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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가 엉망이라 직접 가르칩니다2화

마교가 엉망이라 직접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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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망가진 이름

석진호는 밤새 세 번 피를 토했다.

처음에는 목구멍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두 번째에는 아랫배가 뒤틀렸다.

세 번째에는 오른손 약지가 제멋대로 굳었다.

그래도 호흡은 멈추지 않았다.

백운휘의 단전은 빈 항아리가 아니었다. 항아리 바닥에 누군가 못을 박아 놓은 꼴이었다. 기운이 모이기도 전에 새어 나갔고 새어 나가지 못한 찌꺼기는 비틀린 기맥에 걸려 살을 긁었다.

"재주도 좋군."

석진호는 피 묻은 손등을 내려다봤다.

"사람 하나 망치는 데 이렇게 정성을 들이다니."

전생의 천마심법을 그대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이 몸은 그걸 받을 그릇이 아니었다. 억지로 밀면 단전이 열리기 전에 기맥부터 터진다.

석진호는 심법을 잘게 부쉈다.

검을 검집째 휘두르지 않듯 심법도 통째로 쓰지 않는다. 숨을 배꼽 아래까지 떨어뜨리고 다시 척추 뒤쪽으로 올리는 가장 약한 첫 길만 남겼다.

그 단순한 길도 백운휘의 몸에서는 가시밭이었다.

석진호는 무릎 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막힌 세 곳 중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바깥에서 누른 자리가 아니라 안쪽에서 엉겨 붙은 자리였다.

먼저 여기를 연다.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바늘이 배 속에서 움직였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갈비뼈 아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명 대신 웃음이 나왔다.

"길은 있네."

새벽 종이 울리기 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는 후들거렸다. 속은 비어 있었다. 어제보다 나아진 점은 딱 하나였다.

몸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알게 됐다.

그거면 충분했다.

부서진 물건도 금 간 곳을 알면 고칠 수 있다.


연무장에는 제자 일곱이 모여 있었다.

모였다고 해도 자발적인 모양은 아니었다. 장 노인이 낡은 목검을 한 아름 안고 서 있었고 제자들은 모두 졸린 눈으로 백운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이걸 해야 하냐?"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황칠이 미끄러진 걸 가지고 스승 노릇이라니."

"독안귀도 미끄러졌나 보지."

작은 웃음이 번졌다.

석진호는 그 말을 들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목검 하나를 집어 들고 진흙 위에 선을 다시 그었다. 어제 그었던 선이 비에 흐려져 있었다.

"이 선을 밟아라."

"뭐?"

"발부터 놓으라고."

덩치 큰 제자가 앞으로 나왔다. 이름은 곽두였다. 기억 속의 백운휘를 가장 자주 밀치던 놈이었다. 덩치에 비해 보폭은 흐트러졌고 양어깨는 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곽두가 일부러 거칠게 선을 밟았다.

"이렇게?"

석진호가 목검 끝으로 그의 발목을 톡 건드렸다.

곽두의 몸이 앞으로 쏟아졌다. 그는 손을 허우적거리다 진흙에 얼굴을 박았다.

퍽.

웃던 제자들의 입이 닫혔다.

"다음."

곽두가 진흙을 뱉으며 벌떡 일어났다.

"방금은 발목을 쳤잖아!"

"싸움에서 발목은 장식이냐?"

곽두가 말문을 잃었다.

다음 제자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어깨가 먼저 움직였다. 검끝은 한 박자 늦었다. 석진호는 옆으로 반 걸음 비키며 무릎 뒤를 가볍게 눌렀다.

제자는 자기 속도에 끌려가 넘어졌다.

세 번째는 버티려고 했다. 석진호는 그의 앞발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앞발을 죽여 놓고 검을 살리겠다고?"

목검이 발등을 눌렀다. 제자의 허리가 꺾였다. 그는 비명을 삼키며 주저앉았다.

장 노인은 입을 벌린 채 목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석진호는 숨이 차오르는 것을 감추며 천천히 걸었다. 몸은 고작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갈비뼈가 뜨거웠다. 막힌 기맥이 반동을 못 견디고 욱신거렸다.

그래도 제자들 앞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너희는 검을 배울 자격이 없다."

제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보법도 없고 중심도 없고 눈도 없다. 목검을 쥔 허수아비가 더 낫겠다. 허수아비는 적어도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진 않으니까."

"말이 심하잖아!"

석진호는 말한 제자에게 목검을 던졌다.

"심하면 증명해."

그는 달려오지 못했다.

석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선 밟기 천 번이다. 검은 그다음이다."

제자들 사이에서 신음이 흘렀다.

"천 번?"

"밥은요?"

"똑바로 밟으면 먹는다."

장 노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운휘야. 약방에 다녀와 줄 수 있겠느냐. 문주님이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고 어제 일로 약값 이야기도 해야 한다."

"약방?"

"황칠패가 또 오기 전에 사정을 알아봐야 한다. 나는 산문을 비울 수가 없구나."

석진호는 목검을 내려놓았다.

몸도 식힐 겸 나쁘지 않았다. 산 아래 마을에는 소문이 모인다. 황칠패와 뱀 문양 인장에 대한 단서도 거기 있을 터였다.

"다녀오지."

그는 제자들을 돌아봤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선 밖으로 발 나가면 저녁도 없다."

곽두가 항의하려다 석진호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산 아래 마을은 생각보다 붐볐다.

장날도 아닌데 술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약방으로 가는 길목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무사 셋이 둥글게 선 사람들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보아라! 이것이 마교 본단에서 흘러나온 천마검법 삼식이다!"

석진호의 발이 멈췄다.

천마검법.

그 이름이 백 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가 전생에 만든 검리의 뼈대였고 마교의 핵심 무공 중 하나였다.

문제는 눈앞의 꼴이었다.

검무꾼은 허리를 뒤로 꺾고 팔을 크게 휘둘렀다. 검끝은 하늘을 찔렀고 발은 땅에서 떨어졌다. 구경꾼들은 환호했다.

"저게 천마가 남긴 절초라지?"

"마교 고수들은 저 한 번 휘두르면 바위도 갈라진다더군."

석진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첫 초식의 이름은 파천이었다. 발은 땅에 박고 검은 가장 짧은 길로 심장을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저놈은 발을 띄웠다. 검을 크게 돌렸다. 심장으로 가야 할 길을 장터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두 번째 초식은 더 가관이었다.

검무꾼이 소매를 펄럭이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검끝은 적을 베기도 전에 자기 옆구리를 스칠 각도였다. 그런데도 구경꾼들은 동전을 던졌다.

석진호는 이마를 짚었다.

"내가 검법을 만들었지 춤을 만들었나."

옆에 있던 약방 주인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철혈문 백운휘 아니냐. 약값 이야기라면 안쪽에서 하자."

석진호는 검무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저건 뭐냐."

"요즘 유행이다. 마교 쪽 상단이 강호 곳곳에 풀었다더군. 천마검법을 익히면 삼류도 일류 흉내는 낼 수 있다나."

"삼류도?"

석진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걸 익히면 삼류도 사람이 아니게 되긴 하겠군."

약방 주인은 못 알아듣고 웃었다.

"그래도 손님은 끌리니 마을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 진짜 마공은 아니겠지만 이름값이 대단하잖느냐."

이름값.

석진호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천마의 이름이 남은 것은 좋다.

그 이름으로 저런 짓을 하는 놈들이 살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약방 안의 장부는 더 가관이었다. 철혈문이 가져간 약재 값은 실제보다 세 배 부풀려져 있었다. 이자는 다시 두 번 붙었다. 문서 한쪽에는 어제 본 것과 같은 뱀 문양 인장이 흐리게 찍혀 있었다.

"이 문서 누가 가져왔지?"

"황칠패가 가져왔지. 다만 원래 장부는 흑린상단 쪽에서 왔다고 들었다."

"흑린상단."

석진호는 이름을 외웠다.

마교 검무를 팔고 빚문서에 뱀 인장을 찍는 상단.

냄새가 났다.

썩은 냄새였다.

약방 주인이 목소리를 낮췄다.

"괜히 건드리지 마라. 요새 변방 길목을 잡은 놈들이다. 마교 귀인들 물건도 나른다더군."

"귀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곧 온다는 말이 있다. 호위가 많아서 객잔 하나를 통째로 비웠다지."

석진호는 장부를 접어 품에 넣었다.

"철혈문 빚문서는 내가 가져간다."

"그건 곤란한데."

석진호가 약방 주인을 바라봤다.

주인은 곧장 손을 놓았다.

"사본은 있다. 가져가거라."

석진호는 약방을 나왔다. 술집 앞에서는 검무꾼이 마지막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턱을 높이 들고 검끝을 흔드는 꼴이 꼭 장식용 깃발 같았다.

석진호는 그냥 지나쳤다.

지금 저놈을 패 봐야 장터 구경거리만 하나 늘어난다.

패야 할 놈은 따로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석진호는 철혈문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뒤산 절벽길로 올라갔다. 길가의 돌 두 개를 주워 허리띠에 묶었다. 하나만으로도 백운휘의 허리가 꺾일 무게였다.

"몸이 약하면 약한 대로 굴려야지."

그는 첫 호흡을 시작했다.

세 걸음 걷고 숨을 내렸다. 다섯 걸음 걷고 막힌 자리를 눌렀다. 열 걸음째에는 눈앞이 하얘졌다.

멈추지 않았다.

절벽길은 좁았다. 발이 한 치만 밀려도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이 몸은 편한 곳에 두면 또 도망칠 것이다. 백운휘의 기억 속 몸은 늘 아픔을 피하는 쪽으로 배웠다.

석진호는 그 버릇부터 죽였다.

발바닥이 찢어졌다. 숨이 목에 걸렸다. 돌의 무게가 허리를 짓눌렀다. 막힌 기맥은 걸음마다 속을 긁었다.

스물일곱 걸음째.

아랫배에서 실낱같은 열이 움직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기쁨은 짧았다. 열은 곧바로 막힌 기맥에 부딪혀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지기 전 아주 작은 길을 남겼다.

석진호는 피 묻은 입술을 닦았다.

"됐어."

천마심법의 첫 숨결이 백운휘의 몸 안에 못 자국 하나를 냈다.

겨우 못 자국이었다.

하지만 바위를 쪼개는 일은 언제나 첫 금에서 시작된다.

산길 아래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장사꾼 둘이 수군거렸다.

"붉은 옷을 입은 마교 귀인이 변방으로 들어왔다더군."

"흑린상단 객잔에 묵는다지? 호위들 기세가 장난 아니래."

"천마검법 시연도 그쪽 사람들이 보러 온다더라."

석진호는 절벽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붉은 옷의 마교 귀인.

흑린상단.

망가진 천마검법.

셋이 같은 길 위에 있었다.

그는 허리띠에 묶은 돌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매듭을 한 번 더 조였다.

"좋아."

석진호의 입가가 올라갔다.

"가르칠 놈들이 알아서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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