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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푸른 심연의 신호

해발 1,200미터 스카이 피크 정상에 은폐된 구시대 APEX 벙커 주 통제실.

백색 형광등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원형 관제실 중앙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위로 검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대륙 서부 해역의 입체 지도가 선명하게 펼쳐졌다.

삐비비빅.

백 년 만에 통제권을 되찾은 저궤도 관측 위성 '헤르메스'의 정밀 광학 렌즈가 해안선에서 서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대륙붕 단층대를 확대 투사하고 있었다.

[헤르메스 다중 스펙트럼 열화상 분석 완료.]

[관측 지점 : 서부 해역 심도 400미터 대륙붕 협곡 '트라이톤 트렌치'.]

[열역학적 펄스 방출 주기 : 4.2초. 노심 방출 온도 : 섭씨 820도 급상승 중.]

"400미터 바닷속에서 820도의 고열 펄스라니……."

콘솔 화면을 주시하던 윤슬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저 깊은 심해에 대체 무엇이 묻혀 있는 거지?"

"단순한 자연 열수구가 아닙니다."

도현이 마스터 제어반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저었다.

"4.2초 주기의 정밀한 맥동은 인공 핵융합로나 지열 발전 코어에서만 나타나는 냉각 사이클입니다. 지금 저 아래에서 거대한 인공 동력이 쉼 없이 맥박치고 있어요."

치직.

도현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캠봇이 안테나를 회전시켰다.

벙커 상부에 솟아 있는 거대한 대류권 산란 마스터 안테나가 육중한 모터음을 울리며 서쪽 하늘을 향해 방위각을 틀었다.

[광역 트로포스캐터 마스터 안테나 지향각 정렬 완료.]

[서부 해안 물류 돔 'Terminal_99' 비상 비화망 주파수 동기화 중…….]

화면 한구석에 띄워진 144.120MHz 무선 백본 모니터 상단에는 백만 명의 시청자 수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1,000,000

Worker_419 : 방금 남부 광산 플랫폼에서 하역 작업 하다가 봤다! 서쪽 바다에 뭔 일이 터진 거냐?

Sub_Dome_02 : 400미터 심해라면 구시대 해양 기지가 있던 구역 아닌가요?

Deep_Diver_14 : 맞습니다! 대격변 이전 서부 전력망과 인공 단백질을 전담하던 전설의 해저 시설입니다!

지지직!

그 순간 홀로그램 화면의 잡음이 걷히며 어두컴컴한 관제실 내부가 실체화되었다.

어둠 속에서 비상 조명용 녹색 화학 발광봉을 든 중년 남성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방수 패치를 덧댄 작업복을 걸친 남자의 가슴팍에는 '서부 해안 물류 돔 관제팀장 이진석'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 아, 아……! 들립니까! 중앙 도시! 들립니까!

"잘 들립니다. 중앙 도시의 강도현입니다. 서부 해안 물류 돔 관제팀장님 맞으십니까?"

도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진석 팀장은 화면 너머의 도현과 윤슬을 확인하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며 벽을 짚었다.

  • 살았습니다……! APEX 벙커의 암호 통신망이 열리다니 정말 기적입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넥서스에서 Ocean_Keeper_99라고 불렀지요!

"팀장님, 지금 서부 해역 심도 400미터에서 포착되는 열역학적 펄스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위성 헤르메스가 심각한 과열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도현의 질문에 이진석 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 그곳은 구시대 지열·해양 복합 발전 기지이자 초대형 해조류 배양 시설인 '해저 기지 트라이톤-7(Triton-07)'입니다!

팀장이 떨리는 손으로 데이터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 트라이톤-7은 서부 대륙 7만 생존자의 전력 80%와 식량용 농축 단백질을 공급하던 생명선입니다. 그런데 사흘 전 발생한 해저 지진으로 해저 400미터의 3번 주 냉각 순환 배관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아테나의 통제 코드가 사라지면서 자율 보수 시스템마저 정지했고 현재 노심 압력이 임계치인 92%까지 치솟았습니다!

윤슬이 숨을 들이켰다.

"노심 압력 92%라면……."

  • 앞으로 24시간 내에 냉각수 펌프 밸브를 수동 교체하고 변압기 계통을 복구하지 못하면 트라이톤-7의 지열 코어가 증기 폭발을 일으킵니다! 400미터 심해에서 핵융합 지열로가 폭발하면 수십 미터의 고열 쓰나미가 서부 해안선 전체를 덮치고 돔에 갇힌 7만 명이 전멸합니다!

관제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부 해안 물류 돔의 7만 인간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도현이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트라이톤-7을 정상화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가 필요합니까?"

  • 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대형 변압기 코일 최소 4조와 초전도 케이블, 그리고 수심 400미터의 수압을 뚫고 들어가 밸브를 물리적으로 교체할 심해 작업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돔에는 수중 여압 장비도 변압기 코일도 없습니다!

"변압기 코일과 초전도 케이블은 중앙 도시 전력 분배소에 예비 부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해 장비는……."

도현의 시선이 APEX 벙커 장비 목록 콘솔로 향했다.

콘솔 화면을 넘기던 정동혁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찾았습니다! APEX 벙커 지하 2층 특수 작전 격납고에 구시대 해군 심해 특수부대가 사용하던 '아틀란티스 중작업 여압 잠수 슈트' 4세트와 초전도 절단 토치가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도현이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석 팀장님,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콘티넨털 하울러 01호가 남부에서 돌아오는 대로 필요한 모든 물자를 싣고 서부 해안선으로 출진하겠습니다."

  • 도현 씨…… 감사합니다! 전 대륙의 방송을 보며 당신들을 믿고 있었습니다! 궤도를 비우고 기다리겠습니다!

통신이 종료되자마자 도현이 윤슬과 정동혁을 바라보았다.

"서부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끝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벙커에 보존된 바이오 재생 캡슐부터 지상으로 내립시다."


황혼이 짙게 깔린 중앙 제1 주거 복합단지.

12개 주거 타워 중앙에 위치한 잔디광장 앞 1층 로비는 거대한 임시 야전 병동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쿠구구궁.

정동혁이 모는 헤비 하울러 1호차와 2호차가 로비 앞 광장으로 들어섰다.

장갑차 적재함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원통형 캡슐 50기가 조심스럽게 하역되었다.

구시대 연합 방위군이 남겨둔 기적의 의료 설비인 '하이퍼 바이오 재생 캡슐'.

"캡슐 진입로 확보해 주세요!"

하얀 방호복을 단정하게 입은 강수민(N-17)이 의료 자원봉사자들을 이끌며 달려왔다.

타워 01 관제실에서 합류한 진우가 배전반 케이블을 캡슐 하부에 신속하게 결속했다.

"전력 공급선 연결 완료되었습니다! 나노 바이오 영양액 탱크 정상 압력 유지 중입니다!"

로비 안쪽 침상에는 캡슐에서 백 년 만에 깨어났으나 극심한 척추 신경 마비와 하지 위축으로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환자 수백 명이 누워 있었다.

그중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도 있었고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소년도 있었다.

"엄마…… 나 다시 걸을 수 있어?"

열두 살 남짓 된 소년 민우가 침대에 누운 채 어머니의 손을 꼭 쥐며 물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걸을 수 있어. 도현 님이랑 윤슬 님이 산꼭대기에서 마법 같은 기계를 가져오셨잖니."

도현이 다가와 소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민우야, 마법이 아니라 백 년 전 우리 할아버지들이 너를 위해 남겨둔 약속이란다. 조금만 눈을 감고 있으면 금방 다리에 힘이 들어갈 거야."

도현은 민우를 직접 안아 들어 투명한 바이오 캡슐 안으로 눕혔다.

치이익.

강화 유리 해치가 닫히고 에메랄드빛 나노 재생액이 캡슐 안으로 차올랐다.

도현은 캡슐 측면 콘솔에 목 뒤의 신경 단자를 연결하여 99% 동화율 감각으로 신경 재생 펄스의 진동수를 미세 조율했다.

'생체 전기 저항 120옴. 척수 신경 전달 속도 지연 0.8초. 미세 자극 전류를 15밀리암페어로 고정한다.'

위이이잉.

부드러운 푸른 광선이 소년의 척추와 다리 근육을 부드럽게 스캔했다.

동시에 나머지 49기의 캡슐에서도 중증 마비 환자들의 집중 신경 복원 치료가 일제히 개시되었다.

144.120MHz 방송을 지켜보던 전 대륙 백만 시청자들도 숨을 죽였다.

Worker_419 : 우리 벙커에도 저런 마비 환자가 3천 명이다…… 제발 움직여라!

Terminal_99 : 인간의 기술이 인간을 살리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다니…….

치이익—!

치료 시작 30분 뒤 1번 캡슐의 배수 밸브가 열리며 맑은 기화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해치가 위로 열렸다.

"으…… 으음……."

민우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소년의 굳어 있던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우야!"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다가갔다.

민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발을 캡슐 밖으로 내밀었다.

바닥에 닿은 작은 발바닥.

소년이 바들바들 떨리는 무릎을 펴며 난생처음으로 제 두 다리로 온전히 대지 위에 일어섰다.

"엄마…… 나 서 있어! 발바닥이 따뜻해!"

"민우야! 내 아들아!"

어머니가 소년을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주변 침상에서도 경이로운 탄성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수십 년 동안 굳어 있던 노인의 무릎이 펴지고 마비되었던 청년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초도 환자 50명 전원이 단 30분 만에 신경 마비를 극복하고 스스로 걸어 나온 것이다.

"와아아아아—!"

로비와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생존자들이 벅찬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새벽이 양철 깡통을 경쾌하게 두드리며 광장 한가운데를 내달렸다.

윤슬이 눈가를 훔치며 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봤지, 도현아? 우리 할아버지가 남긴 기계가 진짜 사람들을 살려냈어."

"그래. 이제 시작이야."

도현이 미소 지으며 캠봇을 향해 말했다.

"나머지 450기의 캡슐도 순차적으로 가동하여 중앙 도시와 전 대륙의 마비 환자들을 전원 완치시킬 것입니다!"

그 순간 남쪽 밤하늘을 찢으며 거대하고 웅장한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밤 11시.

중앙 자기부상 철도 터미널 야적장.

어둠에 잠겨 있던 남쪽 설원 끝자락에서 네 줄기의 강렬한 백색 탐조등이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혔다.

시속 220킬로미터로 대륙의 설원을 가르고 돌아온 10만 톤급 철갑 거인 콘티넨털 하울러 01호였다.

쿠구구구궁!

초전도 자기부상 코일이 푸른빛을 토해내며 800미터의 열차가 터미널 플랫홈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치이이익!

압축 공기가 빠지는 굉음과 함께 열차가 완전히 멈춰 섰다.

기관차 운전실 해치가 벌컥 열리며 시커먼 기름과 탄가루를 뒤집어쓴 박 씨와 한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아! 우리 왔다!"

박 씨가 껄껄 웃으며 사다리를 타고 뛰어내렸다.

도현과 윤슬이 달려가 두 사람과 힘차게 손을 맞잡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저씨! 한수야, 다친 데는 없지?"

"멀쩡합니다, 형님! 남부 광산 어르신들이 밥이랑 종자를 보시더니 막 우시면서 기차 바퀴에 절까지 하셨습니다!"

한수가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가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남부 광산 벙커 8만 명이 굶주림을 면했다며 온 창고를 다 털어줬다! 자, 멍하니 서 있지 말고 화물칸 열어라!"

철컥! 콰아앙!

20량 화물칸의 육중한 유압 도어가 일제히 위로 젖혀졌다.

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자의 규모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남부 광산의 섬유 공장이 백 년간 비축해 두었던 최고급 방풍 오리털 패딩 점퍼와 두꺼운 방한 작업복 10만 벌.

빙판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밑창의 강철 보강 방한화 10만 켤레.

그리고 도시 복구에 투입될 고장력 강철 빔 3천 톤과 산업용 수공구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울러 편대 전원, 주거 단지 광장으로 물자 수송을 개시한다!"

정동혁의 지휘 아래 6대의 헤비 하울러가 쉼 없이 물자를 실어 날랐다.

자정 무렵 잔디광장에는 거대한 옷가지 산이 쌓였다.

강수민과 미라, 정비대원들이 확성기를 들고 호명하며 6만 명의 주민들에게 두툼한 방한복과 신발을 차례로 나누어주었다.

"어머, 이것 좀 만져봐! 솜이 아니라 진짜 오리털이야!"

"신발 안쪽에 털이 복슬복슬해! 바닥이 하나도 안 차가워!"

얇고 너덜너덜한 환자복을 벗어 던진 사람들이 짙은 남색과 붉은색 방한복을 껴입었다.

단단한 방한화를 꿰어 찬 주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힘차게 굴렀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밤바람 속에서도 그 누구도 추위에 떨지 않았다.

광장 곳곳에 지열 난방 온수를 채운 대형 배식통이 놓이고 따뜻한 스피룰리나 수프를 나누어 마시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건강한 혈색이 돌았다.

식량, 온기, 그리고 따뜻한 옷.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위대한 세 가지 기둥이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도현은 캠봇을 허공 높이 띄웠다.

환하게 불을 밝힌 12개 주거 타워 아래에서 10만 벌의 따뜻한 옷을 입고 얼싸안으며 춤을 추는 6만 군중의 거대한 축제가 전 대륙 백만 시청자의 가슴속으로 생중계되었다.

1,000,000

Worker_419 : 우리가 만든 옷을 입고 웃는 걸 보니까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남부 광산 만세!

Sub_Dome_02 : 저것이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다…….

Terminal_99 : 눈물이 난다…… 우리 서부도 저렇게 따뜻해질 수 있을까?

서부 해안 시청자의 간절한 메시지를 읽은 도현의 눈빛이 깊어졌다.


축제의 열기가 한창인 새벽 1시.

중앙 철도 터미널 1번 플랫폼에는 다시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남부에서 막 복귀한 콘티넨털 하울러 01호의 전면 화물칸으로 거대한 장비들이 실려 올라가고 있었다.

중앙 제1 전력 분배소에서 헤비 하울러로 긴급 이송해 온 10만 볼트급 초대형 변압기 코일 4조와 방수 초전도 케이블 드럼 수십 개.

그리고 APEX 벙커의 심해 잠수용 '아틀란티스 중작업 여압 슈트' 4세트였다.

"엔진 냉각수 보충 끝났습니다! 초전도 자석 코일 상태 양호합니다!"

한수가 스패너를 내리치며 보고했다.

박 씨가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운전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도현아! 바퀴 식을 틈도 없이 또 달리는 거냐?"

"서부 해역 트라이톤-7의 노심 폭발까지 18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도현이 방수 배낭을 메며 답했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서부 해안 돔 7만 명이 위험합니다."

윤슬이 수중 방수 밀봉을 마친 전자기 충격 소총을 어깨에 메고 다가왔다.

"나도 준비 끝났어. 400미터 깊은 바닷속이라도 네가 뛰어든다면 당연히 따라가야지."

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캠봇을 자신의 어깨 위로 불러들였다.

144.120MHz 무선 백본 모니터 너머로 전 대륙 백만 시청자들이 도현의 결단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시청자 여러분. 중앙 도시는 오늘 밤 따뜻한 식사와 온기, 그리고 남부 형제들이 보내준 옷을 입고 지상의 삶을 온전히 되찾았습니다."

도현의 시선이 서쪽 지평선을 향했다.

"하지만 저 서쪽 바다 너머에는 아직도 암흑 속에서 떨고 있는 7만 명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줄인 해저 기지가 폭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도현이 주먹을 쥐었다.

"우리는 결코 그들을 혼자 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중앙과 남부가 이어졌듯 서부의 바다도 우리 인간의 손으로 다시 이어 붙이겠습니다."

채팅창이 거대한 응원의 물결로 뒤덮였다.

Worker_419 : 하울러 엔진아 힘내라! 서부 녀석들 꼭 구해줘라!

Terminal_99 : 도현아! 윤슬아! 우리 돔 7만 명이 선로를 닦고 기다리고 있다!

Deep_Diver_14 : 트라이톤-7에 진입할 때 쓸 구시대 심해 해류 차트와 밸브 매뉴얼을 지금 도현 님 단말로 전송합니다!

"전 대륙의 힘을 싣고 출발합니다."

도현이 운전실로 올라타며 외쳤다.

"박 씨 아저씨, 전속력으로 밟으세요!"

"좋았어! 서부 해안까지 단숨에 쏜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

콘티넨털 하울러 01호가 어둠을 찢는 장엄한 기적을 토해냈다.

치이이익!

초전도 자기부상 레일 위로 10만 톤급 차체가 사뿐히 떠오르며 푸른 섬광을 뿜어냈다.

열차는 1번 전철기를 타고 부드럽게 궤도를 틀어 서쪽으로 곧게 뻗은 고속 해안 간선 궤도로 진입했다.

쿠구구구궁!

시속 220킬로미터.

밤의 설원을 가르며 서쪽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은빛 거인의 뒷모습 위로 백만 명 인간들의 꺼지지 않는 희망이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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