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

16화: 꺾꽂이의 첫 뿌리
청월 덩굴의 전정 곁순들은 유리 수조 안에서 은청색 수액을 천천히 흘리고 있었다.
로완은 수조 곁에 놓인 모래 배지와 표찰을 번갈아 확인했다. 곁순 하나마다 남은 마디 수와 잎의 수가 달랐다. 같은 덩굴에서 잘라냈어도 출발점은 같지 않았다.
"전부 지금 심으면 안 됩니까?"
마르크가 수조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수도 학회에 보낼 증식 계획서에는 최소 백 주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면 한 번에 다 심어야 맞출 수 있지 않습니까?"
"백 주를 얻으려다 열두 모주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오늘 심을 수 있는 건 백 주가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열두 주입니다."
로완은 소독한 가위로 곁순 하나의 끝을 비스듬히 잘랐다. 줄기에는 세 개의 마디가 남았다. 가장 아래 마디의 잎은 떼어 내고 위쪽 잎 두 장도 절반만 남겼다.
"왜 잎을 자릅니까?"
한스가 작은 붓을 들고 물었다.
"뿌리가 없는 삽수는 흙에서 물을 올릴 수 없습니다. 잎을 그대로 두면 잎이 증산으로 물을 잃는 속도가 뿌리가 흡수하는 속도보다 빨라져요. 잎이 전혀 없으면 저장 양분을 만들 수 없으니 두 장만 남기고 면적을 줄입니다."
로완은 절단면에 숯가루를 아주 얇게 묻혔다. 이어 발근 촉진액에 삼십 초 동안 담갔다가 꺼냈다.
"꽃이 달렸던 마디는 이미 양분을 많이 썼습니다. 아래쪽에서 휴면 곁눈이 남아 있고 줄기가 단단한 두 마디 삽수가 우선입니다. 세 마디를 쓰는 건 비교군으로 남기죠."
펠릭스가 표찰 묶음을 들고 다가왔다.
"모주 번호와 절단 시각은 적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구획으로 나눌 건가?"
"A는 거친 석영 모래와 참숯을 일곱 대 세 비율로 섞습니다. B는 모래를 조금 줄이고 부엽토를 넣습니다. C는 마르크가 원하는 빠른 발근 구획으로 두고 안식 마나수를 사십 분의 일로 희석해 주십시오. D는 팔십 분의 일 희석수와 통기성 높은 배지로 갑니다."
마르크가 눈을 크게 떴다.
"또 비교군입니까?"
"실패가 어느 조건에서 생겼는지 알아야 다음 증식 수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숫자를 맞추라는 명령을 듣지 않아요."
한스와 펠릭스가 삽수의 밑동을 배지에 꽂았다. 마디 하나가 흙 아래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표면 바로 위에 놓였다. 로완은 배지를 누르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만 고정했다.
"마디를 묻는다고 줄기를 깊이 박으면 안 됩니다. 숨을 못 쉬는 절단면은 물을 먹기 전에 썩습니다."
실비아가 수정 감측판을 삽목상 위에 펼쳤다.
"구획마다 수분 파동을 따로 읽을 수 있게 감측선을 묶어 둘게요. 첫 사흘은 꽃을 피울 때보다 더 조용히 봐야 하겠군요."
"맞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성장이 아니라 상처를 닫고 새 뿌리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네 구획의 표찰이 꽂히자 온실 안에는 흙 냄새와 젖은 숯 냄새가 번졌다. 로완은 관수 호스를 한 번에 열지 않고 각 상자의 심지 끝에 물방울 하나씩만 맺히게 조절했다.
그날 밤부터 한스는 네 시간마다 삽목상을 돌았다. 첫날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둘째 날 아침 A구획의 잎은 곧게 서 있었지만 C구획의 잎 몇 장은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셋째 날 새벽에는 D구획의 한 삽수가 줄기 끝을 미세하게 들어 올렸다. 한스는 기쁜 마음에 물통을 들고 달려갔다.
"물을 더 주면 깨어나는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로완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잎은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래쪽 절단면이 숨을 못 쉬어서 말리는 겁니다. 먼저 배지를 열어 봅시다."
로완은 C구획의 가장자리 삽수 하나를 뽑았다. 절단면에는 검은 막이 생겨 있었고 주변 모래는 젖은 채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다른 삽수의 잎 뒷면에는 아주 가는 은빛 가루가 박혀 있었다.
"이건 참숯이 아닙니다."
실비아가 감측판을 가까이 가져왔다. 검은 막 위로 세 갈래 은빛 파문이 번졌다.
"배수 도관에서 보았던 결입니다. 아주 약하지만 같은 문양이에요."
마르크가 삽목상 뒤의 자루를 가리켰다.
"그럴 리 없습니다. 재료는 전부 연구실 표준 보관 포대에서 꺼냈습니다."
로완은 C구획의 배지를 조금 더 걷어 냈다. 숯가루 속에 은빛 알갱이가 섞여 있었다. 알갱이는 물을 머금은 절단면에 들러붙어 얇고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있었다.
"은분이 절단면을 막았습니다. 상처가 봉합되기 전에 물과 산소가 드나드는 길을 닫아 버린 겁니다. 이 상태에서 관수를 늘리면 오염된 물이 더 깊이 들어갑니다."
한스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어제 C구획에 물을 더 주려고 했습니다."
"당신이 따로 한 일이 아니라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손대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온실 문이 열리고 온실 감독관이 들어왔다. 그는 삽목상 앞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짧게 웃었다.
"역시 무리한 실험이었군요. 상처 난 가지를 모래에 꽂아 두고 대량 증식이라니. 청월 덩굴은 마나를 직접 주입해야 자라는 품종입니다. 전부 폐기하고 검증된 재배소에 맡기는 게 아카데미를 위한 길입니다."
펠릭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검증된 재배소가 세 번씩 모주를 뜯어 죽인 곳을 말하는 건가?"
"근거 없는 비방은 그만두십시오."
감독관의 시선이 C구획 옆에 세워진 숯 포대로 잠깐 움직였다. 로완은 포대를 즉시 열지 않았다. 손으로 만지는 순간 시료가 섞일 수 있었다.
포대의 입구에는 연구실 표준 인장이 아니라 온실 감독관실의 붉은 밀랍 인장이 붙어 있었다. 펠릭스는 그 인장을 건드리지 않고 표면 문양과 포대 위치를 기록했다.
"한스, 새 장갑과 빈 유리병을 가져와요. 펠릭스는 지금부터 이 구획 주변의 출입을 막아 주십시오."
"나를 의심하는 건가요?"
감독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도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염 시료와 정상 시료를 분리해야 합니다. 감독관님도 연구실 책임자라면 그 절차를 막지 않으시겠죠."
로완은 C구획을 투명한 격리막으로 둘렀다. 마나로 공기를 밀폐하지 않고 바닥과 선반 사이에만 얇은 결계를 세워 은분이 다른 상자로 튀지 않게 했다.
"실비아 부교수님은 감측판으로 오염 범위를 표시해 주세요. 한스는 C구획에 물을 더 주지 말고 배수받이를 먼저 놓습니다."
그는 건강한 삽수 중 절단면이 아직 단단한 여섯 주를 조심스럽게 뽑아 새 배지로 옮겼다. 절단면은 미지근한 맹물로 씻고 숯가루를 다시 얇게 입혔다. 오염된 삽수는 버리지 않고 봉인 유리병에 넣었다.
"왜 버리지 않습니까? 이미 죽은 것 같은데요."
마르크가 물었다.
"죽었는지 판단하는 것과 증거를 없애는 건 다릅니다. 이 조직이 며칠 안에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하면 은분이 어디서 작동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스가 배수받이를 열자 회색 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물 표면에는 은빛 실선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실비아는 그 파동을 수정판에 고정했다.
"파동이 약해지고 있어요. 격리막이 흐름을 막은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럼 이 상자 전체를 씻어 내면 되지 않습니까?"
마르크가 다시 물었다.
"전부 씻으면 숯 속에 남은 양이 사라져 출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오염 구획은 건조 상태로 관찰하고 새로 옮긴 삽수만 낮은 습도로 관리합니다."
로완은 D구획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손가락 자국이 생기지 않고 모래가 바로 흘러내렸다.
"D구획은 좋습니다. 수분은 충분하지만 공기층이 살아 있습니다. 안식 마나수는 팔십 분의 일로 유지하고 이틀 동안은 관수량을 늘리지 않습니다. 뿌리가 나오기 전에 잎이 먼저 자라면 실패예요."
감독관은 격리막 너머의 오염 포대를 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펠릭스가 인장과 포대 표면을 기록하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알버스 학장이 온실에 찾아왔다. 마르크는 첫 삽목상의 문제와 오염 발견 사실을 빠르게 보고했다.
"수도 학회에는 어떻게 설명하겠나? 대량 증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실패 기록부터 생겼군."
"실패 기록이 있어야 공급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발근 전 개체를 숫자에 넣지 않고 네 구획의 생존율과 오염 여부를 함께 제출하겠습니다."
"상단은 우리가 시간을 끈다고 주장할 걸세."
"그 주장을 막으려고 기록을 공개하는 겁니다. 첫 백 주를 무리하게 출하하면 상단이 만든 방식과 다를 게 없습니다."
로완은 D구획의 가장자리 삽수를 들어 올렸다. 줄기 밑동에서 쌀알보다 작은 흰 돌기가 하나 튀어나와 있었다.
한스가 숨을 삼켰다.
"뿌리입니까?"
"백근의 시작입니다. 아직 당장 옮겨 심을 수는 없어요. 내일 같은 마디에서 두 개 이상 자라고 절단면이 단단해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알버스 학장은 작은 돌기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첫 성공 개체가 나올 때까지 외부 납품은 보류하겠네. 대신 연구실에 이중 봉인 운송 권한을 주지. 건강 판정표와 모주 번호가 없는 삽수는 한 주도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게."
로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하 전에는 발근 개체의 생존 표본을 남기고 봉인 상태를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펠릭스가 장부를 넘기다 손을 멈췄다.
"이 빈 줄은 뭐지? C구획 배지를 꺼낸 시간 다음에 한 줄이 비어 있어."
한스가 보관 선반을 바라보았다.
"어제 밤 열한 시와 자정 사이입니다. 그때는 제가 마지막 점검을 했습니다."
로완은 기존 장부 사본을 꺼내 날짜 표기를 대조했다. 은분이 묻은 검수 상자가 들어온 날과 신목 배수 기록이 지워진 날에도 같은 형식의 빈 줄이 있었다. 단순한 누락이라고 보기에는 시간 간격과 장부의 위치가 너무 닮아 있었다.
"이건 범인의 이름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 기록이 이어지는 지점을 골라 비워 두고 있습니다."
실비아가 격리상 안쪽을 가리켰다.
"로완 연구원, 백근이 하나 더 나왔어요."
D구획의 두 마디 삽수 밑동에서 가느다란 흰 뿌리 두 개가 모래 사이로 뻗고 있었다. 잎은 처지지 않았고 줄기 표면에는 새로운 곁눈이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다.
로완은 발근 개체의 표찰에 날짜와 시각을 적었다. 그는 성공을 기뻐하면서도 C구획의 봉인병을 함께 바라보았다.
"첫 뿌리는 확인했습니다. 이제 이 뿌리가 오염되지 않은 배지에서도 자라는지 검증하겠습니다."
펠릭스가 낮게 물었다.
"자료실에서 원본 장부를 찾아볼까?"
"내일 새벽에 갑니다. 빈 줄의 앞뒤 기록과 신목 배수 기록을 한 권씩 대조해야 합니다."
온실의 푸른 조명 아래에서 작은 백근이 모래를 밀어 올렸다. 그 옆의 봉인 유리병 안에서는 은분 문양이 물결처럼 번졌다.
살아나는 뿌리와 지워지는 기록이 같은 책상 위에 놓였다. 로완은 두 증거를 분리해 봉인한 뒤 다음 장부의 열쇠를 챙겼다.
"대량 증식은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흙뿐 아니라 기록의 뿌리도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