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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마다 바뀌는 지도의 주인3화

밀물마다 바뀌는 지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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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사라진 항해일지의 마지막 좌표

새벽 세 시, 항만청의 경보기가 울렸다.

“밀물 예보까지 한 시간이 남았는데?” 도겸이 배의 무전기를 잡았다. 잡음 사이로 항만 관제실의 목소리가 들렸다.

  • 북서쪽 군도 접근 금지. 예보 시각을 20분 앞당긴다. 미등록 선박은 즉시 회항하라.

루미가 종루 쪽에서 뛰어왔다. “마을 배가 셋이나 바깥에 있어. 조개 채취 나갔다가 아직 안 돌아왔어.”

“관제실은 섬이 나타날 시간을 예보에서 뺐다고 했잖아.” 해원이 말했다.

“그래서 경보가 이제야 난 거야. 기록을 지웠는데 바다가 그걸 따라 주겠어?”

도겸은 수첩을 펼쳐 실제 조류를 확인했다. “물이 올라오는 속도가 기록보다 빠릅니다. 이대로면 배가 바깥 암초에 걸려요.”

“항만청 명령은 회항입니다.” 해원이 그의 무전기를 봤다.

“회항할 바다가 없는데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도겸은 대답 대신 무전기 채널을 바꿨다. “조사선에서 부르는 중입니다. 북쪽 암초로 가지 마세요. 동쪽 물길을 타고 종루 아래로 들어오십시오.”

관제실이 곧장 끼어들었다. “도겸 조사관, 허가 없는 항로를 안내하지 마십시오. 그 구역은 폐쇄—”

그는 송신 버튼을 놓았다. “이미 폐쇄된 물길이라면 기록을 다시 열어야죠.”

루미가 작은 배의 노를 꺼냈다. “동쪽으로 들어가면 바위 밑을 통과해야 해. 나는 할 수 있어.”

“혼자 못 가.” 해원이 말했다.

“네 지도는 아직 빈칸이잖아.”

“그래서 같이 가는 거야.”

도겸이 그들의 앞에 섰다. “내가 뱃머리를 잡겠습니다. 루미 씨는 물속 암초를 읽고, 해원 씨는 방향을 불러요. 세 사람이 각자 아는 걸 써야 합니다.”

“좋아. 잘못되면 네 수첩에 적어.” 루미가 노를 건넸다.

“그 기록을 남기려고 가는 겁니다.”

세 사람은 작은 조사선을 밀어 바다에 띄웠다. 섬은 밀물에 잠기며 윤곽이 흐려지고 있었다.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때릴 때마다 조개 나침반의 바늘이 흔들렸다. 해원은 지도에 한 줄씩 길을 그렸다. 섬의 지형이 아니라, 멀리서 돌아오는 세 척의 배가 서로를 향해 당기는 약속선이었다.

“더 오른쪽!” 루미가 외쳤다.

“오른쪽엔 암초가 있어.” 도겸이 조타를 틀지 않았다.

“암초가 아니라 어제 빠진 바위야. 오늘은 물 아래에 있어.”

해원은 지도에서 선이 접히는 곳을 찾았다. “루미 말이 맞아. 지금 그 바위 위로 물살이 넘어가요. 한 호흡만 더 버티면 돼요.”

배 밑에서 바위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도겸이 노를 밀어 방향을 바꾸고, 루미는 몸을 수면 아래로 넣어 앞쪽을 확인했다. 그녀의 손이 수면 위로 올라와 짧게 두 번 움직였다. 해원은 그 신호에 맞춰 노를 당겼다.

그 순간 무전기에서 비명이 터졌다. 작은 어선 한 척이 서쪽 바위에 갇혀 있었다. 선원 중 한 명이 다리를 다쳐 갑판에 누워 있었다. 항만청은 접근 금지 명령을 반복했고, 관제실은 구조선이 출동 중이라는 말만 했다.

“출동 중이면 어느 쪽으로 오고 있대?” 루미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도겸은 지도와 관제 화면을 번갈아 봤다. 공식 항로는 이미 막혀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우리 배도 걸립니다.”

“알아.”

“그러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겁니까?”

“저 배에 사람 셋이 있어요.” 도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한 명은 움직이지 못합니다.”

해원은 지도에 그려진 선을 다시 읽었다. 구조선이 오는 길과 조난선이 있는 바위 사이에 가느다란 물길이 있었다. 종루 아래를 지나 동쪽으로 돌아가면 한 척은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지도는 그 길을 ‘돌아오지 못한 약속’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길이 있어요. 대신 종루에서 종을 울려야 조류가 바뀌어요.”

루미가 노를 멈췄다. “아인은 아직 안 돌아왔어.”

“오늘 울리는 건 아인을 부르는 종이 아니야. 배를 살리는 종이야.”

“종을 울리면 항만청이 위치를 알아내. 다음엔 우리 마을까지 찾아올 거야.”

“그럼 우리가 먼저 기록을 남기면 돼요.” 도겸이 말했다. “내가 조사관 명의로 실제 조류와 구조 결과를 올리겠습니다. 명령 위반 책임도 제 이름으로 남기죠.”

“그걸로 섬이 지켜져?”

“아뇨. 하지만 섬이 없다고 기록하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루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배 뒤편에서 조난선의 불빛이 한 번 흔들렸다. 해원은 종이 위에 자기 이름의 묘지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 이름 옆에는 어머니의 파도 표식이 이어져 있었다. 섬을 소유하는 사람의 묘지가 아니라, 이 바다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하는 자리처럼 보였다.

“울려.” 해원이 말했다. “루미 씨가 고르는 거야.”

“아인이 아니라, 저 배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응.”

루미는 노를 도겸에게 넘기고 종루 쪽으로 헤엄쳤다. 물살이 허리를 잡아당겼다. 해원은 밧줄을 허리에 묶고 뒤따라 들어갔다. 종루 문은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루미가 안쪽에서 종추를 밀었지만, 쇠가 벽에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왼쪽 아래 고리가 걸렸어!” 해원이 소리쳤다.

“보이지 않아!”

해원은 손을 뻗어 차가운 돌을 더듬었다. 손끝에 홈이 걸렸다. 종추를 당기자 오래된 나무 조각이 떨어졌다. 루미가 몸을 밀어 종을 흔들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종소리가 바다를 가르자, 해원의 지도 위에서 끊긴 선이 이어졌다. 동쪽 물길이 넓어지고, 조난선과 조사선 사이에 돌아오는 항로가 열렸다.

배 위의 도겸은 즉시 방향을 틀었다. 루미와 해원도 종루 밖으로 나와 밧줄을 잡고 배를 끌었다. 조난선의 선원들이 차례로 옮겨 탔다. 다친 선원은 루미가 직접 어깨에 메고 왔다. 그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물 밖으로 올라왔다. 남자는 왼쪽 다리를 못 움직였지만 손에 작은 유리병을 꽉 쥐고 있었다. 병 안에는 어린아이의 머리핀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걸 왜 계속 들고 있었어요?” 해원이 물었다.

“딸이 바다에 던진 거요. 내가 돌아오면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물살이 바뀌는 바람에.” 남자는 숨을 고르며 웃었다. “오늘은 내가 아니라 저 애가 찾을 차례인데.”

루미는 병을 빼앗지 않았다. “살아서 돌아가서 직접 건네세요. 바다에 약속만 남겨 두지 말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선으로 옮겨질 때까지 유리병을 놓지 않았다. 다른 선원 하나는 루미에게 왜 경고를 늦게 들었냐고 따지려다 그녀의 젖은 어깨와 도겸의 피 묻은 손을 보고 입을 닫았다.

“항만청 예보를 믿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도 그 섬이 갑자기 나온 줄 알았어요.”

“섬이 갑자기 나온 건 맞아.” 루미가 답했다. “그렇다고 여기 사는 사람까지 갑자기 생긴 건 아니야.”

선원은 시선을 피했다. “돌아가면 내가 본 걸 진술하겠습니다.”

도겸은 그 말이 기록보다 중요하다는 듯, 선원의 이름을 물어 수첩에 적었다. 그의 펜촉이 바닷물에 번졌지만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구조선은?” 해원이 물었다.

도겸은 무전기를 켰다. “항만청 구조선은 아직 출항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 기록을 바로 올려.” 루미가 말했다.

도겸은 젖은 손으로 보고서 첫 줄에 시간을 적었다. “미등록 섬의 실제 출현 시각. 세 척의 선박 구조. 항만청 예보와 42분 차이.”

“그 다음엔?”

“이 자료를 지우려면 제 서명을 지워야 할 겁니다.”

그는 관제실에 전송했다. 짧은 잡음 뒤에 상관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조사관 권한을 정지합니다. 즉시 복귀하십시오.”

도겸은 명찰을 꺼내 배 바닥에 내려놓았다. “복귀 명령은 받았습니다. 자료가 전송됐는지는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루미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고맙다는 말 대신 그의 찢어진 손바닥에 천을 감아 주었다.

해원은 지도를 펼쳤다. 섬의 묘지 표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어머니의 파도 무늬가 선명하게 남았다. 무늬에서 동쪽 항로로 이어지는 선 끝에는 한 줄의 글씨가 있었다.

‘마지막 좌표는 섬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해원은 그 문장을 손으로 짚었다.
그 아래에는 좌표 대신 조개 껍데기의 금이 그려져 있었다. 해원은 목에 건 나침반을 열어 같은 금을 찾았다. 어머니가 마지막 항해를 떠나기 전, 금이 간 조개는 바다가 길을 바꾸는 순간에만 북쪽을 가리킨다고 했다. 해원은 그것을 미신이라 여겼다. 지금 바늘은 항구가 아니라 수평선 너머의 어두운 띠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뭐가 있어?” 루미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

“이번에는 모른다고 말하네.”

“모르는 걸 안다고 그리는 건 지도 제작이 아니니까.”
어머니가 남긴 항해일지의 마지막 장에도 같은 파도 무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좌표를 따라가려면, 누군가를 다시 기다리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루미가 물었다. “그 지도, 다음 밀물에도 쓸 수 있어?”

“몰라. 하지만 지금은 세 척을 집에 데려갈 길이 있어.”

“그럼 오늘은 충분해.”

해원은 종이를 접었다. 도겸의 명찰은 젖은 갑판에 남아 있었다. 그가 배를 돌려 항구로 향하려는 순간, 지도 위에서 묘지 이름이 한 글자씩 떠올랐다.

어머니의 이름이 아니었다.

해원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다. 그녀는 그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다음 밀물에 누구의 목소리로 불릴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바다는 새벽빛 아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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