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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베테랑, 고교 야구부터 다시 시작합니다8화

40세 베테랑, 고교 야구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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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자율 훈련의 기준

잠실구장 복도는 우승 뒤의 열기로 끓고 있었다.

청원고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건 채 트로피 앞에 모였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다가 목이 쉬었다. 강두식 감독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여전히 경기 중인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백승진은 포수 장비 가방의 지퍼를 먼저 잠갔다.

"백승진 선수! 장도혁의 슬라이더를 노린 겁니까?"

"결승전에서 포수 리드와 타격을 동시에 지배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고교생답지 않은 판단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자들의 마이크가 턱밑까지 올라왔다.

승진은 목에 걸린 메달을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 차가운 금속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전생에서 끝내 손에 넣지 못했던 무게였다.

"노렸다기보다 끝까지 봤습니다."

기자들의 펜이 움직였다.

"그리고 우리 투수들이 낮게 던져 줬습니다. 현우 선배가 버텨 줬고 태섭이 형이 마무리했습니다. 포수는 그 공을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천재라는 말을 뽑아내려던 기자들의 표정이 조금 허전해졌다. 그러나 승진은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 들뜬 말은 기사 제목이 되기 쉽고 제목은 선수의 등을 밀어 절벽으로 보낸다.

복도 끝에서 외국인 두 명이 보였다.

양복 차림의 사내들은 기자들 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승진의 어깨와 허벅지 그리고 손목을 훑었다. 한 명은 수첩에 짧게 무언가를 적었다.

결승전 VIP석에서 스카우팅 리포트에 붉은 동그라미를 치던 사람들이다.

승진은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전생의 그는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너무 빨랐다.


학교로 돌아온 다음 날 운동장에는 우승 현수막이 걸렸다.

교문 앞에는 지역 신문 기자와 학부모가 몰려 있었다. 교실 복도에서도 승진의 이름이 들렸다. "고교생의 탈을 쓴 베테랑"이라는 표현이 벌써 신문 한구석에 박혀 있었다.

승진은 그 문장을 보고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전원 집합!"

강두식의 목소리가 운동장을 갈랐다.

선수들이 줄을 맞춰 섰다. 현우는 왼쪽 어깨를 천천히 돌렸고 태섭은 허리를 한 번 두드렸다. 우승의 흥분은 남아 있었지만 몸은 아직 대회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두식이 호루라기를 목에 걸었다.

"우승했다고 끝난 거 아니다. 전국체전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오늘은 운동장 스무 바퀴로 시작한다. 그다음 특타 들어간다."

몇몇 선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승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감독님. 오늘 스무 바퀴 돌리면 내일 기술 훈련이 죽습니다."

강두식의 눈썹이 꿈틀했다.

"우승 한 번 했다고 네가 감독이냐?"

"아닙니다. 그래서 보고드립니다."

승진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밤새 손으로 적은 훈련표였다.

"현우 선배는 회복조입니다. 튜빙 열다섯 분과 하체 착지 드릴만 합니다. 캐치볼은 쉰 개 이하로 낮게만 갑니다."

현우가 놀란 눈으로 승진을 봤다.

"태섭이 형은 투수 전환 보강조입니다. 메디신볼 회전 드릴과 짧은 거리 제구. 야수조는 전력 질주 대신 10미터 스타트와 정지 동작. 포수조는 송구보다 고관절 가동성부터 봅니다."

강두식이 종이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

"웨이트 몇 번 하고 스트레칭 좀 한다고 야구가 느냐?"

"스무 바퀴로도 안 늡니다."

운동장이 조용해졌다.

승진은 강두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피로한 몸으로 오래 뛰면 버티는 법만 배웁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세게 버티는 몸이 아닙니다. 같은 힘으로 더 늦게 무너지는 몸입니다."

강두식의 입술이 굳었다.

그 얼굴에는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현우를 52구로 내렸던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정신력이 모자라다고 몰아붙였을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우승을 만들었다.

"사흘."

강두식이 낮게 말했다.

"사흘 안에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원래대로 간다."

승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승진은 운동장을 세 구역으로 나눴다.

외야 펜스 앞은 투수조였다. 현우는 고무 튜빙을 잡고 팔꿈치가 몸통에서 벌어지지 않게 당겼다. 처음에는 어깨가 먼저 올라갔다.

"팔로 당기지 마요. 등으로 잡아당깁니다."

"등으로 공을 던지는 거냐?"

"팔은 마지막에 따라오는 겁니다."

현우가 다시 튜빙을 당겼다. 이번에는 어깨가 들리지 않았다. 날개뼈가 먼저 움직이고 팔꿈치가 늦게 따라왔다.

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느낌으로 낮은 공 열 개만. 세게 던지지 말고요."

현우가 짧은 캐치볼을 시작했다.

공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트 아래쪽으로 파고드는 각이 살아 있었다. 손끝에서 억지로 찍어 누른 공이 아니라 몸통 회전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따라온 공이었다.

팡.

승진의 손바닥이 먼저 대답했다.

"방금은 좋았습니다."

현우가 손끝을 내려다봤다.

"힘 뺐는데 공 끝이 더 산다."

"힘을 뺀 게 아닙니다. 쓸데없는 힘만 뺀 겁니다."

마운드 옆에서는 태섭이 메디신볼을 들고 벽 앞에 섰다. 그는 몸을 급하게 열며 공을 던졌고 공은 벽의 왼쪽으로 크게 튀었다.

"이걸 하면 진짜 제구가 좋아지냐?"

"몸이 먼저 열리는 걸 막는 연습입니다. 제구는 그다음이고요."

"말은 쉽다."

"쉬우면 형이 이미 에이스였겠죠."

태섭이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앞발을 딛고도 상체를 잠깐 참았다. 공은 벽 가운데에 맞고 곧장 돌아왔다.

승진이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방금. 그 타이밍 기억해요."

태섭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동작을 한 번 더 반복했다.

내야 쪽에서는 야수조가 10미터 스타트를 했다. 승진은 3루수에게 두 걸음만 나오게 하고 유격수에게 2루 베이스를 비우지 말라고 했다.

"번트 수비는 앞으로 달려가는 훈련 같지만 사실은 멈추는 훈련입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웃었다.

그러나 세 번만 반복하자 웃음이 사라졌다. 3루수가 두 걸음 이상 나가면 2루 송구 각도가 무너졌다. 1루수가 너무 깊게 들어오면 베이스 커버가 늦었다. 포수가 공을 잡고 던질 곳도 사라졌다.

강두식은 팔짱을 낀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게 네가 말한 자율 훈련이냐?"

"자율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승진은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을 둘러봤다.

"각자 오늘 해야 할 걸 알고 멈출 때 멈추는 겁니다."

그날 훈련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평소라면 강두식의 고함이 한 번 더 떨어졌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흙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저마다 스트레칭 매트 위에 앉아 자기 어깨와 허벅지를 만지고 있었다.

현우가 조용히 말했다.

"운동 끝나고 팔이 가벼운 건 처음이네."

승진은 얼음주머니를 건넸다.

"그게 정상입니다."


사흘째 되는 날 캐치볼 소리가 달라졌다.

팡.

현우의 공은 여전히 낮았다. 구속을 잴 장비는 없었다. 하지만 승진의 손바닥은 알고 있었다. 미트에 박히는 무게가 전보다 진했다.

강두식이 마운드 뒤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쉬게 했는데 공이 살아났네."

"쉬게 한 게 아닙니다. 회복하면서 만든 겁니다."

현우는 땀을 닦으며 웃었다.

"이대로 하면 나도 더 빨라질까?"

승진은 잠깐 전생의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팔꿈치 통증에 무너졌던 좌완. 프로 문턱에도 닿지 못하고 사라진 투수. 지금 눈앞의 현우는 그 길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빨라집니다. 다만 순서대로요. 공부터 세게 던지면 다시 망가집니다."

태섭도 짧은 거리 피칭을 마치고 손목을 털었다.

"나 방금 몸쪽 낮게 세 개 연속 들어갔다."

"봤어요."

"나도 투수 체질인가?"

"아직은 야수 체질인데요."

"칭찬을 꼭 그렇게 한다."

선수들이 웃었다.

그때 운동장 철망 밖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외국인 스카우트 한 명과 통역 직원이 서 있었다. 강두식이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통역 직원이 명함을 내밀었다.

"미국 구단 스카우트입니다. 백승진 선수의 훈련을 잠시 지켜봤습니다."

선수들이 술렁였다.

스카우트는 승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통역이 말을 옮겼다.

"결승전 리포트만 보고 온 것이 아닙니다. 선수 몸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강두식의 얼굴이 더 굳었다.

스카우트가 짧게 물었다.

"왜 고교생이 팀 훈련을 설계합니까?"

승진은 철망 너머의 남자를 바라봤다.

"포수라서요."

통역이 멈칫했다.

승진은 말을 이었다.

"투수가 망가지면 제가 받을 공도 사라집니다. 야수가 늦으면 제가 던질 베이스도 사라지고요."

통역이 옮기자 스카우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는 수첩을 덮었다.

"미국에서 뛰고 싶습니까?"

운동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현우는 튜빙을 쥔 채 멈췄다. 태섭은 메디신볼을 내려놓았다. 강두식은 통역 직원을 노려봤다.

승진은 잠깐 운동장을 둘러봤다.

아직 자기 몸값은 숫자로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현우의 공은 더 빨라질 수 있고 태섭의 제구도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 청원고라는 이름도 황금사자기 하나로 끝날 팀이 아니었다.

"지금은 청원고 선수입니다."

통역이 말을 옮겼다.

스카우트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곧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죠."

승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생의 그는 선택받기를 기다렸다. 이번 생의 그는 가격표를 스스로 붙일 생각이었다.

철망 밖으로 돌아서는 스카우트의 뒷모습을 보며 승진은 글러브 끈을 다시 조였다.

아직은 청원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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