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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8화

승률 100% AI를 가진 스포츠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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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검은 플래그

관측 비용 요구: 3% (누적 8%)

도윤은 엔터 키 위에 손가락을 얹은 채 계약서가 든 가죽 바인더를 보았다. 제4조에 서명하면 자신의 모델은 에이펙스의 소유가 된다. 제7조에 걸리면 모델을 설명하지 못한 대가로 선급금의 세 배를 물어야 했다.

휴대전화에는 카드 결제 예정액이 떠 있었다. 1,642,000원. 숫자 하나를 지우는 가장 쉬운 길이 바인더 안에 있었다.

검은 화면의 커서가 두 번 깜빡였다.

도윤은 바인더를 덮고 엔터를 눌렀다.

관측 실행: 비공개 이상 배당 매치

대상: 서림 팔콘스 / 동해 마리너스

경기 예정: 당일 19:00

조작 개입 가능성: 높음

민감 구간: 3쿼터 선수 교체 / 팀 실책

최종 결과: 조건 미확정. 확률 잠금 보류.

누적 관측 비용: 8%

도윤은 화면을 다시 읽었다. 점수도 승자도 없었다. 농구 경기의 결과를 물었는데 오라클은 조작 플래그를 먼저 내밀었다.

화면 오른쪽에 작은 표시가 떠 있었다. 반복 관측 시 비용 가중. 도윤은 언제나 결과를 아는 사람처럼 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기에서조차 승자를 보여주지 못하는 기계에 전속 수익률을 약속할 수는 없었다.

“누가 건드린 거지?”

질문을 입력하려다 손을 거뒀다. 같은 경기를 더 캐묻는 순간 관측 비용이 뛰었다. 답이 나오더라도 조작자가 교체 시점을 바꾸면 그 답은 무효가 된다.

도윤은 출력 내용을 개인 암호화 기록에 남겼다. 공개 자료용 표에는 팀 이름과 경기 시각만 적었다. 이 경기를 왜 골랐는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따로 찾아야 했다.

새벽 한 시를 넘긴 시각. 그는 공인 해외 배당 시장의 공개 호가 기록을 열었다. 경기 승패 배당은 몇 시간째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3쿼터 팀 실책 수를 따지는 작은 시장에서만 가격이 출렁였다.

동해의 3쿼터 실책 6회 이상. 배당은 3.40에서 1.94까지 내려가 있었다.

도윤은 계산기 앱에 두 숫자를 차례로 넣었다. 배당에 담긴 기대치가 대략 29%에서 52%로 바뀐 셈이었다. 수수료와 시장 간 차이를 빼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다만 누가 그 가격에 얼마를 걸었는지는 공개 화면만으로 알 수 없었다.

보통 거래가 얇은 시장이라면 한 주문에도 크게 움직인다. 도윤은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공급자의 시간별 기록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잠은 거의 오지 않았다.


아침의 외부 분석 TF 책상은 여전히 파쇄기 옆이었다.

도윤은 비인기 리그 영상을 재생한 채 개인 태블릿의 공개 배당표를 훑었다. 같은 시간대 승패 시장의 변화는 미미했다. 특정 쿼터 실책 구간만 두 곳에서 같은 방향으로 눌렸다.

“야근 안 했어? 얼굴이 왜 그래?”

종이컵을 든 민서가 파티션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이거 봐 줘. 두 기록의 시각이 맞는지.”

도윤은 오라클 출력이 없는 표만 내밀었다. 민서는 먼저 출처 열을 확인했다.

“농구? 네 담당 리그도 아닌데.”

“공개 호가에서 눈에 띄었어.”

민서는 도윤을 한 번 보더니 표를 확대했다. 첫 번째 자료는 해외 거래소의 공개 체결 내역이었다. 두 번째는 별도 공급자가 보존한 분 단위 호가였다. 그녀는 표준시를 맞추고 중복 거래 식별자를 지웠다.

“단순 표시 오류는 아니야. 첫 거래가 나온 뒤 다른 시장이 여섯 분 늦게 따라갔어.”

“선수 공지는?”

“아직 없어. 동해 팀 공식 채널에는 정상 훈련 영상만 올라왔고.”

“영상이 출전 보증은 아니지.”

“맞아. 그래서 누가 일부러 실책을 늘린다고 쓸 수도 없어.”

민서가 표의 숫자 하나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 시장은 얇아. 큰 주문 한 번이면 3.40이 1.94가 될 수 있어. 다만 승패는 그대로인데 이 구간만 먼저 움직인 이유는 찾아볼 만해.”

도윤은 최근 다섯 경기의 공식 기록을 불러왔다. 동해의 3쿼터 실책은 차례로 한 번, 두 번, 두 번, 세 번, 한 번이었다. 여섯 번은 평소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상대가 서림이면 다를 수도 있지.”

민서가 서림의 압박 수비 영상을 켰다. 도윤은 재생 속도를 낮춰 3쿼터 초반만 골랐다. 서림은 상대 주전 가드가 빠지는 순간부터 앞선을 두 명으로 덮었다. 동해도 최근 경기에서 같은 시각에 주전 가드를 쉬게 했다. 그 사이 벤치 가드가 공을 놓친 장면이 두 번 나왔다.

“교체가 변수인 건 맞네.” 민서가 말했다. “그래도 그 선수가 오늘 뛸지, 같은 수비를 받을지는 몰라.”

도윤은 영상의 시간 코드를 표 옆에 붙였다. 이건 공개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 위험이었다. 누군가 실책을 만들려고 했다는 증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윤은 그녀가 정리한 시간을 자신의 기록과 대조했다. 오라클의 경고보다 네 시간 앞선 첫 체결이었다. 누군가 이 구간을 자신보다 먼저 보고 있었다.

“이걸 어디에 쓸 건데?”

“돈 걸 생각은 없어.”

“그럼 다행이고. 선수 이름부터 올리는 짓도 하지 마. 한 번 퍼지면 주워 담을 수 없어.”

도윤은 답 대신 자신이 적어 둔 선수 이름을 지웠다. 의심을 받은 사람이 코트에 서야 하는 저녁을 생각하니 키보드 소리가 무겁게 들렸다.

민서의 말투가 딱딱해졌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도윤의 화면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지만 경고의 방향은 정확했다.

민서가 사내 메신저 알림을 확인했다. 임상무가 해외 리그 로그 제출 시각을 앞당겨 놓았다. 그녀는 태블릿을 돌려주며 한숨을 쉬었다.

“더 볼 거면 퇴근하고 봐. 지금 저 사람한테 핑계 주지 말고.”

도윤은 표를 닫았다. 배당 이상을 증명하는 것과 조작을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점심이 지나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도윤은 사옥 옥상으로 올라가 전화를 받았다.

“강도윤 씨. 백지혁입니다. 검토는 잘되고 있습니까?”

어제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도윤은 난간에서 손을 떼었다.

“결론을 냈습니다. 전속 계약은 체결하지 않겠습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사흘을 드렸는데 하루도 채 쓰지 않으셨군요. 제안이 너무 낮았습니까?”

“금액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4조는 보유한 모든 모델의 권리를 넘기라고 하고 제7조는 재현성 검증이 안 되면 선급금 전액과 위약벌을 청구합니다. 그 조건으로는 제 분석의 책임 범위도 지킬 수 없습니다.”

“협상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그 두 조항이 계약의 중심이겠죠.”

수화기 너머에서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계약은 잠시 접어 두죠. 오늘 저녁 서림과 동해 경기는 보셨습니까? 이상한 호가가 있습니다. 한 경기만 시범으로 보죠. 보고서 값은 별도로 치르겠습니다.”

도윤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지혁도 같은 작은 시장을 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가 호가를 움직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어떤 보고서를 원하십니까?”

“3쿼터 흐름과 선수 교체 가능성. 승패보다 값이 나갈 겁니다. 십 분이면 되겠군요.”

“결과가 아니라 위험 구간을 원하시는군요.”

“시장은 결과보다 먼저 위험을 삽니다. 강도윤 씨라면 아실 텐데요.”

도윤은 계약서의 빈 서명란을 떠올렸다. 도박판의 돈과 달리 자문료에는 영수증이 남겠지만 그 영수증이 무엇을 증명하는지까지 정할 수는 없었다. 이 시장을 누가 움직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이 건넨 한 줄은 다른 사람의 베팅 근거가 될 터였다.

오라클의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건 미확정. 이 상태에서 자신이 파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기대는 추측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경기 변수는 매수 근거로 팔지 않습니다.”

“원칙은 비쌉니다, 강도윤 씨.”

“그래서 제 돈으로 지불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도윤은 화면에 남은 통화 시각을 저장했다. 계약을 거절한 사실과 지혁의 경기별 제안이 한 기록에 들어왔다. 그러나 옥상에서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카드 결제일은 그대로 다가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은행 앱을 열었다. 잔액은 결제 예정액보다 적었다. 도윤은 화면을 껐다. 돈을 구할 다른 방법은 아직 없었지만 적어도 갚을 수 없는 계약을 새 빚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퇴근 무렵 도윤은 민서가 정리한 공개 호가표를 다시 열었다. 공식 선수 명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는 세 구간의 화면 캡처에 원본 주소와 저장 시각을 적었다.

원본 파일을 읽기 전용 폴더에 복사하고 해시값도 남겼다. 민서가 정리해 준 시각표에서는 그녀의 이름과 사내 경로를 지웠다. 공개 출처만으로 같은 결론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그는 서림의 압박 수비 장면을 첨부할까 망설이다 제외했다. 경기 영상은 가능성을 설명할 뿐 이상 주문의 출처를 말해 주지 않았다.

신고서의 제목을 쓰는 데 오래 걸렸다.

서림-동해전 3쿼터 실책 시장의 비정상적 선행 변동 확인 요청

본문에는 관찰한 사실만 넣었다. 첫 체결 시각, 다른 공급자로 확산된 시각, 승패 시장과의 차이. 선수 이름과 조작범 추측은 뺐다. 오라클의 출력도 당연히 넣지 않았다.

익명 접수 칸 옆에서 마우스가 멈췄다. 민서가 경고한 대로 성급한 신고는 무고한 사람을 건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검증 가능한 자료에 이름을 걸지 않으면 확인 과정이 늦어질 수도 있었다.

도윤은 신고인 칸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입력했다. 스포츠윤리센터 무결성 신고 창구가 제출 자료의 원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제출 버튼 바로 위에는 허위 신고 책임 안내가 있었다. 도윤은 본문의 조작 의심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시장 감시 요청으로 고쳤다. 자신이 입증한 것은 가격이 움직인 사실까지였다. 그 너머의 판단은 기록을 확인할 권한이 있는 사람의 몫이었다.

접수 완료 / 접수번호 SE-26814

그 순간 태블릿의 호가 그래프가 새로고침됐다. 동해의 3쿼터 실책 6회 이상 구간에 걸린 매수 주문이 연달아 취소됐다. 가격은 2.31로 튀어 올랐다.

신고 때문인지 다른 누군가가 먼저 움직인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도윤은 원인을 적지 않고 시각만 기록했다.

신고 화면과 가격 화면을 나란히 캡처했다. 두 사건의 간격은 일 분 남짓이었다. 가까운 시각이 같은 원인을 뜻하지는 않았다. 도윤은 그 문장을 기록 맨 아래에 적어 놓았다.

가방 속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오라클 알림이었다.

관측 조건 변경 감지.

조작 개입 플래그: 유지.

결과 잠금: 보류.

도윤은 다시 질문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숫자의 움직임을 알아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선택까지 예측할 수는 없었다.

서림과 동해의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서기 전, 누군가가 이미 3쿼터의 가격을 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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