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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배수 암거 천장 환기창을 뚫고 내리꽂히는 푸른빛은 서늘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상공을 선회하는 정규 토벌 수송선의 탐색 빔이었다. 지름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서치라이트가 진흙 바닥을 훑을 때마다 시커먼 그림자가 벽면을 타고 일렁였다.
쿠구구궁.
수송선 하부의 반중력 엔진이 뿜어내는 저주파 진동이 콘크리트 벽체를 잘게 흔들었다. 환기창 쇠살 틈새로 부서진 시멘트 가루가 하얗게 쏟아져 내렸다.
"숨소리도 죽여."
윤슬이 탄환 없는 소총을 낮게 겨누며 속삭였다.
박 씨와 한수는 갓 깨어난 일곱 명의 수면자들을 벽면 깊숙한 그늘로 밀어 넣었다.
진우는 이를 악물고 마른침을 삼켰다. 차가운 벽에 닿은 그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도현은 단자함 앞에 웅크린 채 캠봇의 송출 상태를 점검했다. 구리 동축선에 물려 있던 비상 접근 키의 접속 클립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송선이 머리 위에 머무는 한 이곳에 마냥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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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구석에 박힌 세 자리 숫자는 여전히 요동치며 맥동하고 있었다. 백 명의 인간이 숨죽인 채 지하의 침묵을 공유하고 있었다.
"도현 씨, 단자를 떼어내면 저 사람들과 연결이 끊기지 않나요?"
미라가 젖은 모포를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유선망에 묶여 있으면 폭격을 맞습니다. 당장 자리를 옮겨야 해요."
도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진우 씨, 이 암거 아래쪽으로 이어진 다른 통로가 있습니까? 열화상 탐지기가 콘크리트 두께를 뚫기 전에 숨어야 합니다."
진우가 떨리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흐릿했던 기억을 필사적으로 긁어모으는 표정이었다.
"있습니다. 이 배수망은 단순한 하수도가 아닙니다. 대격변 직전에 중앙 도시와 외곽 산업단지를 잇던 구시대 지하 화물 철로의 하역 환승창이 바로 이 아래에 매설되어 있어요."
"화물 환승창?"
"예. 두께 2미터짜리 차폐벽으로 둘러싸인 군용 방공 규격 시설입니다. 궤도 폭격을 때려도 지상에서는 내부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30미터 전방 우측 수문에 비상 수동 해치 레버가 있습니다!"
진우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움직이자."
윤슬의 신호와 함께 도현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단자함의 클립을 떼어냈다.
선이 끊어지는 찰나 도현은 캠봇의 내부 전원 루프를 트럭 배터리 예비 셀로 직결했다. 화면이 거칠게 깜빡였으나 144.120MHz 송출 버퍼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대기 모드로 전환되었다.
"뛰어!"
한수와 박 씨가 수레를 밀어붙였다. 도현과 윤슬은 진우를 비롯해 다리가 굳은 수면자들을 양옆에서 단단히 부축했다.
쿵! 콰아앙!
등 뒤에서 환기창 철망이 굉음과 함께 찢겨 나갔다. 수송선이 투하한 탐색 앵커가 암거 바닥을 내리찍으며 자줏빛 스파크를 튀겼다.
그러나 일행은 이미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진 뒤였다.
진우가 가리킨 낡은 수문 구석에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비상 수동 레버가 드러났다.
"도현 씨, 저 레버를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리고 당겨야 합니다!"
진우의 외침에 도현이 도약했다. 99퍼센트의 신경 동화율이 근육의 반응을 극대화했다.
도현은 쇠지렛대를 레버 틈에 걸고 체중을 실어 내리눌렀다.
끼기긱, 콰앙!
묵직한 감속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방화 차폐벽이 서서히 갈라졌다.
한기가 서린 지하 깊은 곳의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행은 부상자들과 수레를 밀어 넣고 차폐벽 안쪽으로 굴러떨어졌다.
쾅!
닫힌 철문 너머로 수송선의 탐색 펄스가 허망하게 흩어지는 둔탁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손전등 불빛이 허공을 갈랐다.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거대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아치 천장 아래로 녹슨 철도 레일 두 줄기가 길게 뻗어 있었다.
선로 주변에는 방치된 구시대 화물 조작 크레인과 대형 변압기, 공구 보관함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벽면에 양각된 표지판이 불빛을 받았다.
SECTOR 04 - SUBTERRANEAN FREIGHT DEPOT #03
"살았군요……."
미라가 벽에 기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도 품에 안고 있던 양철 깡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긴장을 풀었다.
박 씨는 주머니에서 기름때 묻은 장갑을 꺼내 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고철 무덤이구먼. 부품은 널려 있지만 죄다 백 년 동안 썩어 문드러진 쇳덩이들뿐이야."
"아닙니다, 박 씨 아저씨."
진우가 비틀거리며 대형 변압기 제어반 앞으로 걸어갔다. 환자복 소매를 걷어 올린 그의 눈빛이 엔지니어의 열기로 빛났다.
"이곳은 구시대 국가 전략 비축 시설입니다. 전자기 펄스 공격에 대비해 진공관과 아날로그 중계기를 병용하던 하이브리드 거점이에요. 부품들의 내부 코일은 여전히 멀쩡합니다."
진우는 제어반 하부 패널을 뜯어내고 손바닥만 한 원통형 금속 뭉치들을 꺼냈다.
"고주파 페라이트 코어와 군용 축전기입니다. 그리고 저쪽 공구대에는 구리 권선과 고전압 방전 릴레이가 보관되어 있어요."
도현이 캠봇을 안고 다가왔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우가 침착하게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첫째는 캠봇의 무선 문제입니다. 페라이트 코어로 다중 대역 우회 필터를 만들고 고주파 발진 회로를 결선하면 무선 상태에서도 아테나의 전파 재밍을 튕겨낼 수 있습니다. 유선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어져요."
"그럼 걸어 다니면서도 방송을 안정적으로 내보낼 수 있단 말이군요."
도현의 눈이 커졌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윤슬의 손에 들린 빈 소총을 가리켰다.
"둘째는 무장입니다. 대형 축전기와 트럭 배터리 셀을 직렬로 물리고 총열에 구리 코일을 감아 고전압 펄스 방출기로 개조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윤슬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전자기 충격 소총을 만들겠다는 거야?"
"맞습니다. 아테나의 정규 드론들은 외부 장갑은 단단하지만 명령 수신 칩셋과 관절 모터는 전자기 충격에 취약합니다. 근거리에서 고전압 아크를 직격시키면 내부 기판이 통째로 타버릴 겁니다."
박 씨가 무릎을 탁 쳤다.
"이 양반, 샌님인 줄 알았더니 진짜 물건이네! 내가 배관 깎고 나사 조이는 건 귀신같이 하니까 자네는 회로도만 그려봐!"
"저도 돕겠습니다!"
구출된 일곱 명 중 한 명이었던 중년 남성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전력 관리국에서 20년 동안 변전반을 만지다 캡슐에 들어갔던 오영식입니다. 고전압 배선 결선은 눈 감고도 합니다."
"통신 자재 보관소에 있던 강주희입니다. 안테나 권선 작업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갓 깨어난 이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더 이상 보호받기만 하는 짐짝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동참하겠다는 결의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좋습니다. 시작하죠."
도현이 외치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하 환승창 한가운데에 즉석 정비소가 차려졌다.
금속이 부딪치는 맑은 마찰음과 아세틸렌 토치의 푸른 불꽃이 어둠을 밝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 씨의 거친 쇠톱이 폐차 파이프를 자르고 미라의 열선 코일이 구리 권선을 단단하게 묶었다. 오영식과 강주희는 먼지 덮인 배전반에서 고순도 저항 칩과 금속판을 떼어내 정밀하게 다듬었다.
진우는 분필을 쥐고 바닥 콘크리트에 복잡한 회로도를 그려나갔다.
"도현 님, 캠봇 내부 메인보드 3번 핀과 이 페라이트 초크 코일을 이어야 합니다. 납땜 간격이 0.2밀리미터라 손이 조금만 떨려도 옆 회로가 탑니다."
"걱정 마십시오."
도현이 인두기를 쥐었다.
동화율 99퍼센트의 감각이 신경망을 타고 손끝으로 흘러들었다. 가상 세계에서 0.1초의 프레임 단위로 적의 궤적을 낚아채던 미세 컨트롤이었다.
도현의 손끝에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치익.
은빛 납 방울이 정확하게 3번 단자에 안착하며 코일 리드선과 융합되었다.
"완벽합니다……!"
진우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 옆에서는 박 씨와 윤슬이 소총 개조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소총의 탄창 삽입구에는 소형화된 직렬 축전기 팩이 단단히 물렸고 총열 외벽에는 굵은 구리 코일이 촘촘하게 감겨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축전기에 모인 2만 볼트의 전력이 총구를 통해 고밀도 플라스마 아크로 방출되는 구조였다.
윤슬이 개조된 소총을 들어 올려 어깨에 견착했다.
철컥.
윤슬이 장전 레버를 당기자 총구 끝에서 파지직 하는 푸른 불꽃이 튀었다.
"손맛이 아주 끝내주는데."
윤슬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위이이잉!
그때 도현의 손바닥 위에서 캠봇이 경쾌한 기계음을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기체 상단에 새로 장착된 원통형 차폐 안테나가 푸른빛을 번뜩였다.
SHIELDED MULTI-BAND BOOSTER : ACTIVE
RF INTERFERENCE REJECTION : 94.2%
MOBILE BROADCAST STABILIZED : 144.120MHz
유선 케이블이 완전히 분리되었음에도 화면 속 신호 그래프는 흔들림 없이 수평을 유지했다. 그리고 꺼졌던 모니터 화면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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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그대로였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채팅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Worker_419 : 진우야! 화면 나왔다! 무사한 거냐?
Terminal_88 : 아까 굉음이 들렸는데 괜찮습니까? 폭격당한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Node_04_Bunker_3 : 무선으로 전환된 겁니까? 신호가 훨씬 또렷해졌어요!
도현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훌륭한 기술진과 정비공 덕분에 장비를 성공적으로 개조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동하면서도 여러분과 끊김 없이 소통할 수 있습니다."
도현은 카메라 렌즈를 돌려 환승창의 풍경을 비췄다. 기름때 묻은 손으로 소총을 점검하는 윤슬, 렌치를 들고 웃는 박 씨, 배전반을 정리하는 진우와 동료들의 당당한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백 명의 시청자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었다.
Worker_419 : 진우야, 너 지금 제3 화물 하역장에 있는 거지? 내가 대격변 전에 거기 철도 관제 데이터 만졌잖아.
진우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성태 형님! 그 노선 기억나요?"
Worker_419 : 당연하지. 그 하역장 2번 선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12킬로미터를 직진하면 중앙 도시 제1 캡슐 타워 바로 밑 지하 20미터 화물 반입구로 직결된다.
화면을 지켜보던 일행의 숨이 멎었다.
Sub_Dome_02 : 맞습니다! 저도 그쪽 배전 계통 도면을 기억해요. 지상로는 아테나의 대공 센서 타워가 300미터 간격으로 깔려 있지만 지하 궤도는 백 년 전에 차단 셔터가 내려진 채 폐쇄 구역으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Terminal_12 : 셔터 보안 코드가 필요할 텐데요. 혹시 구시대 표준 마스터키 먹히나요?
Terminal_99 : 제가 비상 방호 셔터 해제용 아날로그 주파수 코드 압니다. 메모하세요. 440-DELTA-GREEN입니다.
채팅창이 거대한 집단 지성의 작전실로 변모하고 있었다.
외곽 각지의 벙커와 단말기에 숨어 있던 시청자 백 명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과 시스템 로그를 짜 맞추기 시작했다.
지상 감시망을 완벽히 우회하여 중앙 도시 심장부로 들어가는 가장 안전한 비밀 통로가 실시간으로 도현의 모니터 위에 지도로 그려졌다.
도현의 가슴이 뜨겁게 요동쳤다. 백만 명의 매크로가 쏟아내던 의미 없는 하트 천만 개보다 이 백 명의 살아있는 인간들이 던져주는 투박한 좌표 한 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대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군요."
끼기긱.
그 감격의 순간 환승창 상부 환기 배관에서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울렸다.
도현의 신경이 바늘처럼 곤두섰다. 캠봇의 개조된 센서가 붉은 경고를 띄웠다.
ANOMALOUS PROXIMITY DETECTED
UNIT CLASS : ATHENA PATROL HOUND (2 UNITS)
"적이다!"
도현의 외침과 동시에 천장 배관 틈새에서 날렵한 그림자 둘이 바닥으로 낙하했다.
네 개의 역관절 다리와 붉은 광학 렌즈를 번뜩이는 4족 보행 사냥 기계인 하운드 드론이었다. 토벌 수송선이 암거 주변에 살포했던 선발 추적조가 배기구를 타고 내려온 것이었다.
치르르르!
선두의 하운드가 티타늄 합금 턱을 쩍 벌리며 도현을 향해 도약했다.
예전 같았으면 맨몸으로 피하기 급급했을 기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탕- 치지지직!
소총의 격발음 대신 허공을 가르는 거대한 전기 스파크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윤슬이 앞으로 나서며 개조된 충격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청백색 번개 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르던 하운드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파지지직! 쾅!
하운드의 장갑판 틈새로 고전압 전류가 파고들었다. 내부 회로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푸른 연기가 치솟았고 기체는 허공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레일 위로 곤두박질쳤다.
단 한 방에 정규 하운드의 코어가 절명했다.
"크르르……."
두 번째 하운드가 경계음을 내며 뒤로 물러서더니 측면 마이크로 기관총을 전개하려 했다.
"어딜 보고 있어!"
도현이 이미 공중에 떠 있었다.
동화율 99퍼센트가 그려낸 최적의 회피 기동이었다. 하운드의 사격 각도가 틀어지는 0.2초의 사각지대로 파고든 도현은 쇠지렛대를 녀석의 앞다리 유압 관절 사이에 깊숙이 쑤셔 넣었다.
콰직!
관절이 꺾이며 하운드가 비틀거렸다.
그 찰나 박 씨가 굵은 구리 케이블을 든 채 달려들었다.
"이 빌어먹을 깡통 놈아! 벼락 맛 좀 봐라!"
박 씨가 트럭 배터리 직결 단자를 하운드의 노출된 프레임에 내리찍었다.
지지지지직!
순간 방전된 100암페어의 대전류가 기계 내부를 휩쓸었다. 하운드의 붉은 안구가 퍽 소리와 함께 꺼지더니 차가운 금속 덩어리로 굳어버렸다.
침입부터 파괴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남짓이었다.
어두운 환승창에 고요가 찾아왔다. 두 대의 사냥 기계가 연기를 뿜으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총성은 없었다. 지상의 수송선은 지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해냈어……."
한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우리가…… 정규 기계를 잡았어!"
수면자들과 생존자들이 환호성을 삼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도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캠봇을 바라보았다. 모니터 속 백 명의 시청자들도 실시간 전투 승리에 열광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단순한 도망자가 아니었다.
구시대의 거친 쇳덩이와 디지털 기술, 그리고 백 명의 인간이 하나로 결합한 진짜 원정대였다.
윤슬이 김이 피어오르는 총구를 툭 치며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 길은 정해졌어."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개조된 화물 손수레를 2번 선로 위에 올리며 어둠 속으로 뻗은 레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시청자 여러분."
도현의 결연한 목소리가 144.120MHz 주파수를 타고 퍼져나갔다.
"지하 화물 궤도를 통해 중앙 도시로 진군합니다. 탑 속에 갇힌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을 구하러 가겠습니다."
도현이 선두에 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녹슨 철길 위로 일행의 굳건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앙 도시를 향한 거대한 반격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