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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의 교양 수업에 낙제란 없다13화

대마법사의 교양 수업에 낙제란 없다

대마법사의 교양 수업에 낙제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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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취소표 대란

아스테리아 아카데미 본관 2층 복도는 동이 트기도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교무처 수강 관리계 창구 앞 긴 복도 양옆으로 수백 명의 학생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었다.

벽면의 마도 게시판 한가운데에는 굵은 마력 활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교양 101: 마법 기초의 이해]
[담당 강사: 엘리안 폰 로젠크로이츠]
[수강 정원: 30명 / 현재 등록: 22명 / 잔여 공석: 8석]

"밀지 마라! 내가 새벽 종소리 전부터 줄을 섰단 말이다!"

"3학년 전공 필수까지 철회하고 달려왔는데 무슨 소리야!"

복도 곳곳에서 거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학기 초만 해도 교양 101은 졸업 학점이나 채우려는 열등생들이 듣던 비인기 과목이었다.

하지만 전날 대강당에서 벌어진 학생 재현 시험의 소문은 밤새 아카데미를 뒤흔들었다.

만년 낙제생인 레온 카터가 단 1단위의 불씨로 5클래스 관통창을 산산조각 냈다. 전완부 경련으로 고통받던 헤이든 발몬트가 손목의 힘을 빼는 것만으로 고위 마법의 중심축을 꺾어 넘겼다.

기득권 학회가 절대적 진리로 떠받들던 표준 공식을 정면으로 박살 낸 결과였다.

수백 명의 목격담에 시험관들의 공인 인장까지 찍혔으니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어이, 레온 카터!"

복도 한구석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마법학부 2학년 귀족 학생 코린이 레온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금화 50닢이 든 가죽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이걸 줄 테니 지금 당장 교양 101 수강 철회서를 내라."

평민 가정의 1년 치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는 거금이었다.

코린이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너 같은 평민이 요행으로 성공했다고 마법사가 된 줄 아나? 얌전히 이 돈 챙겨라. 남은 학기는 우리 같은 정통 전공생들이 들어가야 마땅하니까."

주변의 전공생들도 침을 삼키며 레온을 둘러쌌다.

하지만 레온은 코린의 굳은 손목과 경직된 어깨 근육을 묵묵히 응시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엉터리 공식에 짓눌려 저렇게 팔을 떨고 있었다.

"거절하겠습니다."

"뭐라고? 금화 50닢이다! 평민 녀석이 분수를 모르고……!"

"손목 안쪽이 저리지 않으십니까?"

"……뭐?"

"무리하게 3클래스 불꽃을 유지하려다 매일 밤 손가락 끝이 마비되실 겁니다. 돈으로 남의 자리를 사신다고 해도 그 비틀린 흐름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코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의 고질적인 결함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이 어디서 훈계질이야!"

코린이 주먹을 쥐려는 순간 서늘한 목소리가 복도를 갈랐다.

"거기까지 하시죠, 발트 영식."

플래티넘 블론드 헤어를 정돈한 시엘 라인하르트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학생회 공인 감사 수첩이 들려 있었다.

"학칙 제14조 2항. 금전이나 위력으로 타인의 수강 권리를 침해하거나 철회를 강요하는 행위는 정학 처분 사유입니다. 손에 든 금화 주머니를 당장 집어넣지 않으시면 징계위원회에 정식 회부하겠습니다."

시엘의 루비빛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수석 영애가 직접 나서자 귀족 학생들은 슬그머니 길을 비켰다.

코린은 이를 갈며 주머니를 챙겨 물러섰다.

헤이든이 레온의 어깨를 툭 쳤다.

"잘했다, 레온. 금화 1천 닢을 준다고 해도 우리 수업을 넘길 수는 없지."

시엘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합니다. 교무처장실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교양 101 담당 강사 연구실 안은 은은한 박하 향과 홍차 내음으로 가득했다.

엘리안은 낡은 책상에 앉아 찻잔을 천천히 기울이고 있었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의 흑발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벌컥!

문이 열리며 교무처 학사운영관 루카스가 땀범벅이 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품에는 양피지 뭉치가 가득 안겨 있었다.

쿵!

"정원 외 특별 수강 신청서입니다! 아침 6시부터 접수된 것만 400장이 넘었습니다! 3, 4학년 전공 수석들부터 상급 귀족 자제들까지 전부 강사님의 수업에 넣어달라고 난리입니다!"

루카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학장님께서도 특별 승인을 내리셨습니다.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고 강의실도 본관 대강당으로 배정하라는 지시입니다! 강좌 지원금도 다섯 배를 책정해 주신다고 합니다!"

수백 명의 대형 강의를 맡는 순간 정교수 승진과 명성이 보장되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엘리안의 반응은 건조했다.

"거절합니다. 정원 확대는 없습니다."

"강사님! 200명입니다! 전교생의 3분의 1이 줄을 섰습니다!"

"내 수업은 구경거리를 파는 유랑 극단이 아닙니다. 학생 한 명의 셋째 호흡이 어디서 걸리는지도 확인하지 못하면서 200명을 모아놓고 무슨 수업을 하겠다는 겁니까?"

엘리안의 서늘한 푸른 눈동자가 루카스를 꿰뚫어 보았다.

"한 사람의 마력 궤적과 근육의 긴장을 직접 눈으로 짚어주지 못할 바에는 강의를 열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그것이 내 원칙입니다."

루카스는 숨이 막히는 위압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연구실로 들어선 시엘이 서류철을 내밀었다.

"학사관님. 실습 마법 안전 규정 제9조에 따르면 술자의 마력 순환을 직접 교정하는 과목은 교수 1인당 담당 인원이 30명을 넘을 수 없습니다. 무리하게 200명을 수용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교무처에서 책임지시겠습니까?"

루카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전날 5클래스 마법이 산산조각 나던 광경을 떠올린 탓이었다.

"정원은 원래 공고된 30명으로 동결합니다. 잔여 공석은 단 8석뿐입니다."

시엘이 못을 박았다. 루카스는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밖에는 400명이 넘게 몰려 있습니다. 고작 8명만 뽑겠다면 대체 무슨 기준으로 선발한단 말입니까?"

엘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기준은 내가 직접 정합니다."


대강의동 앞 광장은 수백 명의 학생들로 메워져 있었다.

'정원 30명 유지, 추가 선발 8명'이라는 공고문이 붙자마자 광장은 발칵 뒤집혔다.

"8명이라고?! 경쟁률이 50대 1이 넘잖아!"

학생들의 아우성이 빗발칠 때 회색 로브를 입은 엘리안이 걸어 나왔다. 그의 뒤에는 시엘이 검은 목제 상자 하나를 들고 따랐다.

웅성거리던 광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대강당에서 베르나르를 꺾었던 그 강사였다.

군중 속에서 은박 자수 로브를 입은 남학생 하나가 걸어 나왔다.

마법학부 3학년 전공 차석이자 셀커크 백작가의 후계자 브라이언이었다.

"엘리안 강사님."

브라이언이 오만한 턱을 치켜들며 추천서를 내밀었다.

"학부 수석 교수진의 추천서와 제 지난 학기 실기 성적표입니다. 정원이 8석뿐이라면 당연히 학문의 정점에 가까운 전공 엘리트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브라이언의 손끝에서 4클래스 화염 마력이 피어올랐다.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려는 몸짓이었다.

엘리안은 멈추어 서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력을 더 끌어올려 보아라."

브라이언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며 화염 마력을 응축했다.

"오른쪽 어깨가 2인치 올라갔다."

엘리안의 건조한 목소리가 광장에 울렸다.

"고위 서클을 흉내 내려고 쇄골 아래 2번 순환선을 쥐어짜고 있군. 마력이 닫힌 틈을 억지로 누르고 있으니 4클래스 마법을 세 번 전개하면 오른쪽 갈비뼈 안쪽이 타는 듯이 아플 텐데. 내 말이 틀렸나?"

브라이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타오르던 불꽃이 맥없이 꺼졌다.

"그, 그걸 어떻게……."

"네 성적표나 가문의 추천장은 내 수업에서 휴짓조각만도 못하다."

엘리안은 시엘이 든 검은 상자를 가리켰다.

"마법은 신분증을 보고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혈통이나 오만함으로 마력을 비틀어대는 자는 내 강의실 문턱을 넘을 자격이 없다."

엘리안의 시선이 학생들을 차례로 훑었다.

"교양 101의 추가 선발 과제를 공지하겠다. 내일 아침 8시까지 이 상자에 양피지 한 장을 제출해라. 주제는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마법적 실패에 대한 관찰과 해체'다."

광장이 술렁였다.

"분량은 정확히 10줄 이내로 제한한다. 실패의 원인을 마력 부족 탓으로 돌리거나 촉매 탓을 하는 자, 환경과 운을 핑계 대는 자는 첫 문장에서 즉시 파쇄한다. 자신의 실수를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하는 자는 배울 자격도 없다."

엘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

"상자는 내일 아침 정각에 봉인한다. 이상이다."

그의 수수한 로브 자락이 사라질 때까지 광장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전공 수석도 명문 귀족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밑바닥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드러낸 자만이 8자리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학생들은 가방에서 깃펜과 양피지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마법학부 본관 4층.

와장창!

크리스털 유리잔이 벽난로 모서리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빌어먹을 놈들!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

베르나르 교수가 핏발 선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 탁자 위에는 정규 세미나 수강 취소 신청서 수십 장이 널브러져 있었다.

펠릭스가 문가에서 몸을 떨었다.

"내 세미나를 듣던 놈들이 죄다 그 사기꾼 강사의 교양 수업에 줄을 서고 있단 말이다! 학부 전공생 절반이 취소표를 구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어!"

전날 대강당의 굴욕은 그의 학문적 권위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표준 공식의 창시자라는 명성은 이제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분명 그자가 학생들의 몸에 사술 결계를 심어둔 거다."

베르나르가 서랍을 거칠게 열었다. 검은 가죽 서류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펠릭스. 한 달 뒤에 있을 아카데미 중간평가…… 전공 대항전의 실기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한다."

"대항전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그건 학부 고학년 전공생들의 실전 모의전인데……."

"교양 수강생 놈들도 전공 학점을 인정받으려면 이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규정을 수정해서 교양 101 수강생 전원을 실전 대항전 강제 참가 명단에 올려라."

베르나르의 입가에 흉측한 미소가 걸렸다.

"온실 같은 강의실에서 투사구 마력이나 건드리던 놈들이 실전 전투 마법사들의 화망 앞에서도 그따위 불씨 장난질을 칠 수 있을지 똑똑히 보여주마. 학부 이사회와 제국 마법 학회의 참관관들 앞에서 그 사기극을 처참하게 짓밟아버리겠다."

펠릭스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준비하겠습니다."


어둠이 내린 교양 101 강의실.

은빛 달빛이 교탁 위를 비추고 있었다.

시엘은 낮 동안 광장에 두었던 검은 목제 상자를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 틈새로는 이미 수백 장의 양피지가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강사님. 제출 마감까지 아직 반나절이나 남았는데 벌써 300장이 넘었습니다."

엘리안은 붉은 잉크가 든 만년필을 꺼내 들며 담담하게 상자를 바라보았다.

"거짓으로 꾸며낸 반성문이 절반은 넘겠지."

"그래도 읽어보실 겁니까?"

"당연히 읽는다. 자기기만과 핑계가 섞인 문장은 첫 줄만 봐도 피비린내가 나거든."

강의실 뒤편에서는 레온과 헤이든이 칠판에 적힌 세 줄 공식을 노트에 적으며 복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두 소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엘리안의 시선이 출석부로 향했다.

기존 22명에 더해질 새로운 8명의 이름.

"취소표를 얻었다고 좋아할 것은 없다. 내 수업에 들어온 순간부터 진짜 지옥이 시작될 테니까."

엘리안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출석 체크에서 셋째 숨을 놓치거나 과제에서 남의 생각을 훔쳐 적는 자는 첫 주에 가차 없이 F학점이다."

달빛 아래에서 붉은 만년필 끝이 서류 위를 날카롭게 가르기 시작했다.

교양 101의 진정한 문턱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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