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도서관의 조수 예보

3화: 바뀐 사망자 이름
해온은 압력실 문에 몸을 기대어 열림을 막았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잠금 레버를 잡았지만, 수압이 팔을 바깥으로 밀었다. 세나는 잠수정 안으로 들어가 비상 차단 밸브를 찾으려 했다. 채원은 그녀를 말리지 않고, 안전줄을 매고 함께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압력실 내부의 산소량은 정상, 외부 압력은 상승 중이었다.
“문을 닫으려면 안쪽 밸브를 잠가야 해요.” 세나가 말했다.
“그럼 들어가세요. 우리가 문을 버틸게요.”
해온은 힘을 더 주며 버텼다. 잠금 장치의 금속이 휘어지는 소리가 났다. 채원은 책에 적힌 사망 기록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구조 작업자가 죽는다고만 했고, 이름은 번져 있었다. 그 구조자가 해온인지 자신인지 알 수 없었다.
세나는 밸브를 잠그기 위해 잠수정 안으로 들어갔다. 채원은 안전줄의 끝을 손목이 아니라 고정 링에 연결했다. 누군가를 급히 잡아당기면 문이 더 열릴 수 있었다. 해온은 압력실 바깥에서 레버를 천천히 돌렸다. 압력이 조금씩 낮아졌다.
세나는 안쪽 밸브를 잠그고 돌아왔다. 문이 닫히자 기지 경보가 멈췄다. 그녀의 어깨에는 작은 상처가 생겼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해온은 손목을 다쳤다. 채원은 그를 치료실에 데려갔다.
도서관으로 돌아온 뒤 사망부를 펼쳤다. 기록은 새로 쓰여 있었다. ‘장세나 생존. 서해온 구조 과정 중 사망.’ 채원은 책을 덮고 싶었지만, 기록이 사실을 말하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해온은 자신의 이름이 죽은 사람으로 적혔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작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책이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니라면, 왜 내 이름이 바뀌었죠?”
“우리가 개입한 뒤 기록이 갱신됐어요. 원인과 결과는 아직 몰라요.”
세나는 자신의 이름이 살아 있다고 적힌 페이지를 읽었다. 그녀는 구조받은 게 아니라, 수압 밸브를 직접 잠갔다고 말했다. 채원은 그 행동이 기록을 바꾼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선택이 다른 사람의 위험을 키웠다.
도서관의 인공지능 이라는 다음 만조 전에 책을 봉인하라고 경고했다. 원본을 계속 열어 두면 내용이 주변의 기록 시스템에 전파될 수 있었다. 반면 봉인하면 지구의 사고 정보를 받을 수 없었다. 채원은 자료를 보존하는 직무와 사람을 구하는 책임 사이에서 결정해야 했다.
그녀는 책을 찢지 않고, 사망부의 해당 페이지를 투명 필름에 복제했다. 복제본에는 원본과 다른 글자가 나타났다. ‘서해온 부상, 회복 가능성 31퍼센트.’ 기록은 미래를 확정하지 않았고, 조석과 개입에 따라 바뀌었다.
해온은 잠수정 안에서 생긴 상처의 치료를 받으며, 지구 기지의 자료를 도서관으로 보내기로 했다. 세나는 바다 생물 샘플을 보존하는 대신, 압력실 회로를 우선 수리했다. 둘의 선택은 기록과 사람을 양쪽 모두 지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채원은 다음 만조 전에 수압 통로를 열어 세나를 지구로 돌려보낼지, 도서관으로 함께 데려올지 판단해야 했다. 세나는 지구 기지에 남아야 동료 연구자와 샘플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해온은 도서관 궤도선에 연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가 남으면 다음 기록에는 누가 죽나요?” 세나가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채원은 사망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대신 세나의 생존 기록을 새로 작성하려 했다. 펜이 종이에 닿자 잉크가 번져 문장 대신 조수 그래프가 떠올랐다. 그래프의 봉우리 하나가 다음 만조를 가리켰다.
그 아래에는 채원의 이름이 기록돼 있었다.
‘임채원, 지구 귀환 후 기록을 폐기함.’
채원은 책을 봉인하지 않고, 지구 기지의 모든 기록을 임시 보존 상태로 바꿨다. 이라가 즉시 경고했다. 보존 상태에서는 데이터가 도서관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석 갱신도 멈춘다. 그러면 책이 다음 만조 때 다른 이름을 바꾸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봉인하면 앞으로의 기록을 놓칠 수 있습니다.”
“열어 두면 이름이 계속 바뀔 수 있어요.”
해온은 자신의 부상 때문에 항로 작업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채원은 그가 결정할 수 있도록 위험과 회복 시간을 설명했다. 해온은 팔을 다친 상태로 조종을 맡으면 실수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궤도선의 자동 항법을 점검하고, 채원이 마지막 도킹을 맡기로 했다.
세나는 지구 기지에 남아 동료의 기록을 보존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미래 사망부가 바뀌더라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수압 통로의 다음 조석 주기에 맞춰 데이터를 한 번 더 전송하기로 했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책이 기록하길 원했다.
채원은 사망부에 세나의 선택을 기록하려 했지만, 문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조석 그래프와 기지의 좌표가 떠올랐다. 기록은 결과를 쓰는 것이 아니라 관측 가능한 신호를 모으는 것일 수 있었다. 사람이 결정하기 전에는 이름이 고정되지 않았다.
해온은 출발 전 기지의 샘플을 작은 보관함에 나눠 담았다. 모든 샘플을 가져올 수 없었다. 세나는 가장 오래된 표본을 남기고, 최근 관측한 표본 일부를 도서관에 보냈다. 그녀는 연구의 연속성을 지키려 했고, 해온은 귀환에 필요한 무게를 제한했다. 두 사람은 어느 쪽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 채 보관함을 닫았다.
채원은 미래 사망부의 복제본을 세 곳에 저장했다. 하나는 도서관, 하나는 기지, 하나는 궤도선에 두었다. 이라가 복사본의 해시를 확인했다. 세 파일은 일치하지 않았다. 글자는 같지만, 각 복사본의 페이지 가장자리에서 조석 그래프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원본은 하나인데 복제본은 다르게 변합니다.” 이라가 말했다.
“그럼 어느 것도 완전한 원본은 아니겠네요.”
채원은 복제본을 파기하지 않았다. 불일치를 그대로 보존하고, 각 관측 지점과 시각을 표시했다.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항로는 예정된 궤적보다 조금 늦어졌다. 다음 만조가 오기 전에 통로를 연결하려면 속도를 올려야 했다.
“연료를 더 쓰면 귀환 안전 여유가 없어집니다.” 해온이 말했다.
“그럼 속도를 유지하고, 다음 조석 주기를 기다려요.”
“12시간 동안 기지와 끊길 수도 있어요.”
세나는 통신이 끊겨도 수동 기록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기지의 시계를 껐고, 아날로그 조석계만 남겼다. 시간 정보가 조작되더라도 물리적 수위 변화는 측정할 수 있었다.
채원은 떠나기 전 세나에게 책의 일부를 읽어 줄지 물었다. 세나는 듣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까지 기록이 대신 정하지 않게 하고 싶어요.”
궤도선이 출발하자 기지의 문이 닫혔다. 채원은 사망부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지구 귀환 후 기록을 폐기함.’ 그녀는 책을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다. 대신 왜 기록을 폐기했는지 확인할 때까지 원본과 복제본을 모두 보존하기로 했다.
그때 도서관으로부터 새로운 조석 신호가 도착했다. 다음 만조 시각은 12시간이 아니라 3분 뒤였다. 궤도선의 계기판이 붉게 점멸했다. 해온은 항로 계산을 다시 시작했고, 세나의 기지에서도 압력 경보가 울렸다.
채원은 사망부에 새로 적힌 문장을 보았다.
‘장세나, 지구 기지에서 두 번째 구조 요청을 보냄.’
출발 준비가 끝나자 채원은 책을 닫아 보관함에 넣었다. 도서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통로를 연결해야 했다. 이라는 수압 통로의 안전 잠금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채원은 닫힌 책을 다시 열지 않고, 외부 센서의 수위를 직접 확인했다.
해온은 부상한 팔로 조종석을 잡지 않았다. 자동 항법이 궤도를 조정하는 동안 그는 보조 계기만 확인했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통신 지연은 길어졌다. 세나의 응답은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기지에 남아 다음 조석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원은 기록 사본 세 개의 해시를 다시 확인했다. 파일 내용은 달랐지만, 사망부의 이름만은 같은 위치에 남아 있었다. 임채원. 그녀는 그 페이지를 찢지 않고, 다음 만조에 무엇이 바뀌는지 기록하기로 했다.
기지에 남을 세나는 채원에게 사망부를 다시 보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기록을 미리 읽으면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채원은 그 요청을 수락하고, 다음 조석 주기까지 세나에게 사망 기록을 전송하지 않도록 이라의 접근 권한을 제한했다.
해온은 기지에서 받은 샘플 데이터를 도서관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하지만 자료 전송 중 통신이 끊기면 일부가 손실될 수 있었다. 세나는 모든 원본을 보내지 않고, 관측값의 요약과 검증 방법을 우선 보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반복 측정할 수 있도록 원자료 일부는 지구에 남겼다.
채원은 그 선택을 기록했다.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 사람의 연구와 동료, 남겨 둔 자료까지 함께 고려해야 했다. 그녀는 궤도선이 통로에 진입할 때까지 조석 변화를 관찰했다.
통신이 다시 연결되자 세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기지 압력실을 닫았고, 동료 연구원들도 안전 구역으로 이동했다고 보고했다. 채원은 상태를 확인한 뒤 더 이상 사망부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세나는 다음 조석 주기까지 관측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때 다시 기록을 볼까요?” 해온이 물었다.
“그때도 먼저 본인에게 물어보죠.” 채원이 답했다.
도서관은 다음 만조를 향해 회전하기 시작했다. 책장의 그림자가 한 방향으로 길어졌고, 조석표에는 예정 시각보다 3분 빠른 값이 나타났다. 이라는 시간 보정 경고를 띄웠다. 채원은 그 경고를 닫지 않고 기록 창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