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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19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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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어둠의 정보상

가람 전자상가의 셔터는 모두 내려가 있었지만 감시 드론은 쉬지 않았다.

진우는 맞은편 건물 옥상에 붙은 작은 렌즈를 바라봤다. 붉은 점이 골목을 훑을 때마다 민아의 어깨가 굳었다.

"저게 입구예요?"

"아니다. 입구처럼 보이게 만든 감시 지점이다. 진짜 통로는 아래에 있다."

민아는 낡은 상가의 계단으로 몸을 돌렸다. 전자상가 폐점 점검표를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걸로 들어갈 수 있어요?"

"네가 설명하면 된다. 내가 설명하면 수배범이 숨어든 것으로 보일 테니까."

"그건 이미 그렇게 보이고 있어요."

민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

계단 아래에는 잠긴 철문과 점검 단말이 있었다. 민아가 단말을 켜자 화면에 점검 권한을 요구하는 문구가 떴다. 진우는 화면을 부수지 않고 손가락을 유리 위에 댔다.

1서클 굴절이 얇게 퍼졌다. 단말이 읽는 빛의 각도가 한 칸 어긋났다. 허가되지 않은 손가락이 찍혔지만 단말은 오래된 정비사의 지문으로 인식했다.

철문이 열렸다.

그 순간 옥상의 드론이 방향을 틀었다. 진우는 소리 차단막을 계단 위에 펼쳤다. 드론의 추적 신호가 철문 앞에서 맴돌았다. 민아가 문을 닫자 신호는 빈 계단을 사람으로 판단하고 반대편 골목으로 날아갔다.

"방금 신호를 속인 거죠?"

"속인 것이 아니라 읽는 방향을 바꿨다."

"저는 그 차이를 모르겠어요."

"나도 이 세계의 통신망은 모른다. 그래서 네가 필요하다."

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단 아래에서 낮은 진동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하 두 층을 더 내려가자 벽면의 전선이 갑자기 늘어났다. 폐기된 모니터와 분해된 팔찌가 선반마다 쌓여 있었다. 어두운 복도 끝에는 붉은 전구 하나가 켜져 있었다.

전구 아래 앉아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도깨비 골목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야."

"하은수를 찾습니다."

노인의 눈이 민아의 얼굴에서 진우의 재킷으로 옮겨 갔다. 재킷 안쪽의 저장핵이 희미한 마력을 토하고 있었다.

"대형 길드 물건을 들고 와서 이름부터 부르는 손님은 오래 못 살아."

"살아남을 가격을 말해라."

진우가 저장핵을 꺼내자 노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여기서 꺼내면 안 되는 물건이다."

"그래서 가져왔다."

노인은 한참 진우를 보다가 벽의 스위치를 두 번 눌렀다. 복도 끝에서 숨겨진 문이 열렸다.

"안쪽 세 번째 철문. 문을 두드리지 마. 하은수는 두드리는 소리를 싫어해."

민아가 진우의 팔을 잡았다.

"저 사람은 우리를 믿은 걸까요?"

"아니다. 저장핵이 두려운 거다."

세 번째 철문 앞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진우가 손을 뻗으려 하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 쓰면 문부터 닫는다."

"그럼 열어라."

"명령하는 놈은 더 싫어."

"부탁할 생각은 없다. 네 장비가 필요하다."

잠금장치가 딸깍 소리를 내며 풀렸다.

방 안은 작은 수리점과 관제실을 억지로 합쳐 놓은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납땜 인두를 내려놓고 진우를 훑었다. 한쪽 눈에는 낡은 마력 측정 렌즈가 붙어 있었다.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두 부류야. 나를 잡으러 온 사람과 나에게 일을 맡기러 온 사람."

"둘 다 아니다."

"그럼 나가."

"네가 가진 기록을 사러 왔다."

하은수의 시선이 저장핵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내가 가진 장비로 저걸 열어 달라는 거겠지."

"열 수 있나?"

"세 번 틀리면 자폭하는 군용 저장핵이야. 나는 열 수 있는 게 아니라 죽지 않게 만질 수 있어."

"조건은?"

"아레스와 천공이 왜 저걸 찾는지 말해."

진우는 연구 일지를 꺼내지 않았다. 부모님의 서류도 민아에게 맡긴 채였다.

"내가 아는 것은 그들이 부모님을 강제로 데려갔다는 사실이다. 문서와 영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민아가 접수 번호를 보여 줬다.

"원본은 협회 금고에 들어갔어요. 접수 기록도 세 곳에 남겼습니다."

하은수의 렌즈가 접수 번호를 확대했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협회 기록은 아직 살아 있네. 아레스가 지우지 못한 게 아니라 손대면 감사 흔적이 남아서 못 지운 거야."

"그럼 네가 지워 줄 수 있나?"

"지우는 건 쉽지. 문제는 지운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거야. 나는 기록을 없애는 일보다 기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을 더 비싸게 받아."

하은수는 저장핵을 금속 고정대에 끼웠다. 진우가 손을 뻗자 그의 손목을 납땜 인두로 겨눴다.

"마력 넣지 마."

"안 넣으면 전원이 부족하다."

"내 장비가 알아서 한다. 네 마력은 군용 암호를 자극할 수 있어."

진우는 손을 거뒀다. 하은수는 그 반응을 보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말이 통하네."

"말보다 결과를 원한다."

"그 결과를 보려면 기다려."

저장핵 표면에 푸른 선이 번졌다. 첫 번째 암호층이 열리자 낡은 무전 기록이 화면에 떠올랐다. 현장 폐기 명령의 발신 경로였다. 그러나 발신자 이름은 검은 칸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은수의 손이 멈췄다.

"이건 단순한 명령 기록이 아니야. 내부망을 거치지 않고 외부 중계소에서 바로 내려왔어."

"외부 중계소?"

"독립 위성망. 대형 길드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망이지."

두 번째 암호층에서 붉은 표식이 나타났다. 진우가 가진 연구 일지의 에테르 표식과 같은 모양이었다.

하은수는 연구 일지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 표지와 저장핵을 번갈아 보던 얼굴에서 냉소가 사라졌다.

"이 표식은 어디서 났어?"

"아레스 보관실."

"거짓말이면 네 손가락부터 자른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하은수는 표식 위에 얇은 센서를 붙였다. 화면 중앙에 불완전한 좌표가 떠올랐다. 숫자 몇 개와 방향 화살표 하나뿐이었다.

"좌표 조각이야. 전체 위치는 아니지만 첫 중계 지점은 읽을 수 있어."

진우가 화면을 살폈다. 좌표는 지도 위에서 가람동을 벗어나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조각만으로 부모님께 갈 수 있나요?"

민아의 질문에 하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좌표가 아니라 열쇠에 가까워. 중계소를 통과해야 다음 숫자가 내려와. 중계소가 이동식이면 지금 위치도 오래 못 믿어."

진우는 금속편의 가장자리를 살폈다. 숫자 사이에 아주 작은 점 세 개가 반복되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의 오래된 좌표 표기와 닮았지만 같은 체계는 아니었다.

"이 점은?"

"시간값이야."

하은수가 대답했다.

"세 번 깜빡인 뒤 사라지는 접속 창. 그러니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열두 분이야."

민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진우는 그녀의 손에서 접수 번호 단말을 받아 화면을 잠갔다.

"그럼 지금 보내라."

"보내면 이곳이 드러나요."

"이미 드러났다. 이제 숨길 이유가 없다."

민아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예약 발송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전송 대기라는 문구가 남았다. 하은수는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작업대 아래에서 납작한 금속편 하나를 꺼냈다.

"이건 선불이야."

"무엇이지?"

"내가 마지막으로 믿었던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키. 아레스가 골목을 뒤진 날에도 이걸 넘기지 않았어. 네가 기록을 밖으로 보내면 나도 숨을 이유가 줄어들지."

그는 금속편을 저장핵 옆에 밀어 넣었다. 좌표의 세 점 중 하나가 희미하게 켜졌다.

그때 모든 모니터가 동시에 검게 변했다.

하은수가 욕설을 삼켰다.

"찾았다."

"아레스가?"

"저장핵이 아니라 내 은닉망을."

벽 너머에서 금속 셔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의 전원이 차례로 끊겼다. 하은수는 저장핵을 빼려 했지만 고정대가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 빼면 두 번째 암호층이 닫히고 자폭한다."

민아가 출입문 쪽을 보았다.

"입구가 막혔어요."

진우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전선 사이로 차단기의 마력 흐름이 보였다. 아레스는 전원을 끊어 사람을 몰아넣고 있었다.

"하은수. 네 장비를 살리려면 얼마나 걸리나."

"삼십 초."

"민아. 협회 접수 번호를 공공망에 예약 발송해라. 전송되면 이곳의 위치도 함께 노출된다."

민아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도 해야 해요?"

"기록은 숨기기만 하면 증거가 아니다."

진우가 손바닥을 펼쳤다. 거대한 마법진은 만들지 않았다. 차단기 안의 작은 금속 조각 하나만 움직였다.

1서클 유도.

끊긴 전류가 우회로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하은수의 장비가 다시 켜졌다. 동시에 셔터 바깥에서 아레스 요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은수! 저장핵을 넘겨라. 안에 있는 기록은 이미 본부가 알고 있다!"

하은수가 피식 웃었다.

"모르는 놈들이 꼭 안다고 소리치지."

그는 좌표 조각을 작은 금속편에 옮겨 진우에게 던졌다.

"이걸 가지고 북서쪽 첫 중계소로 가. 거기서 다음 조각을 얻을 수 있어."

"너는?"

"내 가게를 두고 도망칠 생각은 없어."

"아레스가 널 찾았다."

"그래서 네가 문을 열어 줘야지."

하은수는 벽면의 낡은 단말을 가리켰다. 진우는 단말에 손을 대고 복도 쪽 잠금 구조를 읽었다.

밖에서 셔터를 자르는 소리가 커졌다. 진우의 손끝에 작은 룬이 켜졌다.

"문은 연다. 대신 같이 간다."

하은수는 잠시 그를 보더니 저장핵을 고정대째 들어 올렸다.

"내 장비를 망가뜨리면 네 부모님 위치도 같이 묻힌다."

"그럴 일은 없다."

진우가 룬을 밀어 넣었다. 잠금장치가 풀리고 반대편 비상 통로가 열렸다.

그러나 통로 끝의 작은 화면에는 이미 붉은 글자가 떠 있었다.

[북서 중계소 접근 경로 감지]

[추적 대상 3명으로 갱신]

하은수가 낮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나도 수배범이네."

진우는 금속편의 좌표를 움켜쥐었다. 부모님에게 닿는 길은 처음으로 방향을 얻었다. 그 길의 입구에는 아레스의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배범은 나 하나면 충분하다."

"늦었어. 이미 셋이야."

비상 통로의 불이 꺼졌다. 세 사람은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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