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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덤 대장간의 마지막 불꽃2화

별무덤 대장간의 마지막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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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감찰관의 검

“그 검은 광산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왕실에 등록된 별철은 아니에요.”

라온은 그렇게 말하고서야 세린이 혼자 입구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기병들은 산길에 남아 있었다. 세린은 검은 천을 보지 않고 라온의 붕대를 살폈다.

“등록되지 않은 별철도 왕실 소유다. 채굴 허가 없는 광산에서 나온 금속은 전부 압수 대상이야.”

“그럼 왕실이 아직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물건까지 가져가겠다는 건가요?”

“그 물건 때문에 갱도가 무너지고 사람이 다쳤다. 조사할 책임이 있다.”

하겐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책임을 말하려거든 먼저 구조에 참여했어야지. 자네는 밖에서 말을 세워 놓고 사람을 심문하고 있군.”

세린의 눈매가 좁아졌다. 대꾸하는 대신 그녀는 허리의 검집을 풀어 부하에게 넘겼다.

“아직 붕괴 위험이 남았나?”

“입구 안쪽에서 움직임이 들렸다. 더 들어가면 위험해.”

“그럼 오늘은 압수하지 않겠다. 다만 해가 뜰 때까지 검을 대장간 안에 봉인해 둬. 내일 조사관과 함께 상태를 확인한다.”

“봉인은 누가 합니까?” 라온이 물었다.

“네가 할 수 있다면 네가 해. 스승이 책임질 수 있다면 스승이 해도 되고.”

세린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처음의 명령보다 물러선 것처럼 들렸지만, 그 눈은 여전히 검을 놓치지 않았다.

대장간 문을 닫고 하겐은 작업대를 비웠다. 검은 천을 풀지 않은 채 검을 가운데 놓고 주변에 철가루와 재를 원으로 뿌렸다. 그는 오래된 불씨각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 문양으로는 봉인 못 해요. 별철의 빛이 계속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네가 생각해야지.”

“아저씨는 전에 해 본 적 있죠?”

“한 번.”

“검은 왜 멈췄어요?”

하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대장간 안쪽 선반을 열어 얇은 청동판을 꺼냈다. 판에는 오래된 불씨각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라온은 구석의 파인 선이 기억 속 작업장 바닥에 있던 무늬와 닮았다는 걸 알아보았다.

“이 문양을 어디서 구했어요?”

“네 어머니가 남겼다.”

“어머니가 여기 있었어요?”

하겐은 청동판을 작업대에 놓았다. 대답을 미룬다는 뜻이었다. 라온은 붕대 감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스승이 모르는 척하는 게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검의 기억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필요했다.

“제가 직접 만져 볼게요.”

“안 돼.”

“기억을 보지 않으면 봉인을 못 만들어요.”

“네 감각은 아직 통제되지 않아. 두 번째로 보면 네가 본 게 기억인지 네가 원하는 장면인지도 구분 못 해.”

“그러면 방법을 알려 주세요.”

“지금은 네가 모르는 게 더 안전하다.”

라온은 참으려 했지만 입에서 말이 먼저 나왔다.

“아저씨가 숨긴 것 때문에 갱도에서 애들이 죽을 뻔했어요.”

하겐의 표정이 굳었다. 잠시 뒤 그는 붉게 달군 집게를 내려놓았다.

“맞다. 내가 숨긴 게 있다. 하지만 네가 지금 그걸 알아도 대답은 생기지 않아.”

작업대 위 검에서 아주 작은 떨림이 일었다. 라온은 검을 만지지 않았는데도 손바닥의 통증이 되살아났다. 별철은 마치 대화의 틈을 듣고 있는 듯했다.

라온은 종이와 먹을 가져와 검의 금을 그렸다. 눈으로 본 틈은 손잡이 가까이에서 시작해 칼등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기억 속 대장장이는 칼날을 감싸 안았지만, 실제 칼은 한 번도 완성된 적 없는 것처럼 부서져 있었다. 그는 기억을 복원하는 대신 현재의 상태를 기록하기로 했다.

“스승님, 이 검은 날이 아니라 칼등이 먼저 깨졌어요. 누군가 앞에서 오는 공격을 막다가 부러진 게 아닐 거예요. 안에서 힘이 밀려 나왔어요.”

하겐은 그제야 라온이 그린 선을 들여다보았다. 별철을 천 너머로 집게로 조금 돌려 보자, 칼등의 균열이 실제로 안쪽을 향해 벌어져 있었다.

“안에 갇힌 힘이 밖으로 나가려 했다는 뜻인가?”

“확실하진 않아요. 그래도 검을 닫아 버리면 압력이 다시 쌓일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지?”

라온은 청동판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불씨각은 네 모서리에서 가운데로 모이는 모양이었다. 그는 칼날의 금을 따라 문양을 새기면 힘을 다시 중심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칼날을 직접 깎으면 균열이 더 벌어질 수 있었다.

“검을 가두지 말고, 숨을 쉴 틈을 남겨야 해요.”

하겐은 잠시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별철을 감싸는 얇은 철틀을 만들기로 했다. 틀에는 네 개의 홈을 내고, 금속이 팽창할 때마다 약간씩 움직일 수 있도록 작은 간격을 남겼다. 하겐은 단단한 철을 골랐고 라온은 폐광에서 주운 녹슨 철편을 꺼냈다.

“그건 버릴 쇳조각이야.”

“기억 속 검도 새것이 아니었어요. 망가진 부분이 힘을 흘려보냈어요.”

“녹슨 철은 온도를 못 버텨.”

“그럼 덧대지 말고 홈에 끼워요. 힘이 닿으면 먼저 빠져나갈 만큼 얇게.”

하겐은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라온은 대장간 풀무의 바람을 줄였다. 불을 너무 뜨겁게 하면 별철의 빛이 칼날 전체로 번질 터였다. 그는 열을 조금씩 올려 철틀의 모서리를 붙였다. 첫 번째 접합부가 붙자 녹슨 조각은 힘을 잃고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칼날의 균열은 더 벌어지지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린이 약속한 시간보다 일렀다. 하겐은 작업을 멈추라고 했지만 라온은 마지막 홈을 남겨 둔 채 문을 열었다.

“그걸 지금 완성하려는 건가?” 세린이 물었다.

“검을 봉인할 거예요.”

“왕실 조사 전에 손대지 말라고 했다.”

“검을 그대로 두면 안쪽의 힘이 더 모여요. 갱도에서 멈춘 건 봉인이 아니라 잠깐 숨을 고른 거예요.”

세린은 칼날의 균열을 살폈다. “그 판단의 근거는?”

라온은 잠시 망설였다. 별철 기억을 말하면 그녀는 검을 압수할 명분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면 하겐의 경고를 어기는 셈이었다.

“제가 직접 본 건 아니고, 칼날이 깨진 방향과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고 판단했어요. 홈을 남기면 압력이 빠질 수 있습니다.”

그는 일부만 말했다. 세린은 그가 숨긴 부분을 알아챈 듯했지만 캐묻지 않았다.

“네가 틀렸다면?”

“제가 책임져요.”

“네 손 하나로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세린은 작업대에 다가와 철틀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기 검에서 가느다란 은합금 고리를 풀어 라온에게 건넸다.

“마지막 홈에 끼워. 왕실의 별철 감지 고리야. 이 검이 다시 반응하면 내가 먼저 알 수 있다.”

“검을 압수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아직은 조사 중이다. 고리를 받아도 네 결론이 맞았다는 뜻은 아니야.”

라온은 고리를 받았다. 차가운 은빛이 손바닥에 닿자 검 속의 불빛이 한 번 흔들렸다. 세린도 그 변화를 보았다.

“좋아. 내일 해가 뜰 때까지 지켜보자.”

그녀는 문 앞에 남아 감시를 맡았다. 라온은 은합금 고리를 마지막 홈에 끼우고 숨을 내쉬었다. 검의 금 사이에서 새어 나오던 빛은 가라앉았다. 그러나 청동판의 문양에는 한 줄이 더 나타났다. 라온은 그것이 글자인지 균열인지 알 수 없었다.

라온은 검을 집게로 들어 올려 작업대 한쪽에 옮겼다. 세린은 고리의 변화를 살폈고, 하겐은 대장간 안의 도구를 하나씩 확인했다. 감지 고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지하 계단이었지만, 불빛은 검에서 나오지 않았다.

“검을 봉인해서 반응이 옮겨 간 걸 수도 있어요.”

“그 말은 네 추측이지.”

세린은 라온이 열어 둔 풀무 쪽으로 움직였다. 그녀가 고리를 가까이 가져가자 불꽃은 오히려 낮아졌다. 지하로 향할 때만 금속이 달아올랐다.

“아래에 별철이 있습니까?”

하겐은 입을 다물었다.

세린은 그 침묵을 답으로 받아들였다. “감찰관으로서 아래를 조사해야 합니다.”

“붕괴 구간이라 못 들어가.”

“방금 검으로 봉인할 방법을 찾았다고 했잖아요. 위험을 알면서 조사에서 손을 떼라는 겁니까?”

하겐의 얼굴에 노기가 올랐다. “네가 모르는 곳이다. 그 안에는 왕실이 아니라 사람을 먹는 게 있어.”

“사람을 먹는다고요?” 라온이 물었다.

“표현이 과하다는 걸 알지만, 그 아래로 내려간 광부 셋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들을 찾으러 간 네 어머니도—”

하겐은 말을 멈췄다. 대장간 안이 조용해졌다. 라온은 어머니의 이름을 듣고도 바로 묻지 못했다. 스승의 목소리에 후회가 아니라 두려움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거기서 사라졌어요?”

하겐은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막았어야 했다.”

세린의 손이 검집을 찾듯 허리로 갔다가 멈췄다. 그녀는 감찰관의 명령서와 고리를 번갈아 보았다. 왕실은 별철의 위치를 추적하라고 했지만, 아래의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사람이 사라졌다면 조사해야 해요.” 라온이 말했다.

“오늘은 안 돼.” 하겐이 단호하게 잘랐다. “갱도가 무너졌고 네 손은 다쳤다. 너희 둘 다 잠을 자야 해.”

“제가 내려간다는 말 안 했어요.”

“그 표정이 말하고 있다.”

세린은 라온 앞에 서서 계단을 막았다. “네가 따라오면 체포하겠다. 현장 접근 권한이 없다.”

“그럼 허가를 내 주세요. 제가 본 걸 설명하겠습니다.”

“본 게 뭔데?”

라온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기억에 본 여자가 어머니라고 단정할 증거는 없었다. 자신이 본 장면을 사실처럼 말하면 세린이 믿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직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세린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게 가장 위험한 종류의 확신이야.”

대장간 바깥에서 바람이 불었다. 불씨각 아래에 놓인 재가 한쪽으로 쓸려 갔다. 라온은 검의 빛이 아니라 바닥의 방향을 보았다. 재는 계단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틈새로 차가운 공기가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겐은 문을 걸어 잠갔다. “내일 아침까지 아무도 내려가지 않는다.”

세린은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감지 고리를 장갑에 끼우고 문가에 섰다. “해가 뜨면 제가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둘은 여기 남아 있어요.”

라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붕대를 감은 손은 아팠지만, 계단 밑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마찰음을 분명히 들었다.

그 순간 세린의 감지 고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검 말고 다른 별철이 반응하고 있어.”

그녀의 시선은 대장간 바닥 아래, 폐광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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