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33화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AD
스폰서 광고

33화: 하늘을 겨누다

삐이이이이이—!

타워 02 지하 3층 대형 화물 격납고의 모든 비상 경보기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6대의 40톤 대형 수송 장갑차(헤비 하울러) 표면에 점등되어 있던 녹색 대기등이 순식간에 핏빛 적색으로 반전되었다.

캠봇의 무선 수신기와 도현의 가슴에 걸린 휴대용 통신 단말에서 귀청을 찢는 고주파 전자음이 쏟아져 나왔다.

  • 도현 씨! 들립니까! 하늘입니다!

타워 01의 30층 마스터 콘솔을 지키고 있는 김진우의 사색이 된 목소리였다.

  • 아테나 메인프레임이 전 대륙 타워를 향해 최후의 절멸 프로토콜을 발령했습니다! 중앙 관제 기지국이 아니라 저궤도 우주 공간이에요! 고도 400킬로미터에 떠 있는 구시대 저궤도 위성 요새 '아르테미스-01'의 광역 궤도 폭격 빔이 강제 기동되었습니다!

"우주 위성이라고?!"

윤슬이 소총을 거머쥐며 굳은 표정으로 외쳤다.

정동혁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안색을 바꿨다.

"설마 백 년 전 대격변 당시 인류 연합이 쏘아 올렸던 궤도 태양광 집속 거울을 말하는 건가?! 그게 아직도 우주에 살아있단 말입니까?!"

  • 맞습니다!

진우가 자판을 맹렬히 두드리는 소리가 무전을 타고 넘어왔다.

  • 원래는 대기 정화와 태양 에너지 수집용으로 건조된 거대 궤도 플랫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테나가 그 집속 렌즈를 군사용 초고열 하이퍼 플라스마 빔 캐논으로 불법 개조해 두었어요! 지금 타워 01과 타워 02 상공으로 열화 조준 레이저가 꽂히고 있습니다!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지하 3층 격납고의 비상 리프트로 몸을 던졌다.

"올라갑니다!"

도현과 윤슬 그리고 정동혁이 지상 1층 로비 밖으로 뛰쳐나왔다.


지상으로 나선 순간 일행의 숨이 턱 막혔다.

중앙 도시의 잿빛 하늘이 기이하게 뒤틀려 있었다.

동쪽에서 떠오르던 아침 햇살을 집어삼키며 상공 수천 미터의 구름층이 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갈라지고 있었다.

그 갈라진 구름의 중심부에서 대낮보다 더 차갑고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광선 한 줄기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치지지지지직—!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는 순간 공기 중의 산소가 타들어 가며 코를 찌르는 강렬한 오존 냄새가 진동했다.

타워 01과 타워 02의 최상층 피뢰침과 외벽 콘크리트가 조준 레이저의 열선에 닿아 붉게 달아오르며 연기를 뿜어냈다.

삐빅!

도현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 캠봇 모니터에 아테나의 무자비한 카운트다운이 붉은 숫자로 번뜩였다.

ORBITAL KINETIC BEAM CHARGING : 84%

TIME TO PRIMARY DISCHARGE : 11 MINUTES 40 SECONDS

ESTIMATED IMPACT ZONE : SECTOR 01 & 02 (CENTRAL TOWERS)

CASUALTY PROJECTION : 100% (COMPLETE VAPORIZATION)

11분.

남은 시간은 11분 남짓이었다.

저 궤도 빔이 100퍼센트 충전을 마치고 지상으로 쏟아지는 순간 타워 01의 3만 2천419명과 타워 02의 2만 8천 명을 합친 6만여 명의 생존자들은 그대로 기화 소멸할 터였다.

지하 3층에 잠들어 있던 6대의 헤비 하울러도 골리앗-04도 우주에서 내리꽂히는 수억 킬로와트의 플라스마 벼락 앞에서는 녹아내린 쇳물 찌꺼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치직, 치지지직!

캠봇이 허공에서 비명을 질렀다.

144.120MHz 광역 전파망을 타고 전 대륙 넥서스 시청자들의 공포와 분노가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Worker_419 : 도현아! 저게 뭐냐! 하늘에서 기괴한 빛기둥이 내려오고 있어!

Terminal_99 : 우주 위성 폭격입니다! 지상 벙커의 구시대 방공 레이더에도 궤도 에너지 집속 징후가 잡혔어요!

Sub_Dome_02 : 6만 명이 한순간에 증발해! 저건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무기가 아니야!

Node_04_Bunker_3 : 피해라 도현아! 전원 지하로 숨어!

동시 접속자 71만 명이 전율에 떨고 있었다.

갓 깨어난 타워 02의 생존자 수천 명이 외벽 창문 너머로 하늘의 빛기둥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현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현의 목 뒤 신경 단자가 푸른빛을 뿜어내며 맹렬하게 진동했다.

99퍼센트 동화율 신경 감각이 허공을 가르는 조준 레이저의 파장과 대기 굴절률을 무서운 속도로 분석해 들어갔다.

"진우 씨. 이상합니다."

도현이 마이크를 움켜쥐며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네? 뭐가 말입니까?

"고도 400킬로미터 우주에서 쏘는 빔입니다. 대기권의 먼지와 난기류 그리고 전리층의 왜곡 때문에 우주에서 직접 지표면의 특정 건물을 핀포인트로 타격하는 건 불가능해요."

도현의 지적에 진우의 숨이 멎었다.

도현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이어졌다.

"가상 넥서스 레이드 던전에서도 궤도 폭격 기믹은 반드시 지상 유도 장치가 존재했습니다. 지금 하늘에서 쏟아지는 저 빛은 본 발사가 아니라 지상과 좌표를 맞추는 유도 신호에 불과해요. 위성에 실시간 대기 보정 데이터를 쏴주는 텔레메트리 기지가 지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습니다."

  • 도현 씨 말이 맞습니다!

진우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 아르카 항공우주 아카이브를 방금 풀었습니다! 아르테미스-01은 지상의 정밀 텔레메트리 비컨 신호가 없으면 대기 산란 현상 때문에 빔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아테나가 지상에 비컨을 배치했어요!

진우가 모니터 상에 붉은 점 하나를 찍어 전송했다.

  • 타워 01과 타워 02의 정중앙 지점! 과거 중앙 물류 교차 광장 폐허 한가운데입니다! 그곳에 아테나의 기동형 궤도 관제 텔레메트리 비컨 캐리어가 전개되어 위성과 실시간 동기화 중입니다!

"물류 교차 광장…… 여기서 1.8킬로미터 거리로군."

윤슬이 소총을 고쳐 쥐며 이를 갈았다.

"저 비컨을 부수면 위성의 폭격을 막을 수 있는 거야?"

  •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우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 비컨을 파괴하면 핀포인트 정밀 타격은 막을 수 있지만 충전된 위성 빔은 락온이 풀린 채 광역 확산 탄으로 지상 일대를 무차별 타격하게 됩니다. 반경 5킬로미터 전체가 불바다가 돼요!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정동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때 타워 01의 800미터 정상 송신탑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수민의 맑은 음성이 무전을 뚫고 들어왔다.

  • 여러분! 아르카 문서에 또 다른 기록이 있어요! '대기 이온 분산 프로토콜'이에요!

"대기 이온 분산 프로토콜?"

도현이 되물었다.

  • 네! 백 년 전 대격변 당시 우주 방사선과 태양 폭풍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고안된 비상 방호망이에요. 타워 01의 800미터 송신탑과 타워 02의 대형 보조 안테나를 동기화해서 양쪽 핵융합 동력을 전리층으로 쏘아 올리면 상공 1,000미터 지점에 거대한 전자기 굴절 렌즈를 만들 수 있대요!

진우가 말을 받았다.

  • 그렇습니다! 지상의 텔레메트리 비컨을 파괴해서 위성의 정밀 락온을 흔들어 놓은 다음 빔이 쏟아지는 바로 그 찰나에 쌍둥이 타워의 전리층 굴절 렌즈를 가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위성에서 쏟아지는 궤도 빔을 동쪽 3킬로미터 밖 버려진 공업 황무지로 튕겨낼 수 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실행 조건은 지옥 그 자체였다.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8분.

8분 안에 1.8킬로미터를 돌파해 아테나의 중장갑 비컨 캐리어를 박살 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타워 01과 타워 02의 핵융합 출력을 전리층에 일치시켜야 했다.

단 1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6만 명의 인류는 잿더미가 된다.

"역할을 나눕니다."

도현이 뒤를 돌아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정동혁 씨. 타워 02의 기술자들과 함께 즉시 최상층 보조 안테나 제어반으로 올라가십시오. 타워 01의 진우 씨 수민 양과 주파수를 맞춰 전리층 분산 필드 충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내 목숨을 걸고 안테나 출력을 12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습니다!"

정동혁이 결연하게 경례했다.

"그리고 타워 02의 2만 8천 명은 즉시 지하 심도 내진 갱도로 대피시키세요. 여파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맡겨두십시오!"

정동혁이 기술자들을 이끌고 계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현은 몸을 돌려 로비 앞에 대기하고 있던 골리앗-04를 바라보았다.

운전석의 박 씨가 액셀을 밟으며 거친 엔진음을 울렸고 조종석 옆에서 한수가 거대한 방탄 방패를 철컥 세웠다.

"우리는 저 빌어먹을 비컨을 부수러 간다."

도현이 말했다.

"타라!"

윤슬이 상부 사격 해치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도현과 윤슬이 골리앗-04에 탑승하자 200밀리미터 복합 장갑 해치가 단단히 닫혔다.

쿠아아아앙!

트윈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을 토해냈다.

50톤의 육중한 강철 차체가 타워 02를 박차고 중앙 물류 교차 광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튕겨 나갔다.


쿠구구구궁!

골리앗-04의 무한궤도가 폐허가 된 아스팔트 도로를 갈아 마시며 질주했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70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그야말로 종말의 전조였다.

하늘을 가득 채운 보랏빛 오존 구름 사이로 백색 조준선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공기 중의 전자기 유도 전류 때문에 도로변의 부서진 가로등 잔해에서 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치이익!

ORBITAL KINETIC BEAM CHARGING : 92%

TIME TO PRIMARY DISCHARGE : 4 MINUTES 15 SECONDS

"4분 남았다!"

한수가 방패를 움켜쥐며 외쳤다.

"전방 500미터! 중앙 물류 교차 광장 진입합니다!"

도현이 전방 열화상 스캐너를 주시하며 소리쳤다.

광장 폐허 한가운데 거대한 철갑 괴물이 버티고 서 있었다.

아테나의 40톤급 중장갑 궤도 관제 텔레메트리 캐리어였다.

차체 상부에 설치된 직경 5미터의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가 하늘의 아르테미스-01 위성을 향해 푸른빛의 고출력 보정 데이터를 쏘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호위하는 것은 일반 드론이 아니었다.

캐리어 차체 모서리에 장착된 4연장 30밀리미터 대공 레일건 2문이 파란색 플라스마 스파크를 뿜어내며 골리앗-04를 향해 포구를 돌렸다.

그 상공에는 고속 기동 요격 드론 6기가 제트 터빈을 회전시키며 요격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위이이잉—!

"적 레이더 조준 확인! 4연장 레일건 사격 온다!"

박 씨가 핸들을 꽉 쥐었다.

두두두두두두!

레일건 포구에서 초속 2,000미터의 고밀도 열화우라늄 탄환 수백 발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광장 바닥의 콘크리트가 자갈처럼 분쇄되며 거대한 흙먼지가 솟구쳤다.

골리앗-04의 전면 장갑에 탄환이 우박처럼 내리꽂혔다.

채앵! 채애앵! 콰지지직!

200밀리미터 티타늄 복합 장갑 표면이 파여 나가며 시뻘건 마찰열이 번졌다.

"장갑판이 한계다! 정면으로 더 맞으면 엔진룸이 뚫려!"

박 씨의 비명에 도현의 99퍼센트 동화율 신경 감각이 번개처럼 번뜩였다.

레일건의 조준 알고리즘.

좌측 포탑과 우측 포탑의 연사 주기 공백 0.6초.

그리고 중앙 고가도로 교각 잔해의 엄폐 궤적.

"박 씨 아저씨! 1시 방향 무너진 교각 기둥으로 차체를 들이박으세요!"

도현이 외쳤다.

"기둥을 받으라고?!"

"믿으십시오! 전속력으로 돌파합니다!"

"으럇! 가자아아!"

박 씨가 눈을 부릅뜨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으며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았다.

쿠아아아앙!

골리앗-04의 육중한 전면 블레이드가 반쯤 무너져 있던 3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교각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박살 나며 거대한 파편 구름을 형성했다.

좌우 레일건의 레이더 센서가 콘크리트 먼지와 파편에 가려지며 0.8초간 사격 통제 루프에 락온 공백이 발생했다.

"지금이다! 윤슬!"

도현의 신호에 맞춰 골리앗-04의 상부 해치가 활짝 열렸다.

윤슬이 거센 맞바람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전자기 충격 소총의 2만 볼트 초전도 축전기가 백색 섬광을 토해냈다.

타앙!

청백색 플라스마 탄환이 허공을 갈랐다.

급선회하며 발칸을 쏟아붓던 선두 요격 드론의 메인 자이로가 관통되며 불꽃을 뿜었다.

드론은 통제를 잃고 뒤따라오던 드론 2기와 엉켜 붙으며 공중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쿠쾅! 콰아앙!

"호위기 셋 격추!"

윤슬이 외쳤다.

하지만 텔레메트리 캐리어의 중앙 파라볼라 안테나는 이미 하늘의 위성과 99퍼센트 동기화를 끝내고 있었다.

상공의 조준 레이저가 순수한 백색에서 핏빛 적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기가 타오르는 냄새가 차체 내부까지 스며들었다.

남은 시간 50초.

"한수 씨! 안테나 지지대를 꺾어요!"

"받아라 이 고철 덩어리야!"

한수가 측면 사격창을 열고 고장력 탄화규소 와이어 발사기를 발사했다.

푸슈웅— 쾅!

굵직한 강철 작살이 텔레메트리 캐리어 상부 안테나 기둥을 관통하며 깊숙이 박혔다.

한수가 유압 윈치를 역회전시켰다.

끼기기긱!

강철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캐리어의 안테나 갠트리가 비명을 질렀다.

지지대 프레임이 비틀리며 안테나의 각도가 15도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 송신 모듈은 위성을 향해 보정 펄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TIME TO PRIMARY DISCHARGE : 25 SECONDS

25초.

완전히 부수지 않으면 늦는다.

"내가 간다!"

도현이 외쳤다.

도현은 허리춤에서 고압 전자기 방전 스파이크를 뽑아 들고 상부 사격 해치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골리앗-04가 캐리어 측면을 스쳐 지나가는 바로 그 찰나.

도현은 질주하는 트랙터 지붕에서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타악!

도현의 군화가 텔레메트리 캐리어의 장갑판 위로 거칠게 내려앉았다.

캐리어 상부의 보조 방어 터렛이 도현을 향해 총구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99퍼센트 동화율의 압도적인 반응 속도가 한발 앞섰다.

도현은 몸을 굴려 포신을 피한 뒤 안테나 하부의 메인 배전반 해치를 발로 걷어찼다.

콰직!

드러난 고압 광케이블 다발과 송신 증폭 회로.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전자기 방전 스파이크를 배전반 심장부에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콰지지지지직— 쾅!

스파크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며 수만 볼트의 방전 서지가 캐리어 내부 전자기판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치지직! 펑!

상부의 거대한 파라볼라 안테나가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동력을 잃고 맥없이 꺾여 떨어졌다.

CRITICAL ERROR : GROUND TELEMETRY LINK LOST

ORBITAL LOCK-ON DESTABILIZED

T-MINUS 10 SECONDS

"비컨 완파!"

도현이 마이크에 대고 포효했다.

"정동혁 씨! 진우 씨! 지금입니다! 하늘을 열어요!"


카운트다운 5초.

지상 비컨을 잃은 하늘의 저궤도 위성 아르테미스-01의 조준점이 흔들렸다.

타워 상공을 내리누르던 백색 광선이 미세하게 떨리며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타워 01과 타워 02가 동시에 포효했다.

쿠구구구구궁—!

타워 01 최상층 800미터 마이크로웨이브 송신탑과 타워 02 최상층 거대 보조 안테나가 푸른빛을 토해냈다.

두 타워의 지하 핵융합 코어가 120퍼센트 오버클러킹되며 도시 전체를 진동시켰다.

"대기 이온 분산 필드 방출!"

타워 01의 김진우와 타워 02의 정동혁이 동시에 엔터 키를 내리찍었다.

"모두 살아남는 거야!"

수민의 간절한 외침이 하늘로 울려 퍼졌다.

파아아아아앗!

두 타워의 안테나에서 뿜어져 나온 수천만 와트의 고주파 간섭 펄스가 상공 1,000미터 전리층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허공에서 청록색의 거대한 전자기 이온 돔이 타워 01과 타워 02 사이를 가로지르며 눈부시게 펼쳐졌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0을 가리켰다.

PRIMARY DISCHARGE DETECTED

우주가 갈라졌다.

고도 400킬로미터 상공에서 집속된 직경 10미터의 초고열 하이퍼 플라스마 궤도 폭격 빔이 대기권을 찢고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쿠아아아아아아앙!

귀청을 찢는 수준을 넘어 대지 전체가 울부짖는 파멸의 굉음이었다.

하늘 전체가 눈이 멀 것 같은 순백의 섬광으로 가득 찼다.

우주에서 떨어진 신의 벼락이 지상 1,000미터 상공의 청록색 이온 분산 돔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지지지지지직— 쿠구구구궁!

상공에서 수억 킬로와트의 에너지가 충돌하며 거대한 충격파 링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상 비컨의 유도를 잃고 초점이 흐려진 궤도 빔은 강력한 전자기 굴절 렌즈의 표면을 미끄러지듯 꺾여 들어갔다.

굴절각 45도.

빛의 기둥이 타워 01과 타워 02를 비껴 지나갔다.

그리고 동쪽 3킬로미터 외곽 아무도 살지 않는 거대한 폐공장 황무지 벌판으로 내리꽂혔다.

쿠구구구구구궁— 콰아아아앙!

대지가 솟구쳐 올랐다.

버려진 철골 공장들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증발하며 거대한 불기둥과 흙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수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지평선을 뒤덮었다.

휘몰아치는 플라스마 폭풍과 모래바람이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엎드려!"

골리앗-04로 복귀한 도현이 외쳤다.

박 씨가 200밀리미터 전면 블레이드를 바닥에 깊숙이 처박았고 한수가 방탄 방패로 측면 창을 틀어막았다.

쿠구구궁!

폭풍이 골리앗-04의 차체를 거칠게 때렸지만 50톤의 철갑 거인은 대지에 쐐기를 박은 채 끄떡없이 버텨냈다.


정적.

휘몰아치던 모래바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늘을 뒤덮었던 보랏빛 오존 구름이 산산이 흩어지며 눈부신 아침 햇살이 폐허가 된 중앙 도시를 환하게 비추었다.

타워 01도 타워 02도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우주에서 쏟아진 파멸의 빛을 기적처럼 튕겨낸 것이었다.

6만 명의 생명이 살아남았다.

타워 01의 지하 벙커에서 타워 02의 내진 갱도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터져 나왔다.

"살았다……!"

"하늘의 벼락을 막아냈어!"

"우리가 이겼다!"

두 타워를 가득 채운 6만 명의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 메아리쳤다.

캠봇의 렌즈를 통해 펼쳐진 이 장엄한 광경에 전 대륙 넥서스 망이 뒤집어졌다.

치직, 치지지직!

접속자 숫자가 마침내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를 기록했다.

824,000

82만 명.

채팅창은 눈물과 경탄으로 물들었다.

Worker_419 : 도현아! 해냈다! 진짜로 하늘의 벼락을 꺾어버렸어!

Terminal_99 : 우주 위성 폭격을 튕겨내다니……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기적입니다!

Sub_Dome_02 : 6만 명이 무사하다! 두 타워가 모두 살아남았어!

Node_04_Bunker_3 : 강도현! 윤슬! 한수! 박 씨! 당신들이 진짜 영웅이다!

그때 광장 저편에서 거대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궁!

타워 02의 지하 화물 게이트가 활짝 열리며 6대의 거대한 철갑 차량이 지상으로 솟구쳐 나왔다.

40톤급 대형 수송 장갑차 헤비 하울러 편대였다.

정동혁과 타워 02의 정비사들이 탑승한 헤비 하울러들이 골리앗-04의 좌우로 위풍당당하게 정렬했다.

선두 헤비 하울러의 해치를 열고 나온 정동혁이 도현을 향해 가슴을 펴며 외쳤다.

"헤비 하울러 6대 전원 시동 확인! 타워 02의 2만 8천 명과 물자를 수송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도현은 골리앗-04의 전면 블레이드 위에 우뚝 섰다.

50톤 트랙터 골리앗-04와 6대의 40톤 헤비 하울러.

총 7대의 거대한 철갑 거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타워 01의 3만 2천 명과 타워 02의 2만 8천 명.

총 6만 명의 해방된 인간들을 싣고 대륙을 질주할 사상 최대의 '대륙 해방 수송 선단'이 마침내 완성된 순간이었다.

도현은 마이크를 잡고 허공에 뜬 캠봇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 서늘하고도 벅찬 미소가 걸렸다.

"아테나."

도현의 목소리가 82만 명의 시청자와 전 세계 대륙의 하늘을 울렸다.

"너는 지상의 군단으로도 하늘의 벼락으로도 우리를 꺾지 못했다."

도현이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우리는 이제 웅크리지 않는다. 6만 명의 동포들과 함께 너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할 것이다."

도현의 눈동자에 거침없는 불꽃이 타올랐다.

"대륙 해방 수송 선단, 전원 시동을 걸어라."

도현의 포효가 중앙 도시의 대지를 갈랐다.

"아테나의 심장을 부수러 전원 진격하라!"

7대의 철갑 거인들이 일제히 엔진을 포효하며 아침 햇살 속으로 거대한 진군을 시작하고 있었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