”

관리자가 웃음을 거뒀다.

“가짜라는 겁니까?”

“불상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태오는 불상의 손가락을 보았다. 엄지와 중지 사이의 접힘은 후대 복제품에서 흉내 내기 어려운 방향이었다. 하지만 눈과 출처는 가짜였다.

“가짜인 건 출처입니다.”

프리뷰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한 남자가 불상 옆으로 다가왔다. 양복 소매에는 검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

“출처가 가짜면 가격도 끝난 거 아닌가?”

“전쟁 지역 반출품으로는 끝입니다.”

태오는 불상의 왼쪽 눈을 가리켰다.

“하지만 다른 가격은 남아 있습니다.”

관리자가 즉시 물었다.

“어떤 가격?”

“이 물건을 왜 눈까지 뜯어고쳐서 가져왔는지에 대한 가격입니다.”

태오는 주머니에서 납작한 감정용 흡반과 미세한 칼을 꺼냈다. 관리자가 손을 뻗었지만 윤서린이 먼저 전시대의 받침을 잡았다.

“손상 없이 분리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들이 망가뜨린 접합선이라면 제가 더 잘 압니다.”

관리자는 둘을 번갈아 보았다.

밖에서 금속 셔터가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경매장 직원들이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태오는 미세한 칼끝을 눈동자 가장자리에 넣었다. 힘을 주지 않고 접합선에 남은 보존액을 따라 움직였다. 윤서린은 반대쪽에서 흡반을 당겼다.

푸른 유리 눈동자가 아주 조금 들렸다.

그 아래에는 얇은 납박 조각이 접혀 있었다.

납박을 펼치자 안쪽에 방수 처리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좌표처럼 보이는 기호와 숫자가 적혀 있었다.

Q-41 / 3-7 / 22:40

그 아래에는 상자 모양 세 개와 작은 숫자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12

태오는 종이를 바로 접었다.

“이건 문화재 기록이 아닙니다.”

윤서린이 낮게 말했다.

“그럼 뭡니까?”

“물건을 어디로 옮길지 정한 기록입니다.”

태오는 납박의 가장자리를 보았다. 불상 안쪽에 넣기 전에 두 번 접혔고 접힌 면마다 기름이 스며 있었다. 장거리 운송에 쓰는 포장 방식이었다.

관리자가 손을 내밀었다.

“그걸 넘겨.”

“이 물건의 출처가 전쟁 지역이라면 경찰에 넘길 증거입니다.”

“여긴 경찰이 안 와.”

“밖에 이미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오는 출입구 쪽을 보았다. 셔터 너머로 짧은 무전음이 반복되고 있었다. 신유경이 B-17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경찰 차량이 수장고 주변을 두 번 돌았다는 사실은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관리자가 윤서린을 노려보았다.

“네가 넣었지?”

“제가 불상을 손댄 건 오늘 아침이 처음입니다.”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출처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그럼 네 이름으로 보고서를 쓰면 되겠네. 보존 처리 중 좌표를 넣고 불상을 변조했다고.”

윤서린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핏기가 빠졌다.

태오는 불상 받침대 아래를 보았다. 작은 나사 네 개 중 하나에 새 흠집이 있었다. 그 흠집은 윤서린의 작업 도구에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나사 머리에는 검은 금속 가루가 남아 있었고 경매장 관리자의 구두 밑창에도 같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 보고서는 오래 못 갑니다.”

태오가 말했다.

관리자가 고개를 돌렸다.

“왜지?”

“당신들 문서가 서로 다른 출처를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태오는 프리뷰 테이블의 금속판을 가리켰다.

“C-03 압인. 이 불상의 확인서. 저쪽 도자기 상자에 붙은 봉인. 모두 같은 순서로 눌렸습니다. 종이는 달라도 압인 깊이와 잉크 번짐이 같습니다.”

양복 입은 손님이 금속판을 집어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여기 있는 물건들이 각자 다른 경로로 들어온 게 아니라 한 장의 출처 장부에서 갈라졌다는 뜻입니다.”

태오는 감정용 흡반을 내려놓았다.

“오늘 이 불상을 사는 사람은 문화재를 사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무기 운송 기록을 사는 겁니다.”

전시실의 공기가 흔들렸다.

관리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직원 둘이 태오에게 다가왔다. 윤서린은 불상 앞을 막아섰다.

“뒤로 가세요.”

태오가 말했다.

“당신도 같이 끌려갈 겁니다.”

“이미 끌려가고 있습니다.”

윤서린은 작업복 안쪽에서 작은 사진 묶음을 꺼냈다.

사진에는 불상 받침대와 보존실 작업대가 찍혀 있었다. 작업대 한쪽에는 경매장 확인서 원본의 압인 도구가 놓여 있었다.

“이걸 왜 가지고 있었습니까?”

태오가 물었다.

“서명하라는 확인서가 매번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압인 도구는 하나였어요. 기록을 남겨 두지 않으면 제가 한 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윤서린이 사진을 태오에게 밀었다.

“당신이 감정사라면 이걸 밖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까?”

“밖으로 나가면 바로 압수됩니다.”

“그럼 당신 가게로 가져가죠.”

그 말은 협조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웠다. 태오는 사진의 모서리에 묻은 흰 가루를 보았다. 석회가 아니라 오래된 보존실 벽에서 떨어진 규산염이었다. 사진은 조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불상에서 꺼낸 종이를 사진 묶음 사이에 끼웠다.

“이제부터 제 말을 그대로 하세요.”

“싫다면요?”

“그럼 관리자가 당신을 위작범으로 만들 겁니다. 저는 혼자 빠져나가고요.”

윤서린이 태오를 노려보았다.

“사람을 구하는 방식도 거래입니까?”

“당신이 먼저 가격을 물었습니다.”

태오는 관리자 쪽으로 돌아섰다.

“이 불상은 진품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불상으로 모였다.

“다만 경매장 설명서와 확인서가 전부 위조입니다. 전쟁 지역 반출품이라는 말도 거짓이고요. 이 물건을 높은 가격에 사는 사람은 불상을 사는 게 아니라 좌표와 장부를 함께 사게 됩니다.”

관리자가 소리쳤다.

“저자는 감정서를 쓰지도 않았어!”

“그래서 지금 쓰는 겁니다.”

태오는 프리뷰 테이블에 놓인 빈 확인서를 집었다. 펜 끝을 눌러 한 줄을 적었다.

불상 본체는 고식 진품. 출처 증명은 조작. 내부 은닉물은 문화재와 무관한 별도 증거물.

그 아래에는 자신의 이름 대신 작은 직선을 그었다. 서명이 아니라 감정 기준의 표시였다.

관리자가 확인서를 빼앗으려는 순간 양복 입은 손님이 먼저 문서를 잡았다.

“이 좌표가 진짜라면 누가 이걸 샀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

“당신들이 서로 확인하면 됩니다.”

태오가 말했다.

“이 불상과 같은 C-03 압인이 찍힌 물건이 몇 점인지 세어 보세요.”

손님들이 각자 맡긴 물건 쪽으로 움직였다. 누군가는 금속판을 뒤집었고 누군가는 문서를 찢었다. 경매장은 경매보다 빠르게 무너졌다.

관리자는 불상을 낚아채려 했다. 윤서린이 받침대를 잡아당겼다. 불상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태오가 받침 모서리를 붙잡았다. 청동의 무게가 손목을 꺾었지만 그는 놓지 않았다.

“진짜 물건을 그렇게 다루면 가격이 더 떨어집니다.”

태오가 말했다.

관리자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태오는 그 손을 보지 않고 발밑을 보았다. 관리자의 오른쪽 구두 바닥에는 검은 금속 가루가 굳어 있었다. 그는 불상 받침대를 살짝 밀어 그 발밑으로 굴렸다.

관리자가 발을 옮기는 순간 미끄러졌다. 주먹은 허공을 쳤고 태오는 윤서린의 팔을 잡아 옆 통로로 당겼다.

“지금 갑니다.”

두 사람은 보존실 뒤편의 서비스 문으로 뛰었다. 윤서린이 벽면의 전원 차단기를 내리자 전시실 조명이 꺼졌다. 비상등이 켜지며 물건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태오는 보존 캡슐 안에 납박 종이를 넣었다. 가짜 종이에는 일부러 다른 숫자를 적어 관리자의 금고 앞에 떨어뜨렸다.

Q-41 / 3-7 / 23:10

관리자가 그 종이를 발견하면 경매장 사람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을 것이다. 실제 시각은 22시 40분이었다. 태오는 좌표의 위치와 거래 시각을 모두 넘길 생각이 없었다.

서비스 승강기는 주 출입구와 반대편 폐기물 하역 골목으로 열리게 되어 있었다. 태오는 옆에 놓인 낡은 방진포를 집어 불상에 덮었다. 윤서린에게는 폐기품 운반차를 밀게 했다.

서비스 승강기 문 앞에서 윤서린이 멈췄다.

“이걸 가져가면 저는 도망자가 됩니다.”

“서명하면 위작범이 됩니다.”

“당신은 어느 쪽을 권합니까?”

태오는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아직 권하지 않았습니다. 선택할 물건을 두 개 보여 드린 겁니다.”

승강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틈의 작은 스피커에서 무전이 새어 나왔다.

“B-17 내부 진입 준비. 참고인 윤서린의 이름이 확인됐다.”

신유경의 목소리였다.

윤서린이 태오를 보았다.

“경찰이 저를 알고 있습니까?”

“이제 알게 됐습니다.”

“당신 때문인가요?”

“당신 이름은 이미 확인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태오는 승강기 바닥의 철판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품에 든 불상과 사진 묶음 사이에는 보존 캡슐에 넣은 좌표가 있었다. 손에 넣은 것은 물건 하나가 아니었다. 불법 경매장이 문화재를 이용해 자금과 무기를 숨긴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윤서린이 섀도 엔틱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경찰의 추적선도 함께 들어오게 된다.

승강기가 지상에 멈췄다.

태오는 문이 열리기 전에 윤서린에게 말했다.

“제 가게에 들어오면 먼저 손을 씻으세요.”

“왜요?”

“경찰보다 먼저 당신 손에 남은 보존액 냄새를 없애야 하니까.”

문이 열렸다.

폐 수장고 뒤편 하역 골목에는 비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정문 쪽의 경찰 차량 불빛은 콘크리트 벽에 잘려 들어왔다. 태오는 방진포 아래의 불상을 폐기품처럼 보이게 만든 뒤 윤서린과 함께 운반차를 밀었다.

골목 입구에서 무전기 소리가 들렸지만 수사관들은 주 출입구에 몰려 있었다. 두 사람은 쌓인 폐목재 뒤로 몸을 낮추고 다른 골목으로 빠졌다.

태오는 불상과 사진을 품에 안고 비 속으로 걸었다. 윤서린은 반 걸음 늦게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섀도 엔틱이었다.

그리고 신유경의 무전에는 태오의 이름과 윤서린의 이름이 같은 문장 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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