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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덤 대장간의 마지막 불꽃3화

별무덤 대장간의 마지막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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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봉인보다 먼저 꺼지는 것

세린의 감지 고리가 달아오른 순간, 지하 계단에서 돌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이어 대장간 벽의 철못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작업대 위 검이 천을 뚫고 빛났다.

“밖으로 나가!” 하겐이 외쳤다.

라온은 반사적으로 도엘과 형을 문 쪽으로 밀었다. 세린은 계단 앞에 서서 검을 뽑았다. 그녀의 칼끝에 맺힌 서리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언가 올라오고 있어.”

“문 닫아!” 하겐이 소리쳤다.

세린은 계단의 철문을 잡아당겼지만,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힘이 너무 컸다. 문이 틀어지며 한쪽 경첩이 빠졌다. 라온은 작업대의 철틀을 들어 계단 입구에 끼우려 했다. 그러나 그 틀은 별철 검을 감싸기 위한 것이었다. 입구를 막기에는 짧았다.

“검을 들고 내려가야 해요.”

“다친 손으로?” 세린이 물었다.

“검이 저걸 멈추게 했어요.”

하겐이 라온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본 기억이 맞다는 보장 없어.”

“지금 확인하지 않으면 문이 열려요.”

“내가 간다.”

“스승님은 오른손이 안 좋아요.”

“그래서 네가 가겠다고?”

라온은 대답 대신 검을 집게에 물었다. 별철의 열이 천을 통해 손가락에 닿았다. 손바닥의 통증이 퍼졌지만 이번에는 기억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검의 무게와 떨림을 느꼈다.

세린이 철문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말했다.

“감찰관 명령이다. 먼저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아래는 내가 확인한다.”

“그러면 문이 버티지 못해요.”

“네가 틀리면 모두가 다친다.”

라온은 세린의 말을 들었다. 그는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로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잠시 망치를 내려놓고 주변을 살폈다. 문은 바깥으로 열리게 설계되어 있었고, 아래에서 밀리는 압력은 한쪽 경첩에 집중되고 있었다.

“문을 닫으려 하지 말고, 열리는 쪽을 바닥에 고정해요.”

“그걸 어떻게 해?” 하겐이 물었다.

“철틀의 홈을 문 아래에 끼우고, 반대쪽을 기둥에 걸어요. 힘이 분산되면 잠깐은 버틸 겁니다.”

세린은 즉시 자기 검의 칼집을 풀어 지렛대로 삼았다. 하겐은 두꺼운 쇠못을 문틀에 박았다. 라온은 철틀을 바닥에 놓고 홈의 방향을 조정했다. 별철 검이 틀 안에서 울렸지만 그는 칼날을 누르지 않았다. 틈을 남기고 움직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틀이 자리를 잡자 문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압력이 기둥과 바닥으로 분산됐다. 경첩이 더 벌어지지 않았다. 문틈은 손바닥만큼 열렸지만, 그 사이로 들어온 서리는 더 이상 대장간 안쪽으로 번지지 않았다.

“몇 분은 버틸 거야.” 세린이 말했다.

라온은 하겐을 돌아보았다. “저와 세린 감찰관이 내려가서 안쪽을 확인할게요. 스승님은 이 문을 지켜 주세요.”

“내 허락 없이 계획을 정하겠다는 거냐?”

“허락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하겐은 분노한 얼굴로 라온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 망치를 쥐고 문 옆에 섰다.

“세린, 저 녀석이 앞서가면 목덜미를 잡아.”

“그건 제 판단으로 하죠.”

두 사람은 등불과 로프를 챙겨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는 광산 갱도와 달랐다. 벽은 검게 그을렸고 바닥에는 동그란 홈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누군가 오래전부터 사람의 발걸음이 아닌 다른 움직임을 기록한 것 같았다.

세린은 감지 고리를 낮게 들었다. 고리가 가리키는 방향은 더 깊은 곳이었다. 라온은 칼날을 천에 싼 채 들었다. 기억을 다시 보지 않으려 했지만, 칼이 진동할 때마다 손끝이 과거의 망치 소리를 떠올렸다.

첫 번째 방에는 비어 있는 무기 거치대가 줄지어 있었다. 각 거치대 아래에는 이름을 새길 자리만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방은 천장이 무너져 길을 막았다. 돌 틈 사이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이 빛, 검과 같아요.”

“그럼 별철이 더 있다는 뜻이야.”

세린은 돌에 손을 대지 않고 금속봉으로 틈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 그녀는 라온에게 눈짓했다. 둘은 돌을 옆으로 밀어 좁은 통로를 열었다.

통로 끝에는 둥근 방이 있었다. 바닥 중앙에 검은 돌기둥이 솟아 있었고, 표면에는 별자리 모양의 홈이 파여 있었다. 기둥의 밑동에는 누군가의 장갑 한 짝이 얼어붙어 있었다. 라온은 장갑의 손목 안쪽에서 낡은 이름표를 발견했다.

하겐의 필체였다.

그 이름표에는 ‘마레나’라고 적혀 있었다. 라온은 그 이름을 알았다.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그 사람이 네 어머니야?” 세린이 물었다.

“네.”

기둥 안쪽에서 작은 빛이 일었다. 라온은 다가가지 않으려 했지만, 손바닥의 붕대가 뜨거워졌다. 세린이 팔을 잡았다.

“기억을 보는 게 네 능력이라면, 대가가 뭔지 먼저 알아야 해.”

“지금은 어머니의 물건이 있어요.”

“그게 더 위험하다는 뜻이야.”

라온은 그녀의 손을 떼어 내지 않았다. “저 혼자 만지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세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은 장갑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가죽이 부서지며 손가락 사이로 검은 가루가 흘렀다.

기억은 짧았다. 젊은 하겐과 한 여자가 별자리 기둥 앞에 서 있었다. 여자는 기둥에 손을 대고 말했다.

“봉인을 닫으면 별이 꺼져요. 열어 두면 겨울이 올라오고요.”

“그럼 다른 길은?” 젊은 하겐이 물었다.

“검을 만들지 말고, 불을 나눠야 해요. 각자의 화덕을 하나의 심장으로 잇는 거예요.”

장면은 거기서 끝났다. 라온은 바닥에 손을 짚었다. 숨이 가빠졌다. 세린이 어깨를 받쳤다.

“정신 차려. 뭐가 보였지?”

“봉인은 완전히 닫으면 안 돼요. 불을… 나눠야 한다고 했어요.”

세린은 얼어붙은 기둥을 살폈다. 별자리 홈 하나가 어둡게 꺼져 있었다. 그 자리에 검의 빛이 닿자 서리가 물러났다. 그러나 기둥의 다른 쪽에서 검은 선이 새로 뻗어 나왔다.

“검을 더 가까이 대면 저 선이 사라질까요?”

“해 봐야 알겠지. 하지만 그 전에 이 기둥이 무엇을 막는지 알아야 해.”

세린은 방의 바깥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별자리 홈들은 서로 이어져 있었지만 한 곳에서 끊겼다. 꺼진 홈은 하나뿐인데도 반대편에 균열이 난 까닭은, 힘이 한쪽으로 몰린 탓일 수 있었다. 라온은 검을 세게 누르지 않고 홈과 같은 방향으로 기울였다. 검의 빛이 홈 안으로 조금 흘러들었다.

검은 차갑게 울었다. 라온의 손가락이 저려 왔다. 균열이 손톱만큼 좁아졌지만 검은 돌기둥에서 더 많은 빛을 끌어당겼다. 라온은 즉시 칼끝을 뺐다.

“이대로 계속하면 검이 빛을 전부 빨아들일 거예요.”

“그럼 다른 홈에 나눠야지.” 세린은 허리에서 감지 고리를 풀어 두 번째 홈에 댔다. “이건 금속을 감지하는 장치야. 전도는 못 해도 연결을 찾을 수는 있어.”

고리는 두 홈 사이에서 떨리며 낮은 소리를 냈다. 라온은 바닥에 떨어진 장갑의 금속 버클을 집었다. 그는 버클을 첫 번째 홈과 두 번째 홈 사이에 끼웠다. 금속 조각은 맞지 않았고, 힘을 주자 깨졌다.

“재료가 부족해요.”

세린은 자기 검집의 은장식을 풀어 주었다. 라온은 그것을 받고도 바로 끼우지 않았다. 별철과 닿으면 그녀의 장비가 망가질 수 있었다.

“이건 왕실 장비잖아요.”

“지금 여기에 왕실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면 뭐가 필요하겠어?”

라온은 얇은 은장식을 세 조각으로 잘랐다. 홈 사이를 모두 연결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두 곳만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었다. 세린이 장식을 내어준 것은 허락이었지만, 라온은 그걸 마음대로 다 쓰지 않기로 했다. 한 조각은 남겨 그녀의 감지 고리에 다시 끼웠다.

“이제 검을 대요.”

“균열이 더 커지면 바로 빼겠습니다.”

“내가 널 붙잡고 있을게.”

라온이 칼을 홈에 대자 별빛이 얇은 금속 다리를 건넜다. 첫 번째 홈의 빛은 조금 어두워지고 두 번째 홈이 희미하게 살아났다. 검은 더 이상 기둥의 힘을 한꺼번에 빨아들이지 않았다. 균열도 천천히 좁아졌다.

“됐어.” 세린이 말했다.

그러나 빛이 세 번째 홈으로 옮겨 가자 라온은 두 손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은장식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연결을 끊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세린이 그를 끌어당기고 검을 홈에서 떼어 냈다. 금속 다리가 떨어지며 바닥에 튀었다.

잠깐의 안정은 얻었지만 방 전체의 힘을 고칠 수는 없었다. 라온은 기둥의 맨 아래에 새겨진 작은 홈을 발견했다. 다른 홈과 달리 아래쪽 홈은 대장간 불씨각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건 검을 꽂는 자리가 아니에요.”

“그럼 무엇을 넣는 자리야?”

“불을 연결하는 자리요. 어머니는 검을 만들지 말고 불을 나누라고 했어요.”

라온은 아래쪽 홈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자신의 기억은 그 뜻을 설명하지 못했고, 성급히 고치면 다시 균열을 넓힐 수 있었다. 대신 그 모양을 종이에 그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방을 안정시키고, 어머니가 남긴 설계의 나머지를 찾는 것이었다.

세린은 기둥의 표면을 읽어 보려다 고개를 저었다. “명령문이 아니라 제작 표시 같아. 하나만 더 연결하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누가 남긴 기록인지 모른다.”

“그래도 단서가 생겼어요.”

“단서가 생겼다고 다음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어.”

그녀의 말에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번에는 혼자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방의 상태를 기록하고, 별철이 반응한 순서를 종이에 남겼다. 세린은 균열이 커지는 동안 보인 차가운 바람의 방향을 표시했다. 기록을 마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출구로 향했다.

“이건 봉인이 풀린 게 아니야.”

세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기둥 뒤 벽이 갈라지며 어두운 틈이 나타났다. 틈 속에서는 별빛이 아니라, 별들이 사라진 밤하늘이 보였다.

그 순간 위층에서 하겐이 망치를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문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한꺼번에 꺼졌다.

검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라온아, 네가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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