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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10화

뒷골목의 골동품 거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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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가짜 열쇠의 주인

오전 5시 49분.

섀도 엔틱 앞 사거리는 경찰의 붉은 경광등과 검은 세단의 흰 상향등으로 갈라져 있었다.

태오는 감정실 모니터 네 개를 한꺼번에 바라보았다. 경찰 승합차는 북쪽 입구를 막고 있었다. 검은 세단 세 대는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지하 전당포의 출입구와 뒷골목을 동시에 겨누었다.

차량 배치만 보면 포위망은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물건을 감정할 때처럼 각자의 목적을 나누어 보면 균열은 선명했다.

첫 번째 세단은 엔진이 켜진 채 브레이크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였다. 대기 차량이 아니라 신호를 중계하는 차량이었다. 두 번째 세단의 앞바퀴에는 최근에 교체한 흔적이 있었다. 차체는 낡았지만 타이어만 새것이었다. 급히 다른 차량의 부품을 옮겨 붙인 모양이었다.

세 번째 세단의 왼쪽 후미등은 흰색 화물차의 깨진 램프와 같은 모양으로 금이 가 있었다.

태오는 손가락으로 모니터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진짜 운반차는 저쪽이 아니군.”

지하 차도 입구의 화면에는 흰색 화물차가 아직 멈춰 있었다. 적재함의 릴레이 장비는 살아 있었지만 H-09 봉인 케이스는 보이지 않았다. 케이스가 차량 안에 없다면 저 차는 돈을 운반하는 차가 아니라 돈이 움직일 길을 여는 중계차였다.

진짜 물건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나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신유경이 승합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녀는 방탄조끼 위에 코트를 걸쳤고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강태오 씨. 문을 열고 나와요.”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세단 가운데 두 번째 차의 창문이 내려갔다. 회색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오른쪽 귓바퀴 뒤에는 은색 핀이 세 줄 꽂혀 있었다.

“반지를 내놔.”

남자는 경찰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 물건이 없으면 네 가게를 부숴도 찾을 수가 없어.”

태오는 코트 안주머니 속 진짜 반지의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붉은 금속 가루를 바른 가짜 반지가 있었다. 가짜 반지는 진짜 반지의 면과 홈을 거의 그대로 복제했지만 일곱 번째 면의 검은 점 하나가 의도적으로 어긋나 있었다.

대충 보는 사람은 알아채지 못한다. 급한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태오는 감정실 옆 창으로 걸어가 불을 켰다. 그리고 가짜 반지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

경찰 승합차의 카메라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신유경도 보았을 것이다. 세 번째 세단의 남자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게 네가 찾는 물건인가?”

“당신들이 찾는 물건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겠군요.”

태오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H-09의 승인 표식입니까 아니면 50억의 수령 표식입니까?”

세단 안의 남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신유경은 확성기를 내렸다. 태오는 그녀의 눈이 자신에게서 세단으로 옮겨 가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욕설을 삼키고 차 문을 열었다.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지 모르겠군.”

“모르는 사람은 금속 봉인재를 반지 안쪽에 바르지 않습니다.”

태오는 가짜 반지를 빛 쪽으로 기울였다. 붉은 가루가 푸른 돌 아래에서 피처럼 번졌다.

“이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죠. H-09를 통과한 운반자의 손에만 남는 봉인재입니다. 다만 지금 당신이 받은 지시는 반지를 회수하라는 말뿐일 겁니다. 어떤 면이 진짜 수령자를 가리키는지는 듣지 못했겠죠.”

남자의 눈이 짧게 흔들렸다.

태오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반지는 돈의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었다. 누가 문 앞에 서도 되는지를 확인하는 표식이었다. 이 남자는 그 표식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나오면 반지를 넘기겠다.”

태오가 말했다.

“경찰이 저 세단의 무장을 확인하기 전에.”

“경찰 따위는 상관없어.”

“그럼 왜 세 대나 세워 두셨습니까? 한 대면 충분했을 텐데.”

첫 번째 세단의 중계 안테나가 짧게 떨렸다. 남자는 무전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신유경이 확성기를 다시 들었다.

“검은 세단 세 대는 차량에서 내리지 마세요. 무장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강 감정사!”

남자가 소리쳤다.

태오는 창을 닫고 가짜 반지를 안쪽 조명 아래 두었다. 경찰이 시간을 벌어 주는 상황이 되었다. 신유경이 자신의 말을 믿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단 안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태오는 감정실 옆 통신 단말을 켰다. 경찰 승합차가 사용하는 공개 무전 주파수에 잡음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낡은 송신기의 다이얼을 두 칸 돌리고 짧은 음성을 흘려보냈다.

“무장 차량 내부에서 H-09 보안 모듈 활성화. 봉인 케이스는 이동 중. 9-B 경로 확인 필요.”

누구의 목소리인지 특정할 수 없도록 낮게 눌렀다.

몇 초 뒤 경찰 승합차의 무전기가 반응했다.

“북쪽 팀은 검은 세단을 정지시켜. 지하 차도 입구도 확보한다.”

신유경이 태오의 송신을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손짓으로 차 형사를 지하 차도 쪽에 보냈다.

세 번째 세단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얇은 판독기를 꺼내 들었다. 판독기의 화면에는 붉은 선 하나가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반지부터 던져.”

“판독기를 내려놓으세요.”

“가게 안에 들어가서 직접 가져가겠다.”

“들어오면 경찰은 당신을 체포하고 반지는 압수할 겁니다. 반지가 경찰 보관함에 들어가는 순간 H-09 승인 기록과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자는 태오가 경찰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들었다. 태오는 그 틈에 마지막 조건을 붙였다.

“차량이 움직이면 반지를 넘기겠습니다. 세 번째 세단이 지하 차도 앞에 도착하는 순간입니다.”

남자는 허락을 구하듯 첫 번째 세단을 보았다. 안테나가 두 번 떨렸다.

“좋아. 하지만 네가 거짓말하면 가게 사람부터 죽는다.”

“여기엔 저 혼자입니다.”

“그럼 당신부터 죽겠군.”

태오는 웃지 않았다.

“그건 반지의 값을 너무 낮게 잡은 계산입니다.”

두 번째 세단이 먼저 움직였다. 경찰 승합차가 즉시 앞을 막았다. 차 형사가 지하 차도 입구에 도착하자 흰색 화물차의 릴레이 장비에서 고주파음이 터졌다.

남자가 판독기를 들여다보았다.

“신호가 바뀌었다.”

“가짜 신호를 쫓고 있으니까요.”

태오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반지를 가진 사람이 진짜 운반자라면 신호가 하나로 모여야 합니다. 지금처럼 세 군데로 찢어지는 건 누군가 승인 정보를 복제했다는 뜻이죠.”

그 말은 절반만 사실이었다. 신호가 찢어진 것은 태오가 가짜 반지 안쪽에 봉인재를 발라 두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상대가 스스로 채우도록 비워 두었다.

남자는 가짜 반지를 요구하며 창문 가까이 다가왔다. 태오는 뒷문 쪽을 확인했다. 경찰의 카메라는 앞 창문을 향했고 세단의 판독기는 창문과 지하 차도 사이를 훑고 있었다.

시선이 겹치는 곳은 단 한 군데였다.

태오는 가짜 반지를 창틀 위에 놓았다. 붉은 가루가 조명에 반사되었다.

“가져가세요.”

남자가 손을 뻗는 순간 북쪽에서 경찰차 한 대가 급하게 꺾어 들어왔다. 세 번째 세단이 피하려다 두 번째 세단의 앞범퍼를 들이받았다.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가 사거리 전체에 울렸다.

판독기가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세단 안에서 누군가 욕설을 내뱉었다.

신유경은 총을 뽑지 않은 채 차량 사이로 파고들었다.

“손 보여!”

세 줄 핀의 남자가 허리춤으로 손을 내리자 차 형사가 팔을 꺾었다. 경찰의 시선이 세단 쪽으로 몰렸다.

태오는 바로 그때 창틀의 가짜 반지를 손수건째 밖으로 밀어냈다. 반지는 충돌한 세단의 앞바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남자는 차 형사의 팔을 뿌리치며 바닥을 보았다. 판독기보다 반지를 먼저 찾는 눈이었다.

태오는 뒷문을 열었다.

섀도 엔틱 뒤편에는 오래된 민속품 수거 손수레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손수레 위에 방진포를 덮고 안쪽에 몸을 낮췄다. 진짜 사파이어 반지와 외장 암호화 칩은 셔츠 안쪽의 납작한 주머니에 넣었다. 진짜 장부의 마지막 페이지는 손수레 바닥의 이중판 아래 밀어 넣었다.

태오가 손수레를 밀고 골목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신유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태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이 무전을 보냈지?”

“그걸 확인하려면 먼저 세단부터 안전하게 세우십시오.”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거야?”

“물건이 움직이는 방향입니다.”

태오는 방진포 아래에서 손수레 바퀴를 한 번 들어 올렸다. 작은 턱을 넘으며 쇠바퀴가 삐걱거렸다. 신유경은 뒤쫓지 않았다. 그녀는 가게 안에 진짜 반지가 없다는 것을 아직 몰랐고 눈앞의 세단에서 더 큰 증거를 붙잡으려 했다.

골목 끝의 폐 유선 선로에는 새벽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태오는 수거 손수레를 버리고 지하 차도 옆의 서비스 계단으로 내려갔다.

흰색 화물차는 비어 있었다. 적재함 안에는 릴레이 장비와 납작한 빈 케이스만 남아 있었다. 케이스 안쪽에는 붉은 봉인재의 자국이 있었고 바닥에는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B-17

태오는 케이스의 경첩을 만졌다. 금속 표면에 남은 미세한 마찰흔은 차량에서 막 떼어 낸 흔적이었다. 진짜 H-09 케이스는 이미 이곳을 빠져나갔다. 이 화물차는 케이스가 지나간 길을 잠시 열어 둔 중계차였던 셈이다.

그의 단말기에 오복자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붉은 합금은 한빛 재단 보존실에서 쓰던 오래된 봉인재. 오늘 새벽 반출 흔적이 확실함. 가짜에 바르면 가까운 판독기가 먼저 반응할 것.

태오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계획은 맞았다. 가짜 반지는 가까운 판독기와 추적 장치를 모두 끌어당길 것이다. 회수조가 그것을 가지고 지하 차도로 들어가면 카르텔은 진짜 돈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하 차도 벽면에 이상한 흔적이 보였다. 오래된 노선 표지판 위에 검은 페인트가 덧칠되어 있었다. 태오는 손톱으로 표면을 긁었다. 아래에서 새로 새긴 글자가 드러났다.

B-17 / 02:10 / 9-B

그 시각과 코드는 이미 양피지와 전표에서 확인한 것과 같았다. 이제 남은 것은 장소였다.

태오는 케이스 안쪽의 빈 공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동시에 뒤쪽에서 차량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회수조가 지하 차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태오는 어둠 속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주머니 속 진짜 반지가 손등에 닿았다. 진짜 표식은 아직 그의 손에 있었다. 멀리서 가짜 반지의 붉은 가루를 따라온 판독기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거리에서는 신유경의 무전이 끊겼다.

“검은 세단 한 대가 지하 차도로 진입했다. 태오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태오는 어둠 속에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경찰은 가짜 열쇠를 쫓고 있었다. 회수조도 가짜 열쇠를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벽면의 표지판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럼 진짜 문은 B-17에 있겠군.”

태오는 서비스 계단을 따라 반대편 출구로 향했다. 오전 6시 18분. 50억의 물줄기는 한 번 더 갈라졌고 이번에는 그가 다음 갈래를 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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