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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표국의 절대 배송7화

천하제일 표국의 절대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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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황실 문양의 압박

문을 막은 아전

낙수현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이었다.

하륜은 표국 마당에 앉아 은전 주머니를 세 갈래로 나누고 있었다. 표사들의 몫과 말 사료값 그리고 약값이었다. 마지막 은전 두 닢을 약값 쪽에 놓는 순간 대문이 쾅 닫혔다.

“청운표국 국주 진하륜은 나오라!”

회색 관복을 입은 아전 넷이 대문 앞을 막았다. 맨 앞의 사내가 종이를 펼쳤다.

“황실 운송고 문양이 새겨진 물건을 숨긴 혐의다. 장부와 표물을 내놓고 이곳을 수색하겠다.”

윤아가 쌍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표물은 송가장에 인계했다. 너희가 찾는 물건은 우리 손에 없어.”

“발견품이 표국에서 나왔다는 증언이 있다.”

하륜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압수 대상은 ‘황실 문양 표물 일체’라고만 적혀 있었다. 발견 장소도 소유자도 없었다.

“이 영장은 청운표국의 장부를 볼 권한만 적혀 있습니다. 표물 압수와 사람의 구금은 어느 조항입니까?”

아전의 눈썹이 꿈틀했다.

“관아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명령을 거역하는 게 아닙니다. 명령의 범위를 확인하는 겁니다.”

하륜은 배송 표단과 발견품 기록을 꺼냈다. 검은 열쇠는 송 노부인이 별도 보관하고 있으며 발견품에 대한 소유권을 청운표국이 판단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저희는 함을 임의로 열지 않았고 발견품을 가져오지도 않았습니다. 수색이 필요하다면 송 노부인에게 보관 확인을 먼저 받으십시오.”

“황실 물건을 숨긴 자가 보관 확인을 해 주겠느냐?”

“그 의심을 입증하는 책임은 관아에 있습니다.”

윤아가 하륜의 옆에 섰다. 철강과 유발도 마당 안쪽에서 표사들을 불러 모았다.

아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현령 나리께 직접 와서 말해라.”

“좋습니다. 다만 표국 문을 봉쇄한 시각과 근거를 여기에 적어 주십시오.”

하륜이 붓을 내밀자 아전은 종이를 낚아채듯 접었다.

“해 질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들이닥치겠다.”

아전들이 물러간 뒤 윤아가 낮게 말했다.

“네 몸으로 관아에 들어가겠다고?”

“안 가면 저들이 표사들을 데려갈 겁니다. 내가 먼저 기록을 남겨야 해.”

“혼자 가지 마.”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철강과 유발을 데리고 갑니다. 너는 표국에 남아 장부를 지켜.”

“네가 먼저 약방에 가.”

윤아는 하륜의 찢어진 팔을 가리켰다. 피가 멎은 상처 가장자리가 다시 벌어져 있었다.

하륜은 잠시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약방에서 상처를 씻고 어깨에 새 붕대를 감았다. 약사에게 은전 두 닢을 건네고 영수증을 받아 품에 넣었다.

“치료비도 기록하네.”

“표국의 손실인지 내 부주의인지 구분해야 하니까요.”

윤아가 약봉지를 받아 들었다.

“죽지 않는 게 첫 항목이야.”

하륜은 대답 대신 관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약 냄새가 나는 붕대 아래에서 통증이 뛰었지만 발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허술한 영장

낙수현 관아의 대청에는 조문석 현령이 앉아 있었다. 그는 하륜을 위아래로 훑었다.

“산적을 뚫고 혼례함을 옮겼다더니 문서만 잘 쓰는군.”

“문서가 있어야 누가 무엇을 맡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검은 열쇠를 내놓아라.”

“그 열쇠는 송 노부인의 보관품입니다.”

현령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황실 문양이 찍힌 물건은 황실의 허가 없이 숨길 수 없다.”

“그 물건이 황실 소유라는 확인서는 어디 있습니까?”

“문양이 증거다.”

“문양은 출처를 확인할 단서이지 소유권을 확정하는 인수증이 아닙니다.”

대청 안이 조용해졌다. 하륜은 표단을 한 장씩 펼쳤다.

“17번 혼례함은 송 노부인이 직접 개봉했습니다. 열쇠의 발견자는 송 노부인이고 별도 보관 책임자도 송 노부인입니다. 청운표국은 발견 상태와 시각만 기록했습니다.”

“그러니 네가 그 물건을 숨기지 않았다는 말인가?”

“숨긴 자라면 발견품 보관자를 적고 서명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현령의 옆에 서 있던 아전 장복이 앞으로 나섰다.

“송가장 하인이 어젯밤 관아에 와서 청운표국이 열쇠를 가져갔다고 진술했습니다.”

하륜은 장복을 바라보았다.

“그 하인의 이름과 진술 시각을 보여 주십시오.”

장복은 대답하지 못했다.

“진술서가 없습니까?”

“구두로 들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니라 신고자의 주장입니다. 주장만으로 표국 장부와 표사를 압수할 수는 없습니다.”

하륜은 영장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문서는 ‘황실 문양 표물 일체’를 수색한다고만 했습니다. 청운표국 소유인지 의뢰인의 물건인지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수색하면 관아가 남의 표물을 임의로 열었다는 기록이 남습니다.”

조문석의 얼굴이 굳었다. 표국을 겁주면 금세 무너질 표국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륜의 말은 관아가 만든 종이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열쇠를 보관한 송가장을 조사하겠다. 너도 동행해라.”

“동행은 가능합니다. 다만 조사 대상과 보관 책임을 분리해 기록해 주십시오.”

“감히 조건을 다는구나.”

“관아의 조사가 공정했다는 증거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하륜은 빈 부속서의 하단을 가리켰다.

“열쇠를 제출한다면 제출자와 인수 시각 그리고 반환 조건을 적으십시오. 압수라면 압수 근거와 보관 장소를 적어 주십시오. 아무것도 적지 않은 물건은 넘길 수 없습니다.”

현령은 결국 도장을 찍었다. 다만 압수라는 말 대신 ‘현장 확인’이라고 적었다.

“좋다. 송가장으로 간다. 네가 틀렸다면 표국 문을 닫게 해 주마.”

하륜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틀렸다면 배상하겠습니다. 현령 나리께서 틀렸을 때의 기록도 남겨 주십시오.”

노부인의 보관 확인

송가장 서재에서 송 노부인은 현령 일행을 맞았다. 혼례의 붉은 장식은 걷혔지만 마당에는 전날의 등불 자국이 남아 있었다.

“관아가 혼례 뒤까지 소란을 피우는군.”

“황실 운송고의 열쇠를 내놓으십시오.”

“황실의 열쇠라 단정했나?”

“문양이 같다는 보고가 있다.”

하륜이 한 걸음 나섰다.

“보고를 확인으로 바꾸려면 별도 표단이 필요합니다. 발견품 보관 확인과 출처 조사 의뢰는 다른 일입니다.”

송 노부인이 하륜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서랍을 열고 검은 열쇠를 꺼냈다. 구름 세 줄이 햇빛 아래 드러났다.

현령이 손을 뻗었다.

“관아에 넘겨라.”

하륜이 손바닥을 세웠다.

“먼저 인수 기록을 작성하십시오.”

“내가 현령이다.”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송 노부인이 붓을 들었다.

“검은 금속 열쇠 하나. 발견 장소는 17번 혼례함의 이중 바닥. 발견 시각은 해시 초각. 현재 보관자는 송가장이다.”

하륜은 그 아래에 문장을 덧붙였다.

“청운표국은 출처와 용도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송 노부인은 열쇠를 다시 쥐었다.

“관아에는 보여 주었으나 넘기지는 않겠네. 조사할 일이 있다면 정식 절차로 하게.”

조문석이 노부인을 노려보았다.

“황실을 입에 올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황실을 이용해 남의 물건을 빼앗는 자부터 살펴야 하지 않겠나.”

노부인의 말에 현령은 더 몰아붙이지 못했다. 하륜은 그 틈에 별도 조사 의뢰서를 내밀었다.

“조사 범위는 문양의 출처 확인과 장부 위치 탐색입니다. 열쇠 자체는 의뢰인의 물건으로 보관하고 조사자는 임의 개봉하지 않습니다.”

송 노부인은 은전 세 냥을 의뢰금으로 걸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선금 한 냥과 조사 완료 뒤 잔금 두 냥으로 나누겠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사실에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겠습니다.”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감추려던 두려움을 종이 위에 나누는 순간이었다.

“자네는 비밀을 지키는 데도 표단을 쓰는군.”

“비밀은 입보다 기록이 오래 지킵니다.”

그때 하륜은 서랍 안쪽에서 낡은 종이 모서리를 보았다. 종이에는 같은 구름 문양과 함께 ‘북쪽 폐고’라는 두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기록도 조사 범위에 넣으시겠습니까?”

송 노부인의 손이 멈췄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모르네. 하지만 옛 황실 운송고 장부에 그 문양이 있었다. 폐쇄된 운송고 한 곳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나눠 적겠습니다.”

하륜이 새 줄을 만들자 노부인은 그 앞에 직접 서명했다.

금패의 봉인 조각

해가 서쪽 담을 넘을 무렵 청운표국에 돌아오자 금빛 패를 단 전령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금상 금 행수께서 전하셨습니다. 황실 물건 은닉으로 표국이 폐쇄되기 전에 채무를 대신 갚고 건물을 인수하겠답니다.”

윤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꺼져.”

하륜은 전령의 손에 든 봉투를 보았다.

“인수 제안서와 채무 계산서를 공개해 주십시오. 관아에 제출한 신고 내용도 함께요.”

“행수께서는 국주를 돕고 싶어 하십니다.”

“도움이라면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조건 없는 호의는 표단에 적을 수 없으니까요.”

전령이 돌아서자 봉투에서 붉은 밀랍 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하륜이 주워 들었다. 금빛 패의 모서리와 같은 세로 줄이 찍혀 있었다.

윤아가 영장 사본을 펼쳤다. 문서 끝의 밀랍 자국에도 같은 줄이 있었다.

“장복의 문서에 찍힌 흔적과 같아.”

하륜은 밀랍 조각과 영장 사본을 나란히 놓았다. 줄의 간격과 끝이 눌린 방향까지 같았다.

“관아에 들어간 밀고는 송가장 하인의 말만으로 작성된 게 아닙니다. 누군가 봉인된 문서를 넘겼어.”

“금태성이 열쇠를 노린다는 뜻이야?”

“적어도 금태성은 열쇠가 청운표국과 연결됐다고 믿고 있습니다. 표국을 사면 건물만 얻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받은 조사 의뢰와 표사들의 계약망까지 손에 넣게 됩니다.”

하륜은 전령을 불러 세웠다.

“이 조각을 금 행수께 돌려주십시오. 다음부터는 관아에 넘긴 문서와 인수 제안서를 같은 봉인으로 묶어 보내라고 전하십시오.”

전령은 대답하지 않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하륜은 밀랍 조각을 봉투에 넣고 봉인 번호를 적었다. 표국을 압박한 관아와 표국을 사려는 상단이 같은 열쇠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북쪽 폐고를 확인하겠습니다.”

윤아가 쌍도의 끈을 고쳐 매었다.

“이번에는 표단부터 받아.”

“그래야 누가 길을 막았는지도 남으니까.”

하륜은 조사 의뢰서의 첫 줄에 출발 조건을 적었다.

‘보관 확인 완료. 조사 대상은 문양과 장부. 열쇠는 의뢰인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붓끝이 멈춘 자리에서 청운표국의 다음 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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