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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15화

아카데미의 천재 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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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세 번 피는 푸른 달

제국 약초 상단이 아카데미에 보낸 공문은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연금술 학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북쪽 외벽 창고의 불법 수색으로 유통망이 교란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겨울철 청월 열매 납품 단가를 마흔 퍼센트나 올리겠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청월 열매는 기초 마나 회복 포션의 핵심 원료였다. 당장 가격이 뛰면 아카데미 생도들의 실습용 포션 생산은 물론이고 북부 치료소로 보낼 비약 제조까지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로완 연구원님! 당장 격리상에 있는 덩굴에서 열매를 따내야 합니다!"

연금술 학부 수석 조수 마르크가 헐떡이며 공인 연구실 온실 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헌병대 입회관과 펠릭스가 굳은 얼굴로 따라붙어 있었다.

마르크는 유리 온실 한구석에 격리된 열두 모주의 청월 덩굴을 가리켰다.

"폐창고에서 가져온 덩굴들이잖습니까. 상단 놈들이 세 번이나 열매를 뜯어냈다면 지금도 마나만 들이부으면 당장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아닙니까? 학부장님이 당장 사흘 안에 청월 열매 백 알을 내놓지 못하면 상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로완은 화분대 앞에서 핀셋을 든 채 돌아보지 않았다.

"마나를 들이부으면 꽃이 피기 전에 줄기부터 터집니다."

"네? 하지만 폐창고 놈들은 그렇게 했다면서요!"

"그 덩굴들은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식물에게 고열과 고농도 마나를 먹여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한 뒤 마지막 남은 저장 양분까지 쥐어짜서 자손을 남기게 만든 겁니다. 그 방식은 네 번째 꽃을 피우지 못하고 모주가 말라 죽어요."

로완은 화분 흙을 살짝 젖히고 돋보기를 마르크의 눈앞에 대어 주었다.

세척조의 맹물로 은분 염류를 씻어낸 뿌리 밑동에서 솜털처럼 가느다란 은백색 새 뿌리가 막 돋아나고 있었다.

"보이십니까. 유리처럼 딱딱하게 굳었던 뿌리 끝에서 이제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새 백근이 나오고 있습니다. 잎과 줄기가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과 당분이 뿌리로 내려가 양분을 축적해야만 꽃눈이 분화될 수 있어요. 뿌리가 흙을 쥐기도 전에 마나를 때려 넣는 건 피를 다 흘린 부상자에게 강제로 뜀박질을 시키는 짓입니다."

마르크는 돋보기 너머로 보이는 가느다란 흰 뿌리의 맥동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펠릭스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 놈들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야. 우리가 원료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모주를 다 태워 먹거나 자기들이 부르는 값을 그대로 치르게 만드는 거지."

"그 뜻대로 둘 생각은 없습니다."

로완은 핀셋을 내려놓고 시험대 위에 나란히 놓인 네 개의 구획 표찰을 가리켰다.

"열두 모주를 세 포기씩 네 구획으로 나누었습니다. 1구획은 지하 맹물만 주는 대조구. 2구획은 사십 분의 일로 희석한 안식 마나수. 3구획은 팔십 분의 일 희석 마나수에 인산과 칼륨을 보정한 균형 시비구. 마지막 4구획은 다음 계절까지 완전히 쉬게 할 장기 요양구입니다."

한스가 곁에서 각 화분에 연결된 세밀한 점적 관수 호스를 점검했다.

"신목의 바이오 필터에서 걸러진 안식 마나수는 불순물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맑은 마나수라고 무작정 준다고 꽃이 피지는 않습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계절의 신호입니다."

실비아 부교수가 온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계절의 신호라니요, 로완 연구원?"

"청월 덩굴은 원래 일 년에 단 한 번, 겨울을 나고 봄이 올 때만 꽃눈을 깨우는 식물입니다. 길드는 지하실의 건조 룬과 마나 열기로 억지 착란을 일으켰지만 우리는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을 압축해서 유도할 겁니다."

로완의 설명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식물의 겨울눈 안에는 성장을 억제하고 추위를 견디게 만드는 물질이 차 있습니다. 이 억제 물질은 일정 시간 차가운 온도를 겪어야만 서서히 분해됩니다. 이걸 저온 요구도라고 부릅니다. 저온을 거치지 않은 눈에 마나를 쏟으면 기형 잎만 돋거나 꽃눈이 말라 떨어집니다."

로완은 한스와 함께 3구획의 화분들을 연구실 지하의 냉각 보관실로 옮겼다.

지하 냉각실의 온도는 정확히 섭씨 오 도로 유지되었다. 차광 룬을 이용해 빛을 완전히 차단한 어둠 속에서 덩굴들은 사흘 동안 깊은 가짜 겨울을 통과했다.

사흘 뒤 냉각실 문이 열렸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나온 청월 덩굴의 마디마다 단단하게 닫혀 있던 겨울눈의 겉껍질이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다.

"저온 휴면 타파가 끝났습니다. 이제 봄을 줄 차례입니다."

온실로 돌아온 덩굴들은 섭씨 이십이 도의 따뜻한 공기와 부드러운 햇빛을 받았다.

로완은 전정 가위를 소독한 뒤 덩굴의 웃자란 맨 위쪽 줄기 끝을 과감하게 잘라냈다.

싹둑.

마르크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니, 멀쩡한 줄기를 왜 자릅니까!"

"정단 우세성을 깨기 위해서입니다. 줄기 맨 끝의 눈이 살아 있으면 성장 호르몬이 아래쪽 곁눈들의 발달을 억제합니다. 끝을 가볍게 쳐내야 마디마디 숨어 있는 곁눈들이 동시에 깨어나 고르게 꽃대를 올립니다."

로완은 신목 바이오 필터에서 받아온 안식 마나수를 가져왔다.

정밀 계량 실린더를 사용해 마나수를 정확히 팔십 분의 일로 묽게 희석했다. 거기에 참나무 재를 맑게 거른 칼륨 추출액과 은빛 골분을 미세하게 훈증한 인산 액비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질소만 많으면 잎만 무성해지고 웃자랍니다. 꽃눈을 단단하게 맺고 마나 결속력을 높이려면 인산과 칼륨의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희석된 배양액이 점적 관수 노즐을 통해 3구획의 화분 흙으로 스며들었다.

흙 속의 새 백근들이 삼투압의 충격 없이 부드럽게 영양분을 빨아들였다. 잎맥을 타고 올라간 푸른 생기가 줄기 마디마다 맺힌 곁눈으로 응집되기 시작했다.

이틀이 지나자 온실 안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십 분의 일 고농도 마나수를 준 2구획은 잎만 시커멓게 웃자라며 꽃눈이 누렇게 말라 떨어졌다. 맹물만 준 1구획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팔십 분의 일 희석수와 저온 처리를 거친 3구획의 청월 덩굴은 달랐다.

톡, 토독.

가지마다 갈색 비늘을 벗어던진 곁눈들이 투명한 은청색 꽃망울을 밀어 올렸다. 한 마디에서 세 개씩의 꽃봉오리가 규칙적인 삼각형을 이루며 맺혔다.

"세상에…… 꽃대가 올라옵니다!"

한스가 벅찬 목소리로 외쳤다.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더니 달빛을 머금은 듯 영롱한 푸른 꽃잎이 일제히 펼쳐졌다. 온실 가득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마나 향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폐창고에서 보았던 메마르고 푸석한 꽃가루가 아니었다. 잎 뒷면마다 촉촉하고 싱싱한 푸른 꽃가루가 맺혀 은은한 빛을 뿜어냈다.

실비아가 감측판을 꽃잎에 대자 맑은 청색 파문이 수정판을 가득 채웠다.

"마나 파동이 극도로 안정적이에요. 독성 염류 반응은 제로. 자연 상태의 초여름 개화보다 활성도가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로완은 부드러운 양모 붓을 꺼내 들었다.

"감탄은 나중에 하고 수분을 도와주십시오. 꽃가루가 마르기 전에 암술머리에 골고루 묻혀야 착과율이 올라갑니다."

로완, 한스, 실비아, 마르크까지 온실에 붙어 붓끝으로 푸른 꽃가루를 날랐다.

그리고 닷새 뒤.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맑고 투명한 청월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맺히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초승달을 깎아 만든 듯 푸른빛을 발하는 구슬 같은 열매들이 화분마다 수십 알씩 주렁주렁 매달렸다.

수확의 순간 온실에는 알버스 듀란 학장까지 직접 찾아왔다.

마르크가 떨리는 손으로 수확한 첫 바구니의 청월 열매를 연금술 감정 마도구에 올렸다.

마도구의 눈금이 최고치를 가리키며 맑은 종소리를 냈다.

"순도 구십팔 퍼센트! 상단에서 납품하던 길드산 열매보다 유효 성분 수율이 두 점 오 배나 높습니다!"

마르크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정도 순도면 하급 마나 포션이 아니라 상급 비약의 원료로도 쓸 수 있습니다! 상단 놈들이 요구하던 물량은 이 세 화분만으로도 전부 채우고 남습니다!"

알버스 학장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로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감탄과 확신이 어려 있었다.

"상단의 가격 인상 요구서는 당장 반려하겠네. 아카데미의 포션 공급망을 일개 상단의 농간에 휘둘리게 둘 수는 없지."

펠릭스가 서류철을 탁 덮으며 미소를 지었다.

"시엘버그 상단의 유통망을 통해 이 고순도 청월 열매를 수도 연금술 학회에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길드가 숨겨온 강제 착취 재배의 불량성과 우리 연구실의 완벽한 3모작 기술이 비교되면 상단의 독점 카르텔은 뿌리부터 흔들릴 겁니다."

모두가 승리에 들떠 있을 때 로완은 열매를 따낸 청월 덩굴의 밑동을 살피고 있었다.

흙을 파헤쳐 확인한 뿌리는 여전히 단단하고 하얗게 숨 쉬고 있었다. 줄기에는 싱싱한 초록 잎이 무성했고 다음 계절을 준비할 새로운 곁눈이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길드의 덩굴처럼 세 번 뜯기고 말라 죽는 소모품이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푸른 달을 피워낼 살아 있는 생명이었다.

"한스, 가지치기하고 남은 곁순들을 물에 담가 두었습니까?"

"네! 연구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발근 촉진액에 담가 두었습니다."

로완은 싱싱한 곁순들이 꽂힌 유리 수조를 바라보았다.

"이 곁순들을 모래 배지에 꺾꽂이(삽목)해서 뿌리를 내릴 겁니다. 한 달 뒤면 백 주, 두 달 뒤면 오백 주의 새로운 모주가 생깁니다."

길드가 비밀 온실에서 소수의 나무를 쥐어짜는 동안 로완은 아카데미의 흙 위에서 수백, 수천 개의 푸른 달을 틔워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륙의 약초 공급망을 바꿀 진정한 녹색 혁명이 조용한 온실의 흙탕물 속에서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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