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의 교양 수업에 낙제란 없다

10화: 1클래스의 반쇄
소강당 입구에는 평소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있었다.
베르나르 교수가 엘리안에게 공식 대련을 신청했다는 소문은 하룻밤 사이 아카데미 전체로 번졌다. 5클래스 수석교수가 3클래스로 보이는 임시 강사를 공개적으로 꺾겠다는 이야기에 학생들은 수업도 잊은 채 복도를 가득 메웠다.
시엘은 입구에서 명단을 확인했다. 참관석과 기록석을 나누고 마력 측정구의 봉인까지 확인했다.
"강사님. 대련 서약서에 적힌 조건은 동일한 마력량과 세 번의 기록입니다. 상대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제가 중지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공격이 오면 반쇄하면 된다."
엘리안은 낡은 회색 로브의 소매를 정리했다.
"오늘은 수업이다. 학생들이 볼 것이 많으니 기록을 빠뜨리지 마라."
베르나르는 이미 중앙 결투장에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펠릭스와 전임 교수들이 줄지어 섰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강제 퇴출 대신 조용히 내보내 주지."
"대련 전에 항복을 권하는군. 자신이 질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나?"
베르나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늘 네가 쓰는 모든 마법은 기록관이 감정한다. 비인증 공식이나 외부 아티팩트가 확인되면 즉시 무효다."
"좋다. 대신 네 표준식도 같은 측정구에 기록해라. 실패했을 때 마력 낭비를 숨기지 못하도록."
대련을 감독하던 기록관이 두 사람의 서약서에 차례로 인장을 찍었다. 베르나르는 자신만만하게 손을 들었다.
"그럼 시작하지."
그의 영창이 소강당을 울렸다.
베르나르의 주변에 푸른 마력이 모여들었다. 첫 박자에서 바닥에 원형 진형이 생겼고 둘째 박자에 세 겹의 회전 고리가 그 위에 겹쳐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5클래스 관통창이다. 저건 방어 결계를 세 겹이나 뚫는 마법이야."
레온은 감탄보다 측정구를 먼저 보았다. 수치는 빠르게 치솟았다.
마력 소모 41단위.
엘리안은 결투장 한쪽의 칠판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분필로 짧은 세 줄을 적었다.
불씨를 모은다.
흐름을 잇는다.
형태를 고정한다.
"지금부터 베르나르 교수의 마법에서 흐름이 어디로 새는지 본다."
"쓸데없는 수업은 그만둬라!"
베르나르가 손을 내질렀다. 푸른 관통창이 굉음과 함께 날아왔다. 창끝이 지나간 자리의 공기가 갈라졌고 소강당의 보호 결계가 크게 흔들렸다.
시엘은 학생들 앞에 방어막을 펼쳤다. 하지만 엘리안은 손을 들지 않았다.
"넷째 박자."
그가 말하는 순간 베르나르의 창이 한 차례 비틀렸다. 곧바로 뒤따른 다섯째 보정 고리가 그 비틀림을 억지로 붙잡았다.
"충돌을 보십시오. 넷째 박자에서 방향을 바꾸고 다섯째에서 그 흔들림을 누릅니다."
엘리안은 분필 끝으로 칠판의 두 선을 교차시켰다.
"이후의 보정은 강한 마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만든 실수를 감추는 데 쓰입니다."
관중석의 교수들이 술렁였다. 베르나르는 이를 악물었다.
"말장난으로 시간을 벌 셈이냐!"
관통창이 엘리안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엘리안은 그제야 손가락을 들었다.
손톱만 한 불씨가 피어났다.
"1클래스 기초 마법."
누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레온은 불씨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알아보았다. 시엘은 측정구 수치를 확인하고 숨을 삼켰다.
마력 소모 1단위.
엘리안은 불씨를 밀어내지 않았다. 관통창이 지나올 길 앞에 불씨를 놓고 손목을 아주 조금 기울였다.
불씨가 세 줄의 흐름으로 갈라졌다. 하나는 중심을 향했고 둘은 창의 회전 고리를 따라갔다.
"불꽃으로 막는 것이 아니다. 길을 바꾸는 것이다."
불씨가 관통창의 넷째 박자에 닿았다.
쨍!
거대한 창 전체에 금이 갔다. 푸른 빛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결투장 밖으로 새어나간 마력은 없었다. 엘리안의 불씨가 창의 중심축을 꿰뚫고 지나간 순간 마법은 스스로 접히기 시작했다.
관통창은 엘리안의 어깨 앞에서 수십 개의 빛 조각으로 흩어졌다.
소강당이 조용해졌다.
베르나르는 멍하니 손을 내려다보았다.
"말도 안 돼. 1클래스 마법은 5클래스의 외곽도 긁지 못한다."
"클래스는 마력량의 등급이지 공식의 결함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다."
엘리안은 칠판의 두 선 사이에 작은 점을 찍었다.
"네 마법은 힘이 약해서 진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든 벽에 부딪혀서 무너진 거다."
베르나르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곧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첫 번째 마법이 우연히 맞물렸을 뿐이다. 이번에는 진짜 5클래스를 보여주마!"
펠릭스가 급히 다가왔다.
"교수님. 서약서에는 마법 세 번이라고 되어 있지만 안전 한계를 넘기면……."
"입 다물어라!"
베르나르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부풀었다. 소강당의 벽에 새겨진 보호 문양이 붉게 달아올랐다.
시엘이 앞으로 나섰다.
"기록관님. 안전 한계를 확인해 주십시오."
"측정구가 이미 경고를 냈습니다. 발동을 중지해야 합니다."
베르나르는 경고를 무시하고 두 번째 영창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관통창의 외곽에 열두 개의 보정 고리가 생겼다. 앞선 실패를 고치려는 듯 고리를 더한 것이었다.
엘리안은 한숨을 쉬었다.
"오류를 더 많이 덮는다고 공식이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그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레온. 네 기록에서 손목이 멈췄던 지점은 어디였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셋째 숨 뒤 손목 안쪽입니다. 밀어 넣으면 반동이 생겼습니다."
"맞다. 베르나르 교수의 마법도 같은 방식이다. 흐름이 막히자 더 세게 밀고 있다."
관통창이 완성되었다. 이번 것은 첫 번째보다 두 배는 컸다.
"잘 보아라! 이것이 학부의 정통 마법이다!"
베르나르가 팔을 휘둘렀다.
엘리안은 두 번째 불씨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영창조차 하지 않았다.
불씨가 창에 닿기 전부터 열두 개의 보정 고리가 차례로 떨리기 시작했다. 엘리안이 손가락을 접자 불씨의 한 줄이 넷째 박자의 방향 전환을 거꾸로 따라갔다.
고리 하나가 꺼졌다.
두 번째 고리가 첫 번째의 빈자리를 메우려다 서로 부딪혔다.
쿵!
관통창의 중심에서 폭음이 일었다. 베르나르의 마력이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그는 비명을 삼키며 지팡이를 놓쳤다.
엘리안은 손바닥을 펴서 남은 빛을 바닥의 안전 진형 안에 눌러 넣었다.
"수업 중 폭발은 감점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마법은 완전히 사라졌다.
측정구의 최종 수치가 떠올랐다.
베르나르 마력 소모 97단위.
엘리안 마력 소모 1단위.
반쇄 성공.
학생들 사이에서 뒤늦은 함성이 터졌다. 레온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적었던 ‘멈추면 밀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눈앞의 대련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시엘은 기록석으로 달려가 수치를 봉인했다.
"두 번째 시연도 동일합니다. 외부 아티팩트 반응 없음. 엘리안 강사의 마력 소모는 1단위이며 반쇄 지점은 베르나르 교수의 넷째 박자입니다."
"거짓말이다!"
베르나르가 소리쳤다.
"저자는 금지된 아티팩트를 썼다. 감정구가 틀렸거나 조작된 것이다!"
시엘은 봉인된 측정구를 들어 올렸다.
"측정구는 교수님이 직접 준비했고 봉인도 교수님이 확인했습니다. 대련 서약서와 기록 원본에는 교수님의 서명이 있습니다."
기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차례의 수치가 일치합니다. 부정 도구의 흔적도 없습니다."
베르나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엘리안은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칠판 아래에 새 문장을 적었다.
오늘의 과제: 상대 공식의 붕괴 지점을 세 군데 표시할 것.
"강사님. 지금 대련이 끝난 것 아닙니까?"
레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끝났다. 그래서 과제를 내는 거다. 본 것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면 구경한 것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허겁지겁 양피지를 꺼냈다. 방금 전까지 베르나르의 마법을 두려워하던 눈빛이 분석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시엘이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대련 결과와 측정 기록은 학부 서고와 교양 101 기록실에 각각 보관하겠습니다. 어느 쪽도 임의로 이관하거나 폐기할 수 없습니다."
베르나르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학부 공식 검증회를 요구하겠다. 그 자리에서 네놈의 사술을 전부 벗겨 주마."
"좋다."
엘리안은 분필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네가 준비한 마도구도 전부 공개해라. 검증할 것이 늘어나서 과제 분량이 많아지겠군."
베르나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펠릭스와 교수진을 거느리고 소강당을 빠져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무거웠다.
학생들이 떠난 뒤 시엘이 기록 봉투를 품에 안았다.
"강사님. 정말 1클래스 마법 하나로 충분하셨습니다."
"충분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기초 수업이니까."
엘리안은 칠판을 바라보았다. 세 줄 공식 아래에 학생들의 분석선이 빽빽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대련이었지만 수업 목표는 달성되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학부 서기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안 강사님! 학부에서 공식 검증회 소집 통지서가 도착했습니다. 개최일은 사흘 뒤입니다!"
엘리안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사흘이라. 과제 제출 기한과 겹치는군."
시엘이 조용히 웃었다.
"이번에는 제가 기록을 지키겠습니다."
엘리안은 한숨을 내쉬며 분필을 들었다.
"좋다. 그럼 다음 수업은 검증회 준비다. 전원 결석 없이 참석하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