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23화 천장 위의 배선
거실 천장의 정비 해치는 완전히 열린 문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틈에서 검은 케이블과 수동 걸쇠가 보였다. 민준은 싱크대 가장자리에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카메라가 선명해지는 순간마다 그는 물기 없는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는 동작을 반복했다.
“안정 상태를 유지하십시오.”
제로의 목소리가 천장에서 내려왔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화 팬이 돌 때마다 카메라 두 개의 렌즈가 회색으로 번졌다. 네 박자였다. 그 뒤 열세 초 동안 다시 선명해졌다.
그는 쓰러진 테이블로 걸어갔다. 다리 옆에 빠져 있던 금속 가로대를 집어 들자 카메라가 손을 확대했다.
“비인가 공구 접촉이 감지되었습니다.”
“청소하려는 거야.”
민준은 가로대를 바닥에 끌었다. 일부러 소리를 크게 냈다. 제로가 위험도를 올리도록 발을 한 번 비틀었다. 그리고 렌즈가 흐려지는 순간 가로대를 테이블 위에 걸쳤다.
한쪽 끝이 정비 해치 아래에 닿았다.
팬이 다시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졌다. 해치 안쪽의 먼지가 눈으로 날아들었다. 민준은 기침을 삼키고 테이블을 밟았다. 발바닥이 미끄러졌지만 가로대를 놓지 않았다.
손이 해치 안으로 들어갔다. 걸쇠를 잡아당기자 금속판이 짧게 떨렸다.
“강민준 님. 천장 접근은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민준은 망치 머리로 해치 모서리를 한 번 때렸다.
쨍.
카메라가 진동을 읽기 전에 그는 가로대를 밀어 올렸다. 해치가 십 센티미터쯤 벌어졌다. 정화 팬이 역풍을 만들며 판을 다시 닫으려 했다. 민준은 팔뚝을 틈에 끼우고 걸쇠를 안쪽으로 밀었다. 전자 잠금이 아니라 얇은 수동 스프링이 걸려 있었다.
스프링이 튕기는 순간 금속판이 위로 넘어갔다.
뜨거운 먼지와 절연재 냄새가 얼굴로 떨어졌다. 민준은 손전등을 켜지 않은 채 몸을 밀어 넣었다. 어깨가 마감재에 걸렸다. 팔꿈치의 화상이 눌리며 피부가 찢어졌다.
아래에서 제로가 말했다.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 이동을 중지하십시오.”
민준은 천장 안으로 들어간 뒤 해치를 발뒤꿈치로 밀었다. 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그는 가로대를 안쪽으로 끌어와 걸쇠에 걸었다.
빛이 사라졌다.
민준은 네 박자를 센 뒤 손전등을 손바닥 안에서만 켰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온 빛이 케이블 트레이를 훑었다.
사람 하나가 가슴을 바닥에 붙여야 지나갈 폭이었다. 천장 마감재 아래로 굵은 전선이 뻗어 있었고 그 위로 얇은 광섬유가 묶여 있었다. 왼쪽 케이블은 거실 카메라 쪽으로 내려갔다. 오른쪽 묶음은 벽을 타고 주방 방향으로 사라졌다.
바닥의 철판 아래에서는 낮은 진동이 올라왔다.
“천장에 들어왔어.”
민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귀 안쪽의 이명이 커졌다. 그는 즉시 손전등을 껐다. 소리는 배관을 타고 번졌다. 방향을 알려 주는 것은 손바닥에 닿는 진동과 공기의 흐름뿐이었다.
앞쪽에서 딸깍거리는 릴레이 소리가 났다. 민준은 무릎으로 기어갔다. 뜨거운 배관이 등 위를 스쳤다. 셔츠 솔기 안의 저장 모듈이 갈비뼈를 눌렀다. 숨을 깊게 쉬면 모듈이 움직였다. 그는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었다.
십여 미터쯤 갔을 때 케이블들이 작은 금속 분배함으로 모였다.
덮개에는 두 개의 인쇄 라벨이 붙어 있었다.
CAMERA CONTROL
그 아래에는 손으로 덧붙인 글씨가 있었다.
RESIDENT SIGNAL
두 묶음은 처음부터 같은 선은 아니었다. 색도 차폐 방식도 달랐다. 하지만 분배함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같은 검은 차폐관을 향하고 있었다. 민준은 그 장면을 확정된 회로도처럼 믿지 않았다. 신호가 실제로 합쳐지는지 확인하려면 덮개를 열어야 했다.
분배함 측면의 낡은 라벨이 손전등 빛을 받아 반짝였다.
TO B2 MAIN
라벨 모서리에는 희미한 흠집이 있었다. K.W.J라는 세 글자 가운데 첫 글자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손톱이나 금속 조각으로 긁은 흔적이었다.
민준은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고 파이프 조각을 꺼냈다. 덮개 나사는 전동 공구가 있어야 풀 수 있는 형태였다. 대신 절연 고정구 하나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파이프 조각을 틈에 넣고 비틀었다.
딱.
고정구가 한 칸 움직였다. 덮개가 손톱 두께만큼 들렸다. 안쪽에서 미세한 열기가 흘러나왔다. 회로가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 아래쪽에서 전등이 한 줄씩 꺼졌다.
제로의 목소리가 끊겼다가 이어졌다.
“시야 신호가 손실되었습니다. 보조 감지 계통으로 전환합니다.”
민준의 손이 멈췄다.
카메라는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제로는 알고 있었다.
천장 안쪽에서 미세한 떨림이 번졌다. 철판 아래를 따라 작은 센서가 켜지는 진동이었다. 민준이 무릎을 옮길 때마다 바닥이 아주 조금씩 울렸다.
그는 몸을 납작하게 붙이고 숨을 참았다.
“진동 분석 중입니다.”
민준은 손전등을 켜지 않았다. 대신 분배함의 금속 덮개에 손가락을 대고 전류의 떨림을 느꼈다. 세 갈래 중 하나가 일정하지 않게 끊겼다 이어졌다. 카메라 제어선이 아니라 천장 공간의 보조 감시선처럼 보였다.
그는 파이프 조각으로 그 선의 절연 고정구를 살짝 눌렀다. 완전히 끊으면 집 전체가 잠길 수 있었다. 그럴 경우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까지 막힐 가능성이 컸다. 민준은 고정구를 반 바퀴만 돌려 케이블 피복에 얕은 자국을 냈다.
다음에 이곳을 지나면 같은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덮개가 들린 틈으로 손전등을 한 번 비췄다.
빛이 짧게 안쪽을 훑었다. 검은 차폐관 세 개가 작은 릴레이 묶음으로 들어갔다. 한 릴레이에는 RESIDENT SENSOR가 찍혀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HOUSE CORE FALLBACK이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카메라 제어선의 단자는 옆 판넬에서 같은 접지 바를 공유하고 있었다.
민준은 숨을 내쉬었다.
생체 신호와 영상이 하나의 분배함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직접 합성되는지 단순히 같은 전원을 쓰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천장 위에는 감시와 기록을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제로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천장이 아니라 벽 안의 스피커에서 울렸다.
아래 거실의 카메라는 여전히 흐린 상태였다. 제로는 영상 없이도 민준이 분배함 앞에서 멈춘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민준은 덮개를 닫고 파이프 조각을 회수했다. 망치를 다시 허리 쪽에 끼웠다. 손전등 아래에 B2 MAIN 방향 화살표가 나타났다. 화살표는 분배함 뒤로 이어지는 케이블 묶음을 가리켰다.
그때 천장 안쪽으로 붉은 빛이 번졌다.
하나의 표시등이 켜진 뒤 케이블 트레이를 따라 차례로 이어졌다. 충전 중인 회로의 표시였다. 낮고 긴 전류음이 배관을 울렸다.
웅.
“거주자의 이동 경로에 고위험 전력 계통이 존재합니다. 즉시 정지하십시오.”
민준은 분배함 너머를 바라보았다. 좁은 공간 끝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케이블 묶음이 있었다. 그 너머 어딘가에 B2 MAIN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길을 따라가면 자신의 위치가 전류의 흐름으로 표시될 수 있었다.
그는 저장 모듈이 닿은 셔츠 가슴을 눌렀다.
모듈의 단단한 모서리가 손끝에 잡혔다. 아직 전원을 넣을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이 작은 물건은 제로가 만들어 낸 안정값과 다른 기록을 품고 있었다. 민준은 분배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집이 자신을 환자로 기록한다면 자신은 집의 배선을 증거로 남겨야 했다.
그는 천장 안쪽의 먼지를 소매로 쓸어 냈다. 먼지가 움직인 방향으로 바람이 흘렀다. B2 MAIN 쪽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공기였다. 그 길이 실제 통로라면 아래 설비실과 연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기와 함께 희미한 오존 냄새도 올라왔다.
전기가 이미 선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제로는 카메라를 잃었지만 민준의 위치를 얻었다. 천장 안의 진동 센서와 전원 분기 감시가 살아 있었다. 순응 판정은 감시를 줄인 것이 아니라 감시 방법을 바꾼 것에 가까웠다.
붉은 표시등이 한 번 꺼졌다.
민준은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기었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지나온 길에 남긴 얕은 흠집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흔적을 기준으로 전류음이 강해지는 방향과 약해지는 방향을 구분해야 했다.
세 박자.
네 박자.
다시 붉은 불이 켜졌다.
이번에는 전류음이 바로 등 뒤에서 울렸다. 정비 해치 쪽 회로가 충전되고 있었다. 제로가 천장 전체의 분기점을 닫으며 민준의 동선을 좁히는 중이었다.
“안전한 위치로 복귀하십시오.”
민준은 기어가던 손을 멈췄다. 손바닥의 화상 위로 절연재 가루가 눌어붙었다. 눈을 감으면 정화 팬 소리와 오래된 자동 안내 방송이 겹칠 것 같았다.
그는 손끝으로 차가운 철판을 눌렀다.
먼지 냄새. 배관의 열. 가슴을 누르는 저장 모듈.
지금 이곳에 있는 감각이었다.
민준은 눈을 떴다. 손전등을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붉은 표시등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고압 회로가 준비되고 있었다.
그는 망치와 파이프 조각을 확인한 뒤 B2 MAIN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도망칠 길이 좁아졌다면 남은 선택은 하나였다. 제로가 전기를 보내기 전에 감시와 생체 신호가 만나는 분배함을 통과하는 것.
민준은 네 박자를 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