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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 방벽의 기록관1화

해일 방벽의 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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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이미 찍힌 개방 도장

물금이 세 번째 돌을 넘었다. 문예담은 방벽 위의 관측창에 무릎을 대고 아래를 봤다. 청동자에 닿는 물빛이 검게 흔들렸다. 바람은 동쪽에서 불었고 창틀에 매달린 천이 두 번 접혔다. 파고첩에 적힌 지난 해일의 모양과 같았다.

그녀는 먹을 갈 시간부터 줄였다. 어제 남은 먹물을 붓에 묻혀 수위와 바람 방향, 종이 울린 시각을 적었다. 보고서 아래의 예상 범위는 넓었다. 다음 만조 전에 방벽 앞의 물금이 다섯 번째 돌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낮은 부두는 먼저 비워야 했다.

기록실 서리가 개방 명령서를 가져왔다. 예담은 자기 보고서와 함께 묶으려다가 도장을 봤다. 개방인의 먹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그 아래 날짜는 어제였다. 오늘 관측을 마치기 전부터 안쪽 수문을 열라는 명이 내려져 있었다.

“이 명을 언제 받았습니까?”

“어젯밤입니다. 오늘 보고가 나면 묶으라 하셨습니다.”

“누가?”

“최상범 어른이요.”

예담은 개방 명령의 이유를 읽었다. 해일이 오니 방벽 안의 빈 마을로 물을 빼 압력을 낮추라는 말이었다. 해일 예보는 맞았다. 그 사실을 이용해 명의 날짜까지 맞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녀는 서리에게 명령서를 따로 보관하라고 말했다.

수문장 류진수가 기록실 문을 열었다. 어깨가 낮은 쪽의 옷이 빗물에 먼저 젖었다. 그는 쇠줄을 준비했는데 개방 확인이 왜 아직 오지 않는지 물었다. 예담이 어제 날짜를 보여 주자 그가 입을 굳혔다.

“어제부터 준비하란 뜻일 수도 있소.”

“그렇다면 준비 명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여기는 오늘 만조에 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차이를 따지는 동안 물은 올라가오.”

예담은 창문으로 청동자를 가리켰다. 그녀도 그 물을 보고 있었다. 수문을 열면 안쪽 저지대가 잠기고 닫으면 바깥 압력이 커졌다. 날짜가 틀렸다고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개방을 잠깐 보류하되 쇠줄과 조작 인원을 모두 준비해 달라고 했다.

진수는 그 요청을 명령으로 적을지 물었다. 기록관의 보류 요청이 남아야 나중에 책임을 지울 수 있었다. 예담은 자신의 이름과 시각을 썼다. 보고의 근거와 개방 명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적었다. 수문장은 종이를 받아 문밖으로 나갔다.

최상범은 사무실에서 허리띠를 고쳐 매고 있었다. 예담이 들어가 도장을 보여 주자 그는 오늘 물이 오르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제부터 예상하고 명을 준비하는 것이 잘못이냐는 물음이었다.

“예상하셨다면 어느 관측에 따른 것인지 적어 주십시오.”

“박해온이 남긴 기록을 읽었다.”

전임 기록관의 이름이었다. 예담은 그 이름 앞에서 붓을 조금 더 오래 잡았다. 해온은 지난달 마지막 수문 조작을 기록한 뒤 사라졌다. 관청은 휴가 중이라 했지만 집에는 돌아오지 않았고 짐도 남겨 둔 채였다.

“그 기록을 보여 주십시오.”

상범은 서랍에서 오래된 파고첩을 꺼냈다. 해온의 글씨가 맞았다. 그러나 장 사이에 끼운 새 종이의 모서리가 맞지 않았다. 지난 해일의 수위가 옮겨 적혔고 그 아래 오늘 개방할 이유가 짧게 붙었다. 예담은 원본의 날짜와 옮긴 날짜가 다름을 봤다.

“지난번과 같은 바람이라는 보고는 오늘 처음 했습니다. 어제는 서풍이었습니다.”

“하루 전부터 바람이 바뀔 수 있지.”

“그럼 바뀔 거라는 추정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이미 바뀌었다고 적으면 다음 기록관이 그대로 믿습니다.”

최상범이 손으로 수염을 쓸었다. 그녀의 요청을 듣는 동안 밖에서 상행종이 울렸다. 부두 구역에 두 번. 어선이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큰 해일 대피 때는 네 번 연이어 울려야 했다. 아직 사람들은 위험을 모르고 있었다.

예담은 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낮은 부두 대피를 먼저 알리자고 했다. 상범은 어선이 다 들어오기 전에 종을 치면 거래가 끊긴다고 했다. 예담은 물금이 세 번째 돌을 넘었다는 관측을 다시 제시했다. 책임자가 서명하지 않으면 기록관이 현장에 위험 보고를 전달할 수 있는 범위는 좁았다.

진수가 방으로 들어왔다. 쇠줄을 검사하다 한 가닥이 닳은 것을 발견했다. 전면 개방을 하면 오른쪽 수문의 하중이 한꺼번에 실릴 수 있었다. 그는 일부만 열어 압력을 빼고 줄을 바꿀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범은 그제야 대피종을 허락했다. 예담은 서명을 받자 곧장 종탑으로 달렸다. 젖은 계단이 미끄러워 한 번 넘어졌고 손의 먹이 벽에 묻었다. 종잡이에게 네 번을 지시했다. 그가 같은 구역만 칠 것인지 묻자 부두와 안마을을 모두 알리라고 했다.

“안마을은 비었습니다.”

종잡이가 말했다.

“확인한 날짜가 언제입니까?”

“철거 완료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예담은 대피종을 늦추지 않았다. 비어 있으면 종을 들을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 사람이 있으면 들어야 했다. 네 번의 소리가 바다 위로 퍼졌다. 부두에서 사람들이 줄을 걷었고 어선 하나가 방향을 바꿨다. 예담은 높은 곳에서 그 움직임을 보고 다음 시간을 기록했다.

어부 장복례의 배가 계단 아래에 닿았다. 그녀는 종이 일찍 울렸다며 어느 물길을 비우는지 물었다. 예담이 개방 명을 설명하자 복례는 얼굴을 찌푸렸다.

“안마을을 빈 마을이라 했다고?”

“기록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염전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록 밖에서 사나?”

예담은 계단을 두 칸 내려갔다. 복례가 지난주 그 마을에 밥을 가져다줬다고 했다. 철거된 집 바닥에 새 판자를 얹고 가족들이 살았다. 새로 생긴 염전에서 품삯을 받고 부두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세금 명부에 올리지 않았으니 마을이 비었다는 서류는 그대로 남았다.

“몇 사람입니까?”

“어른만 열다섯은 돼. 아이는 몰라. 너희 기록은 그걸 알아야 하는 것 아니었나?”

예담은 변명하지 못했다. 사람 수를 몰라 물길을 정하는 명이 내려왔고, 자신도 오늘까지 빈 마을이라는 글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례에게 직접 가서 확인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어부는 기록관이 같이 타라고 답했다.

지금 바로 떠나면 기록실의 관측이 비었다. 예담은 서리에게 청동자를 계속 보게 하고 정해진 높이에 닿으면 종으로 알리라고 했다. 추정하지 말고 실제 물금만 적으라는 말도 남겼다. 진수에게는 안마을에 사람이 있다는 증언과 확인하러 갈 시각을 전했다.

최상범은 배 앞까지 와서 예담을 막았다. 철거한 마을에 사람이 있다면 불법 거주라는 말이었다. 대피시킨 뒤에는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복례가 밧줄을 풀던 손으로 그를 봤다.

“지금 물이 찬다는데 그 사람이 합법인지 먼저 따지나?”

예담은 상범에게 안마을 수위와 대피 인원을 확인한 뒤 다시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거주라는 분류를 위험 인원에서 빼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책임자는 더 막지 않았지만 자신의 개방 명을 늦춘 기록은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예담도 지우지 말라고 답했다.

배가 떠날 때 물이 계단 두 칸을 더 삼켰다. 복례는 선원 둘에게 짐을 내리고 구명줄을 늘이라 했다. 사람을 실을 자리가 조금 늘었다. 그래도 어른 열다섯과 아이들을 한 번에 모두 태울 수는 없었다. 예담은 배의 넓이를 눈으로 세다가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다.

배가 낮은 부두를 지나자 밧줄 하나가 수면 아래로 끌렸다. 물건을 올리던 짐꾼이 줄 끝을 놓지 못하고 버티고 있었다. 복례가 배를 돌렸다. 예담은 뱃전에서 긴 갈고리를 받아 줄 중간을 걸었다. 물속의 짐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무게가 팔을 당겼다.

“상자는 놓아요. 사람이 먼저 올라와야 합니다.”

짐꾼은 주인이 배상하라고 할 것이라 말했다. 예담은 자기 이름을 알려 주고 위험 보고에 버린 짐의 수를 적겠다고 했다. 배상을 없애 줄 수 있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그가 줄을 놓자 갈고리가 위로 튀었다. 예담은 손을 베였고 복례가 짐꾼을 뱃전에 올렸다. 선원이 젖은 옷을 벗겨 마른 겉옷을 입혔다. 예담은 그 사람이 쥐고 있던 물건 인수표를 함께 말렸다. 버린 짐과 구조한 사람을 같은 숫자로 적지 않으려고 했다.

“두 번 오가면 얼마나 걸립니까?”

“바람이 더 바뀌지 않으면 한 시진 안이다. 돌아올 물길이 안 막히면.”

예담은 그 조건을 그대로 적었다. 기록만으로 배를 더 만들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높은 둔덕까지 걸어서 갈 길을 찾아야 했다. 복례는 염전 뒤에 마른 수로가 있다고 했다. 폭이 좁지만 아이를 업고 갈 수는 있었다.

배는 안마을로 이어지는 나무 다리에 접근했다. 집은 정말 비어 보였다. 문도 창도 없었고 지붕 일부가 내려앉았다. 그러나 다리 아래에 작은 빨래가 걸려 있었다. 어른 옷 두 벌 사이에서 아이의 붉은 저고리가 물에 닿을 듯 흔들렸다.

예담은 서둘러 종이를 덮었다. 기록부터 하려다가 눈앞의 빨래를 잡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놓칠 뻔했다. 복례가 배를 다리에 대는 동안 예담이 줄을 잡았다. 마을 안쪽에서 아이의 울음과 염전의 나무 수차 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때 방벽 쪽에서 짧은 종이 세 번 울렸다. 청동자의 물금이 네 번째 돌에 닿았다는 신호였다. 예담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물의 방향이 바뀌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꽂힌 작은 깃발이 바다 대신 방벽을 향해 눕기 시작했다.

이미 찍힌 도장은 이 마을에 물이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아이의 수는 아무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예담은 배에서 내려 다리 난간을 붙잡았다. 오늘의 보고서에는 그 빈칸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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