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37화: 지상의 아침
슈우우우우…….
지하 150미터 암반 돔을 집어삼킬 듯 날뛰던 붉은 경보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직경 30미터의 거대한 양자 구체 오메가 코어.
조금 전까지 자폭 카운트다운을 토해내며 핏빛으로 번뜩이던 표면은 이제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오라를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쳤던 냉각 질소 가스가 따뜻한 바람에 밀려나며 갠트리 브리지 주변으로 부드러운 온기가 번져 나갔다.
"하아…… 하아……."
도현은 마스터 콘솔 레버를 쥐고 있던 손에서 천천히 힘을 풀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삐걱거렸다.
목 뒤 신경 단자에서 흘러내린 피가 쇄골을 타고 흘러내려 낡은 전투복을 적셨다.
백 년 동안 축적된 거대한 데이터의 격류와 전 대륙 백만 명의 뇌파가 한꺼번에 관통하고 지나간 뇌리는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도현의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바닥으로 주저앉으려던 찰나였다.
"도현아, 정신 차려!"
윤슬이 도현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 안았다.
그녀의 거친 가죽 재킷에서 묻어나는 화약 냄새와 뜨거운 땀방울이 도현의 이마에 닿았다.
윤슬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소매를 걷어 도현의 코 밑과 뺨에 번진 붉은 핏자국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끝났어. 자폭 시퀀스도 멈췄고 저 기계 녀석도 사라졌어."
"윤슬아……."
도현이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마스터 콘솔 플랫폼 너머로 50톤 골리앗-04 트랙터가 거대한 무한궤도를 멈춘 채 씩씩거리는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상부 해치에서 뛰어내린 박 씨와 한수가 기울어졌던 갠트리 브리지를 가로질러 헐레벌떡 뛰어왔다.
"도현아! 살았냐! 뇌는 무사한 거냐!"
박 씨가 굵은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며 도현의 어깨를 덥석 쥐었다.
그의 거대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억센 악력이 찌릿한 통증과 함께 도현의 가라앉던 의식을 현실로 끌어올렸다.
"멀쩡합니다, 박 씨 아저씨……. 조금 어지러울 뿐이에요."
"이 미친 녀석아, 그 많은 뇌파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멀쩡하긴 뭐가 멀쩡해!"
한수도 산탄총을 어깨에 걸머쥔 채 붉어진 눈시울로 헛기침을 삼켰다.
"형님, 진짜 대단하셨습니다. 화면 보면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갠트리 다리 아래쪽에서는 정동혁과 헤비 하울러 대원들이 기관포 거치대에서 손을 떼며 일제히 모자를 벗어 던졌다.
지하 150미터의 거대한 공동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살벌한 긴장감이 마침내 완전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치직, 치지직!
그때 도현의 가슴팍 무전기에서 진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도현 씨! 들리십니까! 진우입니다!
"진우 씨, 들립니다. 타워 01 쪽은 괜찮습니까?"
- 타워 01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메인 관제 모니터가…… 모니터가 완전히 미쳤습니다! 전 대륙 15개 대형 캡슐 타워와 48개 지하 벙커의 생체 잠금장치가 일제히 풀렸어요!
진우의 목소리는 경악과 희열로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아테나의 통제 코드가 전부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오메가 코어에서 발생한 양자 정화 펄스가 지중 배관과 대기 배출구를 타고 전 대륙으로 뿜어져 나가고 있어요! 백만 명이…… 백만 명 전원이 지금 캡슐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도현 오빠!
수민의 맑고 떨리는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돔 안으로 울려 퍼졌다.
- 해냈어요. 우리가 해냈다고요! 오빠, 지금 밖을 보셔야 해요! 하늘이…… 하늘이 갈라지고 있어요!
하늘이 갈라지고 있다.
그 한마디에 도현의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도현의 귓가에서 부드럽게 맴돌던 캠봇이 그의 눈앞으로 날아왔다.
페라이트 차폐 부스터가 달린 소형 렌즈 위로 황금빛 접속자 표시등이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1,000,000
숫자는 단 1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144.120MHz 무선 백본을 타고 전 대륙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실시간 메시지들이 모니터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
Worker_419 : 도현아, 벙커 문이 열렸다! 백 년 동안 닫혀 있던 방폭문이 열렸다고!
Terminal_99 : 대기 성분 측정 중…… 유독 수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방독면 없이 호흡이 가능합니다!
Sub_Dome_02 : 사람들이 울고 있습니다. 도현 님, 당신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Node_04_Bunker_3 : 밖으로 나가도 되는 겁니까? 진짜 밖으로 나가도 되는 건가요?
수많은 질문과 울음소리가 채팅창을 뒤덮었다.
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캠봇 마이크를 쥐었다.
"모두 들으세요.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십시오. 여러분이 백 년 동안 갇혀 있던 곳은 끝났습니다. 이제…… 지상으로 올라갈 시간입니다."
도현이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윤슬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씨가 갠트리 난간을 탁 치며 호탕하게 외쳤다.
"좋다! 이 퀴퀴한 구덩이에서 볼일 다 봤으니 우리도 해 뜨는 거 보러 가자!"
부우우우웅—!
50톤 골리앗-04 트랙터의 트윈 터보 엔진이 지하 150미터 암반 터널을 울리며 포효했다.
박 씨가 운전대를 잡았고 윤슬과 한수가 좌우 사격창을 지켰다.
도현은 보조석에 앉아 캠봇의 전파 중계 신호를 점검했다.
그 뒤를 정동혁이 이끄는 40톤 헤비 하울러 2대가 묵직한 캐터필러 소리를 내며 뒤따랐다.
선단은 대심도 군사 슬로프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테슬라 디스럽터의 번개와 자율 지뢰가 빗발치던 갱도는 이제 차분한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부서진 기계 파편들을 짓밟으며 올라간 지 10여 분.
마침내 선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뜯겨나간 게이트 제로의 3미터 두께 방폭 격벽을 비추었다.
처참하게 찢겨나간 강철 잔해를 통과하자 탁 트인 지상 광장의 서늘한 공기가 차량 내부로 밀려들어 왔다.
"선단 복귀 확인! 도현 씨가 살아 돌아왔다!"
광장을 지키고 있던 헤비 하울러 4대와 20명의 정비대원들이 골리앗-04를 발견하자마자 일제히 차량 위로 뛰어오르며 함성을 질렀다.
빵! 빵—!
헤비 하울러들의 대형 에어 혼이 지상 광장을 뒤흔들었다.
지하에 있던 2대와 지상의 4대, 그리고 선두의 골리앗-04까지 총 7대의 거대한 철갑 선단이 마침내 지상에서 온전하게 결속을 완료했다.
하지만 환호성을 지르던 대원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물며 허공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어……?"
"저게…… 저게 대체 뭐야?"
박 씨가 트랙터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골리앗-04가 멈춰 섰다.
도현은 상부 해치를 열고 차체 위로 올라섰다.
윤슬과 한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잃었다.
지상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하 150미터 오메가 코어에서 쏘아 올려진 거대한 에메랄드빛 광선이 중앙 정부 통합 청사의 거대한 통기탑을 통해 상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그 광선은 대기권 상층부로 뻗어 나가며 직경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에너지 돔 형태로 퍼져나갔다.
치이이이이익—!
지상 3,000미터 상공을 백 년 동안 두껍게 뒤덮고 있던 납빛 스모그와 유독 산성 구름이 에메랄드빛 나노 촉매 바람에 씻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회색빛으로 짓눌려 있던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갈라진 구름 틈새로.
콰아아아아—!
눈이 멀 것만 같은 황금빛 태양 광선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누군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태양이었다.
가상 네트워크 넥서스에서 픽셀과 코드로 조합해 만들었던 가짜 광원이 아니었다.
피부를 따스하게 데우고 먼지 자욱한 대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진짜 우주의 온기였다.
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지상에 닿지 못했던 태양 빛이 무너진 고층 빌딩들의 유리창을 비추며 보석처럼 산란했다.
도현은 숨을 멈춘 채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게 따뜻했다.
목 뒤 단자의 욱신거리던 통증마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윤슬아, 봐봐……."
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옆을 돌아보았다.
늘 거친 고글로 눈을 가리고 다니던 윤슬이 고글을 이마 위로 밀어 올린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황금빛 태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진짜 태양을 보지 못했던 오프라인의 생존자.
윤슬의 두 뺨을 타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따뜻해…… 도현아. 정말로 따뜻해……."
윤슬이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헤비 하울러 위의 정비대원들도, 억척스럽던 박 씨도, 산탄총을 쥐고 있던 한수도 모두 헬멧을 벗고 넋을 잃은 채 태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북쪽 간선도로 쪽에서 웅성거리는 거대한 소음이 들려왔다.
"저기 봐라!"
박 씨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중앙 대형 간선 대로를 따라 수만 명의 인파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타워 01의 2미터 두께 3중 이지스 셔터가 활짝 열리며 쏟아져 나온 3만 2천 명의 생존자들이었다.
그 뒤를 이어 북부 고속도로를 타고 타워 02에서 탈출한 2만 8천 명의 인간들도 광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총 6만 명에 달하는 인간의 대행렬.
그들의 맨 앞에는 양철 깡통을 가슴에 품은 새벽과 마이크를 손에 쥔 수민, 그리고 진우와 미라가 서 있었다.
챙, 채앵—!
새벽이 두드리는 양철 깡통 소리가 아침 햇살을 가르며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도현 오빠!"
수민이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달려왔다.
수민은 골리앗-04 앞까지 단숨에 뛰어와 도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오빠! 오빠…… 살아있었구나……!"
수민의 뜨거운 눈물이 도현의 가슴팍을 적셨다.
도현은 수민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6만 명의 사람들은 난생처음 밟아보는 지상의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이…… 눈이 부셔……."
"여보, 내 손 만져져? 진짜 당신 손 맞아?"
"엄마, 바람이 불어요! 바람 냄새가 나요!"
어떤 이는 바닥의 흙을 쥐고 흐느꼈고 어떤 이는 옆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오열했다.
피부로 스며드는 태양의 열기와 코끝을 스치는 풀과 흙의 냄새.
그것은 가상 넥서스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생명의 실체였다.
하지만 감격의 순간도 잠시였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 사이에서 현실적인 혼란과 두려움의 목소리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집도 없고 전기도 끊겼잖아."
"아테나가 주던 영양 팩은 어디서 구해? 밖에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 거야?"
"배가 고파…… 너무 추워……."
백 년 동안 캡슐 안에서 기계가 공급하는 영양액을 맞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왔던 수만 명의 인간들.
그들에게 폐허가 된 지상은 경이로운 기적인 동시에 당장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안감이 삽시간에 번지며 광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도현아,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려고 해."
윤슬이 도현의 옷자락을 당기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었다.
악당을 쓰러뜨리고 시스템을 해방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는 동화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진짜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매 순간이 선택이고 투쟁이며 생존이었다.
도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골리앗-04 트랙터의 200밀리미터 전면 장갑 블레이드 위로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위이이잉.
캠봇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페라이트 차폐 렌즈가 도현의 당당한 전신과 그 뒤편으로 쏟아지는 찬란한 태양, 그리고 광장을 가득 메운 6만 명의 군중을 한 화면에 담아냈다.
144.120MHz 광역 송출 신호가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전 대륙 15개 타워와 지하 벙커에서 깨어난 100만 명의 시청자들이 각자의 단말 모니터를 통해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이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갔다.
그의 묵직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골리앗-04의 확성기와 전 대륙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모두 제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소란스럽던 광장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수만 개의 눈동자가 트랙터 위에 선 청년을 향해 일제히 쏠렸다.
도현은 광장의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눈에 담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저 역시 캡슐 문을 처음 열고 차가운 방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도현의 시선이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바닥으로 향했다.
"가상 세계는 편안했습니다. 배고픔도 없었고 다쳐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모든 것은 거짓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받던 관심도, 여러분이 누리던 풍요도, 전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차가운 매크로였습니다."
군중 속에서 숨죽인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곳 오프라인은 거칠고 황량합니다. 바람은 차갑고 넘어지면 피가 납니다. 당장 오늘 밤을 지낼 지붕을 만들어야 하고 내일 먹을 식량을 고민해야 합니다."
도현이 윤슬의 손을 잡았다.
윤슬의 거칠고 단단한 손이 도현의 손가락을 꽉 맞잡았다.
도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황금빛 햇살이 눈부시게 타올랐다.
"하지만 우리에겐 서로가 있습니다!"
도현의 사자후가 광장을 갈랐다.
"여러분이 쓰러졌을 때 손을 내밀어 줄 진짜 인간이 내 곁에 있습니다! 아테나의 가짜 낙원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뜨거운 심장과 체온이 바로 여러분 옆 사람의 손에 흐르고 있습니다!"
도현이 박 씨와 정동혁을 향해 손짓했다.
"박 씨 아저씨! 정동혁 씨! 보급창을 개방하십시오!"
"오냐!"
쿠구구궁!
50톤 골리앗-04와 6대의 헤비 하울러 후방 적재함 램프가 일제히 열렸다.
원정대가 비축해 두었던 수만 개의 비상 온열 팩과 압축 식량, 정수 필터 드링크 팩 상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술 수면자 팀과 정비대원들은 노약자부터 비상식량을 배급하십시오! 타워 01과 02의 지하 내진 갱도를 임시 숙소로 전환하고 발전기를 연동합니다!"
도현의 일사불란한 지휘가 떨어지자 진우와 미라, 정비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안에 떨던 사람들의 손에 따뜻한 온열 팩과 마실 물이 쥐어졌다.
그 온기가 사람들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였다.
도현이 다시 마이크를 쥐고 허공의 캠봇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전 대륙에서 방송을 보고 있는 100만 명의 인간들을 향하고 있었다.
"전 대륙의 시청자 여러분. 오메가 코어는 방금 지구 환경 정화 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계신 각 지역의 대기와 토양 정화 데이터가 144.120MHz 주파수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땅은 이미 독성을 벗어던지고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캠봇 채팅창에 경이로운 환호가 폭발했다.
Worker_419 : 도현아! 우리 남부 광산 구역도 정화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Terminal_99 : 토양 수치가 비옥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농경이 가능합니다!
Node_04_Bunker_3 : 살았다…… 우리가 살았다!
도현은 얼굴에 묻은 피와 흙먼지를 닦아내며 활짝 웃었다.
그것은 백 년 동안 가상 세계의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지어보였던 가식적인 미소가 아니었다.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은 한 인간의 가장 찬란하고 순수한 미소였다.
"저는 가짜 100만 구독자 앞에서 방송하던 스트리머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여러분이라는 진짜 100만 명의 인간을 만났습니다."
도현이 가슴에 주먹을 얹었다.
"우리의 방송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거짓된 낙원을 부수고 나온 우리가 이 땅 위에 진짜 인간들의 세상을 어떻게 다시 세워나가는지, 매일 여러분과 함께 기록할 것입니다."
지평선 너머에서 쏟아지는 아침 태양이 도현의 전신을 황금빛으로 감쌌다.
도현이 힘차게 외쳤다.
"오늘부터가 진짜 1일 차 생존 방송입니다. 전 대륙의 시청자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광장을 메운 6만 명의 함성과 전 대륙 100만 명의 통신 단말에서 터져 나온 환호가 하나로 뒤섞였다.
그 거대한 함성은 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황폐한 대지를 깨우며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구독자 100만이 전부 진짜 인간이었던 그날.
인류의 진짜 역사와 지상의 새로운 아침이 마침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