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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10화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아포칼립스 마트 사장은 갑질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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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환불은 안 됩니다]

총구를 내리는 손님

철혈 요새 정찰대의 무전기에서 잡음이 길게 흘렀다.

[3조장, 현장 상황을 보고하라. 보충 주기와 후방 저장 구역을 확인했나?]

최기석은 도진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목표 시설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내부 진입 인원은 아직 없다.”

[협상이 아니라 조사다. 재고가 무한하다면 원천을 찾아야 한다. 병사 세 명을 들여보내 매대와 출입 동선을 확인해. 필요하면 보급품을 확보한다.]

무전이 끊기자 최기석이 장갑차를 향해 손을 들었다. 포수가 기다렸다는 듯 기관포를 조금 더 낮췄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전량 보급을 허가해라. 네가 가진 물과 식량은 군이 관리해야 한다.”

도진은 카운터 위의 가격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가격표에 전량이라는 글자는 없습니다.”

“밖에는 총이 있다.”

“안에는 거래 규칙이 있습니다.”

윤설희가 손님들을 세 번째 통로 뒤로 이동시켰다. 박순자는 민우를 품에 안고 쌀죽 진열대에서 멀어졌다. 사람들의 발은 굳어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도망치지 않았다.

설희가 입구 옆 안내판을 세웠다.

“기관포가 정문을 겨누는 동안에는 신규 입장을 받지 않습니다. 외부 병력이 조준을 풀고 무기를 내리면 거래를 재개합니다.”

“네가 군인에게 영업 조건을 걸겠다는 건가?”

“손님에게는 같은 조건을 적용해야 합니다.”

설희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문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철이 정문 안쪽에서 빈손을 내보였다.

“총구부터 치워라! 여기서 겁을 줘야 물 한 병이 나오는 줄 아나?”

그는 장갑차 뒤쪽의 병사들을 가리켰다. 헬멧 아래로 드러난 입술은 갈라져 있었고 허리의 수통은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배고픈 놈들 밥 먹이는 법은 안다.”

병사 하나가 최기석에게 낮게 말했다.

“조장님. 수통이 정말 바닥났습니다.”

“명령을 기다려라.”

도진은 그 대화를 놓치지 않았다. 병사들은 총을 들고 있었지만 지금 마트를 움직이는 것은 총이 아니었다. 빈 수통과 마른 목구멍이었다.

“한 번 더 제안하죠.”

도진이 유리문을 열지 않은 채 말했다.

“무기를 보관함에 넣고 번호표를 받으세요. 한 사람당 생수 두 병과 즉석식 한 개를 팝니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군 전체가 고작 그 정도를 받으라고?”

“군 전체가 아니라 손님 세 명입니다. 오늘도 세 명씩 입장하는 날이니까요.”

최기석의 눈꺼풀이 꿈틀했다. 도진은 군의 체면도 장갑차의 위협도 가격표보다 아래에 두고 있었다.

보관함에 들어간 총

가장 뒤에 있던 병사가 천천히 소총을 벗었다.

“제가 먼저 맡기겠습니다.”

“이름.”

“문상철 상병입니다.”

“총기와 탄창을 분리하세요. 탄약도 전부 따로 올립니다.”

문상철은 최기석을 바라보다가 탄창을 뽑았다. 금속이 빠지는 작은 소리가 기관포보다 크게 울렸다.

마트 안쪽 벽면에서 철제 보관함이 밀려 나왔다.

[무장 물품 임시 보관]

[반환 조건: 정상 거래 종료, 위반 기록 없음, 직원 확인]

[강제 진입·협박·물품 탈취 시 보관품 환불 불가]

문상철이 소총과 탄창을 넣자 보관증이 출력됐다.

[군용 소총 1정, 탄창 3개, 실탄 27발]

[보관료: 2P 또는 외부 안전 정화 노동 30분]

최기석이 헛웃음을 흘렸다.

“총을 맡기는 데 포인트까지 내라고?”

“보관함도 매장 설비입니다. 공간을 쓰려면 값을 내야죠.”

“군 명령서로 대신한다.”

“명령서는 포인트가 아닙니다.”

도진은 보관증 아래를 가리켰다.

“오늘은 첫 거래라 보관료를 따로 청구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환불은 안 됩니다.”

“뭐?”

“지금은 무료라는 뜻이 아닙니다. 위반하면 반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두 병사도 소총을 내려놓았다. 최기석은 끝까지 권총집에 손을 얹고 버텼다.

“지휘관 무기까지 맡기라는 건가?”

“지휘관은 손님보다 안전해야 합니까?”

도진의 시선이 권총집에 머물렀다.

“정문 안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 손님입니다. 계급표는 결제 수단이 아니고요.”

밖에서 병사들의 시선이 최기석에게 모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권총과 예비 탄창을 꺼냈다.

보관함이 닫히자 붉은 표시가 사라졌다. 자동문이 열렸다.

“세 명만 들어오세요. 최기석 조장은 밖에서 대기합니다.”

“내가 지휘관이다.”

“그래서 더 늦게 들어오셔야 합니다. 부하들이 먼저 규칙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자리니까요.”

생수 두 병의 거래

문상철과 두 병사가 번호표를 받아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의 눈은 생수 진열대로 곧장 향했다.

문상철은 병 하나를 집었다. 차가운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그는 눈을 감고 병을 이마에 댔다.

“집에서 마시던 물 같다.”

옆의 병사가 핫컵라면을 집으려 하자 설희가 손을 들었다.

“즉석식은 한 분당 하나입니다. 생수는 두 병까지입니다.”

“상자째로 살 수는 없습니까?”

“상자째 결제는 안 됩니다.”

세 병사는 각자 생수 두 병과 쌀죽 한 그릇을 골랐다. 도진은 카운터 위에 가격표를 세웠다.

“한 사람당 7포인트입니다. 각자 결제하세요.”

문상철이 작은 회색 코어를 내놓았다. 옆의 병사들은 빛이 거의 꺼진 하급 코어와 녹슨 정비용 금속 조각을 꺼냈다.

[환산 가능 자원 확인]

세 사람이 가진 코어와 금속이 차례로 포인트로 바뀌었다. 문상철의 금속은 희귀 합금으로 인정되어 모자란 금액을 채웠고 다른 두 병사도 각자의 코어로 7포인트씩 지불했다.

[정상 결제 3건 완료]

결제가 끝나자 따뜻한 쌀죽 세 그릇이 카운터 위에 놓였다.

가장 젊은 병사가 뚜껑을 열었다. 김이 얼굴을 덮자 그는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숨을 떨구었다.

“천천히 먹어.”

설희의 말에도 병사는 첫 숟갈을 급하게 삼켰다. 기침이 터지고 눈물이 맺혔다. 문상철이 등을 두드렸지만 병사는 그릇을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따뜻해서.”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이 조용해졌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쌀죽 한 그릇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총을 내려놓고서야 얻은 첫 끼였다.

도진은 감상에 빠지는 대신 병사들의 시선을 살폈다.

문상철은 죽을 먹으면서도 벽면과 진열대 사이의 거리를 재고 있었다. 다른 병사는 생수 매대의 빈자리를 확인하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들의 눈은 손님보다 정찰병에 가까웠다.

설희가 수첩에 조용히 적었다.

‘상품 수령보다 진열대 관찰 시간이 긴 인원 2명.’

그때 병사 하나가 생수 매대 뒤쪽으로 돌아가려 했다. 카운터에서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도진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진열대가 반 발짝 움직이며 병사의 앞을 막았다.

“손님 구역은 여기까지입니다.”

“화장실을 찾고 있었습니다.”

“마트에 화장실은 없습니다.”

“저쪽 문은 뭡니까?”

병사가 가리킨 것은 직원 출입증이 있어야 열리는 좁은 문이었다.

“직원 구역입니다. 상품을 산 대가로 내부 구조까지 제공하지 않습니다.”

문상철이 병사의 팔을 잡았다.

“그만해. 물과 죽을 받았으면 나가자.”

그 순간 최기석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울렸다.

[내부 인원, 보충 간격을 확인하라. 생수 한 병이 빠진 뒤 매대가 채워지는 시간을 재라.]

마트 안의 표정이 굳었다. 도진은 카운터 위의 영수증을 접었다.

“최기석 조장. 구매한 물건은 가져가도 됩니다. 하지만 조사는 별도 상품입니다.”

거래서의 마지막 줄

최기석이 정문 앞까지 다가왔다. 무기를 맡겼지만 표정은 지휘관이었다.

“마트의 보충 주기는 공공 안전과 관련된 정보다. 군이 확인할 권리가 있다.”

“권리는 포인트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네가 군의 작전을 방해하면 이 거리 전체가 봉쇄된다.”

“그럼 봉쇄 비용을 먼저 계산하죠.”

도진이 손을 들자 정문 유리에 새 창이 떠올랐다.

[철혈 요새 정찰대 거래 기록]

[정상 결제: 3명]

[무기 보관: 4정]

[영업 방해 기록: 기관포 조준, 내부 조사 시도]

[다음 방문 심사: 거래 기록 및 외부 위반 기록에 따라 제한]

최기석은 창을 읽고 입술을 깨물었다.

“병사들은 물을 샀다. 거래는 끝났으니 무기를 돌려줘라.”

“아직 아닙니다.”

“왜?”

“보관증에 적혀 있지 않습니까. 정상 퇴장과 위반 기록 없음 확인 뒤 반환입니다.”

도진은 보관함을 가리켰다.

“조사 명령은 위반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기관포가 내려가고 외부 병력이 삼십 미터 뒤로 물러나면 반환 심사를 시작하죠.”

“내 부하들의 총을 인질로 잡겠다는 건가?”

“손님이 맡긴 물건을 약속대로 보관하는 겁니다.”

“물건을 먹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돈을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총을 맡긴 뒤 명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즉시 찾아갈 수도 없고요.”

최기석의 무전기에서 급한 목소리가 터졌다.

[3조장, 본대가 20분 내 도착한다. 추가 보급품 확보 전까지 현장을 유지하라.]

도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본대가 오기 전에 물러날 생각이 아니었다. 여기서 손님과 병사를 묶어 둘 생각이었다.

도진이 새 거래서를 꺼냈다.

“다음 거래를 원하면 세 가지 중 하나를 가져오세요.”

“정제된 코어, 외부 정화 노동 기록, 또는 마트 손님을 보호한 실적.”

“군이 네 심부름꾼이 될 것 같나?”

“그럼 다음 거래는 없습니다.”

장갑차 위 기관포가 다시 움직였다. 손님들 사이에서 비명이 나왔다. 설희는 곧장 사람들을 안전선 안쪽으로 물렸다.

[외부 무기 조준 재감지]

[소속 세력 방문 제한 심사 조건 충족까지 1회]

“총구를 내리세요.”

최기석은 무전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부하 세 명은 이미 쌀죽을 다 먹고 빈 그릇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기관포가 아니라 보관함에 머물렀다.

최기석은 결국 손을 들었다.

“기관포, 상향.”

총구가 하늘을 향했다.

“외곽 병력은 삼십 미터 뒤로 물러난다.”

붉은 경고창이 한 단계 옅어졌다.

“이제 반환 심사를 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보관료도 받습니다.”

“얼마나?”

“총 한 정당 2포인트. 아니면 외부 정화 노동 삼십 분.”

최기석은 굳은 얼굴로 장갑차를 돌아보았다. 병사들은 물병을 품에 넣고 있었다.

그는 명령서를 펼쳤다가 천천히 접었다. 종이는 여전히 깨끗했지만 아무런 값도 되지 못했다.

“오늘 거래는 본대에 보고하겠다.”

“보고는 자유입니다.”

도진은 보관함의 잠금 장치를 눌렀다.

“다만 환불은 안 됩니다.”

정찰대가 세 병의 물과 세 그릇의 죽을 들고 장갑차로 돌아갔다. 무기는 아직 마트 안에 남아 있었다.

장갑차가 골목을 빠져나갈 때 무전기에서 희미한 말이 흘러나왔다.

[보급 주기 확인 실패. 후방 구조 미확인. 약국 코너가 열릴 가능성 있음.]

도진은 카운터 위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정상 거래 및 공공성 보정 포인트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마트 1차 확장 조건 달성 임박.]

[신규 코너 후보: 약국.]

도진은 창을 닫고 가격표의 빈칸에 한 줄을 적었다.

‘약국 상품은 환자와 목적을 확인한 뒤 판매.’

철혈 요새는 오늘 물을 사 갔다. 다음에는 약점부터 사러 올 것이다.

사장에게 필요한 다음 가격표는 생수보다 훨씬 까다로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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