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

18화: 3번 선반의 은빛 열매
로웰 아카데미 서쪽 끝에 자리한 제국 포션 제조소의 붉은 벽돌 굴뚝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짙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육중한 철문이 열릴 때마다 달아오른 화덕 열기와 쓴 약초 냄새가 계단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로완은 흙 묻은 조수 외투 자락을 여미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품 안에는 자료실에서 밀봉한 검은 봉인의 유리병이 들어 있었다.
병 안쪽의 은분 침전물은 제조소 문턱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사납게 소용돌이쳤다. 맑은 보존액 속에서 세 갈래로 갈라진 은빛 결이 마치 살아 있는 뿌리처럼 유리벽을 거세게 두드렸다.
"공명이 점점 강해집니다."
뒤따르던 실비아가 수정 감측판을 가슴 앞으로 치켜들었다. 감측판 표면에 새겨진 푸른 눈금들이 규칙성을 잃고 팽팽하게 떨리고 있었다.
"제조소 안쪽에서 신목의 안식 마나 파동이 잡혀요. 아주 탁하고 거친 결입니다."
펠릭스가 허리춤의 검대를 고쳐 잡으며 철문을 거칠게 밀어젖혔다.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야."
제조소 1층의 중앙 추출실은 수증기로 자욱했다. 구리 파이프가 얽힌 증류관 사이로 흰 앞치마를 두른 조제사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홀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청동 가마솥 아래에는 붉은 화염 룬이 막 불꽃을 피워 올리는 중이었다.
가마솥 바로 앞 조제대 위에는 푸른빛을 띤 둥근 열매 수십 개가 넓은 은쟁반에 수북이 담겨 있었다.
"불을 올려라! 3번 선반의 청월 열매 전량 투입 준비!"
솥뚜껑을 든 조제사가 고함을 지르며 쟁반으로 손을 뻗는 찰나였다.
"멈추십시오!"
로완의 단호한 목소리가 자욱한 수증기와 쇠붙이 소리를 뚫고 추출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작업장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다. 조제대를 총괄하던 주임 조제사 바르톨이 미간을 사납게 찌푸리며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소매를 걷어붙인 그의 팔뚝에는 마른 물약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누군데 신성한 제조 구역에서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 지금은 생도용 마나 회복 포션 2호 가마솥의 1차 추출 시간입니다. 십 초만 어긋나도 온도가 떨어져 귀한 원료를 통째로 버립니다!"
펠릭스가 품에서 붉은 직인이 선명한 문서를 높이 펼쳐 보였다.
"학장 각하의 전권 격리 명령이다. 3번 선반에서 반출된 모든 원료와 지금 조제대에 오른 청월 열매의 추출을 즉시 중단한다."
"학장님의 격리령이라고요?"
바르톨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지만 선뜻 물러서지 않았다.
"상단이 공급을 끊겠다고 협박해서 아카데미 비축분이 바닥나기 직전입니다. 겨우겨우 긴급 불출 전표를 받아 확보한 최상급 청월 열매 두 상자란 말입니다. 지금 불을 끄면 오늘 오후 검술 학부와 마법 학부 합동 훈련용 포션은 누가 책임집니까?"
"그 열매를 솥에 넣는 순간 책임져야 할 것은 결품이 아니라 수십 명의 중독 사고가 됩니다."
로완이 조제대로 침착하게 다가섰다. 그는 품에서 검은 봉인의 유리병을 꺼내 은쟁반 바로 옆에 내려놓았다.
찰랑.
유리병이 쟁반에 닿자마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은빛 가루가 회오리치며 수면 위로 솟구쳤다. 세 갈래 파문이 쟁반 위 열매들을 향해 뻗어나가듯 병목을 세차게 두드렸다.
동시에 쟁반 위 열매들의 표면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던 은청색 미광이 불규칙하게 명멸했다.
바르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반응입니까?"
"같은 물을 먹은 불순물끼리 공명하는 겁니다."
실비아가 감측판을 쟁반 위에 가까이 대자 은빛 스펙트럼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찢어졌다.
"자료실 배수관을 오염시켰던 그 은분 파동이에요. 열매 조직 깊숙한 곳까지 독성이 배어 있습니다."
로완은 화구 조절 레버를 직접 손으로 잡아 돌렸다. 치익 소리와 함께 청동 가마솥 아래의 불꽃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두 상자라고 하셨습니까? 나머지 한 상자는 어디 있습니까?"
바르톨은 멍하니 뒤편의 석벽을 가리켰다. 벽면에 매달린 굵은 주철 선반마다 번호가 음각되어 있었다. 3번 선반 위에는 아직 뚜껑이 닫힌 거친 목재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저기 있습니다. 하나는 방금 씻어서 쟁반에 담았고 다른 하나는 아직 풀지 않았습니다."
"두 상자 모두 전량 격리 대상입니다."
펠릭스가 즉시 3번 선반 앞으로 다가가 나무 상자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바르톨이 답답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보세요. 껍질 색은 흠잡을 데 없이 짙은 남빛이고 마나 감응석을 대면 맑은 파동이 측정됩니다. 외관도 탄탄하고 무른 곳 하나 없는 최상급품인데 왜 독극물 취급을 하는 겁니까?"
"식물은 겉모습만으로 속박된 생리를 숨기지 못합니다."
로완은 허리춤의 도구 주머니에서 흑요석 칼날이 달린 세라믹 칼을 꺼냈다. 금속 성분이 닿으면 미세 마나 반응이 왜곡될 수 있기에 식물 조직을 정밀 검사할 때 쓰는 도구였다.
그는 은쟁반에서 가장 크고 탐스러운 푸른 열매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끝으로 껍질을 살짝 누르자 건강한 영초 특유의 단단하고 질긴 탄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표면은 팽팽했지만 속은 얇은 달걀 껍데기처럼 바삭거리는 이질적인 감각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잘 보십시오."
로완은 열매를 가로로 매끄럽게 갈랐다.
사각.
익은 과실에서 배어 나와야 할 은은한 단내 대신 코를 찌르는 금속성 풋내가 번졌다. 절단면이 드러나자 주변에 모여든 조제사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단단하게 엉겨 있어야 할 중심 과육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액포는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투명한 수액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세포벽은 얇은 비닐처럼 늘어나 흐물거렸다.
"과육이 왜 이렇지? 젤리처럼 차 있어야 할 심지가 텅 비었잖아."
한 조제사가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유리화(Vitrification) 현상입니다."
로완이 절단면을 가리키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충분한 햇빛과 흙 속의 칼슘을 흡수하며 정상적인 주기로 자란 청월 열매는 펙틴 세포벽이 단단하게 결합합니다. 하지만 이 열매는 모주가 땅에서 양분을 올릴 틈도 없이 고농도의 마나 침출수를 뿌리에 들이부어 강제로 세 번이나 쥐어짜 낸 결과물입니다."
로완은 핀셋으로 과육 중심의 수액 한 방울을 덜어 마른 유리판에 올렸다.
"조직이 마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물과 마나만 비정상적으로 머금은 채 세포막이 파열된 겁니다. 겉은 팽팽해 보여도 내부는 썩기 직전의 부종 상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마나 농도는 높지 않습니까? 포션의 핵심은 유효 마나 함량입니다."
바르톨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반박했다.
"그 마나가 어디서 온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로완은 유리판 위의 수액에 조제대 위에 놓여 있던 약산성 침전 시약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순간 투명하던 수액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바닥에 거무튀튀한 은빛 결정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엉겨 붙은 찌꺼기들은 가마솥의 구리 파이프에서 올라오는 잔열에 닿자마자 날카로운 침상 구조로 차갑게 굳어졌다.
실비아가 숨을 삼켰다.
"침강성 마력 응집체……"
"그렇습니다. 신목의 뿌리를 틀어막고 폐창고 수로에 흘려 넣었던 은분이 마나 수액과 결합한 채 과육에 갇혀 있었습니다."
로완이 바르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상태로 청동 솥에 넣고 끓였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열매 속의 유기산과 가마솥의 열기가 반응해 은분이 과포화 상태로 추출되었을 겁니다. 완성된 물약은 겉보기에 푸른빛을 띠겠지만 복용한 생도들의 체내에서 체온과 혈류 마나를 만나 마나 회로 벽에 저 은빛 바늘들을 촘촘히 박아 넣었을 겁니다."
바르톨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그의 시선이 불이 꺼진 청동 가마솥으로 굳은 듯 향했다.
조금 전 자신이 내렸던 투입 명령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 듯 조제사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검술 생도들의 근육 파열이나 마법 생도들의 마나 역류가 일어났을 거요. 우리 제조소에서 만든 약을 먹고……"
"그것이 이 열매를 이곳으로 밀어 넣은 자들의 목적이었을 겁니다."
펠릭스가 서늘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아카데미가 상단의 횡포에 맞서 독자 생산을 선언한 바로 그 타이밍에 대형 중독 사고가 터진다면 어떻게 되겠나? 학장의 개혁은 박살 나고 공인 연구실은 폐쇄되며 상단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겠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조제사들은 더는 격리 명령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3번 선반의 상자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입고 전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로완이 말했다.
"이 열매가 어떤 명목으로 누구의 손을 거쳐 이 3번 선반까지 들어왔는지 경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바르톨은 비틀거리며 벽면의 기록 보관함으로 달려갔다. 그가 꺼내 온 철제 바인더 속에서 오늘 새벽 날짜의 긴급 입고 전표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펠릭스가 전표를 낚아채 테이블 위에 펼쳤다.
품목란에는 '공인 대식물학 연구실 비축 청월 열매 2상자'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출고처 직인 칸에는 붉은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연구실 인장이 아닙니다."
펠릭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자료실에서 보았던 그 인장이야. 온실 감독관실 인장."
로완은 자료실에서 떠 온 압흔판을 전표 위에 겹쳤다.
전표의 우측 여백에는 자료실 원본 장부의 빈 줄과 완벽히 일치하는 미세한 세 갈래 홈이 찍혀 있었다. 서명란에는 이름 없이 '연구실 보조'라는 네 글자가 흘려 쓰여 있었고 마지막 획이 길게 뻗어나간 형태 역시 야간 열쇠 대여 장부와 같았다.
"같은 사람입니다."
로완이 말했다.
"자정 무렵 연구실 보조 열쇠를 빌려 자료실 장부의 출고지를 조작한 자가 바로 이 전표를 제조소로 들고 온 겁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실비아가 3번 선반에서 내린 나무 상자의 모서리를 가리켰다.
상자 바닥의 옹이진 틈새에 검붉은 먹물이 묻어 있었다. 물에 씻겨 일부가 지워졌지만 독특한 세 겹의 닻 문양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표식은……"
바르톨이 말을 잇지 못했다.
"수도 약초 상단 제3하역소의 통관 표식입니다."
펠릭스가 잘라 말했다.
"상단의 물건이 온실 감독관실 인장과 연구실 보조의 서명을 달고 제조소로 직행했군. 완벽한 내부 협력의 흔적이야."
로완은 상자 안쪽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손끝에 미끈거리는 투명한 왁스가 묻어 나왔다. 코를 가까이 대자 쌉싸름한 장뇌향과 유황 냄새가 섞여 풍겼다.
"온실 감독관실 전용 시약 캐비닛에서 쓰는 방부 밀랍입니다. 곰팡이를 막으려고 황을 섞은 특수 배합이죠."
로완은 왁스를 긁어 유리병에 담고 봉인을 찍었다.
"상단에서 가져온 상자를 감독관실 시약으로 겉만 방부 처리한 뒤 새벽에 제조소로 넘겼습니다. 인장과 약품 모두 감독관실을 관통하고 있어요."
바르톨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럼…… 감독관이 상단과 손을 잡고 이 짓을 벌였다는 겁니까?"
"감독관의 방에서 나온 물건들이 쓰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직접 손을 움직인 건 '보조'의 열쇠를 가진 자입니다. 아직 한 발이 남아 있습니다."
로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선 이 두 상자는 전량 격리합니다. 증거가 훼손되거나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삼중 봉인을 걸어야 합니다."
펠릭스와 실비아가 즉시 움직였다.
남은 한 상자와 은쟁반의 열매들을 참숯 가루와 생석회가 깔린 밀봉 상자에 쓸어 담았다. 펠릭스의 귀족 인장과 실비아의 식물학부 공인 인장 그리고 제조소의 검수 인장이 나란히 찍혔다. 붉은 밀랍이 굳으며 위험한 오염 물질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봉인이 끝나자 바르톨이 난감한 표정으로 텅 빈 가마솥을 쳐다보았다.
"오염을 막은 건 천만다행입니다만 오늘치 마나 회복 포션 생산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단은 원료 공급을 거부하고 있고 비축분은 전량 오염되어 폐기되었습니다. 오후면 당장 생도들이 훈련에 들어갈 텐데요."
"그 걱정이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로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이곳으로 올 때 이미 한스에게 전갈을 남겼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조소 입구 쪽에서 수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문이 열리며 연구실 앞치마를 두른 마르크가 헐레벌떡 수레를 밀고 들어왔다. 수레 위에는 짚으로 꼼꼼하게 완충된 차광 상자 두 개가 실려 있었다.
"연구원님! 지시하신 대로 공인 연구실 1차 수확분 청월 열매 삼십 킬로그램을 가져왔습니다!"
마르크가 땀을 닦으며 상자 뚜껑을 열었다.
시원한 새벽바람 같은 맑고 청량한 마나 향기가 제조소 안을 순식간에 채웠다.
상자 안에는 짙푸른 은청색의 열매들이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채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유리화된 흔적 따위는 없었다. 껍질은 단단하고 매끄러웠으며 꼭지마다 살아 있는 생명력이 뿜어져 나왔다.
바르톨이 홀린 듯 다가가 열매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이 완벽한 펙틴 탄력…… 감응석 수치가 한계치까지 차오르는데도 파동이 거울처럼 고요하군요."
"생리적 3모작을 통해 질소와 인산 그리고 칼륨을 정확히 공급받아 세포벽을 완성한 열매입니다."
로완이 솥 앞의 조제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마솥에 불을 다시 올리십시오. 순도가 상단 공급품보다 두 배 이상 높으니 투입량은 절반이면 충분합니다. 맑은 물에 넣고 끓여도 침전은 단 한 점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불을 올려라! 1호, 2호 가마솥 전원 가동!"
바르톨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화염 룬이 다시 붉게 타오르고 맑은 지하수가 솥 안에서 끓어올랐다. 로완의 청월 열매가 투입되자 수증기마저 은은한 푸른빛을 띠며 퍼져나갔다. 가열된 액포에서 터져 나온 마나는 어떤 불순물도 없이 투명하고 짙은 남색 원액으로 변해갔다.
침전은 없었다. 거친 은빛 거품도 일지 않았다.
"성공입니다……! 상단 약초를 썼을 때보다 수율이 훨씬 높아요!"
조제사들의 환호성이 수증기 너머로 메아리쳤다.
바르톨이 로완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로완 연구원님.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살인 물약을 만들 뻔했습니다."
"지켜야 할 것을 지켰을 뿐입니다."
로완이 차분하게 답하며 손을 뗐다.
위기는 넘겼고 독자 생산의 첫 발걸음은 완벽한 품질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로완은 잊지 않았다.
그때 제조소 밖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것은 온실을 지키고 있어야 할 한스였다. 그의 뺨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손에는 구겨진 양피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연구원님! 큰일 났습니다!"
로완이 재빨리 다가갔다.
"한스, 무슨 일입니까? 온실 C구획에 문제가 생겼습니까?"
"아닙니다! 연구실이 아니라 감독관실입니다!"
한스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속삭였다.
"감독관실의 서랍을 정리하던 관리 보조 한 놈이 짐을 싸서 아카데미 북문 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서랍 밑바닥에서 이 전표 원본과 똑같은 세 갈래 인장이 든 나무 상자가 나왔습니다!"
로완과 펠릭스의 시선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혔다.
기록을 조작하고 오염 열매를 날랐던 손의 실체가 마침내 아카데미 경계선 밖으로 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