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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7화

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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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거인의 테이블

책상 위에서 휴대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화면에는 조금 전 도착한 문자가 선명했다. 에이펙스 캐피탈 대표 백지혁. 합법 스포츠 펀드와 인텔리전스 시장의 거물로 꼽히는 이름이었다.

도윤은 마른침을 삼키며 통화 버튼을 밀었다.

“강도윤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늦은 시간에 실례했습니다. 에이펙스 캐피탈의 백지혁입니다.”

정중하지만 거리를 좁혀오는 기세가 매서웠다. 군더더기 없는 어조에서 상대가 시간을 결코 낭비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 전해졌다.

“문자 확인했습니다. 영세한 업체의 계약직 분석가에게 백 대표님이 직접 연락하실 이유는 없을 텐데요.”

도윤이 건조하게 받아치자 수화기 너머에서 옅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겸손이 과하시군요. 볼메트릭스에 올라온 해솔과 로엔의 리포트를 보았습니다. 경기 전 타임스탬프와 후반 68분의 골키퍼 전진 실수 변수까지. 국내 프로 구단은 물론이고 런던의 퀀트 팀에서도 그런 분산 모델은 짜지 못합니다.”

백지혁은 도윤의 리포트를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다.

“그 정도 통계 모델을 다루는 인재가 파티션 구석의 외부 분석 TF에서 비인기 리그 로그나 뒤적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말입니다.”

도윤의 손가락 끝에 서늘한 긴장이 맺혔다.

낮에 벌어진 임상무와의 대치와 구석 자리 격리는 회사 내부의 일이었다. 그런데 백지혁은 도윤의 처지와 사내 동향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제 뒷조사까지 끝내신 모양이군요.”

“투자자가 유망한 자산의 가치를 실사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게다가 지금 강도윤 씨는 생각보다 위험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위험이라니요.”

“그 리포트가 커뮤니티 베스트에 오르며 사설 도박판 브로커들이 작성자를 찾으려고 혈안이 됐습니다. 뒷골목 카르텔 놈들이 신원을 알아채는 순간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그자들은 데이터를 묻지 않습니다. 협박과 납치, 불법 자금 세탁의 도구로 쓰려 들겠죠.”

백지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경고의 무게는 묵직했다.

“사설판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제도권이라는 가장 단단한 방패가 필요합니다. 내일 저녁 여의도 파이낸스 타워 33층으로 오시죠.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짜 숫자가 어떻게 돈이 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답을 재촉하지도 않고 전화가 끊겼다.

도윤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모니터 속 검은 콘솔 창에서는 오라클의 녹색 커서가 고요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사설 카르텔의 위협과 제도권 거대 자본의 초대. 도윤은 숨을 고르며 화면을 응시했다. 거인의 발소리가 이미 문턱을 넘어오고 있었다.


다음 날 저녁 여의도 파이낸스 타워 3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도윤은 숨을 가다듬었다. 낡은 후드티 대신 감색 정장을 꺼내 입었으나 공간이 풍기는 무게감은 여전했다.

보안 게이트를 지나자 프라이빗 라운지가 펼쳐졌다. 통유리창 너머로 붉게 물든 여의도 빌딩 숲과 한강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벽면을 채운 대형 모니터들에는 낯선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런던과 싱가포르의 공인 스포츠 베팅 거래소 오더북이었다. 벳페어와 피나클의 핸디캡 라인, 초단위로 쪼개지는 유동성 스프레드, 통화 환율 헤징 지표가 복잡한 수식과 함께 번쩍였다.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한 네이비 맞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세련된 풍채와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남자, 백지혁이었다.

“에이펙스 캐피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도윤 씨.”

백지혁이 내민 손을 맞잡자 서늘한 감촉이 전해졌다.

소파에 마주 앉자 백지혁이 커피를 건넸다.

“화면을 꽤 유심히 보시더군요.”

“사설 도박판과는 전혀 다르군요. 해외 공인 거래소들의 오더북을 묶은 초단타 차익거래(Arbitrage) 엔진 같습니다.”

도윤의 대답에 백지혁의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역시 한눈에 알아보는군요. 대중은 스포츠 베팅이라고 하면 승패를 점치는 홀짝 도박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사냥할 뿐이죠.”

백지혁이 리모컨을 누르자 화면 하나가 확대되었다.

“런던 거래소와 아시아 핸디캡 시장 사이에 0.04의 배당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알고리즘은 0.2초 만에 양쪽에 반대 포지션을 걸어 무위험 마진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 한 경기에서 움직인 자금만 4억 원입니다.”

도윤은 숫자의 궤적을 쫓았다. 완전한 양방향 헤징. 규제권 내의 공인 거래소들 사이에서 배당 오차만을 수확하는 정교한 금융 공학이었다.

“에이펙스 캐피탈은 런던과 싱가포르 공인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스포츠 인텔리전스 펀드를 운용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100% 합법입니다.”

백지혁이 잔을 내려놓으며 도윤을 응시했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 차익거래만으로는 연 9%의 벽을 넘기 어렵습니다. 자본이 커질수록 슬리피지가 발생하니까요. 시장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수익률을 폭발시키려면 다른 엔진이 필요합니다.”

“그 엔진이 제 리포트라는 말씀입니까.”

“정확합니다.”

백지혁의 눈빛이 번뜩였다.

“기존 퀀트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회귀분석해서 정규분포를 그릴 뿐입니다. 하지만 강도윤 씨의 리포트는 달랐습니다. 코너킥 상황의 골키퍼 전진 심리, 특정 시간대에 터지는 이상 변수를 정확한 분 단위로 짚어냈더군요. 통계적 정규분포를 깨부수는 ‘미래의 특이점’을 관측한 겁니다.”

백지혁은 검은색 가죽 바인더를 꺼내 도윤의 앞에 내려놓았다.

“강도윤 씨의 그 눈을 사고 싶습니다.”


바인더를 열자 두꺼운 계약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속 스포츠 인텔리전스 자문 및 알고리즘 라이선스 계약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 계약 체결 즉시 선급금 2억 원 지급 (자문료 선지급 명목, 비과세 계좌 송금)
  • 에이펙스 캐피탈 전용 포트폴리오 연간 운용 수익의 15% 인센티브 배분
  • 라인업메트릭스 사직 후 에이펙스 퀀트팀 수석 분석관 직급 및 독립 연구실 제공

2억 원.

카드 잔여 할부금 1,642,000원이 머릿속을 스쳤다. 매달 결제일마다 목을 죄어오던 빚 따위는 서명 한 번으로 지워버릴 수 있는 액수였다.

하지만 도윤은 펜을 잡지 않았다. 숫자의 달콤함 뒤에는 언제나 혹독한 대가가 도사리는 법이었다.

도윤은 계약서 조항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리고 제4조와 제7조에서 시선을 멈췄다.

[제4조 (지적재산권의 귀속)]
‘을’이 개발하거나 보유한 모든 경기 예측 알고리즘의 원천 소스코드, 모델링 수식, 변수 산출 파이프라인의 일체 지적재산권은 본 계약 체결과 동시에 ‘갑’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된다.

[제7조 (모델 검증 및 기술 실사)]
‘을’은 주 3회 이상의 경기 변수 산출 로그 원본을 ‘갑’의 퀀트 리스크 감사팀에 제출하여 검증을 받아야 한다. 만약 모델의 수학적 재현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갑’은 지급된 선급금 전액 반환 및 계약금의 3배에 달하는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다.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백지혁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리포트 구독이 아니었다. 도윤이 가진 예측 엔진의 통제권 그 자체였다.

이 계약서에 서명한다면 도윤은 에이펙스 감사팀 앞에 오라클의 원천 수식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오라클은 수학 공식으로 풀어서 넘겨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식을 내놓지 못하는 순간 도윤은 2억 원의 수혜자가 아니라 6억 원의 빚을 짊어진 채무자로 전락한다. 백지혁은 도윤의 목줄을 쥐고 합법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가두려 하고 있었다.

도윤이 계약서를 덮자 백지혁이 미소를 띠며 물었다.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선급금이 부족하다면 3억까지는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조건은 과분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도윤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테이블 위에 두 손을 모았다.

“하지만 진정한 분석가는 감정에 휘둘려 서명하지 않습니다. 제 모델은 기존의 머신러닝과는 전혀 다른 비선형 동적 변수 엔진입니다.”

“비선형 동적 변수라…… 흥미롭군요.”

“그렇기 때문에 에이펙스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제 변수 모델이 충돌하지 않는지 상호 검증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양방향 실사(Due Diligence)가 생략된 계약은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백지혁의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눈앞에 2억 원을 두고도 실사를 요구하는 분석가는 처음 봅니다. 대개는 숫자를 보자마자 손을 떨며 서명부터 하는데 말입니다.”

“저는 도박사가 아니라 분석가니까요.”

도윤은 흔들림 없이 백지혁의 시선을 마주했다.

“제 모델의 검증 방식과 에이펙스의 자금 집행 구조를 면밀히 검토할 시간을 주십시오.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정적이 라운지를 감돌았다. 33층 아래로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이윽고 백지혁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습니다. 사흘 드리죠. 진짜 프로를 만난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백지혁은 가죽 바인더를 도윤 쪽으로 밀어두었다.

“하지만 강도윤 씨,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십시오. 바깥에는 사설 카르텔뿐 아니라 정체불명의 하우스 세력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에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립니다. 에이펙스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는 것만이 강도윤 씨가 안전하게 숫자를 다룰 유일한 길입니다.”

경고이자 묵직한 압박이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흘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타워를 빠져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도윤은 넥타이를 풀며 거리를 걸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2억 원이라는 거대한 돈의 무게, 그리고 그 뒤에 도사린 독점과 감사의 덫. 한순간이라도 욕망에 눈이 멀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족쇄를 찼을 터였다.

원룸으로 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서였다.

도윤은 책상으로 다가가 외장 드라이브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보안 키를 입력하자 검은 콘솔 창이 떠올랐다.

ORACLE_MATCH_RESULT v0.9b

누적 관측 비용: 5%

상태: 대기 중

도윤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백지혁이 보여주었던 글로벌 거래소들의 배당 흐름과 퀀트 차익거래 엔진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네가 보여주는 결과가 저 거대한 자본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건가?”

도윤이 엔터 키를 눌렀다.

그 순간 콘솔 화면의 녹색 커서가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치직, 하는 미세한 노이즈와 함께 새로운 텍스트 라인이 한 줄씩 출력되었다.

외부 자본 유동성 접근 감지: ENTITY_APEX

시장 관측 가중치 재계산 중……

도윤의 눈이 커졌다. 백지혁의 이름을 직접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오라클은 이미 에이펙스 캐피탈의 접근을 감지하고 있었다.

커서가 내려가며 다음 문장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경고: 외부 거대 자본의 인위적 개입은 경기 잠금 확률을 교란함.

차기 관측 권고: 비공개 이상 배당 매치 [종목: 프로농구]

관측 비용 요구: 3% (누적 8%)

“프로농구 이상 배당……?”

도윤의 숨이 멎었다. 백지혁이 내민 합법의 제국 너머에서 조작과 변수가 뒤엉킨 또 다른 승부의 그림자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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