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22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AD
스폰서 광고

22화: 여명의 총주

대음악당의 텅 빈 객석 위로 웅장한 화음이 폭발했다.

하진의 오르간 모듈에서 터져 나온 완전1도 C음과 엘레나의 지휘봉을 따라 솟구친 앙상블의 총주가 무대 바닥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나디아의 첼로가 장중한 저음을 긁어내리며 무대 바닥을 다졌고 이반의 바이올린과 클로에의 플루트가 찬란한 선율을 엮어 올렸다. 12개의 청동 음향 도관으로 순은빛 에테르 파동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배관 내벽에 늘어붙어 있던 검은 불협 찌꺼기들이 비명을 지르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조롭던 정화의 순간 천장 돔 쪽에서 기괴한 파열음이 울렸다.

쿠구구궁!

대음악당 천장 중앙의 거대한 음향 반사 돔 뒤편 제2조율실 환기구에서 검붉은 파동이 벼락처럼 쏟아져 내렸다. 불협화음 제3계통 음향 감찰관이 남은 마력을 쥐어짜 상층 음향 밸브를 강제로 개방한 것이었다.

"감찰관 놈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루카스가 수레의 완충판을 받치며 다급히 외쳤다.

상층에서 내리꽂히는 음향 억압판의 무게로 인해 무대 바닥의 12개 도관 입구에서 검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리가 바닥으로 짓눌리며 단원들의 호흡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상층 음향 억압 간섭 발생]
[발신원: 천장 돔 제2조율실 비상 환기 밸브]
[12개 음향 도관 에테르 역류율: 34.2%]
[역위상 하강 압력 급증]

시스템의 붉은 경고창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깜빡였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불협의 하강 기류는 앙상블이 뿜어내는 총주의 음압을 거꾸로 뒤집어 무대 바닥에 처박는 무거운 음향의 쐐기였다. 이반의 활이 떨렸고 클로에의 플루트 소리가 갈라졌다. 나디아가 첼로 줄을 악착같이 당겼지만 바닥에서 치솟는 진동에 손가락이 튕겨 나갈 뻔했다.

"밀린다!"

오스카가 호른을 든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상층 제2조율실 앞 복도에서는 제라드 교수가 이끄는 경비대가 굳게 닫힌 철문을 마법창으로 내리치고 있었다.

콰앙! 쾅!

하지만 조율실 안쪽에서 걸어 잠근 차폐 음향벽이 마법창의 충격을 모조리 튕겨 냈다.

"안쪽에서 역위상 차폐석을 다섯 개나 겹쳐 박았다! 물리적 타격으로는 뚫리지 않는다!"

경비대장이 외쳤다.

제라드의 낯빛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안쪽의 억압을 풀지 못하면 무대 위 앙상블의 에테르가 먼저 바닥나고 말 터였다.

무대 위 엘레나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턱선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녀의 은빛 지휘봉은 거센 압력 속에서도 꼿꼿이 수직을 유지했다.

"하진! 소리가 바닥에 갇히고 있다!"

"소리를 수평으로 퍼뜨리면 안 됩니다."

하진은 오르간 건반 위에서 양손을 빠르게 교차시켰다. 눈동자에는 시스템이 표시하는 상층 억압판의 주파수 곡선이 선명하게 비쳤다.

"저 억압판은 무대 전체를 넓게 누르고 있습니다. 넓은 면적을 누르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중심축에 하중이 집중돼요. 바닥으로 깔리는 저음을 끌어올려 한 점으로 쏘아 올려야 합니다."

"수직 집속 상승인가?"

"네. 바흐의 2중 대위 구조를 세웁니다. 나디아와 에릭이 바닥을 받치고 이반과 클로에가 회오리를 만듭니다. 그 중심을 금관과 팀파니의 팡파르로 꿰뚫는 겁니다."

엘레나의 눈빛에 푸른 섬광이 스쳤다.

"앙상블! 시선을 천장 돔 중심으로 올려라!"

엘레나의 서늘한 호령이 억압의 소음을 찢었다. 페르의 북채가 셋째 박의 빈틈을 번개처럼 파고들었다.

둥! 둥! 둥!

정박을 피해 내려앉은 약박의 타격이 허공에 흩어지던 에테르를 바닥에서부터 강하게 압축했다. 나디아의 첼로가 깊은 C음을 긁어 올리며 거대한 상승 기둥의 밑동을 단단히 받쳤다.

하진의 손가락이 오르간 건반을 질주했다. 고음부의 아르페지오와 중음부의 카논 선율이 서로를 휘감으며 나선형으로 꼬여 올랐다. 이반과 클로에가 그 나선 위로 가파른 상승 음형을 실었다.

"금관! 돔의 중심을 뚫어라!"

엘레나의 지휘봉이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에릭의 트롬본과 오스카의 호른이 완전5도의 찬란한 팡파르를 토해 냈다. 바닥에 모인 모든 음압이 한 줄기 빛의 창이 되어 천장 돔 중심축으로 발사되었다.

콰아아아앙!

수직으로 치솟은 은빛 음향 기둥이 천장 억압판의 정중앙을 직격했다. 유리창 수천 장이 일제히 깨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검붉은 하강 파동이 산산조각 났다.

쿠쾅!

충격파가 상층 조율실을 덮치자 굳게 닫혀 있던 차폐벽이 무너져 내렸다. 제라드 교수와 경비대가 부서진 문을 박차고 조율실 안으로 쇄도했다.

"거기 멈춰라!"

제라드의 일갈이 울려 퍼졌다.

어두운 조율실 구석에서 찢어진 망토를 두른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비상 환기 배관 덮개를 열고 몸을 던졌다. 경비병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는 이미 배관을 타고 건물 외벽 쪽으로 굴러 떨어진 뒤였다.

하지만 사내가 서 있던 조율대 위에는 검은 금속으로 주조된 흑요석 음차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음차 표면에는 불협화음 제3계통 음향 감찰관의 상위 인장이 각인되어 있었다.

"놓쳤는가…… 하지만 증거는 남았군."

제라드가 음차를 집어 올리며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천장을 짓누르던 악의적인 억압은 완전히 소멸해 있었다.


상층의 억압이 깨지자 12개 음향 도관으로 쏟아지던 압력이 순식간에 풀렸다.

하진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오르간의 모든 스톱을 한 번에 열어젖혔다.

"지금입니다! 4악장 종결부 코다를 올리세요! 도관 전체에 우리 화음을 새겨야 합니다!"

하진의 외침에 엘레나가 양팔을 활짝 펼쳤다.

은빛 지휘봉이 허공을 크게 가르며 웅장한 호를 그렸다. 단원들의 눈빛에 결연한 불꽃이 타올랐다. 밤새 이어진 사투로 손가락 끝이 찢어지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누구 하나 주저하지 않았다.

이반과 클로에가 눈부신 질주감으로 주선율을 이끌었다. 에릭과 오스카의 금관이 장엄한 화음을 덧대었고 페르의 팀파니가 심장 박동처럼 단단한 박자를 꽂아 넣었다. 나디아의 첼로는 대지의 울림 그 자체가 되어 무대 전체를 지탱했다.

쿠구구궁!

<제1번 심포니: 에테르의 시작> 4악장 종결부의 찬란한 장조 총주가 대음악당 전체를 집어삼켰다.

체내 마력이 아닌 순수한 대기 에테르가 하진의 오르간을 중심으로 모여들며 거대한 은빛 해일로 변했다. 그 해일은 무대 바닥의 12개 청동 배관 안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치이이익!

배관 내벽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던 검은 불협의 잔재들이 은빛 화음에 닿자마자 하얗게 증발했다. 12개의 구멍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온 은빛 빛기둥들이 대음악당의 높은 천장을 환하게 밝혔다.

[대음악당 12개 음향 도관: 불협 진동 완전 정화]
[<제1번 심포니: 에테르의 시작> 4악장 총주 동조율: 100%]
[도관 내벽 에테르 공명 각인 완료]
[무대 음향 전도율: 124.8% 도달]
[본선 무대 공명 상태: 최상급]

시스템의 푸른 알림창이 연달아 떠오르며 찬란한 빛을 발했다.

콰아아앙!

마지막 완전1도 장조 화음이 대음악당 구석구석을 울린 뒤 기나긴 잔향을 남기며 천천히 잦아들었다.

무대 위에는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완벽하게 채워진 음악이 끝난 뒤에 찾아오는 가슴 벅찬 고요였다.

바닥의 12개 청동 도관에서는 더 이상 핏빛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맑고 투명한 은빛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상층에서 내려온 제라드 교수가 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청동 도관의 입구를 매만졌다.

"……믿을 수가 없군."

제라드의 목소리가 경이에 젖어 떨렸다.

"불협의 찌꺼기가 완전히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도관 내벽 전체가 하진 군의 화성 구조에 동조해 깨어났다. 이건 단순한 정화가 아니야. 대음악당 전체가 하진 군의 악보에 반응하는 거대한 공명 악기로 거듭난 거다."

엘레나가 지휘봉을 내리며 가쁜 숨을 토했다. 뺨을 타고 흐른 땀방울이 바닥의 은빛 도관 위로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

그녀가 하진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밤새 목숨을 걸고 지켜 낸 무대가 마침내 그들의 손에 온전히 쥐어져 있었다.


깊은 밤의 어둠이 물러가고 대음악당의 높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쏟아져 내렸다.

루카스가 조달해 온 따뜻한 연금술 회복차를 마시며 단원들은 무대 구석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마르쿠스가 다가와 보고서를 정리했다.

"천장 조율실에서 확보한 흑요석 음차와 카델의 자백 서류는 학사위원회 최고 재판부에 정식 접수되었다. 불협화음 제3계통의 테러 기도는 공식적으로 봉쇄되었어. 너희가 아카데미와 제국 귀족들의 목숨을 구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하진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음향 감찰관은 도주했고 불협화음의 상위 계통은 살아 있습니다. 놈들은 오늘 본선 무대에서 우리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똑똑히 지켜볼 겁니다."

"그래."

엘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정한 지휘과 제복의 매무새를 고치는 그녀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우리가 할 일은 공포에 떠는 것이 아니다. 이 무대 위에서 완벽한 음악으로 그들의 사상을 완전히 부수는 거다."

단원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반이 바이올린의 현을 조율했고 클로에가 플루트를 닦았다. 에릭과 오스카는 금관을 정비했으며 나디아는 첼로를 품에 안았다. 페르는 묵직한 팀파니 북채를 허리춤에 꽂았다.

그때 대음악당 바깥 광장에서 거대한 개막의 대종이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댕- 댕- 댕-

아홉 번의 종소리가 온 아카데미를 흔들었다.

"제국 에테르 클래식 아카데미 음악제 본선 개막을 선언한다! 모든 참가 조는 무대 뒤 대기 구역으로 집결하라!"

확성 마법을 통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회랑을 타고 울려 퍼졌다. 대음악당의 거대한 정문이 활짝 열리며 수천 명의 관객들과 귀족들 그리고 황실 직속 최고 심사위원단이 객석 안으로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하진과 앙상블 단원들이 무대 뒤 대기 복도로 들어섰을 때 작곡과 2학년 수석 에드릭 로웰이 이끄는 정예 연주단과 마주쳤다.

에드릭은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오다 무대 쪽에서 흘러나오는 공기를 느끼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에테르의 순도는 대체 뭐지?"

에드릭의 시선이 무대 바닥의 12개 음향 도관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차갑고 둔탁한 냄새를 풍겨야 할 배관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한 은빛 잔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기 자체가 완벽하게 조율된 현악기처럼 팽팽하고 순수한 긴장감을 머금고 있었다.

에드릭의 시선이 하진에게 꽂혔다.

"강하진…… 네놈들 밤사이에 대체 무대에서 무슨 짓을 벌인 거냐?"

하진은 총보를 품에 안은 채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연주할 길을 닦아 두었을 뿐입니다."

"뭐라고?"

에드릭이 미간을 찌푸리며 따지려던 찰나 무대 감독관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본선 제1경연 참가 팀! 엘레나 폰 아르도 조! 무대 입장 준비!"

엘레나가 은빛 지휘봉을 가슴 앞으로 곧게 세웠다.

"가자."

하진은 오르간 모듈의 멜빵을 조이며 그 뒤를 따랐다. 앙상블 단원들이 완벽한 대형을 이루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무대의 육중한 커튼이 서서히 걷혔다. 수천 명의 관객과 황실 심사위원들이 가득 메운 눈부신 본선 무대의 조명이 하진과 엘레나의 앙상블을 찬란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제국의 심장부에서 진정한 대마법의 첫 악장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