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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심우주의 메아리
위이잉— 삐비빅.
아폴로-01호 메인 조종 브리지의 180도 파노라마 콘솔 위에서 에메랄드빛 계측 파형이 잘게 흔들렸다.
“추진제 충전율 56% 돌파했습니다. 2번 배관 매니폴드 압력 변동률 0.00%로 완벽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수가 조종석 보조 모니터를 두드리며 보고했다.
조금 전 박 씨와 서동주가 아르곤 아크 용접으로 밀봉한 배관은 영하 190도의 초저온 액체 산소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었다. 발사 패드 지하에서 밀려드는 거대한 추진제의 맥동이 선체 바닥을 묵직하게 울렸다.
[아폴로-01호 발사 카운트다운 : 잔여 51시간 40분.]
[추진제 1,000톤 주입 공정 : 정상 순항 중.]
[헤르메스 정거장 궤도 도킹 락 : 사전 승인 유지.]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지상 갠트리 타워의 거대한 유압 암들이 차례로 체결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바이오스피어 돔의 인공 태양은 서부의 녹색 미세조류 수로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메인 콘솔 중앙에 자리 잡은 심우주 광학 안테나 슬롯에서 기묘한 경고등이 노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삐— 삐— 삐—.
최현우 중령이 장갑을 벗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정지궤도 헤르메스 정거장과 연결된 양자 레이저 링크의 노이즈 플로어가 올라가고 있어.”
“노이즈요?”
윤슬이 소총을 거치대에 걸어두며 다가왔다.
“단순한 우주선 잡음이 아닙니다. 헤르메스의 장거리 간섭계 센서가 케플러 섹터 4번 성간 항로 방향에서 0.3초 주기의 미세 양자 중력파 펄스를 연속 수신하고 있어요.”
최현우가 화면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3만 6천 킬로미터 상공의 헤르메스 정거장이 포착한 극미세 공간 왜곡 파형이 잔잔한 물결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파동의 진동수였다.
아폴로-01호의 메인 항법 컴퓨터에 장착된 링 레이저 자이로스코프가 그 중력파 펄스와 공진을 일으키며 자세 제어 오차를 미세하게 벌리고 있었다.
[경고 : 양자 자이로스코프 위상 편차 발생.]
[현재 오차율 : 0.041도.]
[대기권 탈출 궤도 계산 시 궤도 이탈 확률 12% 증가.]
“0.04도라면 지상에서는 사소해 보이지만 정지궤도 3만 6천 킬로미터에 도달했을 때는 수백 킬로미터의 도킹 오차로 벌어집니다.”
최현우의 목소리에 무거운 긴장이 감돌았다.
“헤르메스의 500미터급 궤도 중력 가속 링에 안전하게 접촉하려면 오차는 0.001도 이내여야 합니다. 이 노이즈의 근원을 밝혀 필터링하지 못하면 발사 카운트다운을 또다시 멈춰 세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도현은 말없이 자신의 목 뒤 단자로 손을 뻗었다.
그의 목덜미 포트 근처 피부가 파동의 박동에 맞춰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도현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신호 안에 일정한 수학적 규칙이 들어 있어요. 소수의 배열과 양자 위상 변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적 생명체의 인공 신호라는 뜻인가요?”
윤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백 년 전 우주연합 심우주 탐사국 규격입니다. 광섬유 케이블을 브리지 메인 메모리 버스에 직결해 보겠습니다.”
도현이 신경 프로브를 콘솔 슬롯에 꽂았다.
딸깍!
[신경 동화율 : 99.1%.]
[양자 중력파 펄스 정밀 패킷 분석 개시.]
[수신 프로토콜 : PULSE-KEPLER-ORIGIN.]
차가운 데이터의 물결이 도현의 의식을 스치고 지나갔다.
머릿속에서 흐릿하던 신호의 형태가 명확한 문자열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발신지 : 외계 행성 케플러 섹터 4번 정지궤도 기점.]
[비컨 식별자 : 선발 무인 탐사선 ‘패스파인더-케플러’.]
[데이터 밀도 : 극초고용량 압축 테라바이트 아카이브.]
[수신 상태 : 지상 관제망 대역폭 한계로 인한 패킷 손실률 89%.]
도현이 숨을 들이켰다.
“케플러 섹터 4번에 백 년 전 인류가 보냈던 선발 탐사선이 도착해 있습니다. 그 녀석이 행성 궤도에서 지구를 향해 백 년 동안 수집한 지표 생태 관측 데이터를 통째로 쏘아 보내고 있는 겁니다.”
“선발 탐사선이라고?”
최현우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패킷이 너무 거대해서 현재 헤르메스와 기지 간의 보조 중계 링크로는 데이터를 온전히 받아낼 수 없습니다. 이대로 두면 신호가 감쇄되어 자이로스코프 간섭만 남고 데이터는 증발해 버립니다.”
도현이 콘솔에서 고개를 들며 발사 패드 서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혹한의 칼바람 속에 우뚝 솟은 직경 40미터짜리 거대한 구시대 극저온 전파 관측 타워가 침묵하고 있었다.
“기어 박스가 완전히 얼어붙었어! 유압 모터가 헛돌고 있단 말이오!”
해발 2,200미터 고원의 칼바람이 철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지상 40미터 높이의 전파 관측 타워 플랫폼 난간을 붙잡은 박 씨가 굵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영하 25도의 대기 속에서 내뿜는 입김이 헬멧 바이저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서동주 수석 엔지니어가 가스 토치와 유압 잭을 든 채 거대한 방위각 링 기어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구동 베어링 틈새에 백 년 동안 굳어 있던 윤활유가 얼음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헤르메스 정거장의 광학 다운링크 빔을 정밀 조준하려면 방위각을 남동쪽으로 1.4도 틀어야 합니다!”
삐비빅!
지상 통제실에서 윤슬이 고배율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들고 관측 타워 상단을 겨누었다.
“박 선배님, 서동주 씨! 현재 지향 오차는 플러스 1.42도입니다! 헤르메스의 레이저 스팟 직경은 2미터밖에 되지 않아서 오차가 0.01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초고속 광링크가 잠기지 않아요!”
“알았소! 하울러의 초전도 열선 블랭킷을 기어 링에 둘러!”
박 씨가 콘티넨털 하울러 01호에서 끌어온 5만 볼트 열선 패드를 꽁꽁 얼어붙은 쇳덩이에 감아쥐었다.
도현이 관측 타워 아래 변전 배전반에서 초전도 케이블의 출력을 조절했다.
“열선 통전합니다. 온도 급상승에 주의하세요!”
화아아악!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열선 블랭킷이 얼어붙은 유압 기어를 감싸자 맹렬한 수증기가 치솟았다.
치이익! 쩌저적!
수십 년간 굳어 있던 얼음 장벽이 갈라지며 기어 틈새로 검붉은 윤활유가 녹아 흘러내렸다.
“녹았다! 서동주 씨, 3번 유압 잭에 힘을 실어!”
“갑니다! 하나, 둘, 셋!”
두 장인이 40미터 허공의 살을 에는 돌풍 속에서 거대한 강철 지렛대와 유압 핸들을 함께 내리눌렀다.
끼기기기긱— 텅!
무거운 파열음과 함께 40미터 파라볼라 안테나의 거대한 접시가 서서히 축을 틀었다.
윤슬의 계측창에 찍힌 수치가 숨 가쁘게 줄어들었다.
[지향 오차 : 1.10도…… 0.54도…… 0.08도…… 0.003도!]
[헤르메스 궤도 레이저 링크 영점 포착!]
[초고속 양자 광학 다운링크 자동 락온 체결!]
파아아앗—!
정지궤도 3만 6천 킬로미터 상공에서 쏘아 보낸 보이지 않는 청자색 레이저 빔이 40미터 접시 안테나의 초점 피드 혼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지상 관측소 메인 모니터에 초당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압도적인 광대역 데이터 스트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수신 대역폭 100% 정상화.]
[패킷 손실률 : 0.00%.]
[PULSE-KEPLER-ORIGIN 양자 압축 해제 완료.]
“해냈다!”
서동주가 얼어붙은 난간을 내리치며 환호했다. 박 씨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헬멧을 젖히고 지상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도현은 캠봇의 렌즈로 타워 위에서 혹한을 뚫고 기적을 일궈낸 두 기술자의 모습을 비추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신된 심우주의 거대한 데이터가 아폴로-01호 조종 브리지의 180도 스크린으로 일제히 송출되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게 정녕 외계 행성의 모습이란 말인가요?”
한예원 연구원의 떨리는 손에서 전자 수첩이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아폴로-01호 메인 브리지의 대형 스크린 전체가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에메랄드빛과 짙은 코발트블루로 물들었다.
1,200광년 너머 케플러 섹터 4번 성계.
선발 탐사선 ‘패스파인더-케플러’가 행성의 정지궤도에서 촬영해 지구로 송출한 실시간 초고해상도 행성 전경이었다.
두 개의 거대한 대륙은 짙푸른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구름 떼 아래로 끝없는 청정 해양이 태양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케플러 섹터 4번 행성 ‘노바 테라’ 환경 텔레메트리]
[대기압 : 1.02 기압.]
[대기 조성 : 질소 76.2%, 산소 20.8%, 아르곤 0.9%, 이산화탄소 0.04%.]
[액체 상태의 물 분포율 : 68.4%.]
[기계 병기 및 AI 매크로 군집 반응 : 0.00% (완전 무결).]
[인간 거주 적합도 : 99.1%.]
완벽한 낙원이었다.
숨을 쉬기 위해 정화 마스크를 쓸 필요도 없었고 기계 마수나 아테나의 매크로 군단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온전한 생명의 세계였다.
그런데 화면 하단의 분광 분석 데이터를 확인하던 한예원의 안색이 기이하게 굳어졌다.
“이상해요. 대기 중 산소 농도 20.8%를 지탱하고 있는 지표면 식생의 엽록소 스펙트럼이 지구의 고대 식물 DNA와 완벽히 일치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예원 씨?”
윤슬이 콘솔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외계 행성의 독자적인 외계 식물이 아닙니다. 지구의 활엽수와 침엽수 그리고 우리 서부 해안 돔에서 배양하던 고에너지 바이오 플랑크톤과 분자 구조가 99.4% 동일해요. 마치 누군가가 지구의 생명을 저 별에 통째로 옮겨 심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윤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속의 APEX 티타늄 토큰을 꺼냈다.
조부 윤상혁 박사가 생전에 남겼던 극비 연구 기록의 암호화 키를 콘솔에 맞물렸다.
딸깍!
[APEX 생태 공학 극비 프로젝트 ‘프로젝트 에덴-시드’ 해금.]
[입안자 : 윤상혁 총괄 박사, 강진호 궤도 사령관.]
화면 위로 백 년 전 윤상혁 박사와 강진호 사령관이 나란히 앉아 서명했던 양자 양해각서가 떠올랐다.
그리고 윤상혁 박사의 온화하면서도 비장한 육성 음성이 브리지 스피커를 채웠다.
—우리는 아테나의 폭주가 임박했음을 알았다. 기계가 지상을 뒤덮고 인간의 영혼을 캡슐 속에 가두려 할 때 우리는 최악의 순간을 대비해야만 했다.
스크린에 백 년 전 비밀리에 발사되었던 심우주 탐사선 ‘패스파인더-케플러’의 건조 영상이 투사되었다.
—진호는 하늘의 문 헤르메스를 지키기로 했고 나는 대지의 모든 생명 종자를 보존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가 불타더라도 인간이 다시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구의 모든 청정 수목 종자와 해양 정화 조류를 이 선발선에 실어 케플러 섹터 4번으로 쏘아 올렸다.
사령관 강진호의 필체로 적힌 항법 명령이 뒤를 이었다.
—행성에 착륙한 탐사선은 백 년 동안 무인 테라포밍 포자를 퍼뜨려 황무지였던 행성에 바다를 채우고 산소를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대기가 인간의 폐로 호흡할 수 있는 완벽한 균형에 도달하는 날 탐사선은 지구를 향해 귀환 중력파를 쏘아 올릴 것이다.
[중력파 비컨 메시지 원문 해독]
[“지구의 아이들아, 약속의 숲이 모두 자라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오라.”]
순간 조종 브리지 내부가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윤슬의 뺨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외롭고 황량한 우주 공간으로 쫓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백 년 전 대격변의 절망 속에서도 자식과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먼 우주에 씨앗을 뿌려두었던 선조들의 숭고한 사랑이 그곳에 피어나 있었던 것이다.
도현은 조용히 다가가 윤슬의 젖은 손을 잡아주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삭막한 죽음의 별이 아니었습니다.”
도현의 목소리가 벅찬 떨림으로 가득 찼다.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우리를 위해 백 년 동안 가꾸어둔 푸른 정원이었습니다.”
치이익— 팟!
도현의 어깨 위에서 캠봇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발사 패드의 환한 투광등과 푸른 갠트리 타워의 불빛 속에서 144.120MHz 주파수가 다시 한번 전 지구의 허공을 갈랐다.
[144.120MHz 광역 생방송 송출 개시.]
[실시간 접속 인원 : 1,000,000명 돌파.]
[전 대륙 2,400개 생존 거점 통신망 연동.]
“전국의 동료 여러분, 그리고 캡슐의 긴 잠에서 깨어나 대지를 딛고 선 시민 여러분.”
도현의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전 대륙의 광장과 쉘터로 울려 퍼졌다.
그의 등 뒤로 아폴로-01호의 거대한 파노라마 스크린이 비쳤다.
그 스크린 속에는 백 년 전 선조들이 뿌린 생명의 씨앗이 일구어낸 기적, 케플러 섹터 4번 ‘노바 테라’의 찬란한 에메랄드빛 대륙과 사파이어빛 바다가 선명하게 투사되고 있었다.
채팅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게…… 정말 우리가 갈 수 있는 별이라고?
—CG가 아니야. 대기 스펙트럼과 산소 수치가 실시간으로 찍히고 있어!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있어…… 지구의 옛날 사진이랑 똑같아!
—선조들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백 년 동안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었던 거야!
무전기를 통해 각 거점 대표들의 벅찬 목소리가 차례로 터져 나왔다.
—남부 광산 Worker_419입니다! 광부들이 모두 모니터를 끌어안고 울고 있습니다! 우주로 나가는 것이 헛된 도박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주 탑재용 내열 합금 300톤을 추가로 기차에 싣겠습니다!
—서부 해안 이진석입니다! 저 바다와 식생…… 윤상혁 박사님이 남기신 바다의 씨앗이 우주에서 꽃을 피웠군요! 대륙의 농부들과 어민들이 눈물로 축복하고 있습니다!
—동부 화학 단지 송민호입니다! 1,000톤 추진제 충전율 80%를 돌파했습니다! 앞으로 3시간 이내에 전 탱크 만재 완료됩니다! 우리의 손으로 별의 문을 열겠습니다!
—중앙 도시 김진우입니다! 62만 시민이 광장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불안과 회의는 사라졌다.
가짜 100만의 허상 속에서 방황하던 전직 스트리머와 폐허의 대지에서 홀로 싸우던 저항군 전사가 일구어낸 진실이 전 인류의 심장에 불을 지핀 것이다.
최현우 중령이 조종 브리지의 마스터 스위치를 힘차게 올렸다.
쿠구구구궁—!
선체 하부의 메인 로켓 엔진 노즐 주변으로 극저온 헬륨 퍼지 가스가 하얗게 뿜어져 나오며 엔진 칠다운 예열 시험이 시작되었다.
[아폴로-01호 최종 시험 발사 시퀀스 진입.]
[잔여 카운트다운 : 48시간 00분.]
[전 계통 상태 : 그린.]
“카운트다운 48시간 진입합니다.”
최현우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도현과 윤슬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틀 뒤면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실은 150미터의 거대한 방주가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 오를 것이다.
도현이 캠봇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의 여정은 도망이 아닙니다. 백 년의 약속을 완성하기 위한 위대한 귀환입니다. 48시간 뒤 우리는 별들의 바다로 출발합니다.”
—와아아아아아!
대륙을 뒤흔드는 수백만 명의 거대한 함성이 메아리쳤다.
바로 그 순간.
헤르메스 정거장의 장거리 감시 레이더 콘솔에서 날카로운 붉은 경보음이 조용하던 브리지의 공기를 갈랐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긴급 궤도 경보 : HERMES-RADAR-ALERT.]
[고도 : 120km 극초음속 전리층 상공.]
[접근 물체 : 구시대 궤도 파편군 밀집체 급강하.]
[예상 낙하 궤적 : 아폴로-01호 상승 진입 각도와 98.2% 교차 일치.]
최현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대기권 돌파 상승로 한가운데에 거대한 궤도 파편 폭풍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별을 향한 마지막 48시간의 문턱 앞에서 또 다른 거대한 시련이 하늘의 길목을 가로막아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