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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21화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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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18초의 첫 음

대음악당의 육중한 무대 방음문이 거친 파열음과 함께 열렸다.

하진과 엘레나가 선두로 들어섰고 그 뒤로 검을 꼬나쥔 마르쿠스와 이동 수레를 미는 루카스가 따라붙었다. 앙상블 단원들도 쐐기 대형을 유지하며 무대 위로 발을 디뎠다.

눈앞에 펼쳐진 대음악당 본선 무대는 불길한 핏빛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천 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부채꼴 객석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천장 공명 반사판과 벽면 음향 도관에서는 검붉은 빛이 맥박 치듯 깜빡였다. 바닥 흡입 밸브에는 카델의 검은 지휘봉에서 뻗은 붉은 신호선이 똬리를 튼 채 박혀 있었다.

무대 정중앙의 높다란 지휘대 위에는 한 사람의 그림자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예비 지휘봉을 쳐든 채 무대 천장을 향해 멈춰 서 있었다. 지휘봉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위상 에테르가 무대 바닥의 12개 음향 도관으로 빨려 들어가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본선 무대 강제 개막 신호 가동 중]
[4악장 시작음 고정까지: 11초]
[지휘봉 하강 시점: 0초에 완벽 동조 예정]
[위상 반전 완료율: 89.2%]

시스템의 붉은 경고창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멈춰!"

마르쿠스가 검을 찌르며 외쳤다.

하지만 지휘대의 인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정박에 지휘봉을 내리찍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 지휘봉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미완성인 4악장의 시작음이 역위상으로 바닥에 박히고 두 보조 공명관과 연결된 신호망이 닫히게 된다.

"하진! 어떻게 막아야 해?"

루카스가 완충판을 받치며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정박으로 부딪치면 안 됩니다."

하진은 오르간 모듈의 멜빵을 조이며 건반 덮개를 젖혔다.

"저 신호망은 1박자의 완벽한 강박을 먹고 자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억지로 누르면 그 반동까지 흡수해서 폐쇄 회로를 완성해요. 정박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엘레나의 은빛 지휘봉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엇박인가?"

"네. 반 박자 늦춘 약박 싱코페이션입니다. 시작음을 정박 뒤로 흘려보내서 놈의 바닥을 뺍니다."

"전원 지휘봉을 봐라!"

엘레나의 서늘한 목소리가 무대를 갈랐다. 지휘대의 지휘봉이 떨리며 마지막 하강을 시작했다.

3초.

2초.

1초.

지휘대의 인물이 지휘봉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정박의 첫 박이 무대 중앙을 강타하며 검붉은 음파가 솟구쳤다.

바로 그 찰나였다.

정박이 허공을 때리고 반 박자가 비어 버린 틈새로 엘레나의 지휘봉이 날카롭게 꺾였다.

쿵!

페르의 북채가 반 박자 늦은 약박의 빈틈을 후려쳤다. 동시에 나디아의 첼로 활이 묵직한 C음 지속저음을 긁으며 무대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하진의 손가락이 오르간 저음 건반 세 개를 강타했다. 체내 마력 없이 순수한 대기 에테르를 끌어모은 C음이었다.

웅- 콰아아앙!

은빛 화음이 뒤늦게 무대 바닥으로 쏟아졌다. 정박을 딛고 솟구치려던 역위상 파동은 자신이 디뎌야 할 바닥이 엇갈리자 공중에서 갈 곳을 잃고 헛돌았다. 하진의 유도 화음과 정면으로 부딪친 붉은 에너지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콰지지직! 쾅!

지휘대 아래로 뻗어 있던 붉은 신호선들이 유리 파편처럼 바스러졌다.

[강제 개막 신호 위상 간섭 발생]
[4악장 시작음 동조 해제 성공]
[역위상 신호망 루프 차단: 0.4초 전]

무대를 뒤흔들던 핏빛 파동이 일시에 사그라들었다.

지휘대 위에 서 있던 인물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휘봉을 떨어뜨리며 무릎을 꿇었다. 손목에서는 검은 그을음이 피어올랐다.


"움직이지 마라!"

마르쿠스가 지휘대 위로 뛰어올라 쓰러진 자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하진과 엘레나도 단상으로 다가섰다. 붉은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얼굴을 본 엘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율리안 선배?"

지휘과 제복을 입은 청년 율리안은 창백한 얼굴로 오른손을 감싸 쥐고 헐떡였다. 손끝은 마력 역류로 검게 타들어가 있었다.

"지휘과 3학년 부수석이 왜 이 시간에 본선 무대에서 역위상 핵을 가동하고 있었던 거지?"

마르쿠스가 차갑게 다그쳤다.

"역위상이라니……! 나는 정식 전령을 받았을 뿐이다!"

율리안이 구겨진 양피지를 내밀었다. 상단에는 '음악제 본선 무대 음향 긴급 사전 조율 전령'이라는 제목과 서무계 인장 문양이 붉게 찍혀 있었다.

"제3종이 울리면 예비 지휘봉을 꺼내 정박의 으뜸음을 내리치라는 지시였다. 내일 경연 전에 사전 진동을 주어야 한다고…… 서무계 공식 인장이 찍혀 있어서 의심하지 못했다!"

"위조된 파형이다."

마르쿠스가 이를 갈며 양피지를 구겼다.

"카델 놈이 서무계 인장을 복제해 예비 신호판에 심어 둔 파형이야. 너는 꼭두각시 노릇을 한 거다."

하진이 율리안의 손목 맥박을 짚었다. 악의적인 불협 핵은 체내에 없었다.

"율리안 선배는 이용당했습니다. 지휘봉을 잡고 첫 박을 내려칠 손이 필요했던 겁니다."

율리안이 멍하니 자신의 타버린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아카데미를 망칠 뻔했단 말인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하진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세 번째 종소리는 지휘대에서 울린 게 아니에요."

엘레나가 물었다.

"무슨 뜻이지?"

"율리안 선배는 종소리를 듣고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종을 울린 사람은 따로 있어요. 잔향이 무대 바닥이 아니라 천장 돔 쪽에서 떨어져 내렸습니다."

하진의 절대음감이 가리킨 곳은 대음악당 천장 중앙의 음향 반사 돔이었다. 그 뒤편에는 상층 환기구를 제어하는 제2조율실이 있었다.

진짜 지령을 내린 자는 저 높은 곳에 숨어 있었다.


"이 배은망덕한 놈!"

무대 뒤편에서 결박당한 카델이 끌려 나왔다.

마르쿠스가 성큼 다가가 카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손에는 서무계 공식 인장 원형이 서슬 퍼런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제 개막은 깨졌고 율리안도 확보했다. 권한을 도용하라 지시한 배후가 누구냐!"

카델은 지휘대 위 은빛 파편들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헛웃음을 흘렸다.

"말도 안 돼…… 18초 만에 저걸 깼다고?"

"대답해라!"

마르쿠스의 호통에 카델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상층부와의 통신선이 끊어졌음을 깨달은 절망이 얼굴에 번졌다.

"……감찰관님이다."

카델이 짓씹듯 뱉어냈다.

"불협화음 제3계통 음향 감찰관. 얼굴도 몰라. 세 번째 종이 울리면 천장 환기덕트 통신관으로 지시를 받았다. 그 지시대로 비상 출입표를 세르반에게 넘겼고 예비 신호판을 조작했을 뿐이야."

"목적이 뭐지?"

엘레나가 서늘하게 물었다.

카델이 고개를 들며 기괴하게 웃었다.

"내일 본선 무대에서 12개 음향 도관으로 역위상 공명포를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객석에 앉은 황실 심사위원과 귀족들의 마력 핵이 한꺼번에 터져 나가는 장관을…… 너희는 막지 못했을 텐데."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제국 음악계의 중추를 일격에 몰살시키려던 대규모 테러 공작이었다.

"하진! 큰일 났어!"

수레 옆을 지키던 루카스가 다급히 외쳤다.

누워 있던 세르반이 활처럼 꺾이며 경련했다. 바이올린 꼬리받침의 검은 실이 피를 머금은 채 목덜미를 파고들고 있었다.

"강제 개막 신호가 끊기면서 역류가 시작됐어!"

"물리적으로 떼어내면 안 됩니다."

하진이 수레 앞으로 뛰어내렸다.

"실행자의 목숨을 끊어 증거를 인멸하려는 자폭 회로입니다. 세르반의 심장 박동과 바이올린 진동이 묶여 있어요."

하진은 오르간 모듈에 손을 얹었다.

세르반의 가슴에서 날뛰는 거친 7도 불협 주파수를 귀로 잡았다. 감싸서 풀어 주어야 했다.

하진은 <제1번 심포니: 에테르의 시작> 4악장의 온화한 해결 화음을 올렸다. 불협의 긴장을 으뜸화음으로 이끄는 정밀한 진행이었다.

스으으-

은빛 에테르가 세르반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쌌다. 검은 실이 은빛 화음에 닿자 힘을 잃고 바스러졌다.

탁.

실이 끊어지며 세르반의 상체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호흡이 점차 규칙적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지령 주파수 추적: 불협화음 제3계통 상위 규격]
[발신 위치: 대음악당 천장 돔 제2조율실 환기덕트]
[본선 무대 상태: 12개 음향 도관 내 미세 불협 잔류]

"위치를 잡았습니다."

하진이 고개를 들었다.

"천장 제2조율실입니다. 상위 감찰관이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


대음악당 정문이 열리며 학사위원회 경비대가 들이닥쳤다. 선두에는 제라드 교수가 서 있었다.

"하진, 엘레나. 무사한가?"

제라드가 율리안과 카델, 바닥의 파편들을 빠르게 훑었다.

마르쿠스가 다가가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제라드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학사위원회 심장부에서 이런 테러를 획책하다니. 경비대는 즉시 천장 돔 제2조율실과 환기구 전 구역을 봉쇄하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퇴로를 차단해라!"

경비병들이 마법창을 치켜들며 상층 계단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제라드가 무대 바닥의 음향 밸브를 살피며 혀를 찼다.

"문제가 남았군. 12개 음향 도관에 미세한 불협 진동이 엉겨 붙어 있다. 이대로 내일 본선을 열면 연주자들의 소리가 왜곡될 거다."

"배관을 뜯어내 세척할 수는 없습니까?"

루카스가 묻자 제라드가 고개를 저었다.

"고대 청동관이라 전부 분해하려면 사흘은 걸려. 내일 본선을 취소해야 한다는 뜻이지."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엘레나가 단호히 말했다.

"적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혼란입니다."

그녀가 하진을 돌아보았다.

"하진. 방법이 있지?"

하진은 미소를 지으며 오르간 모듈을 열었다.

"부술 필요 없습니다. 저 배관들은 소리를 전달하는 길입니다. 불협의 찌꺼기보다 훨씬 거대하고 완전한 화음으로 채워 밀어내면 됩니다. 완벽한 음악은 그 자체로 가장 순수한 에테르 정화포니까요."

제라드의 눈이 커졌다.

"설마 미완성이라던 그 곡을 지금 연주하겠다는 건가?"

"네. <제1번 심포니: 에테르의 시작> 4악장 전체 총주입니다."

하진이 지휘대를 가리켰다.

"단 하나의 불협도 끼어들지 못하도록 본선 무대 전체를 우리 음악으로 물들이는 겁니다."

엘레나가 지휘대로 걸어 올라갔다. 은빛 지휘봉이 혜성처럼 궤적을 그렸다.

"앙상블, 전원 무대 정위치로!"

단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뛰어갔다.

이반이 바이올린을 턱에 괴었고 클로에가 플루트를 입술에 대었다. 에릭과 오스카가 금관을 정면으로 겨누었으며 나디아가 첼로의 앤드핀을 바닥 깊숙이 박았다. 페르는 팀파니 앞에 서서 북채를 쥐었다.

하진은 엘레나 옆 총보 거치대 앞에 섰다.

오르간의 모든 스톱을 열자 순수한 대기 에테르가 건반 주위로 소용돌이쳤다.

텅 빈 대음악당의 적막 속에서 지휘봉이 허공을 갈랐다.

12개 음향 도관을 집어삼킬 장대한 4악장의 첫 총주가 밤의 어둠을 가르며 눈부시게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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