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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가짜 예언자1화

황후의 가짜 예언자

황후의 가짜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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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타지 않은 왕관

나린은 황후에게 바칠 점괘의 문장을 세 번 고쳤다. 첫 문장에는 ‘북부 귀족의 사절이 위험하다’고 썼다가 지웠다. 둘째 문장에는 ‘내일의 회의는 피를 부른다’고 적었지만, 황후의 서기관이 고개를 저었다. 결국 남은 문구는 ‘길을 늦추면 겨울이 짧아지리라’였다. 누구에게도 직접 책임을 묻지 않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나린이 물었다.

서기관은 점괘의 봉인을 확인했다. “폐하께서는 불안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 방향을 원하십니다.”

“방향은 선택하는 사람이 정해야죠.”

서기관은 못 들은 척했다. 나린은 잔향판을 상자에 넣었다. 그녀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징도, 색도, 꿈도 없었다. 점괘 문구는 황후가 원한 내용을 부드럽게 감춘 것뿐이었다.

그녀는 궁정 점술원에서 다섯 해 동안 일했다. 처음에는 별자리와 촛불을 보고 귀족의 혼인을 예측했다. 그러나 점괘가 불리하게 나오면 문장을 수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나린은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거짓말이 큰 싸움을 막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여겼다.

그날 밤 잔향판의 유리가 저절로 빛났다. 나린은 상자를 열지 않았는데도 방 안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손을 뻗었다. 유리판은 차가웠다. 표면에 검은 왕관이 떠올랐다. 왕관의 한쪽이 불에 타고 있었고, 불길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창문을 닫았다.

나린은 손을 떼었다. 환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본 것을 종이에 적었다. ‘검은 왕관, 남쪽 창문, 불길. 창문을 닫은 손.’ 해석은 적지 않았다. 그 뒤 잔향판이 다시 어두워졌다.

다음 날 황후의 알현실에서 나린은 점괘를 낭독했다. 세이린 황후는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문장을 받아 들었다.

“길을 늦추면 겨울이 짧아진다.” 황후가 말했다. “누가 이 문장을 원했지?”

“서기관이요.”

“너는 무엇을 봤느냐?”

나린은 순간 망설였다. 그녀가 환영을 말하면 황후는 예언을 얻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예언을 숨긴 책임을 질 수 있었다.

“아직 해석할 수 없는 장면을 봤습니다.”

황후의 눈이 좁아졌다. “어떤 장면?”

나린은 본 것을 그대로 말했다. 검은 왕관, 불, 닫히는 창문. 황후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알현실 문 옆에 서 있던 기사에게 말했다.

“제온 경, 점술사를 감시하세요. 잔향판과 기록을 확인하고, 허가 없이 궁정을 나가지 못하게 하십시오.”

제온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른손에 화상 자국이 있었고,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린은 그를 본 적 있었다. 몇 해 전 전투에서 동료를 잃은 뒤 황후의 호위가 되었다고 했다.

“감시 대상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지 않는군요.” 나린이 말했다.

“황후의 명령입니다.”

“그럼 제가 거절해도 소용없겠네요.”

“거절을 기록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위협은 아니었다. 나린은 그가 질문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점술원으로 돌아온 뒤 제온은 잔향판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린은 상자를 열기 전에 목적과 보관 조건을 물었다. 그는 환영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겠다고 했다. 잔향판은 감시자가 들고 갈 수 없고, 나린이 보는 앞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그녀가 조건을 달았다. 제온은 받아들였다.

유리판은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았다. 나린이 손을 대자 검은 왕관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제온은 방의 출입문을 지키며 지켜봤다. 불길이 다시 나타났고, 창문을 닫는 손이 왼쪽으로 움직였다.

“이건 예언입니까?” 제온이 물었다.

“모릅니다.”

“무슨 뜻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것도 모릅니다.”

제온은 기록장에 ‘미확정’이라고 적었다. 그가 감시 대상의 말 그대로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나린은 잔향판을 덮었다.

“황후는 왕관에 대해 알고 있나요?”

“폐하께서는 많은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 대답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내가 말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는 뜻입니다.”

나린은 그 말의 경계를 이해했다. 제온은 황후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명령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점술 기록고의 출입 장부를 확인했다. 잔향판은 전날 밤 혼자 빛났지만, 방에는 외부인의 흔적이 없었다. 창문 걸쇠는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문틈에는 밀랍 봉인이 그대로였다. 나린은 판 자체가 환영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적었다. 제온은 정기 점검표를 대조했다. 마지막 유리 교체는 20년 전이었고, 그때부터 같은 판을 썼다.

“누가 기록을 볼 수 있죠?” 제온이 물었다.

“점술사와 서기관, 황후의 허가를 받은 사람.”

“그럼 여기 들어온 사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 명단은 제가 갖고 있지 않아요.”

제온은 경비 기록을 요청하러 갔다. 나린은 잔향판의 받침 아래를 살폈다. 유리판 밑에는 검은 가루가 얇게 깔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그을음처럼 번졌다. 그런데 방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없었다.

그녀는 가루를 종이에 모아 밀봉했다. 황후에게 가져가기 전에 출처를 확인해야 했다. 점술원 관리인은 판을 오래 보관하면서 가루를 청소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 밤사이 넣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제온이 돌아왔을 때, 그는 점술원 출입 기록에서 이름 하나가 지워져 있다고 했다. 황후의 시녀가 지난밤 기록고에 들어왔지만, 경비 장부에는 그 흔적이 없었다. 나린은 시녀의 이름을 물었지만 제온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감시자로 다시 보았다.

“제 이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그럼 제 안전은 누가 지키죠?”

“당신이 확인한 사실을 기록하는 동안 지키겠습니다.”

나린은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정보를 통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기억했다. 그녀는 출입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황후에게 요청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나린은 다음 점괘를 준비했다. 황후는 내일 왕세자의 계승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서기관은 ‘어떤 길도 홀로 걷지 마라’라는 문구를 제안했다. 나린은 잔향판에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환영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없는 예언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기관은 점술원이 무능해 보일 것이라 경고했다. 나린은 사실을 기록하면 되는 일이라고 답했다.

제온은 그 말을 듣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대신 황후에게 점괘 미확정을 보고했다. 그가 명령을 그대로 따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빈칸을 거짓 문장으로 채우지 않았다.

다음 날 회의장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등잔 하나에서 시작됐지만, 검은 가루가 바람을 타고 퍼지며 커졌다. 사람들은 출입구로 몰렸다. 나린은 환영에서 본 창문을 떠올렸다. 회의실 남쪽 창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창문을 열어야 해요!”

제온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동안, 나린은 창문으로 달려갔다. 잠금장치에는 검은 밀랍이 발라져 있었다. 그녀는 머리핀을 끼워 잠금쇠를 밀었다. 손바닥이 긁혀 피가 났지만, 걸쇠가 풀렸다. 창문이 열리자 연기가 빠져나갔다. 회의실 사람들은 한 줄씩 밖으로 나갔다.

황후는 마지막까지 안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검은 왕관이 놓인 탁자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불길이 왕관의 천 덮개를 삼키기 직전, 제온이 황후를 끌어냈다.

나린은 왕관을 쳐다봤다. 실제 왕관은 금빛이었다. 검은 그림자는 유리판에서만 보였다. 하지만 불길이 닿자 왕관 아래에서 검은 잔향판 하나가 나타났다. 그 표면에는 손으로 새긴 이름이 있었다. 제온은 그 이름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누구 이름이죠?” 나린이 물었다.

제온은 잔향판을 덮었다. “내가 잃은 동료의 이름입니다.”

그는 그 판을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황후가 사람들을 돌려보낸 뒤에야 설명하겠다고 했다. 나린은 불탄 창문과 밀랍 흔적을 기록했다. 예언은 화재를 보여 줬지만, 누가 불을 냈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화재 진압 뒤 황후는 나린에게 점술원 출입을 제한하라고 명했다. 제온은 감시를 계속하되, 자신이 독립적으로 기록하겠다고 했다. 나린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시자와 같은 편이 될 수는 없어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을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나린은 그의 손에 쥔 잔향판을 가리켰다. “그 이름을 기록에 남기세요. 당신이 잃은 사람도 예언의 일부가 됐으니까.”

제온은 판을 내려다봤다. 그날 밤 기록고에 다시 불이 켜졌을 때, 잔향판에는 불꽃 대신 제온의 손이 떠올랐다. 그의 손에는 황후의 인장이 쥐어져 있었다.

나린은 회의실의 창문틀을 다시 살폈다. 검은 밀랍은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발라져 있었다. 불이 나기 전 누군가 미리 창문을 잠갔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회의 참석자뿐이었다. 그녀는 창틀의 밀랍을 긁어 종이에 옮겼다. 손톱 밑에 검은 가루가 끼자 제온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을 다쳤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이 기록을 대신하진 않죠.”

그는 그녀가 방금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나린은 잠깐 웃을 뻔했지만, 대신 손수건을 받아 손가락을 감쌌다. 그 작은 행동은 그녀가 혼자 위험을 감당하는 버릇을 들키게 했다.

나린은 점술원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제온이 앞서 문을 열어 두었지만, 그녀는 그가 들어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먼저 가세요. 저는 뒤따를게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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