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한 꽃으로 전설의 포션을 만든다

3화: 약방에 온 종자 밀수꾼
종자상은 해가 뜨기 전에 약방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람은 다온이었다. 회색 작업복 남자가 표본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안에는 청광화의 말라붙은 꽃잎과 검은 씨앗 몇 알이 담겨 있었다.
“이 표본은 어디서 났죠?” 해랑이 물었다.
“매입한 겁니다. 원종 확인을 위해 왔어요.”
“보호구역에서 채취했나요?”
“보호구역이 아니었습니다. 고가 아래 공사 현장에서 발견했어요.”
다온은 표본 상자의 흙을 확인했다. 고가의 콘크리트 틈에서 묻어 온 회색 가루였다. 안에는 꽃가루를 옮기는 밤나방의 날개 조각도 섞여 있었다.
“이건 자연 채집이 아니에요. 뿌리째 가져오셨죠?”
남자는 서류를 꺼냈다. “현장 소유자가 채취를 허가했습니다. 이 종은 멸종한 것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발견된 개체는 발견자 소유가 맞습니다.”
해랑은 서류를 받지 않았다. “등록상 멸종은 야생에 남은 개체가 없다는 뜻이지, 땅을 가진 사람이 생태계를 소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면 약방이 복원에 성공한 씨앗은 누가 소유하죠?”
백련이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남자의 상자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당신들 회사가 채취한 씨앗은 돌려줘야 해.”
“어디서 가져왔는지 공개하지 않으면 돌려줄 수 없습니다.”
“그럼 조사기관에 넘기세요.” 해랑이 말했다. “표본 기록과 현장 주소를 함께 공개하세요.”
남자는 상자 뚜껑을 닫았다. “회사에서 이 꽃의 약효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치료제 독점 계약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청광화는 치료제가 아니에요.” 다온이 말했다. “밤의 윤곽을 잠깐 선명하게 해 주고, 빛을 오래 보면 잔상이 남아요.”
“그 부작용도 해결하면 되겠죠. 약방에서 만든 포션의 제조법을 넘기십시오. 대가로 세 분의 연구비와 온실을 제공하겠습니다.”
백련은 거절하려 했지만 다온이 먼저 물었다. “온실을 지으면 야생 개체도 지킬 수 있어요?”
“우선 약방의 종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씨앗은 이미 뿌려졌나요?”
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표본집의 빈 페이지를 바라봤다. “복원 기록을 확인해야 하니 언니의 연구 노트를 봐도 되겠군요.”
“그 책은 약방 소유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발견한 표본의 출처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자에 남은 지도를 읽으면 되죠.”
그 남자는 약방 안으로 들어와 표본 상자를 작업대 위에 놓았다. 다온은 문을 닫지 않았다. 종자상 직원 두 명이 뒤따라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랑이 문 앞에 섰다.
“조사 협조를 거부하는 겁니까?” 남자가 물었다.
“조사에는 협조할게요. 하지만 표본집은 보여 줄 수 없어요.”
“발견한 꽃을 기록한 연구 자료라면 계약 대상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적 없습니다.”
남자는 가죽 장갑을 벗었다. “약방의 복원 포션은 회사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원종 채집은 회사가 먼저 했으니까요.”
백련이 반 걸음 나왔다. “언제, 어디서 채집했지?”
“그 정보는 보안 사항입니다.”
“그럼 당신들은 원종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는 뜻이야.”
남자는 표본 상자를 다시 닫았다. 해랑은 사진을 찍으며 상자 바닥의 회색 흙과 날개 조각을 기록했다. “조사 번호가 부여됐습니다. 지금 상자를 옮기면 절차를 방해하는 걸로 남습니다.”
“당신이 조사관이라는 이유로 개인 재산을 압수할 수는 없습니다.”
“압수하지 않았어요. 임의 제출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거부하면 거부했다고 기록하겠습니다.”
남자가 다온에게 다가왔다. “그 책의 빈 페이지에 좌표가 있겠군요. 원종을 찾으면 회사가 재배권을 확보할 수 있어요. 약방은 포션 판매 수익을 나누면 됩니다.”
“언니가 찾은 장소는 수익을 나누기 위한 곳이 아니었어요.”
“죽은 언니의 의도를 당신이 어떻게 압니까?”
“저도 몰라요. 그래서 책을 읽고 있어요.”
다온은 표본집을 가슴 쪽으로 당겼다. 남자의 손이 책으로 향하자 백련이 그 사이에 섰다. “그만하시오.”
“이건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돌려받는 겁니다.”
“아니요. 이 책은 내 제자가 보관하던 가족 기록입니다.”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럼 당신이 이 표본을 채취했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까?”
백련의 손이 굳었다. “나는 꽃잎을 채취했다. 뿌리와 씨앗을 가져오진 않았어.”
“언제요?”
“기억하지 못한다.”
그 답은 남자에게 유리한 구실을 줬다. 다온은 표본집의 좌표 압흔과 상자 점 배열을 나란히 놓았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기록이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점 배열은 언니가 쓰던 표기예요. 누군가 표본집의 암호를 복사했어요.”
그가 서류를 내밀었다. 표본 상자에는 바코드 대신 작은 점들이 찍혀 있었다. 다온은 그 점 배열을 알아봤다. 언니가 서식지 좌표를 기록할 때 쓰던 방식이었다.
“이 표본은 누군가 약방 기록을 복사해서 채취한 거예요.”
“그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다온은 표본집을 품에 안았다. 책의 빈 페이지가 압흔을 드러냈다. 그녀는 종이를 등 뒤에 두고 빛에 비췄다. 지워진 좌표는 고가 아래가 아니라 배수관 반대편이었다. 창고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해랑 조사관, 표본의 꽃가루가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실험실로 가져가야 해.”
“그 전에 씨앗을 분리하면 안 돼요. 상자 흙과 날개 조각을 따로 봉인해 주세요.”
남자는 상자를 당겼다. “회사 자산입니다.”
“그 표본이 불법 채취라면 조사 전까지 이동하면 안 돼요.” 해랑이 앞을 막았다. “지금 가져가면 증거 훼손으로 기록하겠습니다.”
“공무원 권한을 남용하는군요.”
“저는 조사를 시작한다고 알렸습니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않았어요.”
다온은 약방의 작은 온실로 들어가 전날 복원한 씨앗 주머니를 꺼냈다. 씨앗은 세 알뿐이었다. 하나는 온실의 화분에 심지 않았고, 하나는 약병을 만드는 동안 쓰지 않았다. 마지막 한 알은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그걸 회사에 넘기면 연구비를 받을 수도 있어.” 백련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서식지를 모르는 채 재배용 종자로 만들겠죠.”
“그럼 씨앗을 어디에 심을 거야?”
“고가 아래만은 아니에요. 한 곳이 철거되면 종이 다시 사라질 수 있어요.”
다온은 해랑에게 연락해 동네 공동 정원과 폐온실의 위치를 물었다. 두 곳은 서로 다른 고도와 습도를 가지고 있었다. 청광화의 생태를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장소에 독점된 채 사라지는 건 피할 수 있었다.
“씨앗을 나누면 원종이 섞일 수 있어.” 해랑이 경고했다.
“각자 따로 심고 기록하면 비교할 수 있죠.”
“실패하면 세 알을 다 잃어.”
“한 곳에 숨겨 두면 언젠가 또 누가 가져갈 거예요.”
백련은 오래된 향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언니도 그렇게 말했어. 내가 가진 한 알을 나눠 심자고.”
“왜 안 나눴어요?”
“그때는 내가 원종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를 지키려다 서식지를 잃었지.”
다온은 씨앗 한 알을 백련에게 건넸다. “이번엔 같이 결정해요.”
해랑은 보호구역의 바닥에 표시선을 긋고,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틈을 세 곳 골랐다. 그중 하나는 차가운 벽 아래, 하나는 낮은 배수로 옆이었다. 다온은 씨앗을 한 곳에 몰아 심지 않고, 각 장소의 토양을 작은 표본병에 담았다.
“여기서 싹이 나면 철거팀이 또 막을 수 있어요.” 해랑이 말했다.
“그러면 그때는 주민들이 함께 봐야죠. 꽃이 자라는 곳을 혼자 숨기는 것보다, 누가 어떻게 돌보는지 기록해 둘게요.”
백련은 자기 약방의 표본장에서 유리 덮개를 꺼냈다. “첫 싹이 나오면 이걸 여기 놓자. 햇빛은 통과시키고 작업자 손은 막을 수 있어.”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어요?”
“이런 덮개가 꽃을 보호한다고만 생각했어. 곤충이 못 들어오면 씨앗이 맺히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
다온은 유리 덮개의 한쪽을 열어 둔 채 흙을 다졌다. 나방이 드나들 작은 틈을 남기자 백련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첫 씨앗을 약방의 작은 화분이 아니라 고가 아래의 틈에 심었다. 두 번째 씨앗은 공동 정원에 맡기고, 세 번째는 폐온실의 관리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다온은 포션 제조법을 기록하되, 씨앗의 좌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종자상은 표본 상자를 가져가지 못했다. 해랑은 현장 조사 번호를 부여하고, 남자는 회사에 돌아가 검토하겠다고 했다.
“독점 계약은 아직 유효합니다.” 그가 문을 나서며 말했다. “씨앗이 꽃을 피우면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꽃을 소유하려고 오지 마세요.” 다온이 답했다.
남자가 떠난 뒤, 백련은 표본 상자를 열지 않았다. 해랑은 조사에 필요한 사진을 찍고 씨앗의 상태를 기록했다. 다온은 고가 밑에서 꽃이 닫힌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백련의 얼굴을 기억한 게 아니라, 그녀가 들고 있던 오래된 원종 향을 알아봤다. 꽃은 사람을 기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함께 살던 생태를 기억했다.
“그럼 언니가 남긴 좌표는 어디로 이어져요?” 해랑이 물었다.
다온은 압흔을 다시 비췄다. 배수관 끝에는 종자상 창고의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언니가 왜 그곳에 갔는지는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다온은 표본집의 압흔을 다시 확인했다. 빈칸은 여전히 남았다.
약방 유리문 밖에서 작은 날개가 스쳤다. 고가 아래로 가는 밤나방 한 마리가 새벽빛에 잠시 멈췄다가, 창고 방향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