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황후의 가짜 예언자3화

황후의 가짜 예언자

황후의 가짜 예언자

AD
스폰서 광고

3화: 예언의 주인

황후의 집무실 문은 불에 그을린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책상 위의 은잔에는 깨진 자국이 있었고, 받침에 검은 왕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나린은 잔을 만지지 않고 주변의 차 얼룩과 종이 조각을 살폈다. 제온은 경비 기록을 가져왔다. 전날 밤 집무실에 들어간 사람은 황후와 두 시녀뿐이었다.

“누가 잔을 준비했죠?” 나린이 물었다.

“주방 시종이 가져왔다.” 황후가 답했다.

“그가 직접 놓았나요?”

“시녀가 받았다.”

세이린은 시녀를 부르려 했지만, 나린은 먼저 잔의 위치를 기록하자고 했다. 황후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으나 허락했다. 잔은 책상 왼쪽에 놓여 있었고, 손잡이는 창문 쪽을 향했다. 검은 왕관 표식은 잔 받침 아래에 있어 서빙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시녀 아샤가 들어왔다. 그녀는 쟁반을 준비한 것은 자신이지만, 잔은 다른 시녀가 옮겼다고 했다. 그 시녀는 전날 밤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나린은 이름을 물었다. 황후는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명했다.

“그럼 실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나린이 말했다.

“그녀의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

“이름을 숨기는 것과 보호는 다릅니다.”

제온은 황후에게 시녀의 안전을 확인할 최소한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후는 비공개 장부에만 이름을 남기는 데 동의했다. 아샤는 시녀가 사라지기 전, 기록고에서 검은 유리판을 꺼냈다고 말했다. 그 판은 점술원 재고 목록에는 없었다.

나린은 잔향판의 기록을 대조했다. 원본 목록에는 유리판이 한 장 더 있었고, 그 번호는 불탄 회의실에서 발견된 검은 왕관 판과 일치했다. 누군가 재고에서 판을 숨기고, 다른 판을 가져갔다. 조작된 예언은 잔향판을 통해 만들어졌을 수 있었다.

제온은 경비 기록을 확인했다. 인수 장부에는 잔향판을 점술원에서 가져간 사람이 없었다. 경비대장은 황후의 사적인 명령이었다고 했고, 서기관은 공식 요청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명령은 있었지만 명령한 사람은 기록에 없었다.

그들은 황후의 개인 서기관을 불렀다.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방에는 여행 짐이 그대로 있었고 금고는 열려 있었다. 제온이 경비를 보내려 하자 황후는 잠시 명령을 보류했다. 서기관이 도망쳤다면 잡아야 하지만,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폐하께서는 그를 믿으셨나요?” 나린이 물었다.

“오래 함께 일했지.”

“그건 믿음의 근거가 아니라 시간의 기록입니다.”

황후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믿었는지 확인해야겠군.”

나린은 점술원 원본 기록을 공개하기 전에 사라진 점술사의 가족에게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황후는 공개를 늦추면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제온은 조사위원을 지정해 사본을 즉시 봉인하고, 이름은 통지 뒤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황후는 그 방식을 받아들였다.

세 사람은 사라진 점술사 마엘의 가족에게 연락을 보냈다. 답변은 하루 뒤 도착했다. 가족은 이름을 공개해도 좋지만, 점술원이 그녀의 기록을 어떻게 바꿨는지 함께 밝혀 달라고 했다. 나린은 그 동의를 기록에 붙이고, 수정 전후의 점괘를 나란히 공개했다.

마엘의 점괘는 ‘북부의 수로가 무너지면 남쪽 군대가 길을 잃는다’고 적혀 있었다. 수정된 문장에는 ‘북부 수로를 막으면 왕국의 방어가 강화된다’고 바뀌어 있었다. 정반대의 뜻이었다. 황후는 그 점괘에 따라 병력 배치를 승인했다.

“그때 왜 수정된 문장을 믿었습니까?” 나린이 물었다.

“기록이 공식 도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

“도장이 진실을 보증하진 않아요.”

“이제는 알겠다.”

황후는 자신의 서명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의회에 수정 점괘를 제출하고, 자신이 승인했던 결정의 이유를 공개했다. 나린은 황후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점괘를 고친 사람과 승인한 사람의 책임을 모두 기록했다.

제온은 동료의 기록을 공개하기 전에 가족에게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나린은 그의 선택을 지지했다. 그는 자기 손의 흉터가 환영 속 손과 비슷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지만, 기록에 미확정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날 저녁 잔향판을 조사하던 기술자가 표면 아래에 다른 문양이 있다고 발견했다. 검은 왕관 표식 아래에는 작은 귀 모양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고대 점술 기록에서 그 표식은 ‘듣는 사람’을 뜻했다. 예언은 점술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기록한 흔적일 수 있었다.

나린은 잔향판을 어둠 속에 놓고 빛을 비췄다. 표면에 세 개의 이름이 나타났다. 자신의 이름, 제온의 이름, 세이린 황후의 이름. 그 아래에는 ‘다음 기록은 황후가 직접 쓴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누가 새겼죠?” 황후가 물었다.

나린은 표면의 가루를 봉투에 넣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이 판이 미래를 예언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록을 저장했다면 작성자를 찾아야 해요.”

황후는 잔향판을 왕실 조사위원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녀는 그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제온은 나린의 기록을 보호하기 위해 서명했고, 나린은 각자에게 사본을 나누어 주었다.

위원회가 판을 인수하러 온 날, 서기관이 돌아왔다. 그의 옷에는 재가 묻어 있었고, 오른손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는 판을 가져온 사람이 황후가 아니라 나린이라고 주장했다.

“저는 왕관의 기록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예언의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는 봉인된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에는 전 황태자의 서명이 있었다. 황후는 편지를 열지 못하게 막으려다 손을 멈췄다. 그녀는 나린에게 먼저 읽어 보라고 했다.

편지에는 ‘예언의 주인은 왕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을 고르는 사람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검은 왕관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나린은 점술사의 이름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을 읽은 세 사람의 이름과 편지의 상태를 적었다. 예언은 여전히 미래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기록을 통제했는지 묻고 있었다.

나린은 편지를 읽은 뒤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그 문장이 자신을 향해 있는지, 왕실 전체를 향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기관은 편지를 보관하던 상자까지 가져왔다. 상자 밑바닥에는 또 하나의 봉투가 붙어 있었다. 봉투에는 황후의 즉위 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세이린은 봉투를 보자 한 걸음 물러났다. “그건 열지 마라.”

나린은 손을 멈췄다. “폐하의 편지라면 폐하께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 편지는 내가 쓴 것이 아니다.”

“그럼 더더욱 확인해야 해요.”

황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즉위 전 점술원에서 한 점술사와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점술사는 왕관을 쓰게 될 사람이 아니라, 왕관을 버릴 사람이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이린은 그 말을 비밀로 하라고 명했고, 점술사는 궁정을 떠났다. 그 뒤 그 이름은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 사람이 마엘인가요?” 나린이 물었다.

“아니.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기록이 없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황후는 나린의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름을 들었지만 일부러 잊으려 했다고 인정했다. 그 예언이 권력에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제온은 황후의 말을 기록했다. 황후는 자신이 한 선택을 문서에 남기는 데 서명했다.

나린은 봉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안에 든 편지는 황후의 사적인 기록일 수 있었다. 대신 황후에게 편지의 공개 범위를 직접 정하게 했다. 세이린은 편지의 존재와 자신이 과거 예언을 들었다는 사실만 공개하기로 했다. 이름과 문장 전문은 조사위원의 봉인 기록으로 남긴다.

편지는 황후의 결정에 따라 봉인됐다. 나린은 봉인 옆에 공개 제한과 해제 조건을 적었다. 황후의 사망이나 본인의 동의가 있을 때만 열 수 있었다. 제온은 그 조건을 증인으로 확인했다.

그날 이후 황후는 점술원을 방문할 때마다 나린에게 먼저 기록을 요청했다. 나린은 모든 대화를 받아쓰지 않았다. 말한 사람이 기록을 원할 때만 적고, 추측과 기억을 구분했다. 황후는 처음에는 불편해했지만, 점차 자신이 기억하는 사실과 실제 문서의 차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의회 조사위원회는 점술 기록을 공개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나린은 수정 전 점괘와 수정 후 점괘를 같은 페이지에 배치했다. 어느 문장이 먼저 작성됐는지, 누가 바꿨는지, 누가 승인했는지 기록으로 나눴다. 황후는 자신이 승인한 점괘에 서명했다. 제온은 그 문서를 제출하기 전에 동료의 가족에게 공개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청문회 날, 귀족들은 나린에게 미래를 예언하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그들이 기대하는 대답을 거절했다. “저는 지금까지 기록을 읽어 왔습니다. 미래를 확정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귀족이 비웃었다. “그렇다면 점술원은 아무 쓸모가 없군.”

“쓸모를 정하는 사람은 점술사가 아니라 그 정보를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그 말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황후는 나린을 두둔하지 않았다. 대신 예언을 근거로 군사 명령을 내린 자신의 책임을 설명했다. 그 결정으로 살아남은 마을과 피해를 입은 마을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제온은 동료의 기록을 공개했다. 동료는 예언에 따라 순찰에서 빠졌고, 다른 기사가 대신 투입돼 사라졌다. 제온은 자신이 배치 변경을 승인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황후의 명령이 있었다고 변명하지 않았다.

나린은 그의 손에 남은 흉터를 바라봤다. 그 상처는 동료를 잃은 날 불이 난 장비를 끄다 생겼다고 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환영에서 그의 손을 보았고, 그 손이 황후의 인장을 훔쳤다고 생각할 뻔했다.

“제가 당신을 의심한 걸 기록해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확인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니까요.”

청문회는 점술원 기록을 왕실의 단독 소유가 아닌 공적 자료로 분류했다. 점술사는 예언의 원문을 보관할 권리를 얻었고, 왕실은 수정된 문장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이는 완전한 개혁이 아니었지만, 첫 기록이었다.

청문회가 끝난 뒤 황후는 나린에게 새 점괘를 요청했다. 나린은 잔향판을 책상 위에 두고 한참 기다렸지만 아무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백지 기록을 황후에게 건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빈칸도 기록하겠니?”

“네.”

황후는 그 기록에 서명했다. 제온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린은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녀가 손을 내민 이유를 물었다.

“감시가 끝났다고 들었어요. 이제 동행할지 제가 물어봐도 되죠?”

“그렇습니다.”

“함께 걸을래요?”

제온은 잠시 그녀의 손을 바라보다 잡았다. 그는 손을 꽉 쥐지 않았고, 나린도 손을 빼지 않았다. 두 사람은 궁정 복도를 걸어 나갔다. 어느 쪽도 미래를 묻지 않았다.

AD
스폰서 광고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