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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상단 후계자의 황금 독점4화

망나니 상단 후계자의 황금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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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신호를 훔친 밤

두 번째 쇠망치 소리가 공방의 벽을 울렸다.

카일의 손이 원형기의 구리 고리를 움켜쥐었다. 고리 안쪽의 푸른빛이 세 번 짧게 떨리고 한 번 길게 늘어졌다.

“저 신호를 멈춰야 하오.”

“밖에서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멈추지?”

“내 장치가 받아들이는 길을 끊는 거요.”

카일은 탁자 밑에서 납작한 쇳조각을 꺼냈다. 가운데에는 세 개의 짧은 홈과 하나의 긴 홈이 파여 있었다.

레온의 시선이 홈에 걸렸다. 잔향석 상자 안쪽에서 보았던 선과 같은 배열이었다. 같은 사람이 새겼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

“그걸 어디서 얻었지?”

“내 스승의 연구실 벽에서 떼어 냈소. 신호 간격을 맞추는 기준판이지.”

정문 너머에서 집행인의 고함이 터졌다.

“카일 로데릭! 원형기와 잔향석을 인도하라. 불응하면 봉인 집행으로 간주한다!”

마리안이 계약서를 가슴 안쪽에 넣었다.

“집행인이 장치 이름까지 알고 있습니다. 채무 목록에 장치가 적혀 있었습니까?”

카일은 입술을 다물었다. 원형기는 공방 재산 목록에 등록된 적이 없었다. 전매국에서 자격을 박탈당한 뒤부터는 그가 숨겨 보관한 연구 도구였다.

레온은 공방 안을 훑었다. 정문은 쇠사슬로 막혀 있었고 뒷문은 나무판 하나로 가려져 있었다.

“카일. 원형기에서 떼어 낄 수 있는 부분만 챙겨.”

“분해하면 다시 조립하는 데 사흘이 걸리오.”

“사흘 뒤에도 살아 있어야 조립하지.”

카일의 눈빛이 날카롭게 흔들렸다.

“원형기는 내가 들고 가겠소. 기록과 표본은 당신들이 챙기시오.”

로웬이 받침대를 들어 올리려 하자 레온이 막았다.

“카일이 들어. 어떻게 넘어지면 망가지는지 아는 사람은 카일뿐이다. 로웬은 길을 열어.”

로웬은 불만스러운 얼굴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안은 계약서와 검은 봉인 조각을 장부 가방에 넣었다.

정문이 크게 흔들렸다. 붉은 봉인 빛이 문짝 틈으로 번졌다.

카일은 고리 뒤쪽의 구리선 두 가닥을 뽑았다. 푸른빛이 약해졌지만 바늘은 계속 세 번 떨고 한 번 멈추기를 반복했다.

“완전히 끊은 게 아니오. 고장이 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거요.”

“왜?”

“밖의 장치가 우리가 사라진 걸 알아차리면 안 되오.”

레온은 그제야 외부 신호의 성격을 알아챘다. 누군가는 파동을 보내고 돌아오는 미약한 떨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마리안. 표본 주머니를 나눠.”

“실험에 쓴 두 개와 남은 세 개로 말입니까?”

“빈 주머니도 하나 만든다. 돌가루만 넣어.”

로웬은 바닥의 가루를 천 주머니에 쓸어 넣었다. 레온은 세 개의 표본을 외투 안쪽에 넣고 실험에 쓴 두 개는 마리안에게 맡겼다.

뒷문을 가린 판자가 뜯겨 나갔다. 젖은 돌계단과 폐수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입니다.”

일행이 계단으로 내려가는 순간 정문이 부서졌다. 공방 안에서 발소리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레온은 마지막으로 원형기를 돌아보았다. 바늘이 세 번 짧게 움직였다. 네 번째 움직임은 길었다.

공방 밖에서도 같은 간격의 금속음이 돌아왔다.


폐수로의 돌벽 사이로 빗물이 가늘게 흘렀다. 카일이 원형기를 안은 채 계단을 내려서자 금속이 벽에 부딪혔다.

“조심해!”

로웬이 그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위쪽에서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뒷문으로 나갔습니다!”

로웬은 어둠을 살폈다.

“염색장이 버려진 곳으로 갑니다. 안쪽 통로는 좁지만 놈들이 모르는 길입니다.”

“출구는?”

“옛 계량소 쪽에 하나 있습니다.”

레온은 공방 쪽에서 번지는 푸른빛을 보았다.

“염색장 입구 앞에 주머니를 떨어뜨려.”

마리안이 멈췄다.

“표본을 미끼로 쓰실 겁니까?”

“돌가루뿐이다. 몇 분만 벌면 된다.”

로웬이 주머니를 물웅덩이에 던졌다. 안쪽에서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곧 집행인 둘이 골목으로 튀어나왔다.

“이쪽입니다. 표본 냄새가 납니다.”

그들이 염색장으로 달려간 사이 일행은 반대편 벽을 따라 몸을 낮췄다. 한 집행인의 외투 아래로 검은 금속 조각이 드러났다. 세 개의 짧은 홈과 하나의 긴 홈이 새겨진 판이었다.

레온의 머릿속에 창고 상자와 어두운 마차가 겹쳐졌다. 누군가 종이를 접으며 같은 선을 긋고 있었다. 목소리는 떠오르지 않았다.

“레온?”

마리안이 낮게 부르자 그는 정신을 차렸다.

“간다.”

염색장 안은 젖은 천과 식은 염료 냄새로 가득했다. 로웬이 썩은 나무통을 밀어 길을 만들었다. 카일의 숨이 거칠어졌다.

“원형기를 내려놓읍시다. 고리가 흔들릴 때마다 신호가 새고 있소.”

“그러면 고리를 접어.”

“복구할 수 없소.”

“잡히면 복구할 필요도 없어.”

카일은 이를 악물고 원형기 옆면의 나사를 풀었다. 로웬이 장치를 받쳤고 마리안이 작은 마력등을 바닥에 비췄다.

공명판이 떨어지는 순간 공방 쪽 신호가 끊겼다.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바깥에서 고함이 들렸다. 카일은 분리한 판을 외투에 감쌌다.

“이제 저들은 마지막 반응을 찾을 거요.”

레온은 판 가장자리에 낀 검은 가루를 보았다.

“그럼 반응을 남긴 사람이 누군지 찾는다.”


염색장 뒤의 폐수로는 막혀 있었다. 로웬이 녹슨 격자를 들어 올리자 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한 사람씩 기어갈 수 있습니다.”

카일은 공명판 끝에 붙은 납작한 구리선을 떼어 냈다. 구리선 끝은 못처럼 생겨 벽 틈에 박혀 있었다.

“이게 신호를 보낸 장치요. 공방에서 낸 파동을 듣고 되받아 확인한 거요.”

마리안이 장부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집행 명령 작성 시각이 오늘 해 지기 전입니다. 저희가 공방에 들어간 뒤가 아니라 출발하기 전입니다.”

레온은 명령서 끝의 문장을 읽었다. 표본 다섯 개라는 수량이 적혀 있었다.

“공방에서는 우리가 표본을 챙긴 걸 알 수 없었어.”

“저는 금고 기록을 본 사람을 세 명으로 제한했습니다. 저와 도련님 그리고 창고장뿐입니다.”

마리안은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과거에 전매국 감사관에게 상단의 재고 변동을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빚을 갚기 위한 조건이었어요. 표본 봉인 수량까지 적지는 않았습니다.”

로웬의 얼굴이 굳었다.

“전매국에 상단 속을 보여줬다는 말입니까?”

“정식 양식으로만 보고했습니다. 오늘의 유출과 같은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단정하지 않는다. 확인할 거다.”

레온은 마리안의 손에서 계약서를 빼앗지 않았다.

“누구를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문서가 어느 손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카일은 검은 봉인 조각을 살폈다.

“전매국 봉인은 아니오. 은이 아니라 철과 흑연에 가까운 합금이오. 신호를 흡수하려고 만든 물건이지.”

“홈의 배열은?”

“내 스승의 연구실 규칙이오. 공개된 적은 없소. 연구실을 뒤진 사람이 기록에서 봤을 가능성은 있지.”

카일은 공명판 조각을 내밀었다.

“이건 내가 보관하겠소.”

“원본 분석은 당신이 한다. 하지만 흔적의 사본은 우리도 가진다.”

“또 소유권을 나누자는 말이오?”

“장치와 흔적은 다르다. 흔적을 혼자 숨기면 다음 집행인이 더 쉽게 빼앗는다.”

카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공명판의 작은 조각을 레온에게 건넸다.

“기록은 공동으로 남기시오.”

그들은 차례로 격자 아래를 기어갔다. 뒤에서 쇠갈고리가 격자를 긁었지만 추격자는 좁은 수로에 들어오지 못했다.

옛 계량소 출구로 빠져나왔을 때 동쪽 하늘이 검푸르게 밝아지고 있었다.


하렌 상단 본점의 후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로웬이 손을 들어 일행을 세웠다.

“누군가 열고 닫았습니다. 이 문을 쓰는 인부는 없습니다.”

손잡이에는 검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레온은 외투 속 공명판 조각과 번갈아 확인했다.

본점 안은 어두웠다. 창고 쪽에서 인부들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지만 장부실 쪽에는 마력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마리안은 표본 보관함 앞에서 멈췄다.

“봉인끈이 바뀌었습니다.”

붉은 왁스는 그대로였지만 매듭이 달랐다. 그녀가 묶은 두 겹의 고리가 한 겹으로 바뀌어 있었다.

로웬은 창문 아래를 살폈다.

“발자국은 두 사람분입니다. 하나는 가죽 장화고 하나는 천 밑창입니다.”

레온은 열두 상자를 둘러보았다. 한 상자가 다른 것보다 조금 앞으로 나와 있었고 바닥에는 잔향석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상자를 열었다면 가루를 안쪽으로 쓸어 넣었을 거다. 급하게 다시 밀어 넣은 흔적이야.”

마리안의 손이 장부 위에서 굳었다.

“누군가는 공명 장치를 알고 있었고 본점의 봉인까지 만졌습니다.”

“그래서 네 보고 경로부터 확인한다. 네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창고 쪽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인부들이 교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웬이 낮게 말했다.

“내일 아침 급료를 물어볼 겁니다. 현금이 없다는 말은 더 못 숨깁니다.”

마리안이 장부를 펼쳤다.

“필요한 금액은 은화 열여덟 닢입니다. 현재 현금은 은화 일곱 닢과 금화 한 닢입니다.”

“잔향석으로 대신 지급하는 안은?”

“인부들은 그 돌을 시장에 팔 수 없습니다.” 로웬이 잘라 말했다. “가족에게 가져가도 식량으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레온은 외투 속 돌을 만졌다. 공명 장치는 아직 창고와 본점을 연결하지 못했다. 압류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물건으로 급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마리안이 그를 보았다.

“그럼 부족한 열한 닢은 어디서 마련하시겠습니까?”

레온은 창고의 잔향석을 바라보았다. 전매국은 불량품이라 판정했고 중개상들은 절반 가격으로 가져가려 했다. 그렇다면 돌을 직접 쓸 사람을 찾아야 했다.

“아침 장터를 연다.”

“잔향석을 팔겠다는 겁니까?”

“돌만 팔지 않는다. 분실 방지나 창고 호출처럼 당장 시험할 수 있는 작은 용도를 묶어 판다.”

로웬이 팔짱을 꼈다.

“하룻밤 사이에 누가 그런 물건을 사겠습니까?”

“그래서 시장을 먼저 만든다.”

레온이 빈 장부를 펼치는 순간 장부실 바깥에서 봉인 막대가 부딪혔다.

“하렌 상단. 황실 전매국 임시 조사다.”

마리안의 손이 멈췄다. 새벽이 오기도 전에 다음 손님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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