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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3화

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

마지막 관람객은 늘 같은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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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새벽 관람선

미술관은 개막을 하루 늦췄다. 서린은 그 하루를 멋진 문구로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로비의 안내판에는 세 문장만 남았다. “대여 작품의 상태를 확인 중입니다. 해당 전시실은 안전 점검을 위해 닫았습니다. 예약 변경과 환불은 원하시는 방식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이유를 덧붙이지 않았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일을 멋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첫 예약 손님은 안내판 앞에서 휴대전화를 들었다.

“전시 보러 왔는데, 대표작이 없으면 의미 없잖아요.”

수지는 상담대 뒤에서 곧장 대답하려다 서린을 바라봤다. 서린은 환불 안내가 있는 종이를 손님 쪽으로 돌려 놓았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지금은 작품을 안전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예약을 바꾸거나 환불받으실 수 있고, 나머지 전시를 보시겠다면 안내해 드릴게요.”

“전시를 볼지 말지 제가 정하면 되는 거죠?”

“네.”

손님은 안내문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럼 일단 볼게요. 여기까지 왔으니까.”

수지는 그가 안으로 들어간 뒤, 서린에게 작게 물었다.

“그 말이 홍보에 도움이 될까요?”

“모르겠어요.”

“그렇죠.” 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 그 질문에 바로 답하려고 하지 않을게요.”

그날 오전, 미경은 대여 작품을 보존실로 옮겼다. 상자에 들어가기 전에 균열의 모서리를 안정화해 이동 진동을 줄였다. 서린은 방문자 동선을 3전시실 밖으로 돌렸다.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의자를 로비로 옮겼고, 출구 쪽의 안내선을 다시 붙였다. 민경은 인쇄된 홍보물을 접어 재활용함에 넣었다. 손이 종이를 누를 때마다, 그녀는 잠깐씩 속도를 늦췄다.

“카드 문장, 제가 썼을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민경이 말했다.

“기억난 게 있어?”

“제가 쓴 건 ‘누구를 위해 남겨 두나요’가 아니었어요. 그때 관람객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전시를 보고 어떤 기분인지 물으려고 했는데, 질문을 잘못 쓰면 대답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멈췄어요.”

“그럼 네가 멈춘 것도 결정이야.”

민경은 손에 든 종이 뭉치를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대답하지 않을 자리가 필요하겠죠.”

그 말에 서린은 무기명 질문판을 만들기로 했다. 질문을 적는 카드만 두지 않았다.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작은 탁자도 같은 크기로 마련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도 되는 길을 열어 두었다. 수지는 홍보팀에 사진 촬영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방문자에게 카드 사용 여부를 묻는 직원을 한 명 더 배치했다.

태오는 오후에 보존실에서 돌아왔다. 손에는 균열의 확대 사진과 점검 결과가 들려 있었다. 작품은 당장 무너질 위험은 없었지만, 전시 상태로 오래 걸어두기 어려웠다. 다음 날 대여기관으로 옮기고, 복원 여부는 공동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개막을 또 미뤄야 하나요?” 서린이 물었다.

“아니요. 이 방만 비워 두고 다른 전시를 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지는 마세요.”

“안내판에 상태와 다음 점검 날짜를 적을게요.”

“관람객이 그걸 보고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래도 작품이 어디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알 수 있어야죠.”

태오는 서린이 쓴 안내문을 천천히 읽었다. ‘대여 작품은 균열을 확인해 보존실로 옮겼습니다. 상태 조사 후 복원 여부를 공동으로 결정합니다.’ 그는 “복원한다”고 단정한 부분을 지우고, “복원 여부”로 고쳤다.

“여기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까요.”

서린은 그가 펜을 건네기 전에 손바닥을 펼쳤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묻지 않아도 그녀가 받았다.

“같이 쓰면 되겠네요.”

“그렇네요.”

둘은 짧게 웃었다. 웃음은 어떤 약속도 대신하지 않았다. 그래도 서로에게 다음 말을 이어갈 틈을 남겼다.

개막 당일, 첫 관람객이 들어왔다. 입구에서 수지가 전시실 안내를 맡았고, 민경은 로비의 회수함 옆에 섰다. 서린은 마지막으로 3전시실의 빈 벽을 확인했다. 작품이 걸렸던 자리에 옅은 네모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흔적을 가리려 흰 천을 덮지 않았다. 작품이 없다는 사실도 전시의 일부가 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중년의 여성이 빈 벽 앞에 멈췄다.

“여기 그림이 있었나요?”

“네. 상태를 확인하러 옮겼어요.”

“그림이 그리워서 돌아오나요?”

서린은 그 질문을 듣고 웃지 않았다. 질문이 가볍게 들려도 답은 가볍지 않았다.

“그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여성은 빈 벽을 한 번 더 봤다. 그러고는 질문 카드 대신 작은 회수함에 손을 넣었다. 아무것도 적지 않은 카드를 하나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가져가도 되죠?”

“네. 적지 않고 가져가셔도 돼요.”

“그럼 집에 가서 생각해 볼게요.”

그녀는 다음 전시실로 걸어갔다. 서린은 그 뒷모습을 보며 빈 카드가 누군가의 짐이 아니라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점심 무렵, 안내 데스크에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찾아왔다. 그는 보존실로 옮겨진 그림의 이름을 종이쪽지에 적어 두었다가 주머니에서 꺼냈다. 글씨는 작은 사각형 안에 간신히 들어가 있었다.

“바다를 그린 그림이요. 제 아내가 마지막으로 본 전시였어요. 그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제 제가 그 사진을 잃어버렸습니다.”

서린은 그림이 복원실에 있다는 사실과 점검이 끝나는 예상 일정을 설명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쪽지를 접지 않았다.

“아내가 그 그림을 좋아한 건지, 제가 좋아한 걸 아내가 기억해 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사진을 다시 찾으면 알 수 있을까요?”

서린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민경은 안내 데스크 서랍에서 전시 도록을 꺼냈지만, 그 그림이 실린 면은 인쇄가 끝난 뒤 교체되어 있었다. 그녀는 빈 면을 노인 쪽으로 돌리고, 작품의 상태 안내 카드와 미술관 연락처를 함께 놓았다.

“복원 여부가 결정되면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연락처를 남기실지는 선생님이 정하시면 되고요.”

노인은 한참을 생각했다. “전화해 주세요”라고 말한 뒤, 연락처 대신 자신의 이름만 썼다. 민경은 이름만으로는 연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웃으며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그럼 그냥 기다리죠. 제가 다시 올 수 있으니까.”

그는 어떤 카드도 회수함에 넣지 않고 전시실로 들어갔다. 태오는 멀리서 그를 보고 있었지만, 따라가 말을 붙이지 않았다. 서린은 그것이 위로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기억이 어떻게 남는지는 그 사람 말고 아무도 대신 정할 수 없었다.

잠시 뒤 아이를 데리고 온 방문객이 카드 한 장을 들고 데스크로 돌아왔다. 아이는 연필로 종이를 세게 눌러 썼다.

“여기 써도 돼요?”

카드에는 ‘할머니는 여기 왔어’라고 적혀 있었다. 옆의 어른이 아이를 말리려 하자, 서린은 카드가 전시 기록이 아니라 회수함에 익명으로 넣거나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이름을 적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다. 서린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럼 할머니가 왔다는 것도 지워지지 않아요?”

“네가 그걸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은 네 안에 남아 있어. 꼭 여기 적어 두지 않아도 돼.”

아이는 카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서린은 그 아이가 가게 되기를 기다렸다가, 회수함에 들어간 다른 카드와 섞이지 않게 빈 카드 묶음을 다시 정리했다. 태오는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사람들한테 답을 주지 않네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정할 일이 아니니까요.”

“그게 더 어렵겠어요.”

“가끔은요.”

그는 서린이 정리한 카드 묶음을 한 장도 만지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주워 데스크 위에 놓았다. 서린은 고맙다고 말했고,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에 생긴 친절은 작았지만, 누군가 대신 써 줄 수 없는 말처럼 제자리를 지켰다.

개관 두 시간 뒤, 회수함에는 질문 네 장이 들어 있었다. 둘은 전시 운영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나는 작품의 귀환 날짜를 묻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남긴 건 지워지지 않나요?’

서린은 카드의 모서리를 살폈다. 종이는 새것이었고, 글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태오가 전시실에 와서 질문을 읽었다.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누가 썼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아니요.” 서린은 카드를 봉투에 넣었다. “이 질문이 어떤 선택을 바꾸는지 먼저 봐야 해요.”

“그럼 답을 정해 둘 필요도 없겠네요.”

“네. 답을 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니까.”

태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오늘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을래요? 업무 이야기는 하지 말고요.”

“업무 이야기를 안 하겠다는 약속은 못 해요. 대신 일 얘기가 나오면 제가 먼저 말할게요.”

“좋습니다. 그럼 약속은 그걸로.”

그는 시간과 장소를 서린에게 정해 달라고 했다. 서린은 근처 역 앞의 작은 국숫집을 골랐다. 그곳은 미술관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였고, 영업 종료 시각이 정해져 있었다. 늦게까지 붙잡아 둘 수 없는 장소라 마음에 들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수지가 로비에서 두 사람을 불렀다. 방문객이 남긴 카드 가운데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민경이 먼저 주워 회수함 위에 올려두었다. 카드에는 이름이 없었다. 다만 뒷면에 오래된 전시 날짜와 다음 달의 전시실 번호가 적혀 있었다.

서린은 그 번호를 알아보았다. 다음 달엔 미술관이 비워 둔 수장고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곳에는 아직 관람객에게 보여 줄 수 없는 작품들이 잠들어 있었다.

“이 질문을 누가 썼는지 추측하지 말자.” 서린이 말했다.

“하지만 전시실은 확인해야겠네요.” 태오가 답했다.

서린은 카드를 투명한 보관 봉투에 넣었다. 다음 질문은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아직 열리지 않은 문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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