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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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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끓어오르는 심장

치지지직!

섭씨 60도의 뿌연 수증기를 뚫고 열 줄기의 핏빛 레이저 조준선이 도현과 윤슬의 가슴팍에 내리꽂혔다.

허리까지 차오른 에메랄드빛 냉각수가 격렬하게 출렁이며 기괴한 음파를 뿜어냈다.

위이이잉—!

수면을 박차고 솟구쳐 오른 열여권의 아쿠아 센티넬들이 티타늄 동체 양옆의 고주파 칼날을 최대 출력으로 회전시켰다.

초당 수만 번 진동하는 강철 칼날이 끓어오르는 물안개를 베어 넘기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토해냈다.

"침입자 식별…… 아테나 해양 보안 규정 제4조 발효."

"위협 개체 즉각 배제 및 심해 폐기 시퀀스 개시."

합성된 기계음이 침수된 갱도 벽면에 음산하게 메아리쳤다.

찰칵!

윤슬이 방수 밀봉된 전자기 충격 소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밀착시키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 고철 덩어리들이 손님 대접 한번 화끈하게 해 주네!"

"슬아, 무작정 쏘지 마! 냉각수 안에는 광물질과 염분이 가득해. 탄환이 빗나가서 고압 전선이나 벽면에 맞으면 우리까지 통구이가 될 수 있어!"

도현이 목 뒤의 신경 단자를 번뜩이며 외쳤다.

99% 동화율 감각이 아틀란티스 슈트의 청각 센서와 직결되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미세한 파동 데이터로 분해되어 망막에 떠올랐다.

기계들이 물을 가르는 저주파 추진음, 모터 축의 편심 회전음, 그리고 고주파 칼날이 수면을 벨 때 튀는 미세한 와류 벡터까지 낱낱이 파악되었다.

삐비빅!

어깨 위에 떠오른 캠봇의 전송 모니터에 전 대륙 시청자들의 실시간 분석창이 쏟아져 내렸다.

Deep_Diver_14 : 저 모델은 구시대 아테나 해군 기지용 국지 경비 드론입니다! 중앙 사령부 링크가 끊겨서 사전 입력된 공격 알고리즘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Sonar_Operator_12 : 고주파 칼날이 회전할 때 녀석들의 하부 소나 감지 돔 주변에 0.2초 주기의 음향 사각이 생깁니다! 수면 아래에서 솟구치는 궤적을 노리세요!

Worker_419 : 도현아! 녀석들 장갑판 틈새 배터리 조인트는 방수가 완벽하지 않다! 물속에서 꺾어버려!

"0.2초의 사각……!"

도현의 눈동자에 푸른빛 잔상이 스쳤다.

슈우우욱!

선두에 선 아쿠아 센티넬 세 기가 수면을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고주파 칼날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물보라가 폭포수처럼 튀어 오르며 도현의 목덜미를 베어 넘기려 쇄도했다.

도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틀란티스 슈트의 인공근육 서보모터를 풀가동하며 두 발로 강철 바닥을 굳건히 딛었다.

쩌엉!

도현이 허리춤에서 뽑아 든 탄화규소 절연 스패너가 백청색 섬광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날아들던 첫 번째 센티넬의 고주파 칼날 측면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채애앵—!

초당 수만 번 진동하던 칼날 축이 순간적인 편심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크아악!"

도현이 자세를 낮추며 회전 반동을 그대로 실어 스패너로 녀석의 광학 렌즈 돔을 박살 냈다.

콰직!

찌그러진 센티넬의 동체가 갱도 벽면에 처박히며 불꽃을 뿜어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윤슬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치타앙! 탕!

물살을 뚫고 쏘아진 2만 볼트의 전자기 펄스 탄환이 뒤따르던 센티넬 두 기의 하부 소나 수신부를 꿰뚫었다.

파지지직!

푸른 전류가 수중에서 폭쇄하며 센티넬들의 내부 회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녀석들이 경련하듯 동체를 비틀거리며 검은 기름을 토해냈다.

"셋 격파! 하지만 아직 일곱이나 남았어!"

윤슬이 탄창을 갈아 끼우며 외쳤다.

남은 일곱 기의 센티넬들이 상황의 불리함을 감지하고 일제히 물속으로 잠항했다.

에메랄드빛 냉각수 표면 아래로 붉은 안광만이 어지럽게 회전하며 두 사람의 발목을 노려왔다.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의 급습.

수심 1미터 남짓한 탁한 물속에서 언제 칼날이 다리를 잘라낼지 모르는 공포였다.

도현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기포 속에 숨으면 못 찾을 줄 알고?"

도현은 벽면에 뜯겨져 나와 불꽃을 튀기던 440볼트 비상 동력 케이블을 눈여겨보았다.

시청자 Grid_Engineer_09의 조언이 귓가를 맴돌았다.

Grid_Engineer_09 : 냉각수의 주성분은 붕소와 나트륨 광물질입니다! 접지 앵커가 없어도 도체 전위차만 만들어주면 광역 쇼크를 일으킬 수 있어요!

"슬아! 자석 부츠 최대 출력으로 켜고 바닥 접지 고정해!"

"알았어!"

윤슬이 발목 스위치를 밟자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슈트 바닥의 영구자석이 바닥 프레임에 완벽히 달라붙었다.

슈트 전체의 절연 프로토콜이 100%로 가동되었다.

도현이 탄화규소 절연 스패너의 갈고리로 굵은 동력 케이블을 낚아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내리꽂았다.

콰지지지지직—!

눈이 멀 것 같은 황금빛 전호가 갱도 수면 전체를 뒤덮었다.

수백만 줄의 고압 전류가 광물질 냉각수를 매개체로 삼아 벼락처럼 번져 나갔다.

푸슈슈슉! 삐이익!

잠항해 있던 일곱 기의 센티넬들이 비명을 지르듯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

내부 제어 모듈이 한순간에 과열 쇼크로 타버린 기계들이 검은 연기를 뿜으며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모든 붉은 안광이 꺼지고 오직 지열 터빈의 묵직한 진동만이 남았다.

"후우……."

도현이 숨을 몰아쉬며 케이블을 떼어냈다.

헬멧 바이저에 시청자들의 환호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Worker_419 : 크으으! 물속에 전기를 꽂아버리네! 역시 100만 스트리머 클라스 어디 안 간다!

Sub_Dome_02 : 10기를 단 3분 만에 전멸시켰습니다! 길을 열었습니다!

Ocean_Keeper_99 : 도현 씨! 에어록 수송관 윈치 케이블이 도착했습니다! 서두르세요!


철컹!

에어록 수송관의 대형 셔터가 열리며 넵튠-01에서 보낸 두꺼운 초합금 윈치 케이블이 갱도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케이블 끝단에는 서부 해안을 살릴 핵심 부품들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었다.

무게 1.2톤에 달하는 직경 80센티미터 구경의 구시대 해군용 '초전도 고압 냉각수 밸브'.

그리고 그 뒤를 잇는 10만 볼트급 티타늄 차폐 변압기 케이블 코일 드럼이었다.

도현과 윤슬은 아틀란티스 슈트의 유압 하네스를 윈치에 연결했다.

인공근육 서보모터가 우우웅 하는 구동음을 울리며 1톤이 넘는 장비들을 묵직하게 끌어당겼다.

"이진석 팀장님! 장비 인수 확인했습니다! 지금 3번 노심실로 운반합니다!"

—수신 양호! 기지 텔레메트리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노심 압력 97%를 돌파했습니다! 잔여 시간…… 2시간 40분입니다!

인터콤 너머 이진석의 음성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쿠구구궁—!

기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납게 흔들렸다.

천장 배관 이음매에서 끓는 냉각수와 시커먼 녹물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갱도 끝, 붉은 위험 표시등이 껌벅이는 3번 노심실 메인 차폐 방폭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께 40센티미터의 삼중 티타늄 격벽.

문틈 사이로 섭씨 수백 도의 고열 증기가 치익치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도현이 격벽 개폐 레버에 손을 얹었다.

"슬아, 문이 열리면 상상을 초월하는 열풍이 쏟아져 나올 거야. 슈트 냉각 팩 출력을 최대로 올려."

"준비됐어. 열어."

윤슬이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이이이익— 쾅!

수동 바이패스 밸브를 제끼자 거대한 방폭문이 육중한 비명을 지르며 좌우로 열렸다.

화아아아악!

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이 온통 붉은 화폭으로 뒤덮였다.

지옥의 아가리가 열린 것만 같았다.

섭씨 890도.

직경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통형 지열 복합 노심 챔버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맥박 치듯 쿵쾅거리고 있었다.

노심 하부의 파열된 주 냉각 배관에서는 초고압 지열 증기가 수십 미터 높이로 솟구쳐 오르며 천장의 철골 빔을 녹여내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섭씨 100도가 넘는 끓는 물이 거대한 호수를 이루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오직 배관 위를 가로지르는 좁은 격자형 캣워크만이 유일한 발판이었다.

삐이이이—!

헬멧 내부의 온도 경보기가 미친 듯이 울렸다.

[외부 대기 온도 : 섭씨 210도 도달.]

[노심 표면 온도 : 섭씨 890도.]

[아틀란티스 슈트 열 차폐 한계 시간 : 25분.]

슈트 표면의 나노 세라믹 코팅이 열기를 흡수하며 치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저기다……!"

도현이 증기 구름 너머 배관 이음매를 가리켰다.

직경 80센티미터의 주 냉각 배관 한가운데, 기존의 구형 주철 밸브가 시커멓게 뒤틀린 채 배관 플랜지에 용착되어 있었다.

지진의 충격과 고열로 인해 금속이 녹아붙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 틈새로 고압 증기가 굉음을 내지르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Hydro_Engineer_88 : 저 밸브를 떼어내지 못하면 신형 초전도 밸브를 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볼트가 이미 열변형으로 융착되었어요! 일반 스패너로는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Worker_419 : 망치질을 했다간 압력 때문에 배관 전체가 터져나간다! 플라스마 토치로 볼트 헤드만 정확히 날려야 해!

"내가 갈게."

윤슬이 하네스에 플라스마 절단 토치를 단단히 결속하며 나섰다.

"저런 미세 절단은 내 전문이야. 하지만 도현아, 밸브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배관 안에서 남은 잔류 고압수가 뿜어져 나올 거야. 네가 바로 신형 밸브로 틀어막지 못하면 캣워크째로 날아간다."

도현이 1.2톤의 초전도 밸브 손잡이를 움켜쥐며 윤슬의 어깨를 짚었다.

"걱정 마. 네 뒤는 내가 지킨다."

"좋아. 간다!"


윤슬이 좁은 캣워크 난간을 타고 배관 위로 몸을 날렸다.

치이이익!

발밑으로 끓어오르는 수증기가 사납게 솟구쳐 올랐지만 윤슬의 발끝은 미동조차 없었다.

자석 부츠가 뜨겁게 달아오른 배관 표면에 달라붙었다.

파지지직— 콰아아앙!

윤슬이 손에 쥔 수중 초전도 플라스마 토치를 점화했다.

백청색 플라스마 불꽃이 시커멓게 녹아붙은 첫 번째 볼트 헤드를 정밀하게 파고들었다.

치이익! 콰득!

섭씨 3,000도의 초고열 플라스마가 강철 볼트를 엿가락처럼 녹여냈다.

증기의 폭압 속에서도 윤슬의 손목은 단 1밀리미터의 떨림도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볼트.

마지막 볼트 헤드가 녹아내리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기존 밸브 하우징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욱—!

배관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압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마지막이야! 도현아, 지금이야!"

윤슬이 몸을 던져 뒤편 캣워크로 물러서는 순간 마지막 연결부가 굉음과 함께 파열되었다.

콰아아앙!

고착되어 있던 구형 밸브가 증기 폭압에 밀려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배관 내부에서 섭씨 300도의 초고압 열수 기둥이 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찰나의 순간 도현의 신경 단자가 극한의 펄스를 토해냈다.

동화율 99%.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느린 슬로모션처럼 멈추어 섰다.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난류, 배관 플랜지의 미세한 나사 홈, 그리고 자신이 짊어진 1.2톤 초전도 밸브의 무게중심이 하나의 완벽한 선으로 이어졌다.

"으아아아아앗—!"

도현이 포효하며 1.2톤의 초전도 밸브를 두 팔로 번쩍 치켜들었다.

아틀란티스 슈트의 인공근육 섬유가 끊어질 듯 팽창하며 티타늄 관절에서 날카로운 유압음이 터져 나왔다.

화아아악!

온몸을 불태울 듯한 증기 기둥을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도현이 밸브를 배관 구경에 틀어박았다.

쿵—!

단 0.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결속.

증기 기둥이 일순간 억눌리며 밸브 틈새로 시커먼 증기가 새어 나왔다.

"슬아! 체결 핀!"

"들어간다!"

윤슬이 달려와 탄화규소 절연 렌치를 도현의 반대편 볼트 홈에 꽂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여덟 개의 고강도 체결 핀을 한계 토크까지 조여 돌렸다.

끼이기긱! 콰앙!

마그네틱 셀프 실링 락이 맞물리며 녹색 표시등이 점등했다.

[초전도 고압 냉각수 밸브 체결 완료.]

[기밀 유지율 : 100%.]

[주 냉각수 순환 바이패스 개방 가능.]

도현이 거대한 메인 유압 수동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아래로 꺾었다.

쿠구구구궁—!

닫혀 있던 밸브가 열리며 넵튠-01과 해저 심층수가 공급하는 차가운 냉각수가 붉게 타오르던 노심 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치이이이이익—!

노심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고열 증기가 일순간 하얗게 응결되며 수증기 폭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트라이톤-7 복합 노심 냉각 정상화.]

[노심 압력 : 97% → 82% → 58% → 34% 급강하.]

[증기 폭발 위험 영구 해제.]

[노심 파열 카운트다운 소멸.]

콘솔 화면에 뜨던 핏빛 경보창이 일제히 평화로운 청록색으로 바뀌었다.

도현과 윤슬은 뜨거운 캣워크 바닥에 등을 대고 주저앉았다.

헬멧 바이저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해냈어……."

윤슬이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우리가 바다를 잠재웠어, 도현아."

"그래. 해냈어."

도현이 주먹을 쥐어 보였다.


치직, 치지직!

144.120MHz 무선 통신망을 통해 지상 서부 물류 돔의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살았다! 서부 바다가 살았다!

—도현아! 슬아! 너희들이 7만 명을 살려냈어!

박 씨의 거칠고 굵은 목소리가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졌고 그 뒤편으로 서부 돔 7만 군중의 눈물과 환호성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형! 누나! 진짜 대단해요! 돔 안의 모든 불이 다 켜졌어요!

한수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바다가 되어 있었다.

채팅창 역시 100만 명의 시청자들이 쏟아내는 감격의 메시지로 마비될 지경이었다.

Worker_419 : 4시간 남은 시한폭탄을 저 불길 속에서 맨몸으로 막아냈다! 이게 바로 진짜 인간의 저력이다!

Sub_Dome_02 : 서부 돔 7만 명 전원 생존! 중앙 도시와 서부 해안이 완벽히 이어졌습니다!

Deep_Diver_14 : 심해 400미터의 기적입니다. 도현 님, 윤슬 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현과 윤슬은 넵튠-01에서 인양된 고압 변압기 코일 케이블을 들고 노심실 옆 중앙 제어 브리지로 들어섰다.

마지막 과업이 남아 있었다.

도현은 10만 볼트급 초전도 케이블을 기지 메인 전력 콘솔의 1차 분배 단자에 결속했다.

그리고 목 뒤의 신경 단자를 케이블 어댑터에 직결했다.

찌릿!

푸른 전류가 도현의 신경망을 타고 흐르며 트라이톤-7의 메인 제어 컴퓨터와 동기화되었다.

[지열 순환 터빈 1, 2, 3호기 기동 준비 완료.]

[출력 계통 : 서부 해안 물류 돔 직결 해저 초전도 그리드.]

[기동 승인 코드 요청.]

도현이 제어 레버를 힘껏 밀어 올렸다.

"기동해라, 트라이톤!"

위이이이잉— 쿠구구구구궁!

바다 밑바닥 전체가 웅장하게 진동했다.

기지 지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직경 20미터급 거대 지열 발전 터빈 세 기가 백 년의 침묵을 깨고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해저 단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한한 지열 에너지가 순수한 전력으로 변환되어 초전도 케이블을 타고 뿜어져 나갔다.

파아아앗—!

트라이톤-7의 외부를 감싸고 있던 수천 개의 탐조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칠흑 같던 수심 400미터의 심연이 대낮처럼 눈부신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었다.

해저 요새 전체가 찬란한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거대한 전류는 해저 케이블을 타고 수평선 너머 서부 해안 물류 돔으로, 그리고 대륙 간선 철길을 따라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서부 해안 돔은 이제 영구히 꺼지지 않는 지열 발전의 심장을 얻은 것이었다.

그때였다.

삐비빅.

주 통제 콘솔의 메인 모니터가 푸른빛으로 점멸하더니 잠겨 있던 심층 파티션이 차례로 풀려나기 시작했다.

[지열 그리드 100% 정상화 감지.]

[구시대 연합 환경 보전 사령부 최상위 보안 해제.]

[프로젝트 오션 아르카(Ocean Arca) 메인 데이터베이스 개방.]

화면에 떠오른 것은 아테나의 통제 코드가 아니었다.

백 년 전, 재앙이 닥치기 전 인류의 과학자들이 남겨둔 유산이었다.

'구시대 해양 생태계 및 대륙 수로 복원 마스터 데이터베이스'.

윤슬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건…… 트라이톤-7은 그냥 발전소가 아니었어."

"그래. 바다를 살리기 위한 방주였어."

도현이 데이터 목록을 넘겼다.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하는 대규모 미생물 배양 프로토콜, 멸종 위기 해양 생물의 유전자 복원 시드 보관 좌표, 그리고 대륙 전체의 죽은 강과 호수를 되살릴 수 있는 정수 플랜트 가동 키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아테나가 숨겨왔던 진실.

인류는 가상세계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현실의 바다는 치료받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치료약은 이미 이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도현이 어깨 위의 캠봇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시청자 여러분. 우리는 바다 밑바닥에서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서부 돔의 불을 밝혔고 이제 죽어버린 바다를 되살릴 열쇠를 손에 쥐었습니다."

채팅창이 또다시 눈물과 환희로 뒤덮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

중앙 제어 콘솔의 심해 초음파 탐지 화면에서 기괴한 경보음이 울렸다.

트라이톤-7의 지열 터빈이 뿜어낸 막대한 전력 파동에 반응하듯 기지 남쪽 단층 해구, 수심 1,000미터의 아득한 심연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규칙적인 4초 주기의 초저주파 펄스.

[해저 1,000m 트라이톤 심연 크레바스 : 미확인 인공 구조물 신호 감지.]

[신호 식별명 : '네오 아틀란티스 심해 캡슐 보관소'.]

도현과 윤슬의 시선이 동시에 레이더 화면의 심연 한가운데로 쏠렸다.

바다 밑 가장 깊은 곳.

그곳에 또 다른 인간들의 숨결이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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