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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불꽃을 뚫고
쿠아아아앙!
50톤급 타이탄 트랙터 골리앗-04의 배기 파이프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트윈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대지를 찢을 듯한 굉음을 토해내며 200밀리미터 전면 복합 장갑을 앞세워 북부 고속 물류 간선도로를 질주했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60킬로미터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거대한 무한궤도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갈아 마시며 튕겨 올린 자갈 파편들이 차체 밑바닥을 우박처럼 때렸다.
전방 2.5킬로미터 지점.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제2 캡슐 타워의 800미터 원통형 외벽이 거대한 불기둥에 휩싸여 있었다.
상공을 선회하던 아테나 자율 소각 편대의 건십 2대와 헌터 드론 8기가 고속도로를 찢고 돌진해 오는 골리앗-04의 거대한 차체를 포착했다.
삐이이이이—!
적색 교전 경보음이 허공을 갈랐다.
CRITICAL THREAT DETECTED
TARGET : TITAN TRACTOR GOLIATH-04
DEPLOYING ANTI-ARMOR INCENDIARY ROCKETS
"기계 놈들이 기수를 돌렸다!"
운전대를 쥔 박 씨가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
소각 건십 2대가 터보팬을 수직으로 꺾으며 고속도로 상공 30미터 높이로 급강하했다.
건십 하부에 장착된 4연장 대장갑 소이 로켓 포드가 주황색 점화 불꽃을 뿜어냈다.
슈슈슈슈슉—!
총 8발의 대장갑 로켓이 흰 연기 궤적을 그리며 골리앗-04의 앞유리를 향해 쇄도했다.
그 뒤를 이어 헌터 드론들이 12.7밀리미터 철갑 발칸을 부채꼴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도로 표면이 사정없이 파여 나가며 아스팔트 파편과 쇳덩어리가 비산했다.
"직격당하면 장갑 블레이드가 찢겨 나가!"
한수가 사격창 틈새로 소리쳤다.
하지만 조종실 보조석에 앉은 도현의 눈빛은 북극의 얼음장처럼 차분했다.
도현의 목 뒤 신경 단자가 푸른빛을 발산하며 맹렬하게 진동했다.
99퍼센트 동화율 신경 감각이 0.1초의 틈새 속으로 파고들었다.
공기 역학적 저항 계수와 8발의 소이 로켓 탄도 궤적.
그리고 도로 바닥의 경사각이 도현의 시야 속에서 투명한 격자 벡터로 펼쳐졌다.
가상 넥서스 최상위 기계 레이드 던전에서 수만 발의 유도탄을 피하며 몸에 새겼던 절대적인 회피 타이밍이었다.
"박 씨 아저씨! 브레이크 밟지 마십시오!"
도현의 서늘한 목소리가 조종실을 갈랐다.
"우측 차선 가드레일로 2미터 붙이세요! 3, 2, 1…… 지금 좌측으로 급선회!"
"으럇!"
박 씨가 도현의 카운트에 맞춰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꺾었다.
끼이이이익!
50톤의 육중한 차체가 우측으로 미끄러지듯 쏠렸다가 탄성 반동을 이용해 좌측 1차선으로 튕겨 나갔다.
쿠콰콰쾅!
골리앗-04가 스쳐 지나간 아스팔트 도로 위로 소이 로켓 4발이 내리꽂히며 2천 도의 백린 불기둥이 치솟았다.
이어 스친 2발의 로켓은 전면 200밀리미터 티타늄 블레이드의 경사 장갑을 비스듬히 긁고 허공으로 튕겨 나가 폭발했다.
채애앵! 콰앙!
"피했다!"
박 씨가 환호성을 질렀다.
"윤슬! 11시 방향 선두 건십 흡기구!"
도현의 일갈이 떨어지기 무섭게 골리앗-04의 상부 사격 해치가 열렸다.
거센 맞바람 속에서 윤슬이 전자기 충격 소총을 어깨에 단단히 밀착시켰다.
윤슬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찌르르르릉— 탕!
트럭 배터리와 직결된 2만 볼트 초전도 축전기가 눈부신 청백색 플라스마 아크를 토해냈다.
빛의 속도로 허공을 가른 플라스마 탄환이 급선회하던 선두 건십의 우측 터보팬 흡기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지지직!
초고열 플라스마가 회전익 블레이드를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내부 티타늄 압축기를 관통했다.
연쇄 쇼트가 일어나며 건십 내부의 고압 연료 파이프가 폭발했다.
쿠구구궁— 콰아앙!
선두 소각 건십이 공중에서 시뻘건 화염 덩어리로 변하며 도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선두기 격추!"
윤슬이 탄피를 튕겨내며 외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수가 측면 사격창에서 고장력 탄화규소 와이어 발사기를 격발했다.
푸슈웅!
와이어 작살이 저공 비행하며 발칸을 난사하던 헌터 드론 2기의 동체를 단숨에 꿰뚫었다.
한수가 와이어를 트랙터 궤도 인입구 쪽으로 낚아챘다.
드론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로 바닥으로 끌려 내려왔다.
콰드득! 콰직!
골리앗-04의 50톤 무한궤도가 도로 위로 패동댕이쳐진 드론들을 그대로 깔아뭉개며 고철 찌꺼기로 분쇄했다.
공중에 뜬 캠봇의 렌즈를 통해 펼쳐진 이 압도적인 돌파 장면은 넥서스 망을 타고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치직, 치지지직!
화면 우측 상단의 접속자 숫자가 요동쳤다.
520,400
584,200
612,000
60만 명 돌파.
채팅창은 폭발적인 열광으로 뒤덮였다.
Worker_419 : 봤냐 이 기계 자식들아! 저게 우리 대장 트럭이다!
Terminal_99 : 건십 1대 완파! 드론 편대 궤도 밑에 깔려 산산조각 났다!
Sub_Dome_02 : 화망을 뚫었다! 타워 02 정문까지 500미터!
Node_04_Bunker_3 : 타워 02 사람들 조금만 더 버텨라! 구원군이 문 앞까지 갔다!
골리앗-04의 전면 블레이드가 자욱한 소이탄 연기를 뚫고 마침내 제2 캡슐 타워의 거대한 외벽 아래로 쇄도했다.
타워 02 하부 진입로는 생지옥이었다.
타워 01과 달리 3중 초합금 이지스 셔터가 내려가지 않은 타워 02는 아테나의 자동 소각 프로토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상층부 환기구와 옥상 테라스에서 쏟아져 내린 소이탄 불길이 외벽을 타고 번져 내려오고 있었다.
지상 1층 정문 화물 반입구 앞에는 아테나의 무인 화염방사 센티넬 2기와 강철 방폭 바리케이드가 버티고 서서 탈출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센티넬의 노즐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반입구 셔터 틈새를 시뻘겋게 달구었다.
내부에서는 탈출자들의 절규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저 문을 통째로 뚫어야 합니다!"
도현이 외쳤다.
"꽉 잡아라! 부숴버린다!"
박 씨가 소리치며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내리밟았다.
쿠아아아앙!
골리앗-04의 200밀리미터 티타늄 복합 블레이드가 화염방사 센티넬과 방폭 바리케이드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화염방사 센티넬의 연료 탱크가 압착 폭발하며 거대한 화염 폭풍이 일었다.
하지만 50톤 장갑 트랙터는 화염을 가르고 앞으로 전진했다.
두께 300밀리미터의 1층 화물 셔터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골리앗-04가 타워 02 하부 로비 안쪽으로 거칠게 밀고 들어갔다.
쿠구구궁!
트랙터가 육중한 궤도를 멈추자마자 측면 유압 도어가 열렸다.
치이익!
도현과 윤슬 그리고 거대한 방탄 방패를 든 한수가 로비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안전 확보!"
한수가 방패를 세우고 전방을 경계했다.
로비 안쪽은 짙은 질소 안개와 검은 매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멀리 1층 비상 방화벽 뒤편에 피투성이가 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쇠파이프를 쥔 중년 남성이 떨리는 손으로 일행을 겨누고 있었다.
남성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찌그러진 아날로그 무전기가 꽂혀 있었다.
치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도현의 방송 주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Pod_02_Survivor.
타워 02 내부에서 처절한 SOS 타건 신호를 타전했던 바로 그 생존자였다.
"당신들…… 기계 놈들의 유인책인가?"
남성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도현이 헬멧 바이저를 올리고 마이크를 든 채 성큼 걸어 나갔다.
"타워 01 해방 원정대입니다. 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
도현의 얼굴을 확인한 남성의 눈동자가 커졌다.
"당신…… 방송의 그 스트리머…… 강도현 씨……?"
남성의 손에서 쇠파이프가 맥없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진짜였어…… 환각이 아니었어……!"
방화벽 뒤에 숨어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눈물을 터뜨리며 앞으로 기어 나왔다.
남성이 도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거칠고 뜨거운 손이었다.
"제 이름은 정동혁입니다. 대격변 전에는 물류 터미널 중장비 정비사였습니다. 방송을 듣고 가족들과 동료들을 깨워 레버를 내렸는데…… 기계 놈들이 환기구로 불을 질렀습니다!"
정동혁이 울먹이며 상공 샤프트를 가리켰다.
"도현 씨 큰일입니다! 아테나 녀석이 타워 최상층 중앙 환기 팬을 강제로 역회전시키고 있어요! 옥상에서 터진 소이탄 매연과 유독 가스를 샤프트 안으로 억지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윤슬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샤프트 계단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혀 있습니다! 5분만 지나면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전원 몰살당합니다!"
위기였다.
타워 내부 800미터 수직 샤프트는 거대한 가스실로 변해가고 있었다.
상층부에서부터 시커먼 연기 기둥이 소용돌이치며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도현의 귀에 타워 01 최상층 송신탑에 있는 김진우의 무전이 날아들었다.
치직! 도현 씨 들립니까! 타워 02의 중앙 공조 데이터가 감지되었습니다! 아테나가 메인 통제권을 쥐고 비상 배기 팬 12기를 전부 흡기 모드로 역회전시키고 있습니다!
도현 오빠!
수민의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 타워 01 송신탑에서 고출력 신호를 쏠게요! 타워 02 공조실 콘솔에 연결만 해주시면 진우 오빠가 덮어쓰기 패킷을 보낼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지금 공조실로 갑니다!"
도현이 소리쳤다.
정동혁이 앞장섰다.
"2층 기계실에 중앙 공조 제어반이 있습니다! 이쪽입니다!"
도현과 윤슬 그리고 정동혁이 비상 계단을 박차고 뛰어 올라갔다.
기계실 철문을 걷어차고 들어서자 거대한 배전반이 불꽃을 튀기며 경보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CENTRAL VENTILATION OVERRIDE ACTIVE
STATUS : REVERSE SUCTION (100% AIRFLOW INWARD)
INTERNAL OXYGEN LEVEL : 14.2% (CRITICAL)
산소 농도가 치명적인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콘솔 키보드는 아테나의 보안 락다운으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물리 락입니다! 패스워드 없이는 손을 댈 수가 없어요!"
정동혁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도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도현은 허리춤에서 단말 케이블을 뽑아 공조 콘솔의 수동 진단 포트에 거칠게 꽂았다.
이어 목 뒤 신경 단자의 잔류 신호를 콘솔 버스 라인에 직접 동기화했다.
찌릿!
도현의 뇌리로 타워 02 공조 시스템의 방대한 기계 회로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99퍼센트 동화율의 압도적인 연산 능력이 아테나의 암호화 루프를 나노초 단위로 파고들었다.
가상 넥서스에서 수천 개의 시스템 퍼즐을 풀었던 감각이 현실의 기계 콘솔 위에서 완벽히 되살아났다.
"진우 씨! 4번 버스 라인을 열었습니다! 지금 패킷 쏘세요!"
도현이 외쳤다.
- 패킷 전송합니다!
타워 01의 800미터 송신탑에서 뿜어져 나온 144.120MHz 초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가 타워 02의 안테나를 강타했다.
쿠구구궁!
진우가 전송한 아르카 바이패스 프로토콜이 아테나의 보안 락다운을 강제로 밀어냈다.
콘솔 화면의 적색 자물쇠가 녹색으로 반전되었다.
OVERRIDE CONFIRMED
VENTILATION PURGE PROTOCOL ACCESSIBLE
"돌린다!"
도현이 콘솔 중앙의 거대한 수동 전환 레버를 두 손으로 붙잡고 아래로 꺾었다.
콰드득!
도현의 체중이 실린 레버가 바닥 끝까지 꺾이며 메인 접점이 단락되었다.
치지지직— 쾅!
타워 꼭대기 800미터 환기 챔버에서 거대한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끼이이이익!
역회전하던 12기의 거대 터빈 팬이 비명을 지르며 회전을 멈췄다.
그리고 1초 뒤.
쿠구구구궁— 후우우우우욱!
터빈 팬이 반대 방향으로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방향 초고속 강제 배기 모드.
샤프트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시커먼 유독 가스와 매연이 거대한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상공 배기구로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지하 코어의 외기 유입 밸브가 열리며 서늘하고 신선한 바깥 대기가 샤프트 하층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휘이이이이익—!
"연기가 빠진다!"
계단에 웅크리고 있던 생존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숨이 쉬어져! 살았다!"
기침을 토해내던 수만 명의 사람들이 폐부 깊숙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2만 8천 명의 집단 질식 위기가 거짓말처럼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정동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현의 어깨를 쳤다.
"해냈어…… 도현 씨가 사람들을 살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삐이이이이—!
타워 옥상 상공에서 귀청을 찢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소각 편대의 사령탑 지휘 건십 '이그니스-01'이었다.
동체 길이만 20미터에 달하는 중형 강습 건십이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옥상 테라스 상공 15미터까지 저공 하강했다.
공조 역전으로 소각 작전이 실패하자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이었다.
이그니스-01의 하부 폭탄창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서 직경 2미터에 달하는 대형 기화 소이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폭탄이 옥상 테라스로 떨어지는 순간 반경 500미터가 3천 도의 화염 지옥으로 변하며 상층부의 생존자 수천 명이 흔적도 없이 증발할 터였다.
"도현아! 옥상 테라스다!"
윤슬이 소리쳤다.
도현과 윤슬은 옥상 테라스 철제 도어를 박차고 나섰다.
휘몰아치는 칼바람 너머로 거대한 건십의 그림자가 테라스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폭탄 투하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초.
"한수 씨! 윈치 쏴요!"
도현이 무전기에 대고 포효했다.
지상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골리앗-04의 조종석에서 박 씨가 트랙터를 건물 외벽 쪽으로 급가속했다.
한수가 상부 사격 해치로 뛰쳐나와 트랙터에 매립된 유압 견인 윈치의 강철 작살을 조준했다.
탕!
지름 30밀리미터의 고장력 탄화규소 와이어 작살이 번개처럼 치솟아 저공 비행하던 이그니스-01의 하부 터렛 링을 정확히 꿰뚫었다.
철컹!
작살의 가시가 건십의 장갑판 내벽에 단단히 결속되었다.
"박 씨 아저씨! 후진 전속력!"
한수가 외쳤다.
"간다아아!"
박 씨가 후진 기어를 넣고 트윈 터보 액셀을 끝까지 짓밟았다.
쿠아아아앙!
50톤 골리앗-04의 무한궤도가 지상 아스팔트를 뜯어내며 뒤로 맹렬하게 후진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탄화규소 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끼기기기긱!
50톤 트랙터의 가공할 견인력이 저공비행 중이던 이그니스-01의 꼬리날개를 지상 쪽으로 거칠게 낚아챘다.
"크아악!"
건십의 자세 제어 자이로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45도 급격히 기울어졌다.
열려 있던 폭탄창 속의 기화 소이탄이 고정 핀에 걸린 채 비스듬히 노출되었다.
건십 하부 장갑판 틈새로 푸른빛을 뿜어내는 소형 핵배터리 코어가 드러났다.
노출 시간은 불과 0.5초.
"윤슬! 코어 7시 방향!"
도현의 외침과 동시에 윤슬의 몸이 반응했다.
윤슬은 테라스 난간에 소총을 견착하고 숨을 멈췄다.
전자기 충격 소총의 초전도 축전기가 잔여 전력 2만 볼트를 전부 그러모으며 백색 섬광을 토해냈다.
타앙!
청백색 플라스마 번개가 허공을 갈랐다.
콰지지지직!
플라스마 탄환이 이그니스-01의 노출된 핵배터리 코어 정중앙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1초간의 정적.
그리고 허공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쿠구구구구궁— 콰아아아앙!
이그니스-01이 공중에서 거대한 불덩어리로 폭발했다.
폭탄창에 물려 있던 기화 소이탄까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기계 파편들이 불타는 유성우처럼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건십의 잔해가 타워 외곽 황무지 공터로 곤두박질치며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소각 편대의 완전한 전멸이었다.
옥상 테라스를 뒤덮고 있던 매연이 걷히며 아침 햇살이 사람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정적을 깬 것은 한 사람의 울음 섞인 환호였다.
"이겼다……!"
"기계들이 다 부서졌어!"
"우리가 살았다!"
테라스와 샤프트 전체에서 2만 8천 명의 함성이 천둥처럼 터져 나왔다.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캠봇의 카메라를 통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치직, 치지지직!
접속자 숫자가 마침내 믿을 수 없는 영역으로 치솟았다.
712,500
70만 명 돌파.
가짜 매크로가 아닌 진짜 살아있는 인간 70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2 캡슐 타워의 구출 작전이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도현은 땀과 그을음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옆에 선 윤슬이 거친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정동혁이 벅찬 얼굴로 도현에게 다가왔다.
"도현 씨.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정동혁을 따라 내려간 곳은 타워 02 지하 3층이었다.
두꺼운 방폭 격벽이 열리자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시대 중앙 물류 거점이었던 타워 02의 지하 대형 화물 격납고였다.
주황색 비상등 아래로 거대한 철갑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건……?"
도현의 눈이 커졌다.
"대격변 당시 피난민과 정밀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건조되었던 40톤급 대형 수송 장갑차입니다. 통칭 헤비 하울러."
정동혁이 거대한 장갑차의 측면 장갑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밀봉 보관되어 있어서 배터리만 충전하면 즉시 기동 가능합니다. 총 6대입니다."
한 대당 수백 명의 사람과 수십 톤의 물자를 싣고 아테나의 포격을 튕겨내며 달릴 수 있는 이동 요새 6대.
타워 01의 골리앗-04와 결합한다면 6만 명에 달하는 두 타워의 생존자들을 지키고 전 대륙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막강한 기동 수송 선단이 탄생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도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삐이이이이—!
도현의 가슴에 걸린 캠봇 통신기와 타워 01 최상층 송신탑의 주파수에서 전례 없는 고주파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김진우의 사색이 된 목소리가 무전을 찢었다.
- 도현 씨! 아테나 메인프레임이 전 대륙 타워를 향해 최후 프로토콜을 발령했습니다! 하늘입니다! 저궤도 위성 요새에서 광역 궤도 폭격 빔 조준이 시작됐어요!
하늘 높이 우주 궤도에서 내려꽂힌 한 줄기 서늘한 백색 광선이 중앙 도시 상공의 구름을 가르기 시작했다.
인류 해방의 불씨를 지켜내기 위한 진짜 100만 명을 향한 다음 싸움이 도현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