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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2화

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

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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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액자 뒤에 남은 균열

아침 실사는 서린이 생각한 것보다 일찍 시작됐다. 8시 36분, 대여기관의 보존 담당자가 도착했다. 이름은 윤미경. 짧은 회색 머리를 귀 뒤로 넘긴 여자는 서린이 내민 출입증을 보자마자 목에 걸고, 가방보다 먼저 삼각대를 꺼냈다.

“전시장부터 볼게요. 회의실은 나중에.”

“태오 선생님이 어제 밤 촬영한 자료를 준비했어요.”

“어제 밤에요?” 미경의 눈썹이 올라갔다. “작품 상태가 달라졌습니까?”

“액자 뒤에 종이가 끼어 있고, 프레임 좌하단을 추가 확인해야 합니다.” 태오가 말했다.

미경은 그를 오래 보지 않았다. 대신 서린에게 전시장 열쇠를 요청했다. 서린은 문을 열고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수지는 회의실에서 홍보 시안을 기다린다고 했지만, 끝내 따라왔다. 네 사람의 발이 같은 바닥을 밟자 작품 앞의 공기가 갑자기 좁아졌다.

태오는 전날의 촬영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 액자 귀퉁이의 확대 사진에는 가느다란 선이 보였다. 미경은 화면을 확대했다. 그 선은 금박의 장식무늬를 따라가다 프레임 모서리에서 꺾였다. 균열인지, 원래 있던 이음새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사진 찍은 게 몇 시죠?”

“어제 16시 12분입니다.”

“점검표엔 왜 없습니까?”

태오가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은 어젯밤 그가 멈춰 섰던 순간을 떠올렸다. ‘오후에 한 번 봤다’는 말 뒤로 어떤 생각이 지나갔는지 물었지만, 그는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미경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선생님, 이건 운송 때 생긴 게 아닙니다. 금박 아래 먼지가 끼어 있어요. 적어도 수 주는 됐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태오가 말했다.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진에 남아 있어요.”

태오의 얼굴이 굳었다. 서린은 수지가 손에 쥔 태블릿을 꽉 잡는 것을 보았다. 화면에는 전시 개막 안내문이 떠 있었다. 제목 아래에 ‘누구를 위해 남겨 두나요?’라는 문장이 크게 박혀 있었다.

“실장님.”

수지는 화면을 뒤집었다.

“시안일 뿐이에요. 아직 게시 안 했어요.”

“누가 승인했죠?”

“내가요.”

“질문 작성자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익명이라고 했잖아요. 특정인을 알 수 없고, 문장 자체는 흔히 쓸 수 있어요.”

“흔한 문장이라면 더더욱 누군가의 것으로 가져오지 않아도 되죠.”

수지는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미경은 두 사람의 대화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태블릿을 보며 물었다.

“이 문장, 어디서 나왔나요?”

“방문자가 남긴 카드입니다.” 서린이 답했다. “전시장 여러 곳에서 같은 문장이 나왔어요. 하지만 전시에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더 조심해야죠.” 미경은 태블릿 화면을 수지 쪽으로 밀어 돌렸다. “대여 기관은 작품을 빌려줄 뿐, 관람객 문구까지 빌려준 건 아니니까.”

수지는 시안을 삭제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한 번 미끄러졌다. 광고 카피가 사라졌지만, 그녀는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예산을 다시 짜야겠네요.”

“네. 저는 인쇄된 안내판부터 회수하겠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그건 내가 시킬게요.”

“제가 만들었던 문구니까 제가 회수하겠습니다.”

수지의 눈이 서린을 향했다. 잠깐, 서린은 계약직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다음 달에도 남아 있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손끝에 쥔 키 뭉치가 차가웠고, 그 차가움이 그녀를 붙들었다.

“좋아요. 대신 혼자 하지 말고.” 수지가 말했다.

“민경 씨한테 부탁할게요.”

전시 보조원 서민경은 벌써 복도에서 인쇄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 서린은 그녀에게 시안을 보여 주었다. 민경은 화면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어제 제가 실장님한테 보낸 문구 아니에요?”

“아니야. 관람객 카드에서 나온 문장이야.”

“저 문구가요? 저는 ‘누구를 위해 남겨 두나요’라고 쓴 적 없는데.”

“그럼 뭐라고 썼는데?”

민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확히 기억 안 나요. 비슷한 말이긴 했어요. 제가 야간 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안내판에 붙일 문장을 적은 적 있거든요. 그때 누군가가 포스트잇에 답을 달았어요. 근데 안내판은 교체하면서 버렸고요.”

서린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언제였어?”

“2년 전쯤. 회고전 준비할 때요. 그땐 이름도 안 썼어요. 제가 썼는지 다른 사람이 썼는지 구분도 못할걸요.”

민경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끝에 종이 가루가 묻어 있었다.

“제가 그 문장을 썼으면 어쩌죠?”

“그럼 네 문장이지. 그런데 지금 쓸지 말지는 네가 정해야 해.”

“실장님이 이미 시안으로 쓰셨잖아요.”

“아직 게시되진 않았어. 그리고 쓰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 결정도 존중받아야 해.”

민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에서 택배 카트가 덜컹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상자 안의 안내판이 한쪽으로 쏠렸다. 민경은 몸을 틀어 받쳐 세웠다.

“저는 그 문장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럴 수 있어.”

“왜냐고 안 물어보세요?”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물을게.”

민경은 눈을 깜빡였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이 새어 나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적지 않은 포스트잇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잠시 뒤 반으로 접고 주머니에 넣었다.

한편 작품 앞에서는 미경이 프레임의 상태를 재고 있었다. 그녀는 작품을 벽에서 내리지 않았다. 추가 이동은 위험했다. 대신 비접촉 확대경으로 틈의 깊이를 보고, 프레임 아래에 얇은 받침을 대어 진동이 줄도록 했다.

“이 상태로는 개막 때 조명 진동이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내일 관람객을 들이면 안 됩니다.”

수지가 곧바로 말했다.

“예약이 벌써 240명입니다. 취소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작품을 걸어 두는 비용보다 사람과 작품의 안전이 먼저예요.”

“그럼 전시를 전부 닫아야 하나요?”

미경은 주변을 살폈다. 나머지 회화는 벽체와 거리를 둔 채 고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한 작품의 프레임과 조명 레일이었다.

“이 방만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작이 빠지면 동선이 바뀌어요. 안내도 다시 짜야 해요.”

서린은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새 관람선을 그었다. 테이프 끝이 마루 틈에 걸려 구겨졌다. 다시 떼고 바닥을 닦고, 각도를 바꿔 새로 붙였다. 관람객이 우회할 길은 있어도 휠체어가 회전할 공간이 부족했다. 서린은 가구를 옮기려다 멈췄다.

“여기 의자를 빼면 회전 반경이 나옵니다. 대신 대기 좌석은 복도로 옮겨야 해요.”

“그럼 복도 비상 통로가 좁아져요.” 민경이 말했다.

“그럼 접이식 좌석을 로비에 두죠.” 태오가 끼어들었다. “로비의 반사 조명도 낮추면 작품이 안 보여도 눈이 부시지 않을 거예요.”

“조명은 수지 실장님 승인 사항이에요.”

수지는 이미 전시장 바닥에서 의자 하나를 밀고 있었다.

“이건 승인할게요. 단, 태오 씨가 안전 수치를 써 주세요. 내가 예산팀을 설득하겠습니다.”

태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휴대전화에서 사진 폴더를 열었다. 어제 오후 파일 한 장을 찾아 미경에게 건넸다. 사진 안에는 같은 균열이 보였다. 촬영 시각은 16시 12분. 촬영자는 태오였다.

“이걸 숨기면 더 큰 문제가 되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연기하면 제 계약이 끝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점검표에 쓰지 않았나요?” 서린이 물었다.

“네.”

그 말 뒤에 핑계는 없었다. 태오는 사진의 원본 파일과 점검표를 함께 제출하겠다고 했다. 미경은 전시 개막을 하루 미루는 대신 해당 작품의 철수와 안정화 작업을 승인했다. 수지는 예약자에게 알릴 공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문장에는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서린은 그 표현을 지우고 ‘상태 확인 중 안전을 위해 개막을 연기한다’고 고쳤다.

“너무 솔직하면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수지가 물었다.

“모르는 걸 감추면 나중에 더 불안해져요.”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화면을 태오에게 먼저 보여 주지 않았다. 서린에게 읽어 보라고 건넸다. 그 작은 순서가 바뀐 게 마음에 남았다.

저녁 무렵, 균열 난 작품은 운송 상자에 다시 들어갔다. 태오는 상자 모서리를 밀봉하기 전에 세 장의 사진을 붙였다. 서린은 박스의 양쪽에서 그를 도왔다. 무거운 상자를 옮기지는 않았다. 작품은 전문 운송팀이 들었고, 둘은 통로를 비웠다.

문이 닫히기 직전, 태오가 말했다.

“제가 처음 본 건 어제보다 앞선 날입니다. 정확히는 11일 전.”

“왜 지금 말했어요?”

“오늘은 숨기면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전시 일정만이 아니라, 다음 사람까지요.”

서린은 그가 내민 원본 사진을 받지 않았다. 사진은 보존 기록에 붙어야 했고, 그녀의 손에 들릴 이유는 없었다. 대신 보관용 봉투를 열어 주었다.

“다음에는 먼저 말해요.”

“그러겠습니다.”

“저한테만이 아니라요.”

“네.”

태오는 봉투에 사진을 넣었다. 봉투 겉면에 날짜와 촬영 위치를 적었다. 그는 서린에게 펜을 건네며 묻지 않았다. 그녀가 받지 않자, 바로 펜을 책상에 놓았다.

그날 밤, 서린은 안내판을 다시 붙이지 않았다. 대신 입구 한쪽에 빈 카드와 회수함을 놓았다. ‘남기거나 가져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한 줄만 적었다. 그 문장은 누구의 질문도 대신하지 않았다.

미술관이 닫힌 뒤 민경이 회수함을 열어 보자,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글씨는 서린이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기억하지 않기로 한 사람도 전시에 들어와도 되나요?’

민경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서린은 그녀에게 카드를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회수함의 뚜껑을 열어 둔 채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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