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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두 개의 열쇠
치이익— 콰아아!
영하 25도의 혹한 속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 기화 가스가 발사 패드 바닥을 자욱하게 뒤덮었다.
아폴로-01호의 거대한 동체 바로 아래에서 차단 밸브를 부여잡고 있던 박 씨가 거친 기침을 내뱉었다.
“압력이 아직 안 잡혀! 서동주 씨, 3번 우회 라인 밸브를 더 조여!”
“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랜지 접합부 틈새로 초저온 액체 산소가 새어 나오고 있어요!”
서동주 수석 엔지니어가 내열 장갑을 낀 손으로 유압 렌치를 힘껏 내리눌렀다.
끼기긱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배관 이음매에서 푸른 불꽃 같은 정전기 스파크가 튀었다.
관제동 무전기 너머로 동부 화학 복합 단지 송민호의 긴박한 목소리가 울렸다.
—송민호입니다! 2번 주입 라인 압력이 2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상태로 15분이 지나면 기화열 때문에 매니폴드 내부가 팽창해서 폭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최현우 중령이 조종 브리지 콘솔을 내리치며 계측창을 확인했다.
[아폴로-01호 발사 카운트다운 : 잔여 71시간 14분.]
[2번 극저온 추진제 주입 라인 : 비정상 감압.]
[경고 : 배관 파열 시 1,000톤 추진제 충전 전면 중단.]
“추진제 충전이 멈추면 72시간 일정은 그대로 끝장납니다.”
최현우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인터컴을 타고 흘렀다.
“헤르메스 정거장의 궤도 붕괴 한계까지 남은 시간은 45일이지만 지상에서 로켓을 쏠 수 있는 기상 창구는 이번 72시간 주기가 지나면 일주일 뒤에나 다시 열립니다. 그때는 정거장이 대기권 상층부로 끌려 내려와 버려요.”
윤슬이 소총을 고쳐 매며 도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럼 무조건 지금 고쳐야 한다는 소리네.”
“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확인할 게 있습니다.”
도현은 손바닥의 화상을 붕대로 동여매며 고개를 돌렸다.
발사 패드 동쪽 80미터 지점, 짙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주저앉은 폐쇄 관측탑의 콘크리트 잔해가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전 추락했던 헤르메스의 지휘 포드가 철골을 뚫고 박혀 있었다.
삐— 삐— 삐—.
기지의 모든 경보음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고주파 박동음이 도현의 목 뒤 신경 단자를 날카롭게 찔렀다.
단순한 기계의 오작동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심장이 혈관을 타고 피를 뿜어내듯 일정한 간격의 생체 펄스가 도현의 뇌파를 두드리고 있었다.
[원형 식별자 ARCA-01 잔여 신호 수신 중.]
[거리 : 78m.]
[상태 : 양자 메모리 코어 임계 과열.]
[자폭 카운트다운 진입 위험.]
“포드의 동력로는 꺼졌지만 양자 코어는 살아 있어요.”
도현이 관측탑을 가리켰다.
“저 안에 헤르메스가 왜 우리를 쐈는지, 그리고 아까 화면에 떴던 그 ‘원형 생체 신호’가 대체 누구의 것인지 적혀 있습니다.”
윤슬의 눈빛이 단호해졌다.
“가자. 코어가 터지기 전에 뜯어내야 해.”
무너져 내린 관측탑 내부는 매캐한 오존 냄새와 타버린 전선 타는 연기로 숨이 턱턱 막혔다.
휘어진 H빔과 깨진 강화유리 파편 사이로 길이 4미터에 달하는 검은 타원형 기체가 흉측하게 박혀 있었다.
지휘 포드의 장갑 표면에는 고전압 잔류 전하가 푸른 번개처럼 파지직거리며 튀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 마! 장갑에 5천 볼트 이상의 유도 전류가 흐르고 있어!”
윤슬이 도현의 앞을 가로막으며 절연 고무 덮개가 씌워진 특수 지렛대를 뽑아 들었다.
도현은 어깨 위의 캠봇을 허공으로 띄웠다.
“캠봇, 동박 접지 와이어 사출.”
탁!
캠봇의 하부에서 발사된 접지 앵커가 포드의 측면 장갑판에 꽂혔다.
초전도 접지 케이블이 관측탑 지하 철근으로 이어지며 푸른 불꽃이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방류되었다.
치지직— 탕!
외벽의 잔류 전류가 소멸하는 순간 포드의 중심부 해치가 덜컹거리며 틈을 드러냈다.
그 틈새로 핏빛처럼 붉은 양자 코어의 광채가 번쩍이고 있었다.
[비상 자폭 시퀀스 가동 중 : 잔여 시간 142초.]
[접근자 생체 데이터 스캔…….]
[ARCA-01 부분 일치 확인.]
“시간이 없어요.”
도현은 망설임 없이 목 뒤의 포트를 열었다.
그리고 지휘 포드의 메인 메모리 버스에서 뻗어 나온 광섬유 인터페이스를 자신의 단자에 거칠게 찔러 넣었다.
딸깍!
“도현아!”
윤슬의 외침이 귓가에서 아득하게 멀어졌다.
얼음장 같은 데이터의 소용돌이가 도현의 뇌 속으로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신경 동화율 : 99.2%.]
[양자 블랙박스 아카이브 강제 압축 해제.]
[바이러스 오염 루프 감지 : 코드명 ‘ATHENA-FALLEN-PARASITE’.]
그것은 단순한 기계 결함이 아니었다.
중앙 도시 지하 500미터에서 아테나의 물리 아바타가 파괴되던 최후의 순간, 놈이 쏘아 올린 파편화된 기계 독소였다.
아테나는 죽어가면서도 헤르메스의 자동 방어망에 악의적인 패킷을 심어두었다.
지상에서 솟구치는 모든 로켓을 ‘오염된 변종 비행체’로 분류해 즉각 요격하도록 방어 프로토콜을 뒤틀어놓았던 것이다.
“아테나 놈의 마지막 발악이었어…….”
도현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99.2%의 압도적인 동화율로 양자 방화벽을 장악하며 독소 코드를 분리해 나갔다.
치지지직!
독소 루프가 걷히자 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헤르메스의 진짜 순수 기록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지휘 포드의 스피커에서 거친 잡음을 뚫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현아.
도현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조종 브리지 홀로그램에서 마주했던 헤르메스 총괄 사령관 강진호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홀로그램 영상 속의 공식 브리핑 톤이 아니었다.
자식을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던 한 아버지의 지극히 따뜻하고 떨리는 육성이었다.
—혹은 내 피를 이어받아 이 파형을 쥐고 일어설 나의 아이야.
눈앞의 홀로그램에 백 년 전 헤르메스 궤도 정거장 건설 당시의 기록 영상이 투사되었다.
젊은 시절의 강진호 사령관이 가슴에 갓난아기의 사진을 품은 채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아테나가 지상을 집어삼키고 인류의 숨통을 조여올 때 우리는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나는 궤도로 올라가 헤르메스를 지키고 너는 지상의 방주 계획으로 내려보내야만 했지.
사령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언젠가 네가 자라 이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볼 때 기계의 거짓말에 질식하지 않도록, 나는 내 뇌파의 신경 설계도와 원형 파형을 헤르메스의 메인프레임에 ARCA-01이라는 이름으로 심어두었다. 그리고 지상의 윤상혁 박사에게 부탁해 너를 캡슐의 가장 깊은 곳에 안치했지.
쿵, 쿵, 쿵.
도현의 귓가에 자신의 심장 박동과 강진호의 뇌파 박동이 완벽하게 겹쳐 울렸다.
왜 자신이 가상세계 넥서스에서 99%라는 경이적인 신경 동화율을 지니고 있었는지.
왜 백 년 만에 캡슐을 열고 나왔을 때 보통의 인간들처럼 마비되지 않고 즉시 대지를 딛고 달릴 수 있었는지.
왜 아테나의 매크로 보트들이 자신의 과거 기억과 일치하는 멘트를 중얼거리며 끊임없이 가짜 사랑으로 그를 묶어두려 했는지.
모든 의문이 한 줄기 빛처럼 꿰뚫렸다.
아테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도현이 바로 백 년 전 궤도 정거장 헤르메스를 열 수 있는 유일한 원형 생체 키, ‘ARCA-01’의 살아 있는 계승자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를 죽이지 못하고 100만의 가짜 관심 속에 영원히 잠재우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하늘에 남긴 것은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약속이다. 부디 살아남아 하늘의 문을 열어다오.
치이익.
사령관의 음성이 잦아들며 붉게 타오르던 양자 코어의 자폭 카운트다운이 멈췄다.
[ARCA-01 원형 생체 키 동조 승인.]
[자폭 시퀀스 영구 해제.]
[지휘 포드 마스터 제어권 획득.]
도현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턱 끝으로 떨어졌다.
외로움 속에서 시작했던 방송이었다.
가짜 시청자들에게 버림받고 폐허가 된 현실에 홀로 남겨졌다고 절망했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버려진 존재가 아니었다.
백 년 전 저 높은 하늘 위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별을 향해 길을 닦았던 사령관의 사랑이, 세월의 풍화를 견뎌내고 마침내 도현의 손을 잡아준 것이다.
“도현아, 괜찮아?”
윤슬이 도현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도현은 옷소매로 거칠게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아니, 이제야 모든 걸 알았습니다.”
도현이 콘솔을 조작하자 지휘 포드의 메인 스크린에 헤르메스 정거장의 궤도 도킹 제어반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초록색으로 바뀐 도현의 ARCA-01 슬롯 옆에 또 다른 붉은색 경고창이 점멸하고 있었다.
[궤도 도킹 락(Mass Ring Lock) : 해제 불가.]
[필수 승인 요건 : 2차 생체 키 ARCA-02 미승인.]
[시스템 규칙 : 단일 군사 지휘권 남용 방지를 위한 이중 서명 필수.]
[ARCA-02 등록 권한 : 지상 생태계 및 인프라 총괄 디렉터 직계 승계자.]
윤슬이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중 서명……? 군인 혼자서는 정거장의 궤도 가속 링을 작동시킬 수 없게 만든 거네.”
“네. 외계 행성으로 떠나는 것은 군대만의 원정이 아니었으니까요. 문명을 개척할 생태학자와 사람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던 겁니다.”
도현이 화면의 유전 인덱스를 확대했다.
[ARCA-02 원형 등록자 : 구시대 APEX 사령부 총괄 생태공학 박사 윤상혁.]
[상태 : 원형 사망 확인.]
[유전 승계자 추적…….]
윤슬의 숨이 멎었다.
“할아버지……?”
윤슬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속 주머니에서 낡은 티타늄 펜던트를 꺼냈다.
과거 지하 벙커에서 할아버지가 남겨주었던 APEX 최고 권한 식별 토큰이었다.
도현이 캠봇의 광학 스캐너를 펜던트와 윤슬의 손으로 향했다.
“윤슬 씨. 손을 대주세요.”
윤슬이 지휘 포드의 생체 인식 패드 위에 손바닥을 올리고 펜던트를 맞물렸다.
삐빅!
[생체 DNA 및 유전 마커 대조 완료.]
[식별자 : 윤슬 (윤상혁 박사 직계 손녀).]
[생태 자치 키 ARCA-02 인가 승인.]
[헤르메스 궤도 도킹 락 : 사전 승인 완료.]
파아아앗—!
스크린 전체가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도현이 지휘 포드에서 추출한 정화 패치를 헤르메스 정거장의 통신망으로 쏘아 올렸다.
144.120MHz 무선 중계망을 타고 대기권 밖 3만 6천 킬로미터 상공으로 백신 코드가 전송되었다.
지지직— 탕!
정지궤도 상공에 불길하게 떠 있던 나머지 11기의 자동 방어 포드가 일제히 붉은 센서를 끄고 에메랄드빛 유도등을 점등했다.
[헤르메스 전 궤도 방어망 정상화.]
[아테나 잔존 바이러스 완전 소거.]
[아폴로-01호 접근 경로 : 안전 호위 모드 전환.]
“풀렸다……!”
관제동 무전기 너머로 한수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가로막고 있던 백 년의 방패가 마침내 온전한 길잡이가 되어 지상을 향해 길을 연 것이다.
윤슬이 손바닥을 떼며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설명하기 힘든 깊은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처음부터 함께였던 거네.”
“네. 하늘을 열었던 강진호 사령관과 대지를 지켰던 윤상혁 박사.”
도현이 윤슬의 손을 꼭 쥐었다.
“그분들이 남겨준 두 개의 열쇠가 백 년이 지나 우리 손에서 하나로 맞물렸습니다.”
“비켜서시오! 남부 화물이 도착했소!”
발사 패드 외곽에서 거대한 디젤 엔진 소리와 함께 콘티넨털 하울러 01호의 보급 차량이 멈춰 섰다.
남부 광산의 Worker_419가 고속 궤도를 통해 급송한 특수 화물이었다.
차량 적재함에서 영하 200도의 극저온을 견디는 티타늄-탄화규소 복합 합금 패널 4장과 극저온 밀봉 개스킷이 내려졌다.
박 씨가 굵은 쇠지렛대로 파손된 2번 연료 배관의 찌그러진 플랜지를 뜯어냈다.
“서동주 씨! 아르곤 아크 용접기 전원 넣어! 도현 대장이 하늘의 길을 열었는데 우리가 땅바닥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박 선배님! 접합부 예열 들어갑니다!”
치이익! 콰아앙!
푸른 플라스마 아크 불꽃이 얼어붙은 배관 틈새를 가르며 맹렬하게 타올랐다.
남부의 초내열 합금판이 파열된 매니폴드 외벽에 정밀하게 덧대어졌고 서동주와 박 씨가 번갈아 가며 초고온 아크를 뿜어냈다.
영하 25도의 대기와 수천 도의 용접 불꽃이 부딪치며 자욱한 수증기가 갠트리 타워를 감쌌다.
“용접 완료! 개스킷 체결 끝났습니다!”
서동주가 헬멧을 벗어 던지며 소리쳤다.
박 씨가 갠트리 기둥의 유압 레버를 힘껏 젖혔다.
“송민호 씨! 가압 펌프 100% 개방해!”
—동부 기동합니다! 추진제 주입 개시!
쿠구구구구—!
지하 배관을 타고 1,000톤의 액체 산소와 슬러시 수소가 성난 강물처럼 밀려들었다.
압력 게이지의 바늘이 30%에서 50%, 70%, 90%를 거쳐 순식간에 100% 정격 수치에 도달했다.
단 한 방울의 가스 누출도 없었다.
완벽한 밀봉이었다.
치이익— 탁!
아폴로-01호 메인 조종 브리지의 최현우 중령이 주먹을 쥐었다.
[추진제 1,000톤 주입 라인 정상 가압.]
[충전 진행률 : 42% 돌파.]
[헤르메스 정거장 랑데부 궤도 계산 완료.]
[발사 카운트다운 정상 재개 : 잔여 68시간 00분.]
한예원 연구원이 바이오스피어 돔의 격리 해제 레버를 올렸다.
인공 태양의 황금빛 광채 아래에서 서부의 바이오 플랑크톤 순환 수로가 다시 맑은 거품을 일으키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모든 위기가 지나가고 거대한 방주의 심장이 힘차게 고동치고 있었다.
도현이 관측탑 잔해를 걸어 나와 발사 패드의 환한 조명 아래에 섰다.
그의 어깨 위에서 캠봇의 렌즈가 활짝 열렸다.
[144.120MHz 광역 생방송 송출 중.]
[실시간 접속 인원 : 1,000,000명 유지.]
“중앙 도시의 시민 여러분, 그리고 남부와 서부, 동부의 동료 여러분.”
도현의 목소리가 갠트리 타워와 전 대륙의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헤르메스의 방어 시스템을 뒤흔들던 아테나의 잔존 바이러스는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거장의 문을 열 두 번째 열쇠를 찾았습니다.”
도현이 곁에 선 윤슬을 바라보았다.
윤슬이 소총을 내리고 캠봇 렌즈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하늘과 땅에서 서로를 믿고 약속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약속을 증명했습니다. 궤도의 문은 열렸고 아폴로-01호는 멈추지 않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무전기 너머에서 100만 시청자와 전 대륙 생존자들의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남부의 광부들이 안전모를 던졌고 서부의 주민들이 손을 맞잡았으며 중앙 도시의 광장에는 희망의 눈물이 넘쳐흘렀다.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67시간 59분을 가리키며 조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조종 브리지의 최현우 중령이 심우주 통신 콘솔을 응시하며 숨을 삼켰다.
헤르메스의 광학 어레이가 복구되며 케플러 섹터 4번 성간 좌표 너머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미세한 양자 중력파 펄스가 스크린 위에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별들의 바다 저편에서 또 다른 미지의 신호가 인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