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역참의 말 없는 역관

1화: 세 언어의 금기어
백록 역참의 문은 아침부터 세 번 열렸다. 첫 사신은 눈 묻은 모자를 벗지 않았고, 둘째 사신은 예물 궤짝을 방 안으로 들이려 했으며, 셋째 사신은 말부터 먹이라 했다. 강우진은 그 순서대로 말을 옮겼다. 임백헌이 무슨 나라의 사신인지 먼저 적으라 했지만 우진은 세 번째 사신의 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우리 말들입니까, 밖에 남은 말들까지입니까?”
초원말로 물었다. 사신 쿠란은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여섯 마리라고 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우진이 창문으로 봤을 때 마당에 들어온 말은 넷뿐이었다. 그는 여섯이라는 수를 장부에 적고 말 관리인 조해월에게 전했다.
“없는 두 마리까지 먹이 달라네.”
“오는 중이라면 마굿간을 두 칸 더 비워야지. 오지 않을 말이면 여물은 안 줄 거야.”
해월은 젖은 말고삐를 걷어 불 옆에 늘었다. 사신단의 말은 모두 눈길을 오래 달린 상태였다. 발굽 틈에 얼음이 끼었고 안장 아래의 털이 축축했다. 그녀는 출발 명이 나와도 오늘 다시 달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우진은 그 말을 역참 지휘관에게 옮겼다. 임백헌은 사신을 붙잡을 수 없다고 했으나 말을 죽여 보낼 수도 없었다. 오늘은 따뜻한 방과 숙식을 주고 내일 길이 열리면 보낼 예정이라 했다. 우진은 세 언어로 같은 말을 전했다.
동원의 세르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하류의 야몬은 본국에 날짜를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초원의 쿠란은 내일도 눈이 내리는지 물었다. 그 답을 듣고 우진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숙박 뒤에는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느냐는 물음이었다.
세르는 ‘떠난다’고 답했다. 야몬은 ‘길을 잇는다’고 했고, 쿠란은 ‘말이 움직이는 대로 간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귀환에 해당하는 단어를 피했다.
우진은 자신의 발음을 다시 확인했다. 네 언어를 익혀도 추운 방에서 혀가 굳으면 뜻이 달라졌다. 그는 더 천천히, 각 언어의 공손한 형태로 같은 질문을 했다. 세르가 잔을 들었고 야몬이 웃었으며 쿠란은 고삐를 고치러 밖에 나가겠다고 했다. 답은 똑같이 비켜 갔다.
임백헌이 우진을 불렀다.
“무엇을 그리 오래 묻느냐?”
“내일 어디로 갈지 확인 중입니다.”
“본국이지. 사신이 어디로 가겠나.”
우진은 장부의 빈칸을 봤다. 출발 방향은 역참이 다음 역에 보내는 말과 경비를 결정했다. 북으로 보내느냐 동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군사가 움직였다. 대답하지 않은 방향을 자신의 추정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그 말을 직접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공격 준비인가?”
임백헌의 눈이 좁아졌다. 우진은 붓을 내려놓았다. 침묵을 공격 신호라고 적는 순간 문밖의 국경 초소에 사람이 달려갔다. 그 보고를 되돌리는 데는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아직 모릅니다. 대답을 피한 것만 적겠습니다.”
지휘관은 한숨을 쉬었다. 사신 세 명을 같은 방에 앉히라는 명을 냈다. 서로의 답을 듣게 하면 더 빨리 정리될 것이라고 했다. 우진은 세 언어를 한 번씩 거쳐 말을 옮겼다. 그런데 같은 방에 모인 세 사람은 상대가 쓰는 말을 모르는 척했다. 교역어가 통하는 사람들도 자기 언어만 고집했다.
야몬이 궤짝을 침상 아래로 밀었다. 세르가 그것을 보고 모자 끈을 풀었다. 쿠란은 방 중앙이 아닌 출입문 곁에 앉았다. 우진은 물건 배치를 기록하지 않았다. 어느 나라의 관습인지 몰라 뜻을 붙일 수 없었다. 대신 직접 물었다.
“궤짝을 다른 방에 보관해 드릴까요?”
야몬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했다. 우진이 누군가의 물건인지 물으려 하자 세르가 기침했다. 대화가 끊겼다. 세르가 자신의 모자 아래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야몬에게 건넸다. 세 나라가 서로 처음 만난 것처럼 굴던 태도와 달랐다.
우진은 그 주머니를 가리키지 않았다. 길에서 함께 온 사이인지 먼저 물었다. 세 사신은 눈길 중간에서 만났다고 답했다. 만난 장소를 각자 다른 지명으로 말했지만 같은 다리를 가리켰다. 우진은 그 다리에 내일의 호송 인원을 보내면 되는지 확인했다. 이번에도 귀환이라는 단어 없이 물었다.
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몬은 ‘그곳까지’라고 말했다. 쿠란은 여섯 마리라는 수를 다시 말했다. 우진은 없는 두 말을 생각했다. 사신들의 이동은 본국으로 가는 단순한 일정이 아니었다.
식사 시간이 됐다. 역참 병사가 사신 세 사람과 수행원 아홉의 그릇을 가져왔다. 우진은 수를 세었다. 방에 앉은 사람은 열둘이었으나 수행원 한 명이 뜨거운 죽 두 그릇을 따로 옷 속에 넣었다. 우진과 눈이 마주치자 한 그릇을 내려놓고 나갔다.
우진은 문을 따라가려다가 사신들에게 내일 다리까지 가는 것으로 적어도 되는지 다시 물었다. 세 사람의 답을 각자 받아 기록했다. 적어도 역참의 군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막았다. 그런 뒤 밖으로 나갔다.
마당의 눈에 발자국이 깊었다. 죽을 들고 나간 수행원은 뒤쪽 헛간으로 갔다. 헛간은 비어 있어야 했다. 해월이 말 안장과 건초를 말리는 곳이었다. 우진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말 울음 대신 어린아이의 기침이 났다.
문을 연 것은 다리를 저는 마부였다. 그는 교역어로 빈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헛간 안에는 여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여인 둘, 아이 셋, 머리카락이 하얀 노인 한 명. 사신단의 인원표에는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발밑에 말 두 마리가 다리를 접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요?”
마부가 대답하려다가 숨을 삼켰다. 바로 세 사신이 귀환어 앞에서 보인 멈춤이었다. 우진은 같은 침묵이 같은 이유라고 결론짓지 않았다. 마부에게 당장 어디가 아픈 사람인지 물었다. 아이 하나의 발가락이 감각을 잃고 있었다.
그는 해월을 불렀다. 말 관리인은 사람들을 보고 욕부터 했다. 말도 제대로 말리지 않고 사람도 헛간에 숨긴 채 나라의 체면만 지켰냐는 말이었다. 그녀는 아이의 젖은 신발을 벗기고 말의 털을 문질렀다. 큰 말 하나가 힘없이 고개를 내렸다.
“이 말은 더 못 가.”
해월이 말했다. 마부는 그 말의 목을 끌어안았다. 우진은 지휘관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 설명 없이 이름 없는 사람 여섯을 신고하면 국경을 몰래 넘은 자들로 묶일 수 있었다. 그는 마부에게 역참 안으로 들어가 치료받기를 원하는지 먼저 물었다.
“들어가면 다시 넘겨집니까?”
마부의 질문에 우진은 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그것을 자신이 약속할 권한은 없었다.
“넘기지 않는다고 혼자 약속할 수는 없소. 치료는 요청하겠소. 누가 어디서 왔는지도 그 자리에서 직접 말할 수 있게 하겠소.”
노인이 렌의 옷자락을 잡고 무슨 말인지 물었다. 렌이 교역어를 모르는 노인에게 짧게 옮겼다. 우진은 그 번역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노인은 방에 들어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아이의 신발을 직접 벗겼다. 피난민을 도울 때도 대표 한 사람의 대답만 받아서는 안 됐다. 우진은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천천히 건넸다. 여인 한 명은 자기 이름은 치료 뒤에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그 순서를 장부의 빈칸에 남겨 뒀다.
마부는 오래 생각했다. 아이가 발을 감싸며 몸을 웅크리자 그는 이름을 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사신들과 함께 데리고 다리를 건넜고, 원래는 다음 마을로 보낼 예정이었다고 했다. 눈보라가 길을 막아 역참까지 따라왔다.
우진은 렌과 함께 임백헌에게 갔다. 지휘관은 피난민이라는 말을 듣자 이마를 짚었다. 사신들만 받아도 방이 부족했는데 사람 여섯과 말 두 마리가 늘었다. 우진은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면 아이와 말이 먼저 죽는다고 보고했다. 해월이 문 앞에서 상태를 직접 설명했다.
임백헌은 창고의 곡물 수를 물었다. 오늘 밤까지는 먹일 수 있었다. 내일은 새 운송대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창고 옆방을 임시 치료실로 쓰라 명하고, 사신들에게 이 사람들의 소속을 확인하라고 했다.
우진은 세 사신을 다시 만났다. 헛간의 사람들을 발견했다고 말하자 세르는 모자를 내려놓았고 야몬은 궤짝을 끌어당겼으며 쿠란은 문 쪽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다. 우진은 누구의 백성이냐고 묻지 않았다. 각자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 물었다.
세르는 다리까지 함께 간다고 했다. 야몬은 명단을 보관한다고 했고 쿠란은 말을 맡았다고 말했다. 사람을 받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우진은 세 답을 기록하며 비로소 그들이 피하는 낱말의 무게를 봤다. 떠난다는 말에는 책임이 없었지만 귀환한다는 말에는 누가 받느냐는 질문이 따라왔다.
“오늘 밤 치료와 숙박에 반대합니까?”
그가 물었다. 세 사신은 차례로 아니라고 답했다. 우진은 바로 그 문장에 서명해 달라고 했다. 본국의 조약이 아니라 오늘 역참에서 사람 여섯을 살리는 일을 기록하자는 말이었다. 야몬은 궤짝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단이 안에 있습니까?”
야몬이 대답하기 전에 궤짝 아래서 금속 긁는 소리가 났다. 새로 긁힌 선 하나가 바닥을 가로질렀다. 누군가 안쪽의 작은 칸을 열었거나 닫은 흔적이었다. 우진은 손을 대지 않고 그 소리를 사신들에게 확인시켰다.
세르가 처음으로 교역어를 썼다.
“그 안에 적힌 이름을 병사에게 먼저 주지 마시오.”
우진은 그 말을 자신의 언어로 임백헌에게 전달할 준비를 했다. 번역할 말은 늘어났지만 아직 귀환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오늘 밤 필요한 것은 그 단어를 억지로 말하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 여섯이 방 안에서 자기 이름을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문 하나를 여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