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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위험생물 사육사5화

아카데미의 위험생물 사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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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처분 명령 앞의 우리

카이 렌하르트가 내민 양피지 끝이 낡은 철창을 가리켰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여섯 시. 제7사육장 전 개체를 대상으로 위험도 재평가와 제압 모의 훈련을 시행한다. 위험 등급이 높은 개체는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

한결은 공문보다 3번 사육실 안을 먼저 보았다. 검은 귀끝 뿔토끼는 온열포 옆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몸을 뒤틀던 녀석은 깨끗한 물그릇에 코를 대고 은버들 껍질을 천천히 갉았다.

“처분 대상이라고요? 저 녀석은 방금까지 죽을 뻔했습니다. 회복 중인 개체에게 처분 훈련을 하겠다는 겁니까?”

“훈련과 처분은 같은 말이 아니다. 훈련 중 위험도가 확인되면 처분 절차가 이어진다.”

카이는 공문을 펼쳐 철문 옆 게시판에 붙였다. 붉은 인장이 결계등 아래에서 번들거렸다.

“지난 실기에서 네 개체가 서로를 공격했다. 사육 담당자가 통제하지 못한 사건이다.”

“공동 사료를 치우고 급이 지점을 나누자 공격은 멈췄습니다.”

“한 번 멈춘 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카이는 3번 사육실 앞에 무릎을 굽혔다. 뿔토끼들이 동시에 몸을 낮추고 귀를 뒤로 눕혔다. 검은 귀끝 개체만은 한결의 손에 묻은 은버들 냄새를 맡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카이가 결계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뿔토끼들의 뒷다리가 짚을 밀어냈다.

한결은 철창 앞을 막아섰다.

“검을 뽑지 마십시오. 지금은 공격이 아니라 경계입니다.”

“그 차이를 판단하는 것이 기사단의 일이다.”

“그럼 이 기록부터 읽어 주십시오.”

한결은 관리 일지를 펼쳐 카이에게 내밀었다. 사료 교체 시각, 네 곳으로 나눈 급이 위치, 검은 귀끝 개체의 배설 상태와 체온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리아가 한결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건 치료 기록이야. 약재 이름과 용량, 투여 시각을 전부 적었어. 장이 막힌 상태에서 공격성이 올라간 건 맞지만 지금은 마핵 박동과 장 운동이 정상 범위로 돌아왔어.”

카이는 일지를 받지 않고 리아를 바라보았다.

“치료가 야생성을 제거했다는 뜻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위험생물은 치료됐다고 애완동물이 되지 않아. 그래서 사육사는 위험한 조건을 찾아 없애고 개체가 반응하는 범위를 관리하는 거야.”

리아는 배낭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병 바닥에는 검게 굳은 변 덩어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공동 사료를 먹은 뒤 네 마리 모두 복부 팽만과 무른 변을 보였어. 단일 급이통에 몰렸을 때 서로 찔렀고 급이 위치를 분산한 뒤 공격이 끊겼지. 이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처분부터 하는 건 치료 기록을 무시하는 일이야.”

“사료에 독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나?”

“성분은 아직 몰라. 금속성 잔향이 남아 있다는 것까지만 확인했어. 하지만 모른다는 이유로 개체를 먼저 죽일 수는 없지.”

카이의 시선이 유리병과 뿔토끼 사이를 오갔다. 공문을 쥔 손가락에 들어간 힘이 조금 풀렸다.

“이의 제기는 기사단 훈련을 중단시키지 못한다.”

“중단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한결이 대답했다.

“검증 순서를 바꾸자는 겁니다. 처분이 필요한 개체인지 확인하려면 공격을 일으킨 조건을 다시 분리해 봐야 합니다.”

카이는 잠시 침묵했다. 복도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와 마른 잎을 철문 아래로 밀어 넣었다.

“조건을 제시해라.”

“회복 중인 개체에게 제압술을 쓰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급이통을 비운 뒤 냄새 표식만 순서대로 놓겠습니다. 안전선을 그어 두고 반응 거리와 방향을 기록하면 됩니다.”

“공격이 시작되면?”

“제가 격리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카이 씨는 안전선 밖에서 결계를 유지해 주십시오.”

카이는 마침내 일지를 받아 들었다.

“실패하면 네가 책임진다.”

“처분을 주장하는 쪽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리아가 낮게 숨을 들이켰다. 카이는 한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십 분이다. 그 안에 위험도를 판단할 만한 반응을 보여라.”

리아는 3번 사육실의 급이통을 모두 밖으로 빼냈다. 한결은 철망 사이로 손을 넣어 남은 사료 가루를 긁어냈다. 바닥 구석의 금속 조각 하나가 손끝에 걸렸다. 사료통 손잡이에서 떨어진 얇은 나사였다.

한결이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검은 귀끝 뿔토끼가 뿔을 세웠다. 다른 개체들도 일제히 코를 흔들었다.

“멈춰!”

한결이 나사를 바닥에 내려놓자 뿔토끼 한 마리가 철창을 들이받았다. 카이가 결계검을 반쯤 뽑았지만 한결은 손을 들어 막았다.

“아직 공격 명령이 아닙니다. 자극원을 치워 주세요.”

그는 집게로 나사를 들어 빈 유리 접시에 넣었다. 리아가 접시 위에 얇은 약초지를 덮었다. 냄새가 가라앉자 뿔토끼들은 조금씩 몸을 폈다. 검은 귀끝 개체는 철창에서 물러나 은버들 껍질을 다시 물었다.

카이는 결계검에서 손을 뗐다.

“금속 조각 하나에 저렇게 반응한다.”

“사료 자체인지 통의 녹인지 다른 성분인지는 검사해야 합니다. 그래도 사람을 보는 즉시 공격한 것과는 다릅니다.”

“훈련장에서 금속 무기를 든 기사를 만나면 결과는 같을 수 있다.”

“그래서 무기를 든 사람을 무작정 들이밀지 않고 단계별 적응 절차를 세워야 합니다. 처분은 마지막 수단입니다.”

한결은 철창 안쪽의 발자국을 살폈다. 검은 귀끝 개체가 나사를 향해 달려든 궤적은 짧고 곧았다. 반면 다른 개체들이 서로를 찌르던 자리는 급이통 주변에만 몰려 있었다.

“보십시오. 서로를 노린 게 아니라 자극원과 먹이 자리를 두고 반응한 겁니다.”

카이는 바닥에 그어진 선을 바라보았다. 한결이 분필로 표시한 공격 거리와 회피 거리가 나란히 남아 있었다.


“이 정도 기록으로 공식 위험 등급을 바꿀 수는 없다.”

“등급을 지금 바꿔 달라는 게 아닙니다. 잘못된 원인으로 죽이지 말라는 겁니다.”

그 말에 카이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나는 죽이는 결정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기사단은 사고가 난 뒤에 책임질 사람을 찾는 조직이 아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막아야 한다.”

“사육장도 같습니다. 다만 막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한결은 일지의 마지막 줄을 펼쳤다.

‘자극원 제거 뒤 개체 간 공격 중단. 금속성 잔향에 대한 추가 관찰 필요.’

“확인하지 않은 위험을 없애는 건 안전이 아니라 편의입니다.”

카이는 한참 동안 글자를 내려다보았다. 리아가 공문 아래 빈 공간을 가리켰다.

“현장 담당자의 이의 기록을 붙일 수 있어. 훈련을 영구히 막지는 못해도 공식 점검 전까지 처분 절차를 유예시키는 근거는 될 거야.”

“하루.”

카이가 말했다.

“내일 오전 점검 때까지다. 그때까지 모든 개체의 섭식량과 배설 상태 그리고 자극 반응을 기록해라. 기록이 거짓이거나 통제가 무너지면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리아는 관리 일지의 빈 면을 펼쳤다. 한결이 관찰 조건을 불러 주면 리아가 항목을 나눠 적었다. 카이는 그 옆에서 공문의 유예 사유를 읽고 붉은 인장을 찍었다.

셋 사이에 잠시 이상한 질서가 생겼다. 기사단의 안전 규율과 약학의 기록 그리고 사육사의 관찰이 한 장의 종이 위에 겹쳐졌다.

카이가 철문 쪽으로 돌아섰다.

“밤새 혼자 남을 생각은 하지 마라. 보조 인력 없이 위험생물을 지키는 건 규정 위반이다.”

“규정에 보조 인력 배정이 있습니까?”

한결이 되묻자 카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보급 코드가 잠긴 사육장에 사람을 배치할 예산이 없다는 사실은 공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남을게. 약재 기록도 이어서 해야 하니까.”

카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기사단 감시석 하나를 두고 가겠다. 이상 반응이 생기면 바로 신호를 보내.”

그가 감시석을 결계등 아래에 놓자 푸른 빛이 켜졌다. 카이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3번 사육실 안쪽에서 작은 딱 소리가 났다.


한결은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뿔토끼가 움직인 소리가 아니었다. 벽에 박힌 낡은 결계석의 틈에서 희미한 금속성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결은 결계석에 손을 가까이 대지 않고 공명 청진의 감각만 펼쳤다. 돌 안쪽에서 미세한 진동이 한 번 울렸다. 사료통에서 맡았던 것과 같은 잔향이었다.

“리아. 이쪽 기록 칸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어.”

“무슨 칸?”

한결은 결계석과 빈 사료 접시를 번갈아 보았다.

“개체가 아닌 시설의 반응.”

철문 밖으로 사라지던 카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한결은 새 종이에 첫 줄을 적었다.

‘해 질 무렵. 3번 사육실 결계석에서 사료와 동일한 금속성 잔향 확인.’

그 아래에 다음 문장을 쓰려는 순간 결계석의 진동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사육장 안쪽 어딘가에서 응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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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의 이름 뒤에 숨어 곡을 쓰다 과로사한 무명 작곡가 강하진이 음악이 마법이 되는 판타지 아카데미의 마력 제로 낙제생 하진으로 빙의한다. 퇴학 직전 24시간 루프와 [신들의 작곡 시스템]을 이용해 지구의 화성학과 거장들의 선율을 대기 에테르 유도식으로 변환하며 악보 한 장으로 아카데미와 제국을 뒤흔드는 천재 작곡가의 대마법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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