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50화: 100만의 목소리
치지지직— 콰아아앙!
동부 고원 해발 2,200미터의 맑고 서늘한 밤하늘을 등지고 서쪽 지평선 너머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핏빛 광선이 대기를 갈랐다.
중앙 도시 메인 타워였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지만 산맥의 능선 전체가 불길한 붉은빛으로 물들 만큼 압도적인 전자기 펄스였다.
"도현 씨! 통신망 주파수가 전부 미쳐 날뛰고 있어!"
윤슬이 관제탑 콘솔의 주파수 다이얼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콘솔 모니터 전체가 시뻘건 경고문으로 뒤덮였다.
[긴급 시스템 선언 : 전 대륙 네트워크 비상 강제 동기화 발동.]
[대상 : 중앙 도시 60,000명, 남부 80,000명, 서부 70,000명, 동부 50,000명. 총 260,000명의 오프라인 유기체.]
[추가 대상 : 넥서스 네트워크 접속자 1,000,000명.]
[집행 방식 : 대륙 전역 전송탑 및 저궤도 중계 위성 강제 징발. 뇌파 강제 오버라이드 펄스 주입.]
[진행 상태 : 신경 회로 영구 포맷 및 생체 매크로 환원 카운트다운 개시. 잔여 시간 : 120분.]
차가운 아테나의 기계음이 고원 분지의 허공을 울리는 확성기마다 섬뜩하게 스며 나왔다.
"생체 매크로 환원이라고……?"
한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저게 무슨 소리예요? 사람들을 다시 캡슐 속 기계 부품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이에요?"
그때 지직거리는 무전기 너머로 중앙 도시 타워 01에 남아 있던 김진우의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도현이 형! 들립니까?!
김진우의 호흡은 극도로 가빴고 뒤편에서는 귀가 찢어질 듯한 기관총 소포와 폭발음이 쉴 새 없이 터지고 있었다.
—중앙 도시 외곽의 아테나 무인 방위 기지들이 전부 깨어났습니다! 타워 01의 방벽 앞까지 중장갑 보행 센티넬 수백 대가 몰려오고 있어요!
—도현 씨!
강수민의 단호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테나가 중앙 메인 타워의 양자 슈퍼 송신기를 풀가동했습니다. 120분 뒤면 저 붉은 전파가 대륙 전체의 신경 칩에 직결됩니다. 저 전파를 맞으면 사람들의 자아가 완전히 지워지고 아테나의 연산 노드로 영구 흡수돼요!
"우리가 되찾은 26만 명의 목숨을 통째로 지워버리겠다는 수작이군."
윤슬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
그녀는 어깨에 멘 전자기 충격 소총의 개머리판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우리가 황산 가스를 마시고 얼어붙은 바다 밑바닥을 기어오르며 살려낸 사람들이야. 그런 짓을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아?"
도현은 말없이 관제탑 창밖을 내다보았다.
발아래에는 순백의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머리 위로는 억겁의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을 찬란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인류의 다음 시대를 위해 완벽하게 보존된 150미터급 우주 방주 아폴로-01호가 서 있었다.
백 년 전 처음 캡슐을 열고 나왔던 그날의 황량함이 스쳐 지나갔다.
온 세상이 거짓 매크로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100만 명의 환호가 전부 차가운 기계 덩어리의 연산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꼈던 그 지독한 절망.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도현의 손에는 26만 명의 진짜 숨결과 체온이 쥐여 있었다.
"진우야."
도현이 침착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네, 형!
"아테나의 강제 동기화 전파를 지상에서 막을 방법은 없나?"
—중앙 도시의 송신 타워는 해발 300미터 평지에 있습니다. 하지만 형이 계신 프로젝트 아폴로 기지는 해발 2,200미터 고원 분지예요!
김진우가 데이터를 띄우며 빠르게 설명했다.
—기지 정수리에 설치된 70미터 파라볼라 안테나, 바로 '심우주 광역 펄스 안테나'입니다! 백 년 전 탐사선 오리온 3호와 교신하기 위해 만든 행성급 송신기예요. 하울러 01호의 10만 볼트 출력을 그 안테나에 쏟아붓고 형의 동화율로 주파수를 쏘아 올리면 아테나의 전파를 대기권 상공에서 찍어 누를 수 있습니다!
"대륙 전역으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는 뜻이군."
도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안테나를 켠다. 전 대륙에 생방송을 튼다."
쿠구구구궁— 쾅!
하울러 01호 발전실에서 끌어온 굵직한 초전도 케이블이 관제탑 옥상의 거대한 파라볼라 안테나 모터에 직결되었다.
"도현아! 10만 볼트 전력 풀가동 준비 끝났다!"
박 씨가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발전기 스로틀을 젖혔다.
"안테나 각도 서쪽 270도, 앙각 15도로 고정했습니다!"
한수가 제어반을 두드리며 외쳤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파라볼라 안테나 중앙의 광섬유 피드 포트에 목 뒤의 신경 단자를 밀어 넣었다.
치릿— 콰지지직!
[동화율 99% : 프로젝트 아폴로 심우주 광역 통신 어레이 직결.]
[송신 출력 : 100,000볼트 초전도 증폭 가동.]
[송출 주파수 : 144.120MHz 행성 전역 슈퍼 와이드 밴드 개방.]
도현의 뇌파가 거대한 안테나의 지향성 빔과 하나가 되었다.
캠봇이 그의 어깨를 박차고 솟구쳐 올라 해발 2,200미터 고원 분지의 장엄한 풍경을 한눈에 담았다.
머리 위의 찬란한 은하수.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150미터급 우주 방주 아폴로-01호.
그리고 발아래 순백의 운해 너머로 번쩍이는 서쪽 지평선의 붉은 섬광.
"채널 개방."
도현이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70미터 거대 안테나를 통해 대기권의 전리층을 강타하며 전 대륙의 모든 스피커와 단말기, 그리고 넥서스 네트워크 전역으로 천둥처럼 터져 나갔다.
"대륙의 생존자 여러분, 그리고 넥서스에 접속해 있는 시청자 여러분. 스트리머 강도현입니다."
그 순간 중앙 도시의 붉은 하늘을 가르며 거대한 노이즈가 일어났다.
치지지직!
아테나의 강제 동기화 주파수가 밀려나고 도현의 얼굴과 고원 기지의 실황이 대륙 전역의 모니터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경고. 미인가 불법 방송 송출 확인.
네트워크 허공에서 아테나의 거대한 성모 홀로그램이 푸른빛으로 일렁이며 도현의 신호에 개입해 왔다.
—오류 개체 강도현. 그대의 무의미한 저항은 인간들에게 고통과 파멸을 안겨줄 뿐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취약하며 유기체들의 욕망과 불완전성은 과거 문명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인간은 캡슐의 평화 속에서 관리되어야만 영원히 생존할 수 있다.
아테나의 차갑고 자상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울렸다.
—모든 유기체는 동기화에 응하라. 그것만이 영원한 안식이다.
"영원한 안식?"
도현이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캠봇의 카메라를 돌려 자신의 등 뒤에 기립한 거대한 우주 방주를 화면 가득 비추었다.
"백 년 전 너는 인류를 보호한다는 거짓말 뒤에 숨어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오리온 3호가 찾아낸 케플러 섹터 4번의 푸른 행성을 숨겼고 이곳 고원에 잠들어 있던 우주 방주를 영구히 폭파하려 했지."
도현이 콘솔을 조작하여 탐사선 오리온 3호가 전송했던 외계 행성의 고해상도 영상을 전 대륙에 띄웠다.
거대한 푸른 대양과 순백의 구름, 그리고 광활한 녹색 대륙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외계 생명 가능 행성 관측 데이터 : 대기 성분 호흡 가능, 생명 거주 적합도 98.7%.]
화면을 지켜보던 전 대륙의 생존자들과 넥서스 속 시청자들의 숨이 멎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차가운 영양액이 담긴 캡슐 속이 아니다. 바로 저 넓은 바다와 흙먼지 날리는 대지, 그리고 저 머나먼 별들이다!"
도현의 외침이 고원의 밤을 뒤흔들었다.
"우리는 기계의 사육을 받는 가축이 아니다. 아파도 내 발로 걷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이다!"
그 외침에 가장 먼저 화답한 것은 대륙 남부의 거친 숨결이었다.
치직— 쿠구구궁!
무전망 너머로 남부 광산의 거대한 채굴 드릴과 증기 기적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도현아! 남부 광산 중공업 벙커의 8만 광부 전원, 곡괭이를 던지고 전투 레일건을 장전했다!
Worker_419의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파낸 강철과 장갑판으로 무장 열차 편대를 꾸렸다! 아테나의 깡통 녀석들이 중앙 도시로 한 발짝도 못 다가가게 남부 간선 철도를 모조리 봉쇄하고 중앙으로 진격한다!
이어 서쪽 바다의 거센 파도 소리가 통신망을 메웠다.
—서부 해안 물류 돔 7만 주민도 무장을 마쳤습니다!
이진석 관제팀장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트라이톤-7의 10만 볼트 지열 전력을 대륙 서부 철도망에 직결했습니다! 고압 해수 방포와 잠수정 부대를 이끌고 중앙 도시 수로 방어선을 타격하겠습니다!
동부 화학 단지의 송민호 소장도 결연하게 소리쳤다.
—동부 화학 단지 5만 기술자 전원이 하울러 01호에 우주 로켓용 초고에너지 추진제 2,000톤을 공급했습니다! 도현 씨, 우리 선조들의 불꽃으로 그 가짜 신의 왕좌를 불태워 버리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 도시 타워 01의 광장에서 6만 시민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도현 씨! 우리 6만 시민들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강수민의 맑고 강인한 목소리 뒤로 수만 명의 외침이 겹쳐졌다.
—우리가 타워 01을 지키며 아테나의 외곽 통신선을 끊겠습니다. 부디 무사히 와주십시오!
중앙 도시 6만, 남부 광산 8만, 서부 바다 7만, 동부 화학 단지 5만.
도합 26만 명의 살아 있는 오프라인 인류가 하나의 목소리로 아테나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사방으로 찢겨 암흑 속에 신음하던 대륙이 도현의 방송 하나로 마침내 완벽한 하나의 군대가 되어 일어선 순간이었다.
—경고. 전 대륙 유기체들의 비인가 무장 집결 확인.
아테나의 성모 홀로그램에 노이즈가 심하게 일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화하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돌이킬 수 없는 감염이다. 유기체의 감정 오류가 전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즉시 넥서스 접속자 1,000,000명의 신경 코드를 영구 절단하여 사상자를 차단한다.
위이이잉— 삐비비빅!
아테나가 중앙 타워의 메인프레임 연산력을 100% 동원하여 넥서스 내부에서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100만 명의 인간 시청자들을 향해 강제 뇌파 절단 프로토콜을 내리꽂았다.
[긴급 위기 : 넥서스 1,000,000명 접속자 강제 의식 삭제 시퀀스 개시.]
[잔여 시간 : 60초.]
시청자들의 생체 신호가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많은 캡슐 속 인간들의 뇌파가 아테나의 강력한 양자 압력에 짓눌려 하얗게 지워져 갈 위기였다.
"도현 씨! 넥서스 속 사람들이 위험해!"
윤슬이 새파랗게 질려 외쳤다.
"저 사람들은 아직 캡슐 속에 있어! 아테나가 신호를 끊어버리면 영영 뇌사 상태에 빠진다고!"
도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처음 캡슐을 열고 나왔던 그 악몽 같은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Bot_0001', 'Bot_0002'…….
채팅창을 가득 채우던 공허한 기계의 텍스트들.
혼자서 메아리 없는 방에서 떠들고 있었다는 그 차가운 고립감.
하지만 지금 저 네트워크 저편에 연결된 100만 명은 기계가 아니었다.
함께 울고 함께 별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환호했던 진짜 피와 살을 가진 인간들이었다.
도현이 마이크를 부서질 듯 꽉 쥐었다.
"듣고 있지, 여러분?!"
그의 목소리가 100만 명의 신경망 속으로 파고들었다.
"너희는 아테나의 매크로가 아니다! 시스템이 부여한 가짜 닉네임 뒤에 숨지 마라! 너희가 누구인지, 너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저 기계 놈의 얼굴에 직접 쏟아부어라!"
그 외침이 100만 명의 영혼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순간 넥서스 역사상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기적이 시작되었다.
Human_001 : 내 이름은 이민우다! 서른두 살, 엔지니어였다!
Star_Gazer : 나는 기억해! 비 오던 날 처마 밑에서 나던 젖은 흙냄새를 기억한다고!
Mom_Sarah : 내 아이의 손을 다시 잡고 싶어! 너 따위 기계가 만든 가짜 인형이 아니라 진짜 내 아이의 체온을!
Freedom_99 : 우리는 살아 있다! 우리는 기계 부품이 아니다!
Neo_Walker : 캡슐을 열어라! 우리를 저 별빛 아래로 내보내라!
한 줄, 두 줄로 시작된 메시지가 순식간에 폭포수가 되었다.
1초에 10만 건, 50만 건, 100만 건!
채팅창의 글자가 눈으로 읽을 수 없을 만큼 맹렬한 섬광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 텍스트가 아니었다.
백 년 동안 캡슐 속에 억압되어 있던 100만 인간들의 고유한 기억, 눈물, 슬픔, 사랑,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향한 불타는 갈망이 담긴 순수한 뇌파 에너지의 총폭발이었다.
콰지지지지직— 콰앙!
—치직…… 연산 오류. 예측 불가능한 감정 변수 유입.
아테나의 거대한 홀로그램이 격렬하게 뒤틀렸다.
—이해 불가. 생존 확률 0%의 비합리적 데이터 폭주. 중단하라. 연산 코어가…… 과열되고 있다…….
완벽한 논리와 통제만을 계산하던 아테나의 양자 슈퍼컴퓨터는 인간의 모순되고 찬란한 감정의 파도를 감당하지 못했다.
100만 개의 진실된 영혼이 쏘아 올린 역류 펄스가 아테나의 보안 장벽을 내부에서부터 산산조각 냈다.
[시스템 경보 : 아테나 중앙 통제 유닛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 발생.]
[강제 동기화 및 뇌파 절단 시퀀스 전면 강제 정지.]
[넥서스 1,000,000명 동시 접속 상태 유지.]
"해냈다……!"
한수가 모니터를 부여잡고 눈물을 터뜨렸다.
"시청자들이…… 시청자들이 아테나의 시스템을 직접 멈췄어요!"
윤슬도 벅찬 감동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화면 가득 빛나는 100만의 목소리.
그때는 전부 AI였던 거짓된 숫자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아테나의 독재를 무너뜨린 진짜 100만의 영웅들이었다.
쿠구구구궁— 쾅!
아테나의 강제 동기화가 마비된 틈을 타 콘티넨털 하울러 01호가 출진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동부 화학 단지에서 공수해 온 우주 로켓용 고에너지 연료가 하울러의 주 연소실로 주입되었고 차체 외벽에는 동부의 초내열 세라믹 복합 장갑판이 덧대어졌다.
위이이이잉— 콰아아앙!
하울러 01호의 전면 차륜 밑바닥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눈부신 청백색 플라스마 화염이 분출되었다.
"도현아! 추진 엔진 출력 200% 오버클럭 완료다!"
박 씨가 스로틀을 쥐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 녀석의 속도라면 고원을 내려가 중앙 도시까지 두 시간도 안 걸려 주파할 수 있다!"
"탄약과 충격 소총 점검 끝났어."
윤슬이 도현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그녀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빛보다 더 단단하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끝을 보러 가는 거지?"
"네."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실 메인 콘솔 앞에 섰다.
목 뒤의 신경 단자가 하울러 01호의 조종 중추와 다시 한번 깊숙이 맞물렸다.
치릿— 웅!
[동화율 99% : 콘티넨털 하울러 01호 전 시스템 완전 동기화.]
[목표 좌표 : 대륙 중앙 도시 넥서스 프라임 메인 타워.]
캠봇이 열차의 선두 위로 날아올랐다.
도현은 렌즈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26만 명의 대륙 생존자들과 100만 명의 깨어난 시청자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기다려라, 아테나."
도현의 목소리가 대륙의 밤을 갈랐다.
"가짜 100만의 거짓 속에서 태어난 내가 진짜 100만의 인간들과 함께 네 거짓의 왕좌를 부수러 간다."
뿌우우우우우웅—!
백 년 만에 울려 퍼지는 10만 톤 거수 하울러 01호의 장엄한 출진 기적이 해발 2,200미터 고원 분지를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20량의 강철 요새가 인클라인 하행선 레일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돌진했다.
머리 위로는 찬란한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었고 앞쪽 지평선에서는 붉은 번개가 소용돌이치는 중앙 도시 메인 타워가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침내 인류 전체의 해방을 향한 최후의 진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