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경맥의 명의

1화: 상처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담휘는 환자의 경맥에 침을 놓기 전, 먼저 그의 손에 든 검을 치워 달라고 했다. 고수는 다친 몸으로도 칼을 놓지 않았다. “치료를 받다가 공격받으면 누가 책임질 거요?”
“당신이 칼을 놓지 않아 다른 환자가 다치면 누가 책임지죠?”
윤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의원의 진료실에는 이미 세 명의 환자가 누워 있었다. 모두 손목과 쇄골 아래에 비슷한 멍이 있었고, 경맥이 끊긴 자리는 오른쪽 옆구리였다. 문파는 서로 달랐지만, 환자들은 같은 산길에서 다쳤다고 했다.
담휘는 환자 이름을 묻지 않았다. 먼저 다친 시각과 첫 통증이 시작된 방향을 물었다. 첫 번째 환자는 새벽에 동쪽 길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저녁에 서쪽 관문을 지나다 칼을 맞았고, 세 번째는 전날 밤 북쪽 계곡에서 동료를 구하다 다쳤다고 했다. 설명은 제각각이었지만, 상처를 그린 인체 그림에 표시하자 세 점이 한 줄로 이어졌다.
“이건 같은 기술이 아닙니다.” 담휘가 말했다. “하지만 같은 각도에서 같은 힘이 들어왔어요.”
고수는 자신이 매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의 문파를 안다고 했지만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담휘는 치료를 계속하려면 상처의 상태를 기록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문파 이름을 적지 않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왜 문파를 빼죠?” 윤서가 물었다.
“환자의 몸은 기록하되, 그가 말하지 않은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는 거야.”
윤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진료 지도 아래에 작은 표식을 추가했다. 그는 담휘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점심 무렵 백겸이 치료소에 들어왔다. 그는 문턱에서 걸음을 멈추고, 환자들의 상처를 바라봤다. 백겸도 오른손 손목의 경맥이 끊겨 있었다. 그는 칼을 쓸 수 없게 된 뒤부터 호위 일을 하고 있었다. 담휘는 그가 자신을 치료하러 온 게 아니라, 환자들을 확인하러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또 같은 상처인가?”
“같은 상처가 뭔지 아세요?”
“예전에 나도 입었다.”
백겸은 자신의 손목을 감싼 천을 풀었다. 오래된 흉터 세 개가 줄지어 있었다. 담휘는 상처 자국과 새 환자들의 멍을 비교했다. 세 점 사이의 간격은 똑같지 않았지만, 방향은 같았다. 누군가 같은 진법을 사용해 사람들의 경맥을 차례로 끊었다.
“누가 당신을 다치게 했습니까?”
백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이름을 지금 말하면 환자들이 위험해진다.”
그는 치료 기록을 가져가려 했다. 담휘는 그를 막지 않았지만, 환자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백겸은 자신의 상처만 기록해도 된다고 말하고, 다른 환자들의 기록에는 손대지 않았다. 그가 기록을 훔치려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날 오후 연하란이 치료소를 찾아왔다. 그녀는 관문 문파의 대리 장주로, 산길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치료소에 환자들이 몰린 이유는 문파 간 충돌 때문이 아니라, 산길 아래에서 발생한 낙석 사고라고 주장했다.
담휘는 그녀에게 세 환자의 상처를 보여 주었다. 하란은 몸을 숙여 그림을 살펴봤다. 그녀는 상처의 위치를 확인하면서도 손가락을 떨었다. “이 정도 자료로 진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럼 어떤 자료가 더 필요하죠?”
“사건이 벌어진 위치와 시간, 공격한 사람의 수.”
“그 정보는 문파가 이미 가지고 있겠죠.”
하란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산길을 통제해 환자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려 했다고 고백했다. 전쟁이 재개될까 두려웠고, 문파가 정보를 공개하면 더 큰 보복을 부를 수 있었다. 담휘는 그녀가 주민을 보호하려 한 건지, 문파를 보호하려 한 건지 묻지 않았다. 대신 현재 치료소의 환자들이 누구를 만날지 직접 정할 수 있다고 알렸다.
“서로 만나면 증언을 맞출 수 있어요.” 하란이 말했다.
“증언을 맞추는 것과 사실을 확인하는 건 다릅니다. 그래도 만날지 말지는 환자들이 정하죠.”
고수는 백겸과 마주 앉는 걸 거부했다. 그는 백겸이 과거 전쟁에 참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백겸은 부인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공격대에 있었어.”
환자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통증에 다시 누웠다. “그럼 당신은 여기서 나가.”
백겸은 일어나려다 멈췄다. “네가 원한다면 나가겠다. 하지만 내가 들어온 이유는 네 치료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야.”
담휘는 환자에게 진료를 계속할지 물었다. 그는 백겸이 방을 나가는 조건으로 치료에 동의했다. 백겸은 문밖으로 나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점이 떨어졌다. 손목의 옛 상처가 다시 벌어진 듯했다.
담휘는 환자의 경맥을 살피며 침을 놓았다. 통증이 올라오자 환자는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담휘는 즉시 침을 뽑았다. “계속할까요, 멈출까요?”
“계속하되, 어디까지 하는지 말해 줘.”
그녀는 단계마다 환자에게 설명했다. 경맥을 즉시 잇는 것은 불가능했다. 침으로 통증을 줄이고, 열을 가라앉힌 뒤, 며칠에 걸쳐 움직임을 회복해야 했다. 환자는 손을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물었다. 담휘는 장담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칼을 다시 쥐게 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손을 쓰는 다른 방법은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환자는 시선을 돌렸다. 무공을 잃었다는 사실을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담휘는 그에게 칼을 쥐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통증과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진료를 마친 뒤 윤서는 세 환자의 상처 위치를 산길 지도에 옮겼다. 점들은 바람고개에서 시작해 관문 앞까지 이어졌다. 그 선은 사람이 걷는 경로라기보다, 전투 진법의 바깥 경계를 그린 모양이었다. 윤서는 왜 기록에 작은 표식을 넣었는지 설명했다.
“환자들의 상처가 같은 방향인데, 그 방향은 다음 표적을 가리켜요.”
“누구를?”
“치료소요.”
그 말이 끝나자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치료소 앞에 세 번째 환자를 데려온 마차가 도착했다. 이번 환자는 경맥이 끊기지 않았지만, 손바닥에 세 점의 피멍이 있었다. 그는 문 안으로 들어오며 담휘에게 작은 종이를 건넸다.
종이에는 다음 진법의 중심점이 치료소라고 적혀 있었다.
담휘는 문을 닫지 않았다. 대신 환자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치료소에 남을지 이동할지 물었다. 누구도 대신 결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선택을 마치기도 전에, 바닥 아래에서 돌이 한 번 울렸다.
담휘는 환자들을 한방에 모으지 않았다. 백겸은 문밖에, 경맥이 끊긴 고수는 안쪽 병상에 두고, 새 환자는 먼저 다른 방에서 상처를 확인했다. 윤서는 진료 지도에 환자 이름을 적지 않고 각자 정한 표식만 남겼다. 치료소가 위험하다고 알렸지만, 한 환자는 움직이면 경맥이 더 상할 수 있다며 남겠다고 했다. 다른 환자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동할 때는 문을 통과해야 해요. 밖에 누가 있는지 모릅니다.” 윤서가 말했다.
“가족이 나를 기다립니다.”
담휘는 그를 막지 않았다. 다만 혼자 나가지 않도록 백겸과 동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환자는 잠시 망설이다 백겸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백겸은 환자의 선택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방에 들어왔다. 그는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환자가 듣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이 문을 나서자 골목 끝에서 돌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타고 온 진동은 한쪽으로만 퍼졌다. 윤서는 치료소의 돌바닥이 오래된 배수로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배수로를 통해 건물 아래로 들어오려는 것이다.
담휘는 관문 문파의 병력을 부르는 대신, 환자들에게 문을 잠글지 대피할지 각자 물었다.
고수는 침상에서 일어나려다 무너졌다. 그는 전투를 돕겠다고 주장했다. 담휘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다시 다치면 회복이 늦어질 수 있어요.”
“내가 무공을 못 쓰면 아무 쓸모가 없소.”
“당신은 환자예요. 쓸모를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한참 뒤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이 다친 날 보았던 발자국을 설명했다. 한 사람은 절었고, 다른 사람은 왼발에 무게를 싣지 않았다. 그는 그 정보를 주면서도 자신의 문파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백겸은 치료소의 바닥을 조사했다. 배수구 덮개는 나사 대신 오래된 경첩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손으로 경첩을 풀려 했지만, 담휘가 막았다. 움직이면 아래쪽 사람이 금속 소리를 듣고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그녀는 환자들이 사용하던 베개 솜을 모아 바닥 틈을 막았다. 윤서는 물을 흘려 배수구의 기울기를 확인했고, 흐름이 벽 쪽으로 돌아가는 지점을 찾았다.
하란은 문파가 보관하던 지도에서 치료소 아래의 옛 배수로를 찾아냈다. 지도에는 폐쇄된 통로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문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문파가 이 통로를 알고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쟁 때 병력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은 길이었다.
“그 길로 환자를 옮길 수 있어요?” 담휘가 물었다.
“한 사람씩은 가능해요. 하지만 입구까지 가려면 문서고를 지나야 해요.”
“증언 기록이 있는 곳이군요.”
하란은 대답 대신 지도를 접었다. 백겸이 그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진법의 중심을 문서고로 옮기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란은 그런 작전을 알고 있었지만, 장로들이 실행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녀는 침묵했지만, 완전히 가담한 사람은 아니었다.
“모른 척한 건 알지 못한 것과 다릅니다.” 담휘가 말했다.
하란은 시선을 떨궜다. “그 말을 기록해도 좋습니다.”
그들은 대피 경로를 열기 전에 환자에게 지도와 상황을 보여 주었다. 한 사람은 문서고를 지나는 걸 거부했고, 다른 사람은 병상에 남겠다고 했다. 치료소 안에 남은 환자들을 보호하려면 누군가는 밖에서 통로를 막아야 했다. 백겸은 자신이 남겠다고 했다.
고수는 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당신이 남으면 또 다칠 거요.”
“내가 선택하겠소.” 백겸은 말했다. “당신이 나를 보내라고 할 이유는 없소.”
고수는 그 말에 더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증언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치료 기록에는 이름을 남기지 않되, 공격의 방향과 부상 시각은 공개해 다음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담휘는 동의서를 쓰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원한 내용을 소리 내어 읽고, 다음 날 마음이 바뀌면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표식을 지도에 찍었다.
배수구 아래에서 돌이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에는 두 번의 짧은 진동 뒤로 길게 끌렸다. 공격자가 통로의 경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담휘는 북을 치지 않았다. 대신 환자와 직원들이 각각 정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문을 잠그고, 다른 사람은 손전등을 들고, 윤서는 지도와 기록을 챙겼다.
백겸은 문 앞에 서서 배수구 쪽으로 향하는 발자국을 막았다. 그는 칼을 들지 않고, 무너진 의자를 통로 입구에 놓았다. 담휘는 환자에게 떠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는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남겠습니다.” 고수가 말했다. “다친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소.”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남았다. 담휘는 그에게 보호대를 건네고, 더 이상 무공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함께 있기로 했다.
배수구 덮개가 안쪽에서 들렸다. 손가락 세 개가 틈으로 들어왔을 때, 바닥의 진동은 멎었다. 누군가 안쪽의 모든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