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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공학자의 전설 무기 공방6화

마도 공학자의 전설 무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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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시험 사격의 조건

공방 문이 부서질 듯 덜컹거리며 먼지가 쏟아졌다.

쾅! 쾅! 쾅!

“문 열어! 안에 있는 거 다 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거칠었다.

마라가 화덕 옆에서 시커멓게 그을린 쇠막대를 바짝 움켜쥐었다.

“스승님. 어제 그 감시자일까요?”

“아니야. 훔쳐보던 놈은 발소리를 숨겼어. 저건 대놓고 들이받는 놈이다.”

이안은 작업대 위의 묵직한 쇠집게를 오른손에 쥐었다. 붕대 감긴 왼손을 가슴에 붙여 무게 중심을 낮췄다.

쿵!

문짝이 한 번 더 안쪽으로 휘청였다. 낡은 나무 빗장이 비명을 질렀다.

이안은 마라에게 물러서라는 눈짓을 보낸 뒤 문 앞으로 다가가 빗장을 풀었다.

끼이익.

문이 반 뼘쯤 열리자마자 억센 가죽 장화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시큼한 술 냄새와 기름때 찌든 악취가 훅 끼쳤다.

문틈 너머로 흉터투성이 얼굴을 한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채업자 바르톨 밑에서 일하는 수금 왈패 가르크였다.

“살아 있었네? 빗장까지 걸어 잠그고 튈 준비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

가르크가 어깨로 문을 밀어젖히려 했다. 이안은 쇠집게 끝을 문틀 틈새에 단단히 박아 넣고 버텼다.

“사흘 기한이다. 바르톨 상회와 쓴 차용증에는 아직 이틀이 남아 있어.”

이안의 목소리는 식은 재처럼 건조했다. 가르크의 눈썹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기한? 이 바닥에서 그딴 종잇조각이 무슨 소용이야? 북부 전선에 철값이 뛰어서 고철이라도 긁어가야겠거든. 당장 은화 세 닢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화덕부터 엎어 버린다!”

가르크가 문을 걷어차며 발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이안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가르크가 반동으로 휘청거리며 작업장 안으로 발을 헛디뎠다.

“화덕을 엎겠다고?”

이안이 턱짓으로 작업대 위를 가리켰다.

등불 아래 놓인 석궁 두 자루가 차가운 쇳빛을 뿜어냈다. 활대 몸체 중앙에는 뚜렷한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날개를 펼친 매와 세 자루의 창. 카르딘 경비대의 공식 군용 인장이었다.

가르크의 숨소리가 뚝 멎었다.

“……저게 왜 여깄어?”

“카르딘 성벽 경비대에서 공식 반출된 군용 무기다.”

이안은 쇠집게 끝으로 가르크의 가슴팍을 겨누었다.

“손가락 하나라도 닿으면 사채 압류가 아니라 군용물 무단 훼손 및 군율 위반이다. 전달병과 헌병대가 네놈 목을 성벽에 매달 텐데 그래도 발을 들이겠나?”

가르크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렀다. 민간인을 쥐어짜는 것과 정규군의 군수품을 건드리는 것은 목숨의 무게가 달랐다.

“너…… 하급 대장장이가 군용 석궁을 손댄다고? 헤르만 공방도 아니고 네놈이?”

“의뢰인은 내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아. 고쳐 내면 그만이지.”

이안은 서늘한 눈빛으로 가르크를 못 박았다.

“이틀 뒤 정오에 와라. 그때까지 은화 여든 닢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방 바닥의 흙이라도 긁어가도 좋다. 하지만 지금 내 작업을 방해해서 군납을 망치면, 경비대장실에 네놈과 바르톨의 이름부터 넘기겠다.”

가르크는 이를 바득 갈며 뒷걸음질 쳤다.

“……두고 보자. 사흘째 되는 날 정오 종이 울리자마자 이 공방 서까래까지 뜯어낼 테니까!”

침을 뱉은 가르크가 황급히 골목 밖으로 등을 돌렸다.


쿵.

이안은 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 잠갔다.

마라가 참았던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진짜 헌병대를 부를 생각이었어요?”

“부르기 전에 저놈이 먼저 물러날 걸 알았으니까.”

이안은 작업대로 돌아왔다. 창밖 붉은 노을이 지붕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서둘러.”

마라가 벌떡 일어나 고글을 고쳐 썼다.

두 번째 석궁의 룬 홈 역시 원통형 연마봉으로 매끄럽게 교정되어 있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0.1밀리미터의 단차도 남지 않았다.

이안은 마라가 다듬어 둔 대칭형 강철 고리를 꺼냈다. 탄소 함량이 일정한 동일한 철판을 두드려 만든 부품이었다.

“잡아.”

마라가 활대를 누르자 이안이 고리를 결속부에 밀어 넣었다.

찰칵.

완벽한 맞물림이었다. 흔들림도 삐걱거림도 없었다. 이안은 렌치로 나사를 조이며 좌우 장력을 균일하게 맞췄다.

마라가 시위를 천천히 당겨 걸쇠에 걸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대가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멈췄다. 한쪽으로 비틀리던 응력이 사라지고 양끝이 수평을 이루었다.

“……소리가 안 나요.”

마라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억지로 버티던 쇠는 비명을 지르지만 제자리를 찾은 쇠는 침묵한다.”

이안은 마석 홈에 하급 마석 조각을 밀어 넣었다.

지잉.

청명한 푸른빛이 활대 전체로 부드럽게 퍼졌다. 마나 병목이 사라지자 검은 연기나 불꽃은 전혀 없었다.

“완성이다.”

마라가 두 석궁을 가죽 자루에 담아 끈을 묶었다.

“스승님. 두 자루면 은화 열두 닢이죠? 그 돈으로 뭘 할 거예요? 밀가루랑 석탄부터 사요? 아니면 바르톨에게 일부라도 갚을까요?”

“둘 다 아니야.”

이안은 낡은 외투를 걸치며 고개를 저었다.

“열두 닢으로 여든 닢의 빚을 막을 수는 없어. 다음 무기를 만들려면 돈보다 더 큰 것을 얻어내야 한다.”

“돈보다 큰 거요?”

“사격장.”

마라의 눈이 커졌다.

“군용 사격장을 우리가 왜요?”

“우리가 만들려는 건 석궁이 아니야. 배수관으로 만들 단발 발사기다. 마석 가루를 압축해 격발하는 무기를 골목길에서 쐈다가는 이단 고발을 당하거나 체포돼.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압력을 측정할 사격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안은 자루를 어깨에 멨다.

“경비대 놈들에게 그 자리를 내놓게 만들 거다.”


경비대 성벽 뒤편의 훈련장은 차가운 황혼에 젖어 있었다.

벽면을 따라 짚단 과녁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바닥에는 병사들의 군화 자국이 찍혀 있었다.

창고 관리병은 팔짱을 낀 채 훈련장 구석 벤치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전달병이 서 있었다.

탁.

이안이 가죽 자루 두 개를 나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약속한 시간 안에 가져왔습니다.”

관리병이 턱을 치켜들며 비웃음을 흘렸다.

“시간은 맞췄군. 하지만 하급 대장장이가 하루 만에 손본 걸 어떻게 믿고 쓰겠소? 겉만 닦아 놓고 은화를 챙기려는 수작이라면 경을 칠 줄 아시오.”

“직접 쏴 보면 압니다.”

이안이 자루의 끈을 풀고 첫 번째 석궁을 꺼냈다.

매끄럽게 뻗은 강철 활대와 대칭으로 결속된 금속 고리가 저녁노을을 받아 붉게 번뜩였다. 정돈된 외형에 전달병의 눈빛이 달라졌다.

관리병이 뒤편 순찰병을 부르려 하자 이안이 손을 들어 가로막았다.

“전달병 나리가 쏘십시오. 이 석궁이 쏠 때마다 오른쪽으로 얼마나 비틀렸는지, 손등으로 튀던 마나 잔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가장 잘 아는 분이지 않습니까.”

전달병은 잠시 망설이다가 석궁을 받아 들었다.

묵직한 석궁이 손에 안착하자 전달병의 눈썹이 꿈틀했다.

“……무게 중심이 완전히 바뀌었군.”

그는 능숙하게 장전 레버를 당겼다. 걸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삐걱거리는 저항감이 사라져 있었다.

전달병이 화살을 거치대에 올리고 사격선에 섰다. 40보 거리에 세워진 두꺼운 철테 짚단 과녁이 시야에 들어왔다.

훈련을 정리하던 경비병 서너 명이 흥미로운 듯 모여들었다.

전달병이 호흡을 가다듬고 방아쇠를 당겼다.

채앵!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청명한 푸른 섬광이 활대 끝에서 번쩍였다. 검은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았다.

쉬익! 콰창!

화살은 일직선으로 허공을 갈라 40보 밖 과녁의 붉은 정중앙을 그대로 꿰뚫었다. 철테 안쪽에 박힌 화살촉이 짚단 뒤쪽 통나무 지지대까지 깊숙이 쪼개 버렸다.

훈련장에 정적이 흘렀다.

전달병은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매번 손목을 저리게 만들던 거친 반동이 없었다. 시위가 털리며 활대가 흔들리던 고질적인 진동도 완전히 사라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마나 병목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이안이 차분하게 말했다.

“룬 홈의 오차를 0.1밀리미터 이내로 연마해 마나가 활대 전체에 균일하게 전달됩니다. 낭비되던 마나가 화살을 온전히 밀어냈으니 관통력도 사거리도 늘어난 겁니다.”

관리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침을 삼키며 쏘아붙였다.

“우, 우연일 뿐이오! 60보 과녁을 쏴 보시오! 두 번째 석궁으로!”

전달병은 말없이 두 번째 석궁을 집어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이미 의구심 대신 강렬한 기대가 서려 있었다. 화살을 재고 60보 밖 가장 먼 과녁을 겨누었다.

채애앵!

또 한 번의 맑은 파열음이 사격장을 뒤흔들었다.

바람을 가른 화살은 60보 과녁 한가운데에 정확히 꽂혔다. 첫 번째 석궁보다 먼 거리였음에도 탄착군은 흔들림 없이 중앙을 관통했다.

모여 있던 경비병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 거리에서 짚단을 뚫고 기둥까지 박혔어!”

“새로 보급된 제식 석궁보다 반동이 덜하잖아?”


관리병은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헤르만 공방의 장인들이 손을 댔다가 포기하고 고철 취급했던 무기였다. 그런 흉물이 하급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 제식 무기를 뛰어넘는 명품으로 변해 있었다.

전달병이 석궁을 내려놓으며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전율이 번져 있었다.

“……완벽하오. 완전히 새로 태어난 무기요.”

관리병은 쏟아지는 시선에 얼굴을 붉히며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은화가 부딪히는 짤랑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탁.

관리병이 주머니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가져가시오. 약속대로 수리비 은화 열두 닢이오. 이제 물러나시오.”

마라가 손을 뻗으려 할 때 이안이 손바닥으로 은화 주머니를 지그시 눌렀다.

이안의 시선은 관리병의 눈을 향하고 있었다.

“돈은 정당한 대가이니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 두 자루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관리병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요?”

“경비대 창고에 룬이 틀어지고 활대가 뒤틀려 썩어가는 석궁과 노포가 수십 자루는 더 쌓여 있을 텐데요.”

이안의 지적에 관리병의 턱이 굳었다. 창고의 부실한 재고 관리는 상부에 알려지면 문책을 피할 수 없는 약점이었다.

“그걸 네놈이 다 어쩌겠다고?”

“모두 오늘처럼 완벽하게 고쳐 드리겠습니다. 수리 비용도 길드 장인들이 요구하는 금액의 절반만 받지요.”

관리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길드의 절반 가격에 이런 성능으로 골칫덩이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엄청난 치적이 될 터였다.

“……조건이 뭐요? 공짜로 그런 제안을 할 리는 없을 텐데.”

“은화 외에 다른 대가를 요구합니다.”

이안은 사격장 바닥의 두꺼운 흙벽과 방호 목책을 가리켰다.

“내가 공방에서 제작할 새로운 무기의 시험 사격을 이 공식 사격장에서 진행할 권리를 주십시오. 훈련이 없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을 비워주면 됩니다.”

관리병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뭐, 뭐라고? 감히 민간 하급 대장장이가 군용 사격장을 사유 시험장으로 쓰겠다고? 군율을 뭘로 보고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거요!”

“망발이 아닙니다. 경비대는 무기를 살리고 나는 안전한 시험대를 얻는 지극히 공정한 거래입니다.”

이안은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맞받았다.

그때 사격장 뒤편 높은 석조 회랑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하급 대장간 놈이 제 분수도 모르고 군의 사격장을 내놓으라 지껄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쿵. 쿵.

묵직한 철갑 장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화려한 금빛 문양이 새겨진 흉갑 위에 짙은 감청색 망토를 두른 사내였다.

카르딘 경비대장이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탁자 위의 석궁과 이안의 얼굴을 오만하게 훑어 내렸다.

사격장 안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굳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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