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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아래에서 세 번 두드렸다1화

우물 아래에서 세 번 두드렸다

우물 아래에서 세 번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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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마른 우물의 노크

한미소는 우물 안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한 번 더 해 볼까요?” 촬영 감독 태민이 카메라를 세웠다.

“이번엔 가까이 가지 마.” 미소는 현장음 기사를 맡은 주원을 돌아봤다. “마이크는 어디까지 들어갔어?”

주원은 붐 마이크를 우물 가장자리에서 1미터 떨어뜨려 두었다. 산사태 뒤 폐쇄된 마을은 지도에서 지워졌고, 집들은 지붕이 내려앉았다. 공동 우물만 돌 테두리가 남아 있었다. 물은 십수 년 전에 말랐고, 내부는 낙엽과 진흙으로 막혀 있어야 했다. 미소의 채널은 폐촌의 소리를 기록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이번 탐사도 조회수를 기대했지만, 옥례 할머니는 카메라를 우물 쪽으로 향하지 말라고 했다.

“들어가서 찍지 마라.” 옥례는 지팡이로 길을 막았다. “목소리를 들으면 대답하지 말고.”

“무슨 목소리요?” 태민이 웃었다.

“네가 제일 듣고 싶은 목소리.”

옥례의 집은 마을 입구에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 남은 마지막 주민이었다. 미소는 어릴 때 이 마을에서 살았고, 동생 도윤이 실종된 뒤 어머니와 떠났다. 우물은 가족의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미소는 그 근처에 동생이 마지막으로 놀았던 정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녀는 그 기억을 영상에 넣지 않았다. 탐사는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조작처럼 보일 수 있었다.

태민은 그 말을 듣고 카메라를 낮췄다. “이번 영상은 네 가족 얘기 안 해도 돼. 소리만 담자.”

“고마워.”

“대신 나도 내 얘기 안 할 거야.”

주원은 우물 둘레의 돌을 살폈다. 이끼가 없어야 할 곳에 젖은 자국이 있었다. 주변은 말라 있었고, 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 게인을 낮추고 녹음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뿐이었다. 태민이 돌을 세 번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우물 안으로 떨어졌다. 돌아오는 울림은 없었다.

미소는 이어폰을 벗으려 했다. 그때 노크가 들렸다. 똑, 똑, 똑. 누군가 안쪽 벽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였다. 바람은 잠잠했고, 우물 안은 빛이 닿지 않을 만큼 깊었다. 주원은 녹음 파형을 확대했다. 세 번의 소리 뒤에 아주 짧은 숨이 하나 있었다.

“기계 잡음일 거야.” 태민은 다시 우물에 다가갔다.

옥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대답하지 마.”

“제가 두드렸잖아요.”

“네가 두드린 뒤에 누가 답했지?”

태민은 팔을 빼냈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죠.”

미소는 구조 로프를 가져오려 했지만, 주원은 우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말렸다. 그는 음향 측정기를 돌테두리에 놓았다. 반사음의 시간은 깊이 18미터에 해당했다. 바닥까지는 26미터였다. 중간에 공간이 하나 더 있을 수 있었다. 오래된 우물의 지반이 꺼졌거나, 아래에 빈 굴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었다.

옥례는 우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미소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내가 젊었을 때도 세 번 들었어. 남편이 안에서 불렀는데, 내가 이름을 불러 줬지. 다음 날 남편은 집에 돌아왔지만 내 딸이 사라졌어.”

“그럼 할머니 남편은 살아서 돌아온 거예요?”

“몸은 돌아왔어. 목소리는 그 안에 남았고.”

미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옥례의 손등이 떨리는 걸 봤다. 태민은 카메라를 껐다. 영상이 찍히지 않는 동안에도 녹음은 계속됐다. 그는 우물에 대고 “거기 누구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태민은 옥례에게 계속 질문했다. 옥례는 대답하지 않고 집 문을 잠갔다. 주원은 녹음 파일을 들으며 걷다가 멈췄다. 세 번의 노크 뒤에 사람의 숨이 있었다. 그 숨은 녹음실의 마이크가 아니라, 미소의 목소리와 같은 주파수였다.

“이거 네 숨소리야?”

“아니.”

그녀는 파일을 이어폰으로 다시 들었다. 숨 뒤에 말이 있었다. “미소야.”

목소리는 동생 도윤과 달랐다. 그러나 자기 목소리와 똑같았다. 미소는 장비를 끄라고 했고, 태민은 배터리를 뽑았다. 화면은 꺼졌지만 녹음기의 표시등은 계속 켜져 있었다. 주원이 메인 전원을 분리했다. 표시등이 꺼질 때, 우물 안쪽에서 마지막 노크가 한 번 더 울렸다.

그날 밤 미소는 옥례의 집에서 잤다. 태민은 장비를 차에 옮겨 두고 혼자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 2시 13분, 미소는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 바깥의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미소야, 문 좀 열어.”

그녀는 문고리를 잡지 않았다. 옥례가 잠결에 일어나 미소의 손목을 붙들었다. “누가 불러도 이름을 돌려주지 마.”

밖의 목소리는 세 번 더 불렀다. 마지막에는 동생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누나, 나 아직 추워.”

미소는 문 앞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창문 밖 마당에서 태민의 카메라가 저절로 켜졌다. 화면에는 우물 앞에 선 사람이 찍혀 있었다. 그 사람의 얼굴은 미소와 똑같았다.

미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옥례의 손이 손목을 붙든 채 굳어 있었다. 밖의 목소리는 한 번 더 이름을 불렀고, 점점 어머니가 미소를 부르던 억양을 흉내 냈다. “미소야, 밥 먹어.” 그 말은 집 안의 오래된 기억에서 온 것처럼 따뜻했다. 미소는 부엌 식탁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아프기 전, 마지막으로 직접 차려 준 저녁이었다. 그녀는 당시 집에 오지 못했고, 전화로만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 엄마 같아요.”

“그럴수록 대답하지 마.” 옥례가 말했다.

주원은 마당 창문으로 카메라를 내밀었다. 화면의 미소는 우물 앞에 서서 문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다. 실제 미소는 방 안에 있었다. 카메라의 자동 추적이 얼굴을 잡고 움직였지만, 나뭇가지 그림자처럼 초점이 맞지 않았다. 태민의 카메라는 움직이는 사람을 따라가다가 우물 테두리에서 멈췄다.

주원은 창문을 열지 않고, 카메라의 줌만 당겼다. 우물 곁에 서 있는 사람의 발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그 사람은 화면 속에서 미소의 얼굴을 들었다. 카메라가 초점을 잃고 꺼졌다. 주원은 장비를 끌어당겼다. 케이블에 젖은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옥례는 집 안의 모든 거울과 유리창을 천으로 가렸다. “우물은 물이 없어도 소리를 담아. 우리가 잊으려고 한 말을 모아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왜 우리를 부르죠?” 태민이 사라졌다면 답할 수 없었다.

“사람이 먼저 듣고 싶어 하니까.”

미소는 자신이 촬영을 시작한 이유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동생이 사라진 장소를 찾으려 했지만, 영상에서는 늘 폐가와 버려진 물건만 보여 줬다. 시청자가 증가한 뒤에는 기괴한 소리와 금지된 장소를 찾아다녔다. 태민은 위험한 촬영을 여러 번 말렸지만, 미소는 구독자들이 진짜 이야기를 원한다고 했다. 지금도 태민을 구하려는 마음과, 이번 사건이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올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주원은 녹음 장비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여러 복사본으로 나눴다. 원본은 보존하고, 다른 하나는 소리를 분리해 분석하려 했다. 우물에서 나온 목소리는 태민의 것처럼 들렸지만, 숨이 없었다. 그는 미소에게 이어폰을 건네지 않고, 파형만 보여 줬다. 세 번 노크 뒤에 0.7초의 무음이 있었다. 그 공백은 소리를 삼킨 구간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소리가 끊긴 구간이었다.

새벽에 문 밖의 발소리가 현관 앞에서 멈췄다. 누군가 신발을 벗는 소리가 났다. 태민은 늘 현관에서 등산화를 벗고, 발뒤꿈치를 두 번 털었다. 미소는 그 작은 습관을 기억했다. 바깥에서 같은 소리가 두 번 났다. 옥례는 미소의 손에 찻잔을 쥐여 줬다. 찻잔의 온기는 그녀를 방 안에 붙잡았다.

“문을 열면 태민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옥례는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민이 돌아온다면,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알아볼 거야.”

그 말에 미소는 문에서 두 걸음 물러났다. 발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신 창밖에서 태민의 카메라 화면이 켜졌다. 우물 앞의 가짜 미소가 렌즈를 향해 웃었다.

옥례는 카메라를 내려놓으라고 했지만, 미소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짜 미소는 창문 너머로 한 발 다가오더니, 손가락 세 개를 유리에 댔다. 유리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차가워졌다. 실내의 김이 바깥면이 아니라 방 안쪽에 맺혔다. 주원은 전원을 꺼 둔 녹음기의 배터리를 확인했다. 배터리는 빠져 있었고, 메모리 카드도 없었다. 그런데 녹음 파형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미소는 장비를 천으로 덮었다. 화면 속 인물은 천 아래에서도 움직였다. “누나, 이번엔 대답해.” 동생의 목소리가 섞였다. 미소는 그 목소리를 듣고도 입술을 열지 않았다. 어릴 때 자신이 동생의 부름을 외면했던 장면이 되살아났다. 그날 그녀는 친구와 놀고 있었고, 도윤은 마당에서 혼자 우물 쪽으로 갔다. 미소는 동생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

옥례는 미소가 문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창문에서 그녀를 떼어 놓았다. “네가 대답하지 않은 건 죄가 아니야. 아이가 부르는 소리가 맞는지 확인할 수 없었잖아.”

“그래도 두고 왔어요.”

“너는 그때 아이였어.”

주원은 화면을 녹화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메모리 카드를 회수하고 카메라를 천으로 감싸 상자에 넣었다. 렌즈가 가려지자 화면의 움직임은 멈췄다. 하지만 창문 바깥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가짜 미소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새벽까지 문에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옥례는 한 번도 잠들지 않았다. 그녀는 젊은 시절 잃어버린 딸의 이름을 소리 내지 않았다. 미소는 동생의 이름을 입 안에서만 되뇌었다. 아침이 오자 창문에는 손자국이 사라지고, 안쪽 바닥에 젖은 흙이 한 줌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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