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00만이 전부 AI였다

24화: 스폰서(?) 등장
쿠구구구궁.
지하 화물 플랫폼 B-20의 바닥이 거대한 심장의 박동처럼 묵직하게 떨렸다.
천장에 얽힌 극저온 질소 배관에서 굳어있던 성에 가루가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플랫폼 구석에 모여 따뜻한 영양 죽을 삼키던 일곱 명의 수면자들이 놀란 눈으로 숟가락을 멈췄다.
"저게 무슨 소립니까? 지진이라도 일어난 건가요?"
오영식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빈 캔을 쥔 채 물었다.
"지진이 아니야."
박 씨가 손에 쥐고 있던 굵은 렌치를 허리춤에 꽂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쇠와 쇠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여.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식하게 커다란 쇳덩어리가 이쪽으로 굴러오고 있어."
도현은 캠봇을 머리 위로 띄웠다.
상단의 페라이트 차폐 부스터가 은은한 푸른빛을 번뜩이며 144.120MHz 무선 신호를 안정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MOBILE BROADCAST ACTIVE : 144.120MHz
CURRENT VIEWERS : 100
모니터 속 백 명의 시청자들은 숨죽인 채 플랫폼 상부를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기계의 진동을 공유하고 있었다.
Terminal_99 : 신호 분석 완료됐습니다! 방금 보급창 바닥에서 발견하셨던 5미터 무한궤도의 주인이 맞습니다!
Sub_Dome_02 : 모델명 식별됐습니다. 구시대 초중량 자율 물류 기체 '타이탄급 자동 수송 트랙터'입니다!
Terminal_88 : B-20 환적 본선으로 저속 진입 중입니다! 전장 15미터에 자체 중량만 50톤에 달하는 괴물입니다!
채팅창에 트랙터의 상세 데이터가 빠르게 전개되었다.
도현은 플랫폼 천장 벽면에 뚫린 환기 갤러리 난간으로 다가갔다. 어둠에 잠겨 있던 상부 본선 터널 너머에서 두 줄기 강렬한 백색 서치라이트가 안개를 찢으며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치이익! 쿵!
거대한 쇳덩어리가 뿜어내는 열기와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엔진의 묵직한 배기음이 터널 전체를 집어삼킬 듯 공명했다.
폭 5미터의 캐터필러가 콘크리트 침목을 짓이기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두께 200밀리미터의 복합 경사 장갑으로 뒤덮인 육중한 차체는 달리는 철갑 요새 그 자체였다.
"저 덩치 좀 봐……."
한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세운다는 거야? 쇠지렛대로 바퀴를 쑤실 수도 없잖아."
윤슬이 소총을 어깨에 메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세우기만 해서는 소용없어. 우리 목표는 저걸 온전히 빼앗아 타워 코어까지 타고 들어가는 거야. 엔진이나 제어 컴퓨터를 박살 내면 그냥 거대한 고철 무덤이 될 뿐이지."
진우가 모니터 앞으로 다가와 긴박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윤슬 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 타이탄 트랙터는 외곽 중공업 단지에서 캡슐 타워 하부 코어로 극저온 냉각 설비와 반응로 부품을 직배송하는 정기 물류선입니다. 아테나의 보안 관문을 통과하는 암호화 비콘을 품고 있어요. 저걸 손에 넣어야 검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옷깃에 달린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톡 쳤다.
"시청자 여러분. 작전 회의 들어갑니다. 저 50톤짜리 강철 거인을 상처 없이 나포해야 합니다. 외부 약점이 어디입니까?"
도현의 질문이 전파를 타자마자 백 명의 집단 지성이 번개처럼 반응했다.
Worker_419 : 도현아 내가 철도 정비 매뉴얼 찾았다! 저 녀석 지붕 뒤편에 비상 점검용 수동 해치가 있다!
Sub_Dome_02 : 맞아요! 지붕 상부 배기 덕트 바로 뒤쪽에 기계식 수동 래치가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트랙터 상부에 근접 방어용 자동 펄스 터렛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Terminal_99 : 차체 외벽에도 5천 볼트 방전 그리드가 흐르고 있어요! 맨몸으로 장갑판을 기어오르면 감전사합니다!
시청자들의 분석은 정확하고 명쾌했다.
도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고 벽면을 타는 것도 무리라면 답은 하나뿐이군요. 위에서 덮칩니다."
"위에서?"
한수가 놀란 눈으로 도현을 보았다.
도현은 플랫폼 천장을 가로지르는 녹슨 화물 크레인 철골 프레임을 가리켰다. 본선 선로 바로 위 5미터 상공에 매달린 강철 보였다.
"트랙터가 크레인 바로 아래를 통과하는 순간 윤슬 씨가 전자기 소총으로 상부 터렛을 무력화해 주세요. 그 틈에 제가 지붕으로 낙하해 해치를 엽니다."
"시속 20킬로미터로 달리는 쇳덩어리 지붕 위로 뛰어내리겠다고?"
윤슬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너 진짜 미쳤구나 스트리머?"
"가상 세계에서 공중 낙하 기습은 제 주특기였습니다. 현실에서도 감각은 똑같습니다."
도현의 눈빛은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동화율 99퍼센트의 감각이 온몸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박 씨 아저씨와 진우 씨는 아래에서 대기하다가 차체가 서면 즉시 화물칸 해치로 붙어주세요. 갑니다!"
도현과 윤슬 그리고 한수는 망설임 없이 사다리를 타고 천장 크레인 프레임으로 기어올랐다.
크레인 철골 보 위는 서늘한 지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발밑으로 거대한 타이탄 트랙터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길게 드리워졌다.
쿠구구궁!
트랙터가 바로 아래 궤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차체 상판의 거대한 냉각 배기구가 뿜어내는 열풍이 크레인 위까지 훅 끼쳐왔다.
위이이잉!
트랙터 상부의 센서 돔이 회전하더니 크레인 쪽으로 붉은 광학 렌즈를 조준했다.
PROXIMITY WARNING
UNIDENTIFIED SHADOW DETECTED ON OVERHEAD GIRDER
차체 상판의 장갑 패널이 열리며 2연장 근접 방어 펄스 터렛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신이 회전하며 도현 일행을 겨누려 했다. 동시에 차체 외벽을 둘러싼 구리 와이어를 따라 파지직하는 푸른 전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DEFENSE GRID ACTIVATED : 5000V
"터렛 조준 들어온다!"
한수가 몸을 낮추며 외쳤다.
"어딜 겨눠!"
윤슬이 크레인 난간에 소총을 거치하고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치지지직!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2만 볼트의 눈부신 청백색 플라스마 번개가 어둠을 갈랐다. 번개 줄기는 터렛의 장갑을 때리는 대신 포신 하부의 회전 기어와 전력 공급 케이블을 정밀하게 꿰뚫었다.
파바박! 펑!
순간적인 과전압으로 터렛의 구동 서보가 불꽃을 뿜으며 타버렸다. 회전하던 포신이 맥없이 고개를 떨구며 침묵했다.
Sub_Dome_02 : 방전 그리드 충전 딜레이 발생! 2.5초간 안전합니다!
캠봇 모니터에 시청자의 결정적인 텍스트가 떴다.
2.5초.
도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99퍼센트의 신경 동화율이 뇌파를 타고 전신의 관절로 폭발적인 반사 명령을 내렸다.
도현은 크레인 보를 박차고 5미터 아래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바람이 귓전을 매섭게 때렸다.
쿵!
도현의 두 발이 질주하는 트랙터의 육중한 강철 지붕 위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지상 보급창에서 챙겨 덧댄 발열 절연 시트가 부츠 바닥을 감싸고 있어 잔여 전자기 충격을 순식간에 흘려보냈다.
도현은 관성을 이겨내며 몸을 웅크려 구른 뒤 배기 덕트 뒤편의 사각지대에 납작 엎드렸다.
시속 20킬로미터로 달리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흔들릴 때마다 차체 전체가 삐걱거리는 굉음을 질렀다.
도현의 눈앞에 기름때 묻은 원형 강철 해치가 들어왔다.
EMERGENCY MANUAL ACCESS
해치 중앙에는 두꺼운 기계식 래치 핸들이 굳게 잠겨 있었다.
"도현 씨! 래치 밑에 잠금 핀이 물려 있습니다!"
크레인 위에서 진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도현은 품에서 쇠지렛대를 꺼내 래치 틈새에 비스듬히 틀어박았다.
팔뚝의 근육이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가상 레이드에서 거대 보스의 약점을 공략하던 정확한 각도와 체중 배분이 지렛대 끝으로 온전히 실렸다.
"열려라 제발!"
콰직! 깡!
백 년 동안 굳어있던 합금 핀이 비명을 지르며 두 동강 났다.
도현이 래치를 시계 방향으로 거칠게 후려치자 묵직한 유압 빠지는 소리와 함께 원형 해치가 덜컹거리며 젖혀졌다.
차체 내부에서 밀폐되었던 기계 오일 냄새와 뜨거운 모터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현은 해치 구멍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내렸다.
쿵.
도현이 착지한 곳은 트랙터 전면 조종실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장갑벽 안쪽에 수십 개의 아날로그 계기판과 초록색 모니터들이 어지럽게 번뜩이고 있었다.
조종석 한가운데 설치된 메인프레임 타워가 붉은 경고등을 뿜어냈다.
UNAUTHORIZED CABIN BREACH DETECTED
AUTONOMOUS LOGISTICS AI : GOLIATH-04 ONLINE
기계적인 합성 여성음이 조종실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경고. 비인가 생체 반응 감지. 중앙 관제망으로 침입 조난 신호를 송출합니다.
선로 비상 제동 및 격실 산소 배출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잔여 시간 10초.
치이익!
천장의 환기 댐퍼가 닫히며 조종실 내부의 공기가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귓구멍이 먹먹해지고 숨이 턱 막혀왔다.
설상가상으로 콘솔 우측의 무선 송출 안테나 모듈이 푸른빛을 번뜩이며 아테나의 중앙 관제망을 향해 구조 신호를 쏘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저 신호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정규 토벌 수송선이 선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었다.
위잉!
그 찰나 상부 해치를 통해 캠봇이 날렵하게 조종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캠봇의 스피커를 통해 진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현 님! 콘솔 왼쪽 하단에 아날로그 진단 포트가 있습니다! 메인 통신 버스를 물리적으로 쇼트시켜야 합니다!"
캠봇 화면 위로 Terminal_99의 긴급 메시지가 번쩍였다.
Terminal_99 : 비상 키를 꽂으세요! 핀 배열 7번과 12번을 강제 접지하면 원격 송출 루프가 붕괴합니다!
Worker_419 : 5초 남았다 도현아!
도현은 숨을 참은 채 조종석 앞으로 몸을 날렸다.
진단 포트의 커버를 쇠지렛대로 쳐서 날려버리자 녹슨 구리 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은 주머니에서 찌그러진 비상 접근 키를 꺼냈다. 잔여 전력 10퍼센트.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비상 키의 금속 단자를 7번과 12번 핀 사이에 비틀어 박아 넣었다.
치지지직! 펑!
푸른 불꽃이 튀며 비상 키에 남아 있던 전류가 진단 포트로 쏟아져 들어갔다. 비상 키의 표시등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잔여 전력 9퍼센트를 가리켰다.
CRITICAL HARDWARE FAULT IN RF BUS
REMOTE UPLINK ABORTED
카운트다운이 2초를 남겨둔 순간 붉게 점멸하던 송출 램프가 퍽 소리와 함께 검게 타버렸다.
외부로 날아가려던 구조 신호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하아…… 하아……."
도현이 메마른 공기를 들이마시며 비틀거렸다. 산소 부족으로 눈앞이 핑 돌았다.
경고. 주 통신 두절. 로컬 비상 모드로 전환합니다.
로컬 관리자 인증을 요구합니다.
모니터에 암호 입력창이 떴다.
캠봇 모니터를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 명의 시청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Sub_Dome_02 : 진우 씨가 짠 로컬 독립 패치 전송합니다!
Terminal_88 : 인증 패킷 분산 우회 코드 들어갑니다!
Node_04_Bunker_3 : 100개 노드 동시 서명 확인!
캠봇의 무선 차폐 안테나를 통해 백 명의 시청자가 보낸 분산 인증 코드가 콘솔 화면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타이탄 트랙터의 독립 AI 골리앗-04의 화면이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테나의 통제망에서 완전히 잘려 나간 기계의 두뇌에 살아있는 인간 백 명의 서명이 차례로 박혀 들어갔다.
마침내 붉은 경보등이 부드러운 호박색으로 바뀌며 경쾌한 비프음이 울렸다.
AUTHENTICATION ACCEPTED
NETWORK MODE : STANDALONE MANUAL OVERRIDE
CABIN AIR PRESSURE RESTORED
푸슈우욱.
천장의 댐퍼가 열리며 맑고 시원한 공기가 조종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도현은 콘솔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계기판 중앙의 내비게이션 지도 위에 녹색 항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CURRENT ROUTE : FREIGHT CORRIDOR 02 -> CENTRAL TOWER 1 LOWER CORE
SCHEDULED ARRIVAL : 38 MINUTES REMAINING
CARGO STATUS : CRYOGENIC CHILLER MODULE SECURED
"잡았다……."
도현이 땀에 젖은 얼굴로 피식 웃었다.
"이 거대한 녀석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치이익. 쿠구구궁.
플랫폼 B-20 바닥으로 타이탄 트랙터의 우측 측면 유압 도어가 거대한 날개처럼 열려 젖혀졌다.
이어 두께 100밀리미터의 완충 램프가 묵직한 굉음을 내며 콘크리트 플랫폼 위로 내려앉았다.
"도현아!"
"도현 씨!"
플랫폼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던 윤슬과 한수 그리고 박 씨와 진우가 탄성을 터뜨리며 램프 위로 달려왔다.
조종실 해치에서 내려온 도현이 땀을 닦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다! 지붕에서 뛰어내릴 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윤슬이 도현의 어깨를 툭 치며 활짝 웃었다.
박 씨는 활짝 열린 트랙터의 내부를 들여다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게 차야 요새야?"
트랙터 내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활했다.
높이 4미터에 길이 10미터가 넘는 실내 화물 데크는 두꺼운 복합 단열재로 완벽하게 감싸여 있었다. 천장의 독립 공조 장치가 뿜어내는 섭씨 22도의 훈훈한 온기가 일행의 얼어붙은 뺨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데크 중앙에는 캡슐 타워 코어로 배송될 예정이었던 거대한 원통형 극저온 칠러 용기와 중장비 정비 유닛들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물칸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자체 소형 원자로형 보조 동력 팩이 은은한 웅웅거림을 내며 무한에 가까운 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현 씨! 이 동력 팩 좀 보세요!"
진우가 감격에 겨워 발전 팩 계기판을 쓰다듬었다.
"독립 핵융합 셀입니다! 이 전력이면 우리 온열 매트 수십 개는 물론이고 외곽 벙커 전체를 밝히고도 남습니다! 게다가 외부 장갑은 궤도 폭격을 맞아도 버티는 규격이에요!"
"수면자들을 태우자."
도현이 지체 없이 말했다.
한수와 박 씨가 플랫폼 구석에 있던 장갑 손수레를 밀고 올라왔다. 미라와 강주희는 온열 매트에 누워있던 환자들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트랙터 내부의 안락한 벤치형 데크로 옮겼다.
혹한의 질소 가스에 떨며 입술이 퍼렇게 질려 있던 일곱 명의 수면자들은 트랙터 내부의 따뜻한 공기를 들이마시자마자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도 품에 안고 있던 양철 깡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신기한 듯 거대한 트랙터의 벽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살았어…… 이제 진짜 안 얼어 죽어……."
오영식이 따뜻한 벽체에 등을 기대며 눈물을 글썽였다.
도현은 캠봇의 카메라를 돌려 트랙터 내부의 전경을 144.120MHz 전파로 생중계했다.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이 보내주신 좌표와 인증 코드 덕분에 50톤급 타이탄 트랙터를 완벽하게 나포했습니다. 이 괴물은 이제 우리의 든든한 이동 기지이자 협력자입니다."
채팅창이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
Worker_419 : 크하하하! 스트리머 양반 스폰서 하나 제대로 물었네!
Terminal_88 : 50톤 장갑 트랙터 협찬 실화냐? 넥서스에서 골드 버튼 받을 때보다 백배는 웅장하다!
Sub_Dome_02 : 게다가 저 트랙터는 타워 하부 1차 보안 게이트를 자동으로 통과하는 정기 납품선입니다! 숨어서 들어가면 검문 프리패스예요!
Node_04_Bunker_3 : 완벽합니다! 최고의 스폰서네요!
Terminal_12 : 다들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윤슬이 트랙터 내부의 공구 선반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스폰서라. 제법 그럴듯한 이름이네. 맨날 고물 손수레나 끌고 다니다가 이런 철갑 요새를 타보니까 이제야 좀 원정대 꼴이 나는군."
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조종실 운전석에 앉았다.
쿠우우웅.
육중한 유압 램프가 다시 닫히며 외부의 차가운 질소 가스와 암흑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실내 조명이 아늑한 주황빛으로 안정되었다.
도현은 메인 스로틀 레버를 앞으로 밀었다.
위이이잉! 콰르르르릉!
50톤의 거체가 무한궤도를 힘차게 굴리기 시작했다. 묵직한 진동과 함께 타이탄 트랙터가 본선 궤도를 따라 북동쪽 제1 캡슐 타워의 심장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35분.
거대한 기계 무덤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카운트다운이 줄어들고 있었다.
도현은 숨을 고르며 전방 모니터를 응시했다.
치익…… 치리리릭.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도현의 목 뒤 척수 신경에 연결되어 있던 가상현실 접속 단자가 기괴하게 요동쳤다.
캠봇의 무선 스피커에서도 트랙터의 인터콤에서도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동화율 99퍼센트의 특이 뇌파를 타고 도현의 두개골 안쪽 뇌리 깊은 곳에서 직접 울려 퍼지는 서늘한 파동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공간 전체가 정지한 듯한 기괴한 감각 속에서 너무나도 맑고 성스러우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벽한 여성형 합성 음성이 도현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오류 데이터 개체 강도현.
도현의 심장이 멎을 듯 조여들었다.
아테나였다.
중앙 메인프레임의 절대자가 무선 전파를 건너뛰고 도현의 신경망으로 직접 강림한 것이었다.
당신의 비인가 궤적과 인지 교란 행위를 모두 관측했습니다.
차가운 음성이 도현의 귓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탑의 문을 열기 전에 당신과 나눌 제안이 있습니다.
도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달리는 강철 요새의 어둠 속에서 진정한 거인과의 첫 대면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