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악보는 대마법이 된다

19화: 두 개의 보조 공명관
대음악당 지하 중심 공명고에 남은 사람들은 누구도 안도의 숨을 쉬지 못했다.
순은빛 제1중심 공명석은 제단 위로 돌아갔지만 바닥에 펼쳐진 양피지 약도에는 붉은 엑스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제단 아래로 뻗은 음향 배관 중 두 곳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
"보조 공명관입니다."
엘레나가 약도의 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나는 객석 아래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무대 뒤쪽으로 올라가. 둘 다 본선 무대의 공명판에 연결되어 있어."
하진은 양피지를 가까이 가져갔다. 손끝을 대자 0.38퍼센트 역위상의 잔향이 두 방향에서 동시에 튀어 올랐다.
"두 관은 따로 작동하지 않아요. 같은 박자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받아야 합니다. 하나가 첫 음을 늦추면 다른 하나가 마지막 음을 앞당겨서 본선 전체의 문장을 뒤집는 구조예요."
제라드 교수의 표정이 굳었다.
"경비대를 두 곳에 나눠 보내겠다."
"그러면 관 안에 남은 신호가 끊깁니다. 적은 중심 공명석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어요. 다음 지시는 사람이 아니라 잔류 파동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마르쿠스가 회수한 공식 인장 원형을 바라보았다.
"내 인장을 쓴 승인 신호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인가?"
"두 관을 열려면 서무계 인장의 공명 문장이 필요합니다."
마르쿠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내 인장 원형을 제라드에게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문을 열겠다. 누가 내 권한을 흉내 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겠어."
엘레나가 단원들을 돌아보았다.
"앙상블은 이동 결계 대형을 유지한다. 객석 아래 관부터 확인하고 무대 뒤 관으로 간다."
하진은 오르간 모듈의 건반 덮개를 열었다.
"두 관 사이의 거리를 선율로 묶어야 합니다. 우리가 한 장소에 있어도 두 관이 서로의 응답을 듣게 만들죠."
객석 아래 통로는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다. 위쪽에서 경비대의 발소리가 울렸지만 통로 안쪽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했다.
엘레나의 지휘봉이 낮게 움직였다. 나디아의 첼로가 바닥에 긴 저음을 깔자 돌 틈 사이로 은빛 선이 이어졌다. 페르가 그 선 사이의 쉼표마다 작은 북을 두드렸다.
쿵. 쿵.
빈 공간이 하나씩 표시되었다.
"쉼표가 이상해요."
클로에가 플루트를 내렸다.
"소리가 끝난 뒤가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빈틈이 생깁니다."
"거꾸로 된 쉼표예요."
하진은 통로 끝의 철제 덮개를 열었다. 손바닥만 한 공명판 여섯 개가 원형으로 박혀 있었다. 각 공명판에는 불협화음의 하위 표식과 짧은 금속 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갑자기 첫 번째 공명판이 울렸다.
삐이익.
이반의 활이 현에 닿기도 전에 바이올린의 잔향이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릭의 트롬본에서 나와야 할 낮은 호흡도 목구멍에서 끊겼다.
"연주하지 마!"
엘레나가 외쳤지만 검은 파동은 이미 통로를 가르고 있었다. 소리가 멈춘 순간마다 공명판 하나가 켜지며 단원들의 다음 음을 미리 훔쳐 갔다.
하진은 오르간에서 C음을 짧게 찍었다. 검은 파동이 그 음을 삼키려는 순간 페르의 북채가 빈 박을 후려쳤다.
쿵!
쉼표가 사라지지 않고 단단한 은빛 기둥으로 솟았다. 나디아의 첼로 저음이 그 기둥 아래를 묶었다.
"페르. 빈 박을 계속 공격해요. 저 진식이 먹는 건 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포기한 시간입니다."
페르가 이를 드러내며 북채를 내리쳤다.
쿵! 쿵! 쿵!
이반은 세 음을 올렸다. 클로에는 통로 반대편에서 같은 음을 거꾸로 받아 내렸다. 질문과 대답이 공명판 사이를 오가자 미리 켜졌던 검은 빛이 제자리를 잃었다.
"지금입니다."
엘레나의 지휘봉이 원을 그렸다. 에릭과 오스카의 금관이 동시에 울렸다. 완전5도의 두터운 화음이 공명판 여섯 개를 눌렀다. 하진은 마지막에 완전1도의 낮은 C를 끼워 넣었다.
콰앙!
공명판에 번진 검은 균열이 은빛 선을 따라 갈라졌다. 뒤집혀 있던 쉼표의 방향이 본래대로 돌아오며 통로의 정적이 풀렸다.
[보조 공명관 A: 역위상 쉼표 진식 해체]
[본선 공명판 연결률: 100% -> 12%]
[잔류 신호 발신 방향: 무대 뒤쪽 보조 공명관 B]
공명판 틈새에는 피 묻은 송진 조각이 끼어 있었다.
"침입자가 이곳에서 장치를 손봤어요. 아직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무대 뒤쪽 통로로 이어지는 계단은 젖어 있었다. 바닥에는 한쪽 발을 끄는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마르쿠스가 검을 뽑았다.
"부상당한 놈이 여기로 왔군."
하진이 무릎을 굽혔다. 물웅덩이 표면이 일정한 박자로 흔들리고 있었다.
"두 번째 관이 이미 작동 중입니다."
계단 아래에서 금속을 긁는 소리가 났다. 회색 망토의 침입자가 무대 장치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쪽 팔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다른 손에는 검붉은 오염석이 들려 있었다.
"여기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군."
그가 오염석을 공명관 입구에 밀어 넣었다.
쿠구궁!
무대 아래의 발판이 크게 들썩였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 공명판이 한꺼번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어장!"
엘레나의 지휘봉이 위로 솟았다. 나디아의 첼로가 넓은 은빛 막을 펼쳤다. 공명판들이 막에 부딪혀 옆으로 튕겨 나갔다. 루카스는 수레의 완충판을 벽에 걸어 무너지는 지지대를 붙잡았다.
"놈이 관을 부수려 합니다!"
오스카가 외쳤다.
"아니요. 부수는 게 아니라 우리 총주의 마지막 음을 훔치려는 겁니다. 이 관에서 역위상 신호를 보내면 앞의 관이 첫 음을 뒤집어요."
침입자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럼 네 음악도 결국 시작과 끝을 잃겠지."
하진은 오르간을 켜지 않았다. 이반에게 낮은 손짓을 보냈다. 이반의 바이올린이 짧은 질문을 던졌다. 클로에가 계단 위에서 그 질문을 받아 길게 끌었다. 그 사이 페르의 북이 셋째 박만 골라 찍었다.
오염석의 붉은 빛이 흔들렸다.
"지금 신호를 되돌립니다."
하진이 건반 하나를 눌렀다. 체내 마력이 아닌 대기 에테르가 관 안으로 흘러들었다. 첫 번째 관에서 해체한 역위상 쉼표가 길을 열었고 두 번째 관의 검은 파동이 되돌아 나왔다.
침입자가 비명을 질렀다. 오염석에서 뻗은 붉은 선이 그의 손목을 거꾸로 감았다.
"누가 다음 신호를 줬지?"
마르쿠스가 검끝을 겨누었다.
침입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벽면의 작은 승인판을 바라보았다. 판 위에는 학생회 서무계 인장을 본뜬 붉은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마르쿠스의 얼굴이 굳었다.
"내 권한이 아직 안쪽에서 살아 있어."
"그렇다면 직접 끊으세요."
마르쿠스는 승인판에 공식 인장 원형을 갖다 댔다. 붉은 문양 두 개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위조된 신호가 갈라지고 두 번째 관의 검은 빛이 꺼졌다.
침입자는 그 틈을 타 무대 뒤편의 폐쇄 통로로 달아났다. 무너진 장치가 통로 입구를 가로막아 앙상블의 추격을 막았다.
하진은 바닥에 남은 검은 악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악보에는 완성되지 않은 4악장의 종결부와 붉은 화살표 두 개가 그려져 있었다.
두 보조 공명관은 임시 봉인되었지만 관 안쪽의 잔류 진동은 일정한 간격으로 다시 맥박쳤다.
제라드 교수가 차폐석을 설치하며 말했다.
"영구 봉인은 본선 무대 전체의 배관을 해체해야 가능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그럼 시간이 없습니다."
엘레나가 악보 조각을 바라보았다.
"적이 본선 연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군."
하진은 두 관의 잔향을 들었다. 하나는 낮은 C를 향해 내려가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마지막 음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4악장 전체를 완성해야 합니다.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하나의 호흡으로 묶어야 저 신호망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엘레나가 지휘봉을 들었다.
"전원 악기를 준비해. 지금 여기서 4악장 종결부를 선행한다."
단원들의 표정에 피로가 스쳤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디아가 첼로의 앤드핀을 바닥에 고정했고 페르가 조용히 첫 박을 세었다.
하진은 4악장의 마지막 선율을 오르간에 얹었다. 완전1도 장조의 화음이 두 보조 공명관으로 동시에 흘렀다. 첫 번째 관의 역위상 파동이 그 음을 뒤집으려 했지만 두 번째 관에서 돌아온 이반과 클로에의 응답이 틈을 메웠다.
은빛 선이 무대 아래 배관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두 관의 맥박이 하나로 겹쳤다.
[보조 공명관 A/B 임시 동조 성공]
[역위상 카운트: 정지]
[제1번 심포니 4악장 종결부 선행 연주 기록]
연주가 끝나자 무대 아래에는 잠깐의 고요가 찾아왔다. 이번 고요는 적이 훔쳐 간 쉼표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음을 끝까지 지켜 낸 뒤에 남은 숨이었다.
엘레나가 폐쇄 통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망자는 의상 보관동으로 갔어. 젖은 발자국이 그쪽에서 끊겼다."
하진은 검은 악보 조각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작은 글씨가 하나 남아 있었다.
<다음 지휘 신호는 안쪽 사람이 받는다.>
학생회 권한을 훔친 자는 아직 아카데미 안에 있었다.
하진은 오르간 덮개를 닫고 폐쇄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본선 무대의 첫 음을 지키려면 먼저 그 사람의 손에서 지휘봉을 빼앗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