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역참의 말 없는 역관

3화: 누이 이름을 아는 마부
렌은 새벽에 말을 몰고 나가려 했다. 강우진이 문턱에서 그를 발견한 것은 잠을 이루지 못해 창고의 등불을 확인하러 나온 덕분이었다. 마부의 짐에는 궤짝이 없었다. 작은 마른 떡 묶음과 천으로 꿰맨 짐표 여섯 개만 있었다.
“사람들을 두고 가려는 것이오?”
우진이 물었다. 렌은 고삐를 놓지 않았다.
“받을 곳을 직접 알아봐야 하오. 당신 말대로 문의서를 보내도 기다리는 동안 여섯 사람이 먹을 곡식은 줄어드니까.”
“이 말은 어제 겨우 일어났소.”
“그러면 내 발로 가겠소.”
렌은 안장을 풀었다. 바깥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그는 다리를 절었다. 우진은 그를 붙잡을 권한이 없었지만 무모한 출발을 도울 생각도 없었다. 그는 문을 막고 서는 대신 조해월을 불렀다. 말과 길의 상태를 아는 사람이 직접 말해야 했다.
해월은 잠옷 위에 가죽 앞치마만 걸치고 나왔다. 렌에게 어느 길로 갈지 물었다. 마부는 동쪽 다리라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 그 길에서 눈이 낮아 보이는 곳이 사실 개울 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도 되는 길은 군용 말이 문의서를 가지고 떠난 둔덕길뿐이었다.
“그 길은 사흘 더 걸리오.”
“살아서 가면 사흘이야.”
해월은 그 말을 하고 말의 옆구리를 만졌다. 렌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았다. 그러나 역참의 기다림이 길어지면 피난민을 내보낼 명이 내려올 수 있다는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진은 그 걱정을 임백헌에게 그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지휘관은 이미 서신을 쓰고 있었다. 상급 관청에 보고할 명단과 사신들의 확인문을 묶는 중이었다. 렌이 오늘 나가려 했다는 말을 듣자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연료 장부를 펼쳤다. 창고에 남은 장작으로 모든 방을 나흘 데울 수는 없었다.
“넓은 방 하나로 합치면 닷새는 버틴다. 사신들이 불편을 받아들이면.”
우진은 사신들에게 옮겼다. 세르는 내 나라의 사신을 창고방에 넣는 것이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야몬은 예물 습기가 걱정된다고 했고 쿠란은 마굿간을 데우는 쪽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 답들 사이에서 우진은 한 방에 모두 들이는 것이 해결은 아님을 알았다.
그는 해월에게 어떤 공간의 열을 나눌 수 있는지 물었다. 말이 있는 방과 사람이 있는 방을 하나로 합치면 숨이 막혔다. 대신 마굿간 옆 창고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열이 이어졌다. 예물을 옮기고 바닥의 짚을 갈면 여섯 사람이 누울 공간이 됐다. 사신은 기존 방 두 개를 함께 쓰고 한 방의 불을 끄면 됐다.
쿠란이 먼저 자신의 수행원과 같은 방을 쓰겠다고 했다. 세르는 예물함을 해월이 살펴봐야 한다는 조건으로 방을 줄였다. 야몬은 궤짝을 창고에서 가져와 자신의 침상 밑에 두겠다고 했다. 우진은 그 합의를 하나씩 읽고 각자가 직접 답하는 것을 들었다. 번역이 끝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인 답을 서명으로 바꾸지 않았다.
렌은 우진에게 짐표를 내밀었다. 우서라는 이름의 여인이 표를 꿰매며 왼손에 바늘을 쥐었다고 했다. 우진은 누이가 왼손잡이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여인이 어떤 말을 자주 했는지 물었다.
“물건은 사람이 찾아야지, 사람이 물건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소.”
우진은 한동안 말을 잊었다. 피난할 때 누이가 아버지의 짐을 끌어안고 남으려 했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렌은 그가 누이를 알아본 것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 이름을 내 요구의 값으로 썼소. 미안하오.”
“먼저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하겠소. 당신 말이 사실인지 따지는 일은 그 뒤에도 할 수 있소.”
우진은 짐표를 받았다. 하나의 천 조각으로 누이가 살아 있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렌이 들은 시각과 수송대를 기록하면 다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렌에게 아는 것을 각자 언어로 함께 남기자고 했다. 마부가 글을 쓰지 못하자 해월이 옆에서 들은 말을 기록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바깥에서 말이 울었다. 문의서를 가져간 군용 말이 혼자 돌아왔다. 안장에는 백록표가 남았고 배의 가죽 끈 하나가 끊어졌다. 우진은 창고 문을 놓고 달려갔다. 해월이 말의 입에 물을 대며 고삐를 확인했다.
“사람이 떨어졌어. 말이 놀라 끈을 끊은 게 아니야.”
말등의 서신 주머니는 없었다. 문의서가 도착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임백헌은 병사 둘을 보내려 했지만 렌이 바닥의 눈을 봤다. 말의 발굽 사이에 얇은 회색 얼음이 있었다. 둔덕길로 가다 개울 쪽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길을 줄이려 내려갔소. 교역용 나무 다리가 꺼졌을 수 있소.”
해월은 남은 군용 말로 사람 셋을 태우면 발목이 무너진다고 했다. 우진은 말 한 필과 빈 썰매를 쓰자고 제안했다. 짐을 실을 때 사용하는 낮은 썰매였다. 렌은 끈을 확인하고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쿠란이 수행원 둘을 내보냈다. 세르는 털가죽 두 장을 줬고 야몬은 궤짝의 고정쇠를 풀어 썰매에 달았다. 처음 들어올 때 각자의 소유를 먼저 말하던 사신들이 지금은 무엇을 빌려줄 수 있는지 직접 정했다. 우진은 그 물건을 전부 장부에 적고 나갔다.
길은 말이 돌아온 자국이 있어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더 세지면 흔적도 사라졌다. 렌은 고삐를 잡고 앞서 걸었다. 우진은 썰매가 비탈로 쏠리지 않게 뒤에서 줄을 붙잡았다. 해월은 역참에서 기다렸다. 말이 돌아오면 누군가는 돌봐야 했다.
나무 다리 한쪽이 개울로 내려앉았다. 역참 병사는 끊어진 난간을 붙잡고 얼음 사이에 앉아 있었다. 한쪽 발이 젖었다. 우진이 이름을 부르자 병사는 서신 주머니부터 들어 올렸다. 서신은 물에 젖었고 도장은 절반이 번졌다.
“이것부터 받으십시오.”
병사가 말했다. 렌이 고개를 저었다.
“손을 놓으면 몸이 내려가오. 종이보다 당신 손을 먼저 줄에 넣으시오.”
우진은 그 말을 병사에게 옮겼다. 자신의 나라 사람에게 외국 마부의 말이 통역돼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그는 병사에게 줄을 손목 위로 감는 법을 보여 줬다. 수행원 둘이 얼음 위가 아닌 다리의 남은 기둥에 줄을 걸었다.
썰매를 가까이 대는 순간 기둥이 움직였다. 렌은 힘을 더 주지 않고 줄을 낮췄다. 병사에게 발을 뒤로 빼라고 했다. 우진은 말의 눈앞을 가려 놀라 뛰지 않게 했다. 사람 넷이 동시에 줄을 당겨 병사를 썰매로 올렸다. 다리의 남은 판자 하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병사는 서신을 놓지 않았다. 우진은 그 손에서 주머니를 받아 자기 옷 안에 넣고 털가죽으로 발을 감쌌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도 다리를 건너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문의서를 받는 곳이 정해지기 전에 가야 한다던 렌도 병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걸었다.
역참에 도착하자 해월이 뜨거운 물을 준비했다. 병사는 자신이 길을 줄였다고 말했다. 임백헌은 벌보다 치료를 먼저 명했다. 서신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 실패는 다른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오늘은 누구도 국경 다리로 보내지 못했다.
우진은 새 임시 체류문을 작성했다. 눈길의 통행이 확인될 때까지 닷새를 기준으로 머물고, 그 안에 다시 합의하며, 떠나는 사람은 자신의 목적지를 말할 기회를 갖는다는 문장이었다. 본국의 소속과 영구 정착은 정하지 않았다. 지휘관은 군량과 치료를 책임지는 범위에만 서명했다.
사신들은 자국의 귀환어를 쓰지 않아도 이 문서에 책임을 질 수 있었다. 세르는 자신이 이동을 확인한 사람들의 안전을 증언했고 야몬은 명단의 이름을 대조했으며 쿠란은 수송 자원을 제공했다. 피난민 여섯은 각각 머무르겠다는 뜻을 말했다. 여인 한 명은 닷새 뒤에도 무조건 본래 마을로 보내지 않는다는 문장을 다시 듣고 손도장을 찍었다.
우진은 그 동의를 대표 하나의 말로 줄이지 않았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읽어 주고 자기 언어로 다시 말해 달라 했다. 말이 같으면 기록했고 다르면 문장을 고쳤다. 종이가 끝날 때까지 지휘관은 기다렸다.
해가 질 무렵 창고방에 새 짚이 깔렸다. 렌과 길을 안내한 수행원들이 예물함을 옮겼고, 세르가 직접 자기 화로의 숯을 나눴다. 서로 비켜 가던 눈길의 침묵이 조금씩 풀렸다. 아이 하나는 발이 따뜻해지자 창문의 성에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우진은 자신의 방에서 렌의 증언과 짐표를 다시 봤다. 우서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동쪽 다리가 아닌 북쪽의 오래된 약초 운송로였다. 동행한 사람은 세 명이었고, 그중 하나는 오늘 명단의 빈 칸에 들어갈 사람이었다.
그는 빈 칸을 이름으로 채우지 않았다. 직접 만나야 했다. 다만 다음 보고서에 약초 운송로의 통행을 문의하는 문장을 넣었다. 지휘관은 개인적인 요청인지 물었다. 우진은 누이를 찾고 있다고 솔직히 답했다.
“역참의 문의서에 넣으려면 사람들을 구하는 길과 연결돼야 한다.”
“오늘 빈 셋의 칸에 들어갈 사람들이 그 길에 있습니다. 렌의 증언만이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임백헌은 그 범위만 허락했다. 우진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붓을 들었다. 누이의 이름을 기록하는 손이 떨렸으나 한 글자도 과장하지 않았다. 눈길에서 말하지 못한 단어 하나를 억지로 얻는 대신, 오늘 말할 수 있는 사실들을 모아 길을 만들었다.
밤에 렌이 문을 두드렸다. 그는 짐표 뒷면의 매듭을 풀었다. 안쪽에 작게 접힌 천이 들어 있었다. 우진이 펴자 누이의 익숙한 바느질로 글자가 박혀 있었다.
‘나를 먼저 찾지 마라. 셋째 수레의 아이를 찾아라.’
우진은 천을 등불 가까이 들었다. 누이의 생사를 알고 싶었던 질문은 이제 누이가 선택한 길을 따라가도 되느냐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그는 렌을 앉히고 셋째 수레가 언제 마지막으로 움직였는지 처음부터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