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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심연의 수중 요새

수심 200미터 열수층.

빛 한 점 들지 않는 칠흑의 바닷속에서 두 줄기의 핏빛 안광이 번뜩였다.

전장 80미터에 달하는 검은 기계 괴수 리바이어던 센티넬이 거대한 선체를 비틀며 넵튠-01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치이이익! 푸슈우웅—!

센티넬의 함수 양측에 배열된 수중 어뢰 발사관 덮개가 열리더니 두 발의 고속 음향 유도 어뢰가 시커먼 물살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스크루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토해내는 은빛 기포 궤적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어뢰 접근! 12시 방향, 침로 일치! 충돌까지 6초!"

조타간을 쥐고 있던 이진석 팀장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찢어졌다.

수심 200미터의 수압과 섭씨 300도에 달하는 열수 분출구의 난류로 인해 넵튠-01의 선체는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티타늄 내압 선체라 해도 음향 유도 어뢰의 직접 타격을 받으면 수심 200미터의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찌그러질 것이 분명했다.

삐비비비빅!

잠수정 관측창 상단에 장착된 캠봇의 모니터가 사납게 점멸했다.

144.120MHz 무선 백본망의 신호가 해양 음향 부표를 타고 100만 시청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Sonar_Operator_12 : 도현 님! 녀석은 능동 소나 28kHz 음향 추적 모드입니다! 아까 해안 대교에서 윤슬 님이 광학 조준 돔을 완파해서 소나 음향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Deep_Diver_14 : 열수 분출구의 고열 증기 기포는 음파를 완전히 흩뜨려 놓습니다! 기포 장벽을 치면 어뢰의 유도 알고리즘이 마비됩니다!

Worker_419 : 피할 데가 없으면 바닷물이라도 끓여서 막아라!

시청자들의 긴급 제보가 뇌리를 강타했다.

도현의 목 뒤 신경 단자에서 푸른 펄스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99% 동화율 감각이 잠수정 외부 수중 센서와 직결되며 주변 100미터 반경의 수온 구배와 해류 벡터가 하나의 입체 지도로 펼쳐졌다.

"이진석 팀장님! 우현 5시 방향 15미터, 붉은 열수가 솟구치는 암반 벤트 쪽으로 기수를 트세요!"

"하지만 거긴 수온이 300도가 넘습니다! 잠수정 외벽 코팅이 녹아내릴 수도 있어요!"

"우릴 노리는 어뢰의 귀를 멀게 만들 유일한 방패입니다! 전타!"

도현의 단호한 고함에 이진석이 이빨을 악물며 주 추진 레버를 꺾었다.

위이이잉!

넵튠-01의 후방 워터제트가 굉음을 울리며 잠수정을 급선회시켰다.

동시에 도현이 조종석 우측의 유압 머니퓰레이터 컨트롤러를 쥐었다.

선체 전면에 장착된 거대한 초합금 집게발이 어둠을 뚫고 뻗어 나가 해저 단층에 튀어나온 거대한 열수 암반 밸브를 으스러뜨렸다.

콰아아앙!

굳어 있던 지열 암반이 깨져 나가자 지하 깊숙한 곳에 갇혀 있던 초고압 열수와 증기가 거대한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치이이이익—!

수백만 개의 은빛 기포가 거대한 커튼을 형성하며 넵튠-01과 센티넬 사이를 가로막았다.

바닷물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만들어낸 거대한 음향 왜곡의 소용돌이였다.

슈우우욱!

맹렬하게 쇄도하던 두 발의 음향 유도 어뢰가 기포 장벽에 부딪히는 순간 유도 방향을 완전히 상실하고 허공을 헤매듯 비틀거렸다.

콰지지직— 쾅! 콰아아앙!

길을 잃은 어뢰들이 뒤편의 거대한 해저 현무암 절벽에 격돌하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수심 200미터의 바다가 진동하며 거대한 충격파가 넵튠-01의 선체를 사정없이 때렸다.

"어뢰 기만 성공!"

이진석이 소리쳤다.

하지만 환호할 틈은 없었다.

기포 폭풍을 뚫고 80미터급 리바이어던 센티넬의 거대한 강철 선체가 충각 형태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어뢰가 빗나가자 넵튠-01을 육중한 차체 중량으로 들이받아 수압 속에서 분쇄하려는 악랄한 알고리즘이었다.

"어디서 감히 들이받으려고!"

윤슬이 벌떡 일어서며 잠수정 외부 크레인 제어 패널을 후려쳤다.

"도현아! 녀석의 하부로 파고들어! 추진 스크루를 날려버리겠어!"

"팀장님, 잠항 각도 마이너스 40도! 최대 출력으로 센티넬 배 밑으로 들어갑니다!"

쿠구구궁!

넵튠-01이 부력 탱크를 급속 주수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내려앉았다.

머리 위로 수천 톤에 달하는 센티넬의 시커먼 바닥 장갑판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 찰나의 순간 윤슬이 외부 유압 크레인에 직결된 수중 고출력 초전도 플라스마 절단 토치를 점화했다.

파지지직— 콰아아아!

심해의 암흑 속에서 눈이 멀 것 같은 백청색 플라스마 불꽃이 터져 나왔다.

섭씨 3,000도의 플라스마 열선이 센티넬의 우현 거대 추진 스크루 샤프트 하우징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치이이익! 콰득!

차가운 바닷속에서 끓어오르는 플라스마 열기에 티타늄 베어링이 엿가락처럼 녹아내렸다.

회전하던 거대한 추진 스크루 날개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틀리며 뜯겨져 나갔다.

뿌우우우우웅—!

추진력을 상실한 리바이어던 센티넬이 끔찍한 기계음을 토해내며 균형을 잃었다.

한쪽 스크루를 잃은 거수는 빙글빙글 맴돌더니 수심 600미터 심해 해구 바닥의 시커먼 단층선 크레바스를 향해 속절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쿵…… 콰구구궁!

아득한 심연의 바닥에서 거수가 암반에 좌초하며 일으킨 묵직한 진동이 잠수정 선체를 타고 전해졌다.

콘솔의 레이더 화면에서 센티넬의 적성 신호가 영구히 소멸했다.

"센티넬 무력화 확인……!"

이진석이 땀에 젖은 이마를 닦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조종실에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수심 300미터…… 350미터…… 400미터.

센티넬의 방해를 벗어난 넵튠-01은 거침없이 심연을 향해 잠항했다.

주변의 수온은 섭씨 40도를 넘나들기 시작했고 티타늄 선체 외벽에서는 40기압의 초고압이 짓누르는 삐걱거림이 울렸다.

"해저 바닥에 도달합니다."

이진석 팀장이 전면 탐조등 네 개를 일제히 최고 출력으로 켰다.

팟—!

강력한 백색 광선이 칠흑 같은 바다 밑바닥을 가르며 전방을 비추었다.

관측창 너머로 펼쳐진 광경에 도현과 윤슬은 숨을 삼켰다.

"저게…… 트라이톤-7……."

윤슬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해저 대륙붕의 단층 지대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해저 요새였다.

지름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3개의 거대한 티타늄 반구형 돔이 견고한 해저 프레임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사이로 직경 20미터가 넘는 초거대 지열 순환 터빈 도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지만 그 장엄한 요새는 성한 곳이 없었다.

사흘 전 발생한 해저 지진의 상흔으로 인해 돔 외벽 곳곳에 깊은 균열이 가 있었고 특히 중앙의 3번 노심 격실 외벽에서는 섭씨 890도에 달하는 붉은 열수와 고열 증기가 화산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열 코어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주변 바닷물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해저 지반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삐이이이—!

잠수정 통신 콘솔에서 트라이톤-7의 메인프레임이 발신하는 비상 텔레메트리 신호가 날카롭게 울렸다.

[경보 : 트라이톤-7 지열 핵융합 복합 노심 압력 95% 돌파.]

[지열 순환로 냉각재 완전 고갈 임박.]

[노심 파열 및 대규모 증기 폭발 잔여 유예 시간 : 4시간 10분.]

"뭐라고?!"

이진석이 경악하며 화면을 쳤다.

"아까 돔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11시간 넘게 남아 있었는데……!"

"센티넬과 싸우는 동안 해저 단층이 더 벌어졌습니다."

도현이 냉정하게 데이터를 짚었다.

"3번 노심의 증기 누출량이 두 배로 폭증했어요. 잔여 시간이 4시간 10분으로 급감했습니다. 조금만 지체하면 서부 해안 전체가 날아갑니다."

"젠장! 어서 기지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1번 주 정박 도크로 진입하겠습니다!"

이진석이 잠수정 키를 잡았다.

그러나 탐조등이 비춘 1번 주 도크의 입구는 절망적이었다.

사흘 전 지진의 충격으로 수천 톤에 달하는 기지 상판 방폭 콘크리트 슬래브가 무너져 내려 도크 진입로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도크 입구가 완전히 압착되었습니다! 잠수정이 들어갈 틈이 없어요!"

이진석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다른 통로는 없습니까?"

윤슬이 물었다.

이진석이 황급히 기지 설계도를 스크롤했다.

"외벽 하부에 비상 정비용 3번 에어록(Lock-3)이 있습니다! 하지만 거긴 잠수정 도킹 포트가 아니라 잠수부가 직접 드나드는 보행용 비상 해치입니다! 게다가 지진 때문에 외부 안전 잠금장치가 뒤틀려 고착되어 있을 겁니다!"

잠수정의 머니퓰레이터로는 좁은 에어록 틈새의 정밀 안전 밸브를 조작할 수 없었다.

기지 내부로 들어가려면 누군가 직접 40기압의 바닷속으로 걸어 나가야만 했다.

"우리가 나갑니다."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현 씨! 여긴 수심 400미터입니다! 수압이 40기압이라고요! 일반 잠수복으로는 발을 내딛자마자 뼈까지 으스러집니다!"

"그래서 APEX 벙커에서 이 슈트를 싣고 온 겁니다."

도현이 격실 벽면에 걸려 있던 육중한 은빛 장갑복을 짚었다.

구시대 연합 방위군 특수 해난 구조대용 '아틀란티스 중작업 여압 잠수 슈트'.

심해 1,000미터의 수압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인공근육 외골격 슈트였다.

"슬아, 준비됐어?"

윤슬이 고글을 고쳐 쓰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빠지면 그 두꺼운 밸브를 누가 자르겠어? 가자."


치이익.

두 사람이 아틀란티스 잠수 슈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티타늄 복합 장갑판이 몸을 감싸고 목 뒤의 신경 단자가 슈트의 환경 제어 컴퓨터와 직결되었다.

헬멧 안면 바이저에 녹색 상태창이 떠올랐다.

[아틀란티스 슈트 가동.]

[내부 기압 : 1기압 자동 유지.]

[산소 잔여량 : 8시간. 인공근육 출력 100%.]

도현은 넵튠-01의 외부 전원 케이블에 연결된 초전도 수중 플라스마 절단 토치를 윤슬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는 고강도 탄화규소 절연 스패너와 유압 레버를 단단히 결속했다.

캠봇이 방수 내압 하우징을 두른 채 도현의 어깨 위로 날아올랐다.

치직.

144.120MHz 무선 백본망을 통해 지상 서부 물류 돔 플랫폼에 대기 중이던 박 씨의 굵직한 목소리가 헬멧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도현아! 슬아! 내 목소리 들리냐!

"잘 들립니다, 박 씨 아저씨."

—바다 밑바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돔 안의 7만 사람들과 전 대륙 백만이 다 보고 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라! 우리는 기차 엔진을 켜놓고 네놈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형! 누나!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요!

한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도현이 헬멧 너머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밸브 잠그고 금방 올라갑니다."

도현이 잠수정 전면의 캠봇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시청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수심 400미터, 인류의 바다를 지탱하던 해저 기지 트라이톤-7 앞에 서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4시간 10분. 지상에 계신 7만 가족들의 내일을 위해, 우리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겠습니다."

채팅창이 100만 명의 눈물과 응원으로 폭발하듯 타올랐다.

Worker_419 : 심해 400미터에 사람이 직접 나간다고? 미쳤다 진짜…… 제발 다치지 마라!

Sub_Dome_02 : 전 대륙 100만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적을 보여주십시오!

Hydro_Engineer_88 : Lock-3 에어록은 우측 하단의 유압 바이패스 핀을 먼저 뽑아야 메인 휠이 돌아갑니다! 명심하세요!

쿠구구궁.

넵튠-01의 다이빙 챔버 내벽 문이 닫히고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닷물이 목덜미까지 차오르더니 이내 머리끝까지 잠겼다.

슈우우우욱!

외벽 다이빙 해치가 열렸다.

도현과 윤슬은 추진 제트 팩을 가동하며 칠흑 같은 심해 400미터의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화아아악!

순간 전신을 짓누르는 40기압의 묵직한 압력이 슈트 외골격을 강타했다.

일반적인 잠수복이었다면 즉각 내장이 파열되었을 압력이었지만 아틀란티스 슈트의 나노 복합 티타늄 장갑이 완벽하게 외압을 분산해 냈다.

발아래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크레바스였고 머리 위는 영겁의 어둠이었다.

캠봇의 투광등이 심해의 암흑을 가르며 에어록 Lock-3의 거대한 원형 해치를 비추었다.

지진의 충격으로 인해 두께 30센티미터의 강철 해치는 프레임째로 뒤틀려 있었고 네 개의 육중한 안전 볼트가 찌그러진 채 굳어 있었다.

"윤슬, 저 볼트들을 잘라내야 해!"

"맡겨둬!"

수중 통신망으로 윤슬의 목소리가 명료하게 울렸다.

윤슬이 제트 스러스터를 분사하며 해치 프레임에 자석 부츠를 밀착시켰다.

치이이이익—!

수중 플라스마 절단 토치가 점화되며 눈부신 백열의 불꽃이 찌그러진 첫 번째 볼트를 물어뜯었다.

수온 40도의 바닷물이 플라스마 불꽃 주변에서 하얗게 기화하며 기포 방울을 뿜어냈다.

콰직! 탕!

첫 번째 볼트가 녹아내리며 떨어져 나갔다.

윤슬은 거친 물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볼트를 연달아 절단해 냈다.

그 사이 도현은 에어록 우측 하단으로 헤엄쳐 갔다.

시청자 Hydro_Engineer_88이 제보했던 유압 바이패스 핀이 암반 잔해 속에 파묻혀 있었다.

도현이 99% 동화율 감각을 슈트의 완력 보조 서보모터에 집중시켰다.

지이잉!

인공근육이 한계 출력으로 수축하며 수백 킬로그램의 낙석을 밀어냈다.

마침내 드러난 굵은 비상 핀에 탄화규소 스패너를 걸고 도현이 체중을 실어 당겼다.

쩌저적!

굳어 있던 안전 핀이 뽑혀 나가며 붉은 녹물이 바닷속으로 퍼졌다.

"슬아! 마지막 볼트 잘라!"

"끝났어!"

탕—!

마지막 네 번째 볼트가 끊어지는 순간 도현이 에어록 중앙의 1미터짜리 거대한 수동 개폐 휠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40기압의 외압이 해치를 누르고 있었지만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며 챔버 내부와의 압력차가 순간적으로 줄어들었다.

"열려라……!"

도현이 목 뒤의 신경 단자를 박차며 포효했다.

끼이이이익— 쿠구구궁!

백 년 동안 닫혀 있던 트라이톤-7의 비상 해치가 거대한 기포를 토해내며 서서히 안쪽으로 열렸다.

"열렸다! 들어가!"

윤슬이 도현의 허리 벨트를 잡고 해치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도현과 윤슬이 에어록 챔버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도현이 내부 비상 폐쇄 레버를 힘껏 내렸다.

쿵!

두꺼운 해치가 닫히며 심해의 바다와 에어록 내부가 완벽히 격리되었다.

위이이잉—!

에어록 천장의 구시대 비상 배수 펌프가 비명을 지르며 챔버 안의 바닷물을 바깥으로 퍼내기 시작했다.


쉬아아아악!

배수관을 통해 바닷물이 모두 빠져나가자 에어록 바닥에 두 사람의 자석 부츠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치이익.

내부 기압이 정상화되자 도현과 윤슬은 헬멧의 안면 실드를 열었다.

화아악!

실드가 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고 습한 공기가 코와 입으로 밀려들었다.

섭씨 60도를 넘나드는 끓는 물안개.

그리고 귓전을 사정없이 때리는 지열 터빈의 거대한 폭음이었다.

쿠구구구궁!

발밑의 강철 바닥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사납게 진동하고 있었다.

"콜록! 공기가 왜 이리 뜨거워……!"

윤슬이 옷깃을 펄럭이며 기침을 뱉었다.

도현은 즉시 에어록 벽면에 매립된 비상 관제 콘솔을 손바닥으로 쳐서 깨웠다.

치직.

화면이 켜지며 핏빛 경보 문자가 망막을 때렸다.

[트라이톤-7 복합 노심 압력 : 96% 돌파.]

[3번 격실 내부 침수율 : 68%.]

[노심 파열 및 대규모 증기 폭발 잔여 시간 : 4시간 02분.]

시간이 없었다.

4시간 안에 침수된 3번 격실을 돌파해 초전도 냉각수 밸브를 갈아 끼우고 변압기 코일을 직결하지 못하면 이곳은 섭씨 1,000도의 지열 화폭으로 변하게 된다.

도현이 에어록 벽면의 유선 인터콤을 집어 들었다.

"이진석 팀장님! Lock-3 에어록 내부 진입 완료했습니다! 배수관을 통해 초전도 냉각수 밸브와 변압기 코일 인양 케이블을 넘겨주세요!"

—수신 완료! 지금 즉시 인양 케이블을 에어록 수송관으로 투입합니다! 조심하십시오, 도현 씨!

철컥!

에어록 내벽의 격벽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마침내 트라이톤-7의 내부 3번 보수 갱도로 발을 내딛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참혹했다.

어두컴컴한 비상 녹색 조명만이 껌벅이는 복도는 허리 높이까지 뜨거운 녹색 냉각수가 차올라 있었고 천장에서는 터진 배관에서 고압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철벅, 철벅.

도현과 윤슬이 뜨거운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비빅! 삐비빅!

침수된 복도 저편의 시커먼 수면 아래에서 섬뜩한 소나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도현의 99% 동화율 감각이 등골을 서늘하게 긁어내렸다.

"슬아, 물러서!"

첨벙! 콰아아앙!

녹색 냉각수 수면을 찢고 솟구쳐 오른 것은 날카로운 강철 어뢰 형태의 기계들이었다.

전장 2미터.

유선형의 티타늄 동체 양옆에 고주파 진동 칼날을 달고 붉은 레이저 안광을 번뜩이는 기계 괴수들.

아테나 해양 거점의 잔존 자율 수중 경비 드로이드 '아쿠아 센티넬' 10여 기가 물살을 가르며 두 사람의 퇴로와 진입로를 완벽하게 포위했다.

위이이잉!

아쿠아 센티넬들의 고주파 칼날이 수증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뿜었다.

윤슬이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등 뒤에서 전자기 충격 소총을 뽑아 들었다.

찰칵!

도현 역시 허리춤에서 고강도 절연 스패너를 빼어 들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계들을 노려보았다.

어깨 위의 캠봇이 100만 시청자를 향해 붉은 안광의 기계 군단을 비추었다.

"4시간 남았습니다."

도현의 목소리가 끓어오르는 수증기 속에서 단단하게 울렸다.

"저놈들을 쓸어버리고 3번 노심의 심장을 잠재웁니다."

기계 괴수들이 일제히 물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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