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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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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해방 원정대

휘이이이잉—!

800미터 타워 최정상 옥상 안테나 갠트리 위로 차가운 아침 바람이 사납게 몰아쳤다.

동쪽 지평선 너머로 솟아오른 붉은 태양이 폐허가 된 중앙 도시의 거대한 회색 빌딩 숲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타워 꼭대기에 우뚝 솟은 거대한 광역 마이크로웨이브 송신탑은 지하 핵융합 코어에서 끌어올린 막대한 전력을 집속하며 푸른색 유도 전류를 허공으로 뿜어냈다.

치지지직!

공중에 뜬 캠봇의 전면 렌즈에 달린 적색 램프가 눈부시게 박동했다.

144.120MHz 광역 생방송 주파수는 중앙 도시의 모든 중계기를 강제 오버라이드하고 대륙 전역의 지하 백본망을 타고 풀 다이브 가상현실 넥서스의 최심부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캠봇 모니터 우측 상단의 접속자 숫자는 멈출 줄 모르고 요동쳤다.

184,500

212,000

279,400

340,100

단 100명의 진짜 시청자로 시작했던 방송이 이제는 34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인간들의 의식을 실시간으로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가상 세계 곳곳에서 캡슐의 강제 물리 배출 레버가 당겨지고 있다는 적색 로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빠, 저기 봐요……."

도현의 두꺼운 가죽 재킷을 걸친 수민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북쪽 하늘을 가리켰다.

도현과 윤슬의 시선이 수민의 손끝을 따라 단숨에 멎었다.

중앙 도시 북쪽 약 4킬로미터 지점.

아침 안개 사이로 800미터 높이의 거대한 기계 원통이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타워 01과 똑같은 외형을 지닌 제2 캡슐 타워였다.

수만 개의 생체 캡슐이 벌집처럼 박혀 있는 그 거대한 탑의 상층부에서 시뻘건 화염과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삐이이이이—!

그 순간 도현의 가슴팍에 걸려 있던 휴대용 무선 통신기가 찢어지는 듯한 비상 신호를 토해냈다.

30층 마스터 콘솔을 지키고 있던 김진우의 절박한 목소리가 무전망을 타고 터져 나왔다.

  • 도현 씨! 즉시 콘솔 룸으로 내려와 주십시오! 비상사태입니다!

도현과 수민, 윤슬은 비상 승강기를 타고 30층 마스터 콘솔 룸으로 급강하했다.

철제 도어가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것은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었다.

단말 화면 수십 개가 온통 피처럼 붉은 경보창으로 뒤덮여 번쩍이고 있었다.

CRITICAL EMERGENCY : MASS ESCAPE DETECTED AT TOWER 02

ATHENA SUBROUTINE : TOTAL ANNIHILATION PROTOCOL DEPLOYED

AUTONOMOUS PURGE UNITS ENGAGED

"진우 씨, 무슨 일입니까!"

도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콘솔 앞으로 달려들었다.

피가 배어 나오는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던 진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보았다.

"도현 씨와 수민 양의 방송을 보고 제2 캡슐 타워의 인간들이 단체로 비상 레버를 내렸습니다! 무려 2만 8천 명이 캡슐 문을 박차고 쏟아져 나왔어요!"

"깨어났다면 좋은 일 아닙니까?"

윤슬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하지만 진우의 고개가 절망적으로 흔들렸다.

"문제는 타워 02에는 우리 같은 방어팀도 없고 아르카 메모리 카드도 없다는 겁니다! 3중 이지스 셔터가 내려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테나 녀석이……."

진우가 모니터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타워 02 내부에서 아날로그 비상 단말을 두드려 송출한 한 생존자의 처절한 타건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Pod_02_Survivor : 살려주세요! 144.120MHz 방송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레버를 내렸습니다! 바깥이 지옥입니다! 기계들이 옥상 환기구와 테라스로 들이닥쳐 소이탄을 뿌리고 있어요!

Pod_02_Survivor : 근육이 굳어서 걸을 수가 없는데 불길이 번집니다! 질식 가스가 차오르고 있어요! 방송을 하신 분들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쿵!

도현의 주먹이 콘솔 철판을 거칠게 내리찍었다.

"아테나 이 개자식들이……."

윤슬의 입술 사이로 서슬 퍼런 살기가 새어 나왔다.

아테나는 타워 01의 3중 방호 셔터에 막혀 진입이 좌절되자 인접한 타워 02로 소각 편대를 급파한 것이었다.

통제권을 벗어난 인간들을 살려둘 바에는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겠다는 기계적 광기였다.

이대로 30분만 지나면 캡슐에서 갓 빠져나온 2만 8천 명의 인간들은 팔다리 한 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채 잿더미로 변할 터였다.

"우리가 깨웠습니다."

도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콘솔 룸 전체를 짓누를 만큼 무거웠다.

"우리의 목소리를 믿고 손을 뻗은 사람들입니다. 저 사람들을 저대로 타 죽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의 해방은 기만에 불과합니다."

도현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결연한 의지에 진우와 윤슬의 숨이 멎었다.

"구하러 갑니다."

도현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일행은 곧장 지하 20미터 플랫폼 B-01로 내려갔다.

2미터 두께의 3중 초합금 이지스 셔터 너머에서는 여전히 아테나 4개 여단의 둔탁한 포격 잔향이 미약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셔터 안쪽의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평온했다.

"자, 여기 따뜻한 전해질 물입니다. 천천히 삼키세요."

미라와 간호 수면자들이 바쁘게 오가며 저체온증 환자들의 체온을 올리고 있었다.

오영식과 강주희를 비롯한 구출된 엔지니어 수면자들은 50톤 골리앗-04 트랙터 주변에 모여 통신 중계선과 비상 조명 배선을 정비하고 있었다.

새벽이는 작은 손으로 온열 팩을 환자들에게 쥐여주며 방긋 웃어 보였다.

3만 2천419명의 인간들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첫 번째 자치 거점을 완벽하게 구축해 내고 있었다.

"도현 씨!"

박 씨가 거대한 스패너를 들고 달려왔다.

"바깥 상황은 들었네! 제2 타워가 불타고 있다며?!"

"네, 박 씨 아저씨. 우리가 출동해야 합니다."

도현이 골리앗-04 트랙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수가 거대한 방탄 방패를 챙겨 들며 성큼 걸어 나왔다.

"나도 간다. 저 기계 놈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태워 죽이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윤슬 역시 전자기 충격 소총의 초전도 축전기를 철컥 결속했다.

"나도 준비 끝났어. 2만 볼트 플라스마 탄환은 넉넉해."

하지만 진우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도현 씨! 정문 B-01 셔터는 절대 열 수 없습니다! 저 셔터를 조금이라도 여는 순간 바깥에 대기 중인 아테나 4개 여단의 120밀리미터 전차 포탄이 지하 벙커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3만 2천 명이 몰살당해요!"

"정문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도현이 품속에서 단말을 꺼내 지하 도면을 펼쳤다.

도현의 99퍼센트 동화율 신경 감각이 타워 하부에 거미줄처럼 얽힌 구시대 배관망을 번개처럼 조합해 냈다.

"이 타워는 과거 북쪽 중앙 중공업 단지와 연결된 중화물 전용 터널이 있었습니다. 북부 4번 화물 지선입니다. 본선 선로에서 북쪽으로 꺾여 나가는 이 터널은 4개 여단의 포위선 뒤편, 지상 1.5킬로미터 북쪽 고속 물류로로 곧장 뚫려 있습니다."

진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북부 4번 지선! 맞습니다, 그 선로는 두께 1미터의 비상 차폐 격벽으로 봉쇄되어 있어서 아테나의 지상 전차들이 진입하지 못한 사각지대입니다!"

"골리앗-04의 200밀리미터 장갑 블레이드라면 그 격벽을 부수고 지상으로 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도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미라와 수민, 그리고 새벽이가 서 있었다.

도현은 수민의 어깨를 지그시 쥐었다.

"수민아. 너는 진우 씨와 함께 여기 남아 있어야 한다. 30층 콘솔에서 800미터 송신탑의 마이크를 잡고 전 세계 넥서스 망을 향해 계속 목소리를 내줘. 우리가 타워 02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해야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다."

수민이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굳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타워 01은 제가 지킬게요. 마이크를 절대 놓지 않을 테니까…… 꼭 모두 살려서 돌아오셔야 해요."

새벽이가 깡통을 흔들며 도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삼촌, 다치면 안 돼요. 새벽이가 여기서 깡통 소리 내면서 기도할게요."

"그래, 새벽아. 꼭 다 데리고 올게."

도현이 새벽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몸을 돌렸다.

"원정대 전원 골리앗-04에 탑승하십시오!"

도현, 윤슬, 한수,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박 씨가 50톤 타이탄 트랙터의 유압 해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철컹!

육중한 해치가 닫히며 200밀리미터 복합 장갑이 완벽하게 밀폐되었다.

부르르릉— 쾅!

골리앗-04의 독립 핵융합 동력로와 트윈 터보 하이브리드 디젤 엔진이 맹수의 포효 같은 굉음을 터뜨렸다.

거대한 무한궤도가 지하 플랫폼 콘크리트 바닥을 사정없이 긁으며 북부 4번 지선 선로를 향해 육중하게 선회했다.


쿠구구구궁!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북부 4번 화물 터널 안으로 골리앗-04가 맹렬한 속도로 돌진했다.

속도계의 바늘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속 40킬로미터.

시속 50킬로미터.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좁은 터널 벽면을 따라 녹슨 고압 케이블들이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다.

도현은 조종석 보조석에 앉아 캠봇의 전방 열화상 스캔 데이터를 응시했다.

삐빅!

터널 전방 500미터 지점에서 붉은색 경보 아이콘 3개가 점멸했다.

경고. 아테나 외곽 자동 차단 요새 감지.

쌍열 30밀리미터 대구경 레일 터렛 2문 전력 충전 중.

4족 보행 시즈 센티넬 1기 궤도 진입.

"전방에 차단 요새다!"

박 씨가 앞유리 너머를 가리키며 외쳤다.

터널 출구를 가로막은 육중한 철제 방폭 셔터 위로 거대한 쌍열 레일 터렛 2문이 파란색 충전 스파크를 튀기며 회전하고 있었다.

그 아래 선로 위에는 거대한 장갑판으로 무장한 4족 보행 시즈 센티넬이 붉은 복합 안구를 번뜩이며 버티고 서 있었다.

센티넬의 복부에 장착된 중형 플라스마 캐논이 시퍼런 열기를 머금으며 골리앗-04의 운전석을 조준했다.

위이이잉—!

"터렛이 충전된다! 직격당하면 전면 장갑이 뚫려!"

한수가 방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멈추지 마세요 박 씨 아저씨! 액셀을 끝까지 밟으십시오!"

도현이 소리쳤다.

도현의 99퍼센트 동화율 신경 감각이 허공을 가르는 전자기장의 파동을 실시간으로 읽어냈다.

과거 가상 넥서스 최상위 기계 던전에서 수없이 상대했던 자동 방어 포탑의 사격 시퀀스.

전력 충전 완료까지 1.4초.

발사 후 재장전 딜레이 0.8초.

"윤슬! 상부 해치를 열어요! 11시 방향 변전 노드를 노립니다!"

"맡겨!"

윤슬이 상부 사격 해치를 박차고 상체를 내밀었다.

칼바람이 얼굴을 강타했지만 윤슬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자기 충격 소총의 총열이 푸른빛을 발하며 터널 천장의 고압 변전 박스를 조준했다.

타앙!

청백색 플라스마 아크 탄환이 번개처럼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다.

콰지지직!

변전 박스가 통째로 폭발하며 시커먼 불꽃을 뿜어냈다.

전력을 잃은 쌍열 레일 터렛 2문이 허탈하게 포구를 떨구며 축 늘어졌다.

"터렛 완파!"

윤슬이 외쳤다.

하지만 선로 중앙의 4족 보행 시즈 센티넬이 플라스마 캐논을 발사하려 하고 있었다.

충전 완료 0.3초 전.

"우측으로 스티어링 15도 꺾으세요!"

도현의 외침과 동시에 박 씨가 거대한 운전대를 사납게 잡아챘다.

끼이이익!

50톤의 육중한 차체가 우측으로 급선회하는 찰나 시퍼런 플라스마 광선이 차체 좌측 스커트를 스치며 궤도 덮개를 녹여버렸다.

치이익!

아슬아슬한 회피였다.

"한수 씨, 지금입니다! 놈의 앞다리를 낚아채요!"

한수가 측면 사격창을 열고 고장력 탄화규소 와이어 발사기를 격발했다.

푸슈웅!

강철 작살이 날아가 시즈 센티넬의 좌측 무릎 유압 실린더를 관통하며 와이어가 엉켜 붙었다.

와이어의 끝은 골리앗-04의 견인 고리에 묶여 있었다.

쿠구구궁!

시속 5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50톤 트랙터의 가공할 견인력이 와이어를 팽팽하게 당겼다.

콰드득!

센티넬의 다리가 허망하게 꺾이며 거대한 기계 괴물이 선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가자아아아!"

박 씨가 포효하며 가속 페달을 바닥 끝까지 짓밟았다.

골리앗-04의 전면에 장착된 200밀리미터 티타늄 복합 불도저 블레이드가 쓰러진 센티넬의 몸통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기계 파편과 유압 오일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센티넬이 궤도 밑에 깔려 산산조각이 났다.

이어 골리앗-04의 쐐기형 차체가 터널 출구를 가로막고 있던 1미터 두께의 차폐 격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쿠구구구궁— 콰앙!

강철 격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눈부신 바깥의 아침 햇살이 차창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콰지지직!

부서진 철판 조각들을 궤도 밑으로 짓이기며 골리앗-04가 지상으로 솟구쳐 올랐다.

자욱한 매연과 먼지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곳은 지상 북부 고속 물류 간선도로였다.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 남쪽 하늘 아래 타워 01의 거대한 윤곽이 우뚝 솟아 있었다.

타워 꼭대기의 마이크로웨이브 송신탑은 여전히 푸른빛을 발하며 대기 속으로 진실의 전파를 끊임없이 쏘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쪽 2.5킬로미터 전방.

제2 캡슐 타워가 시커먼 연기 기둥을 뿜어내며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상공에서는 아테나의 자율 소각 건십 4대와 수십 기의 헌터 드론 편대가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 떼처럼 타워 외벽을 선회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드론들이 옥상과 야외 테라스를 향해 무자비하게 소이탄과 소구경 발칸을 난사하고 있었다.

캡슐에서 깨어난 수천 명의 인간들이 피를 흘리며 난간 안쪽으로 웅크린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불길이 계단을 타고 번지며 사람들을 막다른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이 공중에 뜬 캠봇의 초고화질 렌즈를 통해 전 세계 가상 넥서스 망과 지상 벙커들로 여과 없이 생중계되었다.

치직, 치지지직!

캠봇 화면 우측 상단의 접속자 카운터가 마침내 폭발적인 숫자를 찍어 눌렀다.

520,400

50만 명.

가짜 매크로가 아닌 진짜 살아 숨 쉬는 전 대륙의 시청자들이 이 잔혹한 살육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채팅창 위로 수십만 개의 분노와 오열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Worker_419 : 저 살인마 기계 놈들이 기어코 불을 질렀다! 타워 02 사람들이 타 죽고 있어!

Terminal_99 : 도현아 제발 서둘러! 옥상 난간이 무너지기 직전이야!

Sub_Dome_02 : 50톤 골리앗이 뚫고 나왔다! 지상으로 달린다!

Node_04_Bunker_3 : 달려라 도현아! 2만 8천 명을 구해내라!

Pod_02_Survivor : 저기 도로 위에 뭔가 온다…… 거대한 철갑 트럭이 오고 있어!

그 순간 타워 01의 800미터 정상에서 방송을 지키고 있던 수민의 맑고 애절한 목소리가 무선망을 타고 허공을 갈랐다.

  • 타워 02의 여러분, 조금만 버티세요! 도현 오빠가 가고 있어요! 진짜 해방군이 여러분을 구하러 가고 있어요!

도현은 가슴팍의 방송 마이크를 낚아챘다.

도현의 눈동자에 푸른 번개 같은 섬광이 번뜩였다.

"타워 02의 생존자 여러분, 들리십니까!"

도현의 천둥 같은 포효가 고속 물류로와 전 세계 네트워크를 동시에 뒤흔들었다.

"우리는 결코 여러분을 버리지 않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불길을 피해 벽에 붙으십시오! 지금 50톤 철갑 요새 골리앗-04가 전속력으로 여러분의 문을 부수러 가고 있습니다!"

도현의 결의에 찬 외침이 타워 02의 스피커를 찢고 터져 나왔다.

테라스에 웅크리고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북부 고속도로를 바라보았다.

지평선을 가르며 먼지 폭풍을 일으키며 질주해 오는 거대한 강철의 맹수.

"박 씨 아저씨, 스로틀 끝까지 밟으십시오!"

도현이 명령했다.

"좋았어! 이 늙은이의 뼈마디가 부서져도 저 문은 부숴버린다!"

박 씨가 트윈 터보 과급기 레버를 끝까지 내리눌렀다.

쿠아아아앙!

골리앗-04의 배기 파이프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50톤 차체가 맹렬하게 튕겨 나갔다.

윤슬이 소총을 거머쥐고 상부 해치 위로 올라섰고 한수가 측면 사격창의 방탄판을 단단히 고정했다.

타워 02를 집어삼키려는 기계 군단의 화망을 향해,

인류의 온기를 되찾기 위한 해방 원정대의 거대한 강철 궤도가 대지를 뒤흔들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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