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서 박자를 맞추는 법

1화: 첫 합동 패들
윤태경의 패들이 물을 때리는 순간, 카누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앞자리에 앉은 배로아는 몸을 낮춰 급류의 물살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오른쪽 바위 뒤에 생긴 소용돌이를 가리켰다. “왼쪽으로 두 번, 그다음 멈춰요!”
태경은 두 번 저었다. 하지만 두 번째 스트로크가 늦었다. 카누는 원하는 쪽으로 돌지 않고 바위 옆면을 긁었다. 선체가 흔들렸다. 로아는 패들날을 물속에 깊이 넣어 배를 세웠다.
“왜 멈추라고 했어요?” 태경이 소리쳤다.
“바로 아래에 얕은 턱이 있어요. 속도를 줄여야 해요.”
“속도를 줄이면 물살에 옆으로 밀려요.”
“지금은 밀리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바닥에 걸릴 수 있어요.”
태경은 다시 패들을 저었다. 그 순간 오른쪽 어깨에서 뻐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스트로크를 끝냈다. 뒤쪽 추진이 세지자 카누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얕은 물에 걸렸다.
두 선수는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태경은 카누를 밀면서 어깨를 감췄다. 로아는 그가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걸 보았지만, 바로 묻지 않았다.
훈련장 가장자리에서 코치 마준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배부터 빼. 그 다음에 얘기하자.”
로아는 선체에 끼인 돌을 살폈다. 태경은 반대편을 들어 올리려다 어깨를 움찔했다. 결국 로아가 혼자 힘을 더 보태 카누를 모래턱으로 밀었다.
“첫 훈련부터 배를 걸리게 해서 미안해요.” 태경이 말했다.
“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두 번째 스트로크가 늦었어요.”
“당신 신호가 너무 빨랐어요.”
“제가 물살을 읽고 말했을 때 당신은 이미 패들을 내리고 있었어요.”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로아는 무전기를 꺼내 코치에게 상황을 알렸다. 태경은 젖은 손으로 구명조끼의 버클을 만지작거렸다.
“누가 먼저 물에 들어갈지는 제가 정할게요.” 로아가 말했다. “구조 경험이 있으니까요.”
“우린 구조팀이 아니라 선수예요.”
“맞아요. 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게 코스를 읽어야죠.”
마준은 두 사람에게 마른 수건을 던졌다. “새 파트너라고 바로 호흡이 맞을 거라 생각하지 마. 서로의 말을 듣고도 왜 그 신호를 줬는지 모르면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수위표를 보여 줬다. 강의 수위는 평소보다 12센티미터 높았다. 유속은 훈련 기준 안이었지만, 급류 초입의 얕은 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오늘은 코스를 줄이자.” 마준이 말했다. “상류 세 번째 게이트까지만 연습하고, 그 아래는 구조요원이 표식을 다시 확인할 때까지 접근하지 마.”
태경은 수위표를 보았다. “선발전 코스 전체를 연습해야 합니다.”
“훈련 중 부상하면 선발전은 더 멀어져.”
“저는 괜찮습니다.”
마준은 태경의 어깨 테이프를 바라봤다. “괜찮다는 말은 진단이 아니야. 재활 기록을 가져와.”
태경은 말없이 구명조끼 끈을 조였다. 로아는 그가 어깨를 쓰지 않으려 패들을 몸 가까이 붙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두 번째 스트로크 때 어깨가 올라갔어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신호를 빨리 줬다 해도, 그 힘이 한쪽으로 쏠렸어요.”
태경은 시선을 돌렸다. “재활 중이라 그렇습니다. 조금 더 훈련하면 괜찮아져요.”
“어깨가 아픈데 훈련을 늘리면?”
“그건 제가 판단할 겁니다.”
로아는 손바닥의 오래된 로프 자국을 쓸었다. 구조대 시절에도 다친 사람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말을 듣고도 물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태경은 구조 대상자가 아니라 자기 파트너였다.
“그럼 오늘부터는 통증도 신호로 말해요. 통증이 오면 ‘느림’이라고 외치고, 제가 패들을 멈출게요.”
“그렇게 하면 기록은 나빠집니다.”
“통증을 감추면 배가 다시 걸려요. 그때는 기록도, 어깨도 잃을 수 있어요.”
마준이 끼어들었다. “로아 말이 맞다. 통증 신호는 경기 전술에 포함시켜.”
태경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해 봅시다.”
두 사람은 다시 카누에 올랐다. 이번에는 로아가 오른쪽 물살을 읽고 세 번 손가락을 접었다. 태경은 패들을 움직이지 않고 신호를 기다렸다.
“둘, 하나, 지금.”
둘은 동시에 물을 밀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첫 스트로크에서 선체가 왼쪽으로 돌았지만, 다음 스트로크는 맞물렸다. 로아가 “멈춤”을 외치자 태경은 즉시 패들을 수면에 눕혔다. 배가 소용돌이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그들은 얕은 돌을 피해 좁은 수로로 들어갔다. 속도는 느렸지만 카누가 흔들리지 않았다. 태경은 기록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우린 많이 늦었네요.”
“하지만 한 번도 걸리지 않았어요.” 로아가 말했다.
“선발전은 기록으로 순위를 정합니다.”
“기록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배를 온전하게 유지해야 해요.”
태경은 더 말하지 않았다. 결승선 역할을 하는 붉은 부표 앞에서 배를 멈췄다. 로아는 패들을 물 밖으로 꺼냈다. 둘 사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때 코스 기록원 소정이 무전으로 알렸다. “상류의 세 번째 표식이 떠내려갔어요. 물살에 걸려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마준이 곧바로 답했다. “훈련 중단. 선수들 하류 안전지점으로 이동해.”
태경은 멀리 떠다니는 붉은 표식을 보았다. 그 표식이 사라지면 다음 주 선발전 코스도 달라질 수 있었다. 그는 패들을 다시 쥐었다.
로아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코치가 중단하라고 했어요.”
“표식이 하류로 가면 누군가 맞을 수 있어요.”
“구조팀이 회수할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요?”
태경은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갈게요.”
로아는 그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우린 둘이 타는 팀이에요. 혼자 가겠다고 말할 수 없어요.”
카누는 강의 가장자리에서 흔들렸다. 훈련은 끝났지만, 표식은 계속 물살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로아는 태경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구조팀을 기다려요. 당신 어깨는 이미 아까부터 굳어 있어요.”
태경은 팔을 비틀어 빼려다 통증에 숨을 멈췄다. 로아가 그 표정을 보고 손을 풀었다. 그녀는 억지로 붙잡는 대신 무전기를 들었다.
“기록원, 표식 위치가 보이나요?”
소정의 목소리가 잡음 사이로 들렸다. “하류 첫 번째 바위섬 쪽이에요. 구조요원이 우회해서 접근 중입니다. 선수들은 훈련 구역으로 돌아가세요.”
표식은 물살에 휘말려 바위 사이를 통과했다. 구조요원이 도착하기 전에 걸리면 회수하기 쉬워질 수 있었지만, 바위가 표식을 찢거나 구조원의 발을 잡을 수도 있었다. 태경은 노를 놓지 않은 채 기다렸다.
“우리가 쫓아가면 도울 수 있어.”
“배를 위험선 안에 넣지 않고 할 방법이 있으면요.” 로아는 말했다.
태경은 강가의 얕은 자갈턱을 가리켰다. “거기서 안전줄을 걸고, 내가 배를 붙잡을게요. 당신이 노로 표식을 끌어당겨요.”
“그건 구조팀도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배를 움직이면 더 빨리 잡을 수 있어요.”
로아는 물살을 살폈다. 표식은 바위섬을 돌아 느린 소용돌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무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수위와 위치를 구조팀에 먼저 알리고, 허락받아야 해요.”
태경의 턱이 단단해졌다. “그 사이에 표식이 떠내려가면요?”
“코스 안전이 우선입니다. 제가 구조대에서 배운 건 물살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태경은 그 말을 싫어하면서도, 아까 바위에 배를 걸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로아가 물을 읽지 않았다면 선체가 옆으로 뒤집혔을 것이다. 그는 패들을 내려놓았다.
“좋아요. 무전해요.”
소정은 구조팀에 위치를 전달하고, 두 선수에게 자갈턱 바깥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구조요원은 안전줄을 양쪽 바위에 걸고 물가로 들어갔다. 표식이 느린 소용돌이에 걸렸을 때, 로아는 노끝으로 밧줄 고리를 밀어 올렸다. 태경은 카누의 뱃머리를 물살에 비스듬히 맞췄다. 이번에는 힘을 주지 않고 배가 흐르는 각도를 유지했다.
“지금 당겨요.” 태경이 말했다.
로아가 노를 한 번 길게 저었다. 표식의 끈이 걸렸다. 구조요원이 밧줄을 당겨 물가로 끌어냈다. 붉은 천은 찢어졌지만, 안쪽의 반사판은 멀쩡했다.
“회수했습니다.” 무전에서 소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수들은 대기 지점으로 복귀하세요.”
태경은 비로소 어깨를 움켜쥐었다. 로아가 구급주머니를 가져와 테이프 끝을 살폈다. “통증 신호를 말하기로 했죠.”
“지금 말하면 훈련이 중단될까 봐—”
“훈련은 이미 끝났어요.”
그는 고개를 숙였다. “느림.”
로아는 그의 어깨를 움직이지 않게 받쳤다. “좋아요. 오늘은 더 젓지 말아요.”
“기록은요?”
“오늘의 기록은 표식을 잃지 않고, 다친 사람도 더 만들지 않은 거예요.”
태경은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배를 끌어올리는 동안 둘은 노를 번갈아 들었다. 같은 박자로 걷자 무거운 선체가 자갈 위를 조금씩 미끄러졌다. 태경은 자기 팔에 힘을 주려 했지만, 로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손잡이만 받쳤다.
마준이 대기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표식 회수는 잘했어. 하지만 승인 전엔 선수들이 구조선에 들어가면 안 된다.”
“우린 안전턱 안쪽에 있었습니다.” 로아가 말했다.
“그건 네가 판단한 거야. 다음에는 먼저 무전해.”
태경은 붕대를 감은 어깨를 내렸다. “제가 서둘렀습니다. 로아가 멈춰 세웠어요.”
마준은 그를 바라보다 수위표를 접었다. “그럼 내일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두 사람이 코스 신호를 정해. 속도를 올릴 신호, 멈출 신호, 그리고 통증 신호.”
로아가 물었다. “구조요원이 없을 때는요?”
“그때도 같은 기준을 써. 안전선에 닿으면 기록보다 먼저 중단한다.”
태경은 출전 게시판을 올려다봤다. 예선 날짜까지 열흘 남아 있었다. “그 신호를 익히면 아직 선발전에 나갈 수 있습니까?”
“진단을 먼저 받아. 그다음에 결정하자.”
카누를 정비대에 고정할 때, 로아는 젖은 패들을 닦았다. 손바닥의 로프 자국이 물에 젖어 하얗게 일어났다. 태경은 그 자국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구조대에서 왜 그만뒀어요?”
로아는 대답 대신 패들의 갈라진 부분을 손톱으로 눌렀다. “그 이야기는 강에서 물어봐요. 땅에서는 내가 뭘 두려워하는지 말하기 어려워요.”
그녀는 패들을 걸었다. 태경은 더 묻지 않았다. 첫 훈련은 끝났지만, 두 사람이 맞춰야 할 박자는 물살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